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외 선생님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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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형이 내가 좋다고 고백하는 순간 


혹시나 형도 나처럼 게이였는지, 아니면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인건지, 그것도 아니면 바이인건지에 대해서는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순간 만큼은 네가 참 좋다며, 떨리는 듯한 형의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너무나 벅찼기 때문이었다.  


난 그렇게 입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형에게 계속 안겨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우리 주변에 사람들이 가까이 왔는지 낙엽 밟히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괜히 눈치를 보며 백허그를 풀더니) 조금 추워지는 것 같은데 그만 들어갈까..?”


형도 조금은 창피했는지 나와 조금은 거리를 두고는 빠른 걸음으로 우리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집에 들어왔는데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쩌면 좋을까. 산책을 나가기 전엔 숨이라도 쉴 수 있었지.


형과 포옹을 하고, 내가 좋다는 말까지 들은 이 상황에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또 다시 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형도 이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웠는지 리모컨을 집어 TV를 켜고는 보지도 않는 채널을 계속해서 돌리고만 있었다.  



“(쿨럭하며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형 온수 틀었으니까 샤워하시면 돼요”


“어....”



그렇게 형이 화장실로 들어가곤


‘쏴~~~~~~~~~~~~~~~~~~~~~~’


세게 틀어진 샤워기 물 소리.


그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내 기억은 16살, 미술 학원 실습실 옆방에서 실오라기 걸치지 않는 모습으로 그곳 만을 가린 채 머뭇거리고 있는 형의 모습에서 또 다시 멈춰져 있었다. 


그렇게 샤워 물소리를 들으며 형의 몸을 그리고, 조금은 음란한 상상의 나래에 젖어 잠시 흥분에 취해 있었다. 


한 시간 같은 10분이 지나곤 샤워기 물소리가 뚝 하고 그치더니, 잠시 후 화장실 문이 빼꼼 열렸다. 


“현준아, 여기 화장실 안에 수건이 하나도 없네~? 미안한데 형 수건 좀 가져 다 줄 수 있어?”


“아;; 엄마가 빨래하고 개놓은 걸 깜빡했나봐요. 잠시만요. 형”


난 수건 두 개를 집어 살짝 열린 문 사이로 하나는 머리, 하나는 몸을 닦으라며 두 개의 수건을 형에게 건넸다.


그렇게 수건을 건네며 흘깃 쳐다본 형의 몸.


그런데 얼굴에만 멍이 든 줄 알았는데 팔과 다리에도 멍 자국이 여기 저기 보였다. 



누가 형을 때리기라도 한 걸까.


도대체 왜. 도대체 누가. 저렇게 피 멍이 들도록.


갑자기 분노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씻고 나온 직후여서 아직 물기가 흥건한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고 있는 형에게 아까 씻고 있을 때 준비해 두었던 비닐팩에 담긴 얼음을 건넸다.


“차갑더라도 이걸로 얼굴 좀 문질러요 형. 스킨 로션은 제 책상 오른쪽에 있으니까 원하시면 쓰시구요.”


“(얼음을 받으며) 어. 고..고마워.”


그렇게 형 다음으로 샤워를 하려고 들어가는데


자꾸만 북받쳐 오르는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하지.


형의 몸 곳곳에 물든 멍 자국과 아픔, 상처 그 모든 것을 샤워기에서 뿜어지는 물과 함께 수챗구멍에 흘려버렸어야 했는데 그러하질 못했다. 


오히려 멍투성이인 형의 몸이 더욱 더 선명하게 내 앞에 있는 거울 안에 다시 한번 더 그려지면서 날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20분 전 공원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며


내가 좋다는 형이..


그런 형이


몸과 마음이 모두 상처투성이였단 사실을 몰랐단 사실에 또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행여나 우는 소리가 형에게 또 들릴까.


난 눈물소리를 감추기 위해 샤워기를 강하게 틀었다. 


3분..


5분..


10분..


그렇게 10분이 지났지만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미웠다.


형을 때리고 멍들게 한 그 사람이. 


형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힌 사람이 너무나도 미웠다. 


겨우 정신을 차리곤 샤워를 다 마친 후 30분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몸을 닦고 거실로 나가는데


형이 날 힐끔 쳐다보고는


“무슨 샤워를 그렇게 오래해..? 목욕탕 왔냐?”


“.....전 원래 이 정도 해요..”


“(내 눈을 보고는) 너 울었냐?”


“(당황하며) 아니요. 따뜻한 물에 푹 담궈서 눈이 부어 그런거거든요....”


내가 말하긴 했지만, 이건 누가 들어도 이상한 변명이었다. 


“(얼음을 문지르며) 근데 이거.. 엄청 시원하네..”


“네...아프더라도~ 계속 마사지 하면서 문지르세요~ 그럼 좀 나아질거에요”



‘삐. 삐. 삐. 삐.’


