[번역] 상당한 차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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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시스턴트 코치

 

 

 연습이 끝난 후의 라커룸은

 

시끌벅적한 욕설과 채 가라앉지 않은 아드레날린으로 이내 가득 찬다.

 

그 꽉 찬 소음과 쾌활하게 터지는 웃음들 속에서

 

민호는 조용하게 팀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코치의 하드코어 트레이닝으로 가쁜 숨을 내쉬며 잔뜩 지친 몸들이

 

땀과 모래 먼지로 더러워진 유니폼을 빠른 속도로 벗어던지고 있었다.

 

스크럼을 짜느라 잔뜩 부딪혀 붉게 달아오른 어깨와 등,

 

피가 가득 몰려 가뜩이나 짧은 럭비 쇼츠를 골반까지 밀어 올릴 정도로

 

두툼하게 펌핑된 허벅지와 엉덩이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간.

 

벌써 몇 놈은 벗자마자 잽싸게 샤워장으로 뛰어 들어간 모양이지만,

 

옷을 다 벗고 나서도 여유롭고 느긋하게 복근을 슬슬 문지르며

 

단단하게 올라붙은 몸을 드러내듯 과시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민호 역시 일찌감치 시작한 선출 생활로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을 텐데,

 

어쩐 일인지 한 쪽 구석에 어정쩡하게 앉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민호가 이 팀에 합류한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고교 선수생활 동안 제법 눈에 띄는 활약을 했던 민호는

 

럭비 명문 도명대학교에 큰 무리 없이 장학생으로 입학하였고,

 

그의 고교 시절 활약상을 눈여겨본 코치의 제안으로

 

1학년 1학기가 개강하기도 전에 동계 팀 훈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프로 입단도 탄탄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파로 유명했던 민호는

 

항상 선배보다 더 나은 1학년이 되어야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하루 치 팀 훈련이 끝난 후에도

 

팀원들과 샤워를 하는 대신

 

체력단련실로 향해 웨이트에 매진하곤 했다.

 

오늘도 역시 잠시간, 소리 없이 앉아있던 민호는

 

쓰고 있던 헤드기어를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벗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주변을 힐끗거리며

 

혹시나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면서.

 

항상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하는 성실하고 강건한 민호의 삶,

 

그의 몸은 그 증명과도 같았다.

 

단단하고 옹골차며 어느 한 곳 빈틈없이 잘 발달되어

 

이제 막 성인이 된 몸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남성 그 자체의 표본으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로.

 

하지만 그 아름답고 완벽한 남자의 몸은 온전히 민호 자신,

 

그 외의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드러내 보인 적이 없었다.

 

누구 앞에서도, 단 한 번도.

 

그렇게 민호는 오늘도 훈련 내내 흘린 땀으로 풍덩 젖은 속옷을 그대로 입은 채

 

라커에서 후드만 꺼내 대충 뒤집어 쓴다,

 

팀원들 중 누구도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 지 오늘도, 아무도- 몰랐다.

 

 

 그를 불편하게 하는 몇 가지.

 

자꾸 관심이 가는 동료 선수들의 몸, 부러 물건을 덜렁 꺼내놓은 무심한 모습들,

 

너무 좁아 어깨가 부딪히고야 마는 좁은 라커룸 통로, 폐쇄 공포와도 같은.

 

민호는 샤워룸 쪽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문득 목 뒤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십여 명의 건장한 근육질의 운동선수가 그 좁은 샤워룸을 꽉 채우고

 

_지와 부_랄에 비누칠을 하며 샤워기 밑에 나란히 서서

 

교대로 자기 차례를 기다려가며 샤워를 하고, 즐겁게 웃고,

 

치받기도 하는 그 장면에서.

 

-어떻게 서로 다 벗고도 저렇게 편하게 보일 수가 있는 거지?

 

몸을 조금만 돌려도 앞뒤가 다 닿을 것 같은 저 거리에서?

 

민호의 작은 비밀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현정훈!

 

굵고 묵직한 목소리가 라커룸에 낮게 깔리는 순간 민호는 다시 숨을 가다듬었다.

 

어시스턴트 코치인 동수가 주장인 정훈을 찾고 있었다.

 

소위 태평양 어깨의 쿼터백, 현정훈. 프로 입단을 앞두고 있는 팀의 에이스가

 

알몸으로, 물기를 뚝뚝 흘리며 수건을 두르지도 않은 채 라커룸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다.

 

정훈이 몸에서 떨어진 물이 찰박거릴 정도로 고인 자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코치와 내일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민호의 시선은 그의 훤히 드러난 등 근육과 엉덩이,

 

그리고 길쭉한 자_지 끝동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로까지 이어졌다.

 

 

 목말라.

 

갑자기 목이 타는 듯이 말라왔다.

 

 

 그 순간 민호는 마치 자신이 정훈 앞에 선 코치가 되어버린 착각에 빠졌다.

 

푹 젖었지만 강인하게 뻗어있는 짧고 꼿꼿한 머리,

 

짙고 빽빽한 눈썹, 새까맣고 깊은 눈동자,

 

굵직하고도 직선적인 코와 수염자국이 묻은 단단한 턱,

 

가로지른 팔짱 위로 꽉 찬 가슴 근육과 그 아래 얼핏 보이는 짙은 색의 유두,

 

존재감 강한 복근을 가로질러 덜렁- 소리라도 날 것처럼 매달린 물건으로

 

홀린 듯이 다가가 짙은 남자 내음이 가득한 앞섬에 코가 스치듯이.

 

 

 민호의 유약하고 한심한 망상과 달리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크고 강한 몸을 가진 최동수는

 

라커룸의 그 어떤 풍경에도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민호는 어쩐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는 하나도 듣지 못 한 채였다.

 

그저 클립보드를 들고 있는 동수의 거대한 팔과

 

넉넉한 트레이닝 팬츠를 꽉 채운 허벅지와 엉덩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얌마 김민호!

 

 

 시선이 시선에 맞닿은 순간,

 

동수가 마치 지금 막 눈이 마주친 표정을 지어낸 민호를 큰 소리로 불러 세웠다.

 

 

넌 왜 아직도 안 씻고 있어?”

 

 

웨이트 좀 더 하고 씻으려고 합니다!”

 

여전한 라커룸 소음 속에서 민호는 최대한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근데 너 맨날 그렇게 하는 거 같드만. 적당히 해 임마. 잘 쉬어야 큰다.”

 

 

,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호도 알고 있었다.

 

오버트레이닝보다는 휴식이 중요했고,

 

지금도 근육 여기저기가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이 다 샤워가 끝나 혼자 샤워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이상해.

 

냄새나고 더러워진 옷을 그대로 입고 기숙사로 돌아갈까? 더 이상해.

 

럭비 쇼츠를 입고 그대로 샤워를? ...무슨 개소리야.

 

그럼 다 알게 될 걸. 그냥 다 벗는 거랑 똑같아.

 

다들 나가고, 평화롭게-

 

완전히 홀로 샤워할 수 있으면서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완벽한 핑계.

 

아직은 선배들만큼의 벌크는 못 만들었으니 더 그럴싸해.

 

충분히 말이 된다고.

 

그래.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야.

 

말 못 할 비밀이 있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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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 작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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