그 때 갑자기 울리는 현관 비밀번호 입력 소리


“헉.. 엄마 아빠 왔나봐요. 형 선글라스 내 방에 있잖아요. (머뭇머뭇 거리다) 아.. 그냥 얼른 내 방으로 들어가요!!!”



형이 내 방으로 후다다닥 들어가자 


현관문이 열리곤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털며) 왔어? 늦었네 (엄마 아빠를 보고)”


“오랜만에 다들 모여서 얘기가 길어졌지 뭐. 밥은 먹었어?”


“응 치킨이랑 피자 시켜서 먹었어”


“(부엌을 살피더니) 먹고 잘 치운거지?? (성태 쌤이 안보이자) 성태 쌤은?”


“쌤, 몸도 안 좋고 피곤했는지 씻고 내 방에서 벌써 누워서 자”


“뭐?? 벌써 잔다고?? 너 저번에 못한 수업, 보충은 다 해주고 자는거니??”


“다 해줬어..” 


“그래??? 정말 다했어....? 뭐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 정말 다 했다니깐...”


“알았어. 아! 그리고 아들! 성태쌤 있잖아..(목소리를 갑자기 낮추며) 진짜 라식수술 한거 맞어?? 오늘 모임에 마침 상희엄마도 나와서, 안 그래도 성태쌤 이야기를 한창 하는데, 아니 글쎄 (목소리를 한번 더 낮추며) 성태쌤 아버지가 엄청 심한 알콜 중독자라는데. 글쎄 그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알콜 중독자래. 그리고 술만 마시면 얘를 그렇게 때린다는데. 어우..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 너 이거 알고 있었니??”


“엄마!! (목소리를 낮추라며) 형 듣겠어!!”


“어우 깜짝아. 갑자기 큰 소리를 내고 그러니. 나도 상희 엄마한테 들은거야. 그리고 엄마가 일부로 보려고 본 건 아닌데.. 성태쌤 눈에 멍이 장난 아니던데...상희 엄마가 자기 집에 과외하러 올 때도 파스를 매번 붙이고 오드래. 글쎄 한번은 붕대도 감고 왔다고도 했어!! (목소리가 또 낮아지며) 아니 그거 다 지 아버지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구!!! 저 멍도 분명 맞아서 생긴거같고; 그치..? 너 진짜 뭐 아는거 없어?”


“엄마.....(입을 꾹 다물며 검지손가락을 코 끝으로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아우 그래. 됐다. 그만하자. 엄마도 얼른 씻어야 겠다. 아 그리고 너 성태 쌤한테 과외 그거.. 말했어????”


“엄마!!!!”


엄마 말을 끊고는


“어우 깜짝아..”


“그건 내가 알아서 쌤한테 말 한다고 했잖아......(정색하며)”


“어우.. 알았어..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정말. ”


그렇게 엄마 아빠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걸 본 후 나도 내 방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형은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가만히 의자 위에 앉아 내가 준 얼음으로 조용히 찜질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까 엄마가 한 이야기를 다 들었을까? 아니면 내 기분 탓 인걸까. 형의 표정이 밝지 않아 보였다. 


“형... 왜 거기 앉아있어요. 침대에 누우시지.”


“어.. 자야지. 근데 엄청 시원하네 이거. (아직도 내가 준 얼음팩을 문지르며)”


또 다시 찾아온 정적. 


형이 10분 정도 얼음을 문지르더니


“현준아, 이거 이제 얼음이 많이 녹긴했는데 어디다 둘까!?”


“저 주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얼른 누우세요 이제”


주방을 갔다가 내 방으로 다시 돌아왔는데도 형은 침대에 눕지 않고 무슨 생각에 잠긴 건지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형을 바라보는데 얼음팩에 가려져 있던 멍이 이제는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채 모두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고 아까보다 더욱 더 선명하게 보였다.

 


“바..방이 너무 밝죠? 불 다 꺼도 커텐 한 쪽 열어놓으면 달빛 때문에 꽤나 밝은데. 불 그만 끌까요? 형?”


“그..그래.”



‘딸칵’



내 방안의 불이 꺼지곤


창문으로 너머오는 달빛만이 오롯이 내 방 한 켠과, 형을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방 안에는 째깍째깍 시계 초침소리와 우리 숨소리만 조용하게 들려왔다. 



난 어둠 속에서 보이는 형 앞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리곤 손을 올려 형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형의 머리부터, 눈 그리고 볼까지 살짝 터치하면서 형의 얼굴을 손으로 보드랍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형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감싸 안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형을 한창 만지고 있는 도중 형의 왼손이 올라와 내 오른손을 잡아 채곤 



“현준아”


“네?”


“나 혹시 불쌍하냐...?”


“...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이거 우리 아빠한테 맞은거야. 어려서부터 맞아와서 그런가 몸은 괜찮은데, 정말이지 다 괜찮은데... 마음이 너무 아파....”


“형 지금 몸 괜찮지 않아요... 지금 온 몸이 상처 투성이라구요 형..”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 생각했는데..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가 않더라.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난 아빠에게 처음 맞고 방 구석 모퉁이에 앉아 벌벌 떨고 있는 10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계속 갇혀있고 멈춰있는 느낌이랄까...


가족끼린 이러면 안되는거잖아. 가족 끼리는 서로 보듬어 주고 감싸줘야 하는 거잖아. 적어도 내 아빠라면..응당..” 



형이 그렇게 어둠속에서 내게 하나 둘 이야기를 쏟아 내는데 형의 눈과 나의 눈에서 함께 눈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울지 마요 형....”


“너나 울지마. 그리고 난 너처럼 안 울어 임마”


“지금 울고 있잖아요...”


“...(아무 말도 없이 날 바라보고는)”


“전 형이 우는거 싫어요. 그리고 형이 아픈 것도 싫어요. 그리고..”


그렇게 형에게 조용히 하나씩 읊조리면서


‘그리고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 찰나에 


갑자기 어둠속에서 내 얼굴 쪽으로 무언가가 훅 하고 다가왔다.


그렇게 내 입술에 다가온 형의 입술.


형과의 입술이 부딪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의 혀가 내 입술 속을 파고 들어오면서 우린 강하게 몸을 부둥켜안은 채로 키스를 했다.  


이 때 만큼은 형의 멍도, 형의 아픔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를 정도로 어린 나이여서 그랬을까? 


사실 18살이면 어린 나이도 아닌데..


내 나이 열여덟. 그 때 형과 나눈 키스가 내 첫 키스였다.


짜릿하면서도 번개처럼 순식간에 무언가를 태워버리고 지나가 버린듯한 그 느낌.


형은 흥분한 듯 호흡이 거칠어졌고 내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곤 형의 오른 손이 어느덧 자연스레 가슴과 배를 쓸어내려와 아까부터 단단하게 발기되어 팽팽해진 내 바지 위를 조심스레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



그렇게 서로의 몸을 매만지며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격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는데


여긴 우리 집이고, 집 안에는 엄마와 아빠가 계신 것을 우리가 서로 인지하고 있어서였을까. 


우린 마지막 남아있던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고는 


정말이지 힘들게..서로에게서 조용히 입술과 몸을 떼었다. 




“그...그만 잘까?”


“네.. 형 어서 침대에서 자요. 전 바닥에서 잘게요.”


“그러지 말고 같이 자자. 바닥 너무 딱딱하잖아.”


그렇게 우린 침대 위 작은 이불 속으로 함께 들어갔고


형이 본인의 왼팔에 머리를 편히 올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 쪽으로 팔을 길게 뻗어주었다. 


난 내 머리를 형의 왼팔 위에 조심스레 누이며 그렇게 우린 함께 나란히 누웠다. 


그리곤 형의 오른손이 내 가슴 위에 얹어져 아기를 재우듯 위 아래로 살포시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심장은 터질 것처럼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형의 체취는 수술 전의 날 마취라도 시킨 것처럼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떨리는 이 기분에 오늘 내가 과연 잠이라도 들 순 있을까!? 싶었지만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창문에는 아침 해가 밝아있었다. 



근데 일어나보니 옆자리에 형이 보이질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데도 형이 보이질 않았고 그렇게 다시 내 방안에 들어와 책상 위를 보는데


“현준아, 덕분에 편하게 잘 잤어. 형 먼저 가볼게. 정말 고마웠다.”


라는 형의 짧은 메모가 쓰여 있었다. 


난 형에게 집으로 잘 들어갔냐고 문자라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은 아침 7시 40분. 


연락을 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간이였다.


그렇게 난 침대에 다시 누워 아직 베개와 이불에 남아있는 형의 냄새를 다시금 느끼며 어제 있었던 형과의 일을 자연스레 떠올리는데 지금 내 앞에 형이 없는 이 순간에도 또 다시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나저나 형과의 과외수업에 대해, 이번 달 까지만 하기로 엄마와 결정한 사실을 미리 말을 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참 이상해지고야 말았다. 


형에게 좋다는 고백 아닌 고백의 말을 듣고, 포옹과 키스까지 한 마당에.. 그러고 나서 이번달 까지만 과외를 부탁한다고 하면 형이 혹 이 상황을 오해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휴...얼른 말을 했어야 하는거였는데....


이를 어쩌지. 


이걸 어떻게 형에게 말을 하지..?


다음 과외 수업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난 초조해지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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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추천 남겨주신 분들, 그리고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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