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외 선생님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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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럼 니가 내 뺨 좀 만져주던가. 형 좀 안 아프게”
어쩌면 성태 형의 멍든 눈을 처음 본 그 때부터 바라고 바래왔던 순간 이였다.
형을 아프지 않게 하는 것.
형을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하는 것.
우린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었다.
난 28살이 아닌 18살의 도현준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형의 얼굴을 조심스레 매만졌다.
그리고 손을 위로 올려 형의 머리를 쓸어 내리고 다시 내려와 뺨 그리고 목을 보드랍게 어루만져 주었다.
서로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내 눈을 바라보는 성태 형의 흔들리는 눈빛에 내 마음과 모든 감정이 여과없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둘 다 너무나 긴장했을까. 우린 동시에 목젖을 내보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입술이 보드랍게 포개어졌다.
천천히, 부드럽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서로의 입술과 혀를 침범하고 있었다.
방 안쪽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형의 아빠는 우리 사이에 전혀 방해가 되지 못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9년 동안의 아쉬움을 입맞춤으로 인사하고 싶었던 거였을까. 우린 이전보다 더 격하게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이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동시에 나는 한 손을 내려 형의 튀어나온 바지 위 앞섶을 살짝 터치했다.
살짝 터치만 했을 뿐인데 우람하면서도 단단한 형의 자지는 날 더욱더 흥분케 했다.
게다가 내 앞의 상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성태형이여서 였을까.
아까부터 내 물건이 단단해져서 속옷 안의 답답한 통제에 시위라도 하듯 강하게 껄떡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내가 게이인것도, 내가 형을 좋아하는 것도 모두 잘 알고 있는 성태형에게 더는 내 본능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형의 바지 지퍼를 열고 단단하게 발기된 그것을 속옷 안 에서 꺼내는 그 순간 형이 내 손을 급하게 가로막았다.
"혀...현준아...우리 이제 그만할까.. 저기 방 안에 아빠도 계시고.."
형이 내 손길을 막아세웠지만 쿠퍼액으로 젖어 반질거리는 귀두부터 핏줄이 선명하게 보이는 저 굵고 단단한 형의 자지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난 결국 참지 못하고 형의 그것을 바로 입속에 넣어버렸다.
'하.................'
형의 자극적인 신음이 날 더욱더 흥분케 했다.
볼 때 와는 다르게 더욱 더 굵고 큰 형의 자지가 내 입 안에 가득찼다.
난 위 아래로 천천히 머리를 움직이며 형의 그것을 부드럽게 빨았다.
그리곤 한 손으로 형의 티셔츠 안 쪽으로 깊게 손을 위로 넣어 형의 유두를 만졌다.
형도 흥분했는지 젖꼭지가 꽤나 단단했다.
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옅은 목소리로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성태형.
'하.......'
'흡..........츄릅....'
'후아........'
'하'
그렇게 형의 것을 입으로 빨다가 다시금 형의 입술이 그리워졌는지 고개를 들어 한번 더 형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곤 키스를 하며 한 손으로는
다시 형의 그것을 손으로 쥐어
아래 위로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부드럽게 타액을 교환할 땐 아래 그것 또한 천천히, 가볍게 흔들어주다가도 거친 혀놀림으로 입속을 휘젓고 다닐 땐 아래 그것 또한 강하게 쥐어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렇게 혈관이 터질 것처럼 더 굵어지고 단단해진 형의 그것을 계속해서 쥐어 잡고 흔들어 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이 몸을 꿈틀거리더니
귀두 끝에서 힘차게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정액은 머리 뒤에 벽부터 형의 가슴, 목 주변 곳곳에 튀었다.
'하.............아'
우린 거친 숨을 내몰아쉬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나서 반쯤 벗겨진 형의 바지와 팬티, 흩뿌려진 정액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면서 이제서야 술이 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흐르는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강한 코 골음 소리.
여전히 형의 아빠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우린 옷을 재빠르게 갖춰 입은 뒤 흩뿌려진 정액을 휴지와 물티슈로 급히 닦아 내고 있었다.
"현준아.."
형이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날 부르고 있었다.
아깐 분명 감정과 본능이 날 지배했었는데 지금은 감정보단 이성이 너무나 완연하게 날 지배하고 있었다.
"...형 죄송해요. 형을 이렇게 위로하고 싶었던 게 아니였는데..오랜만에 만나서 게다가 아버지가 계시는 이 곳에서.. 제가 지금 도대체 형에게 무슨 짓을.."
"아니야.."
"저 그만 가볼께요 형. (급히 자리를 정리하며) 나오지 마세요."
난 그렇게 쇼파 위에 겉옷을 챙기곤 허겁지겁 도망치듯 형의 집을 나왔다.
눈발은 약해졌지만 밖은 여전히 영하날씨였고 기분 탓인가, 아까보다 날씨가 더 추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옷깃을 여미고 길을 나서는데
"현준아!! 도현준!!!!"
형이 바로 날 뒤따라 나왔는지 멀지 않은 곳에서 날 부르고 있었다.
"나오지 마시라니까요 형."
옅은 눈발 속을 헤치고 형이 내게 한걸음
그리고 또 한걸음 다가오더니
팔을 벌려 날 꼭 끌어안았다.
갑작스런 형의 포옹에 조금은 어리둥절 해져선
"형...."
"오늘 아빠 일. 그냥 지나치지 않아줘서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 현준아. 군대생활 할 때도 그리고 너와 헤어지는 동안에도 이 품이 참 그리웠는데..9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널 다시 이렇게 꽉 안아보네.."
내 등을 다독이며 날 껴안은 형의 품은 정말이지 따뜻했다.
사실 나도 이 품이 정말이지 그리웠다. 나도 모르게 주책없이 지금 이 순간에 눈물을 흘릴 뻔 했다.
눈물을 머금고 형을 껴안은 채로
"아버지가 추운데 꽤 오래 누워계셨어요. 혹시 내일 아침에 이상은 없는지 잘 봐드리세요."
그렇게 안고 있던 형에게서 몸을 떼고는
"저 진짜 가볼게요. 날도 추운데 어서 들어가세요. 형"
그렇게 난 다시 앞을 돌아 미련 없이 형에게서 멀어졌다.
늦어진 시각
휴대폰을 열어 집에 가려고 하는데
[나 지금 와이프랑 대판 싸우고 집 나와서 오늘 집에 못들어간단 말야...]
[모텔 잡고 주소 찍을테니..술 자리 끝나고 늦게라도 와서 여기서 자. 알았지? 나 더 이상 양보 불가]
진우 형의 아까 남겨진 그 문자 밑으로
추가로 전송된 문자 2건이 와 있었다.
[찍혀진 모텔 주소]
[꼭 와!!! 올 때 까지 기다린다. 꼭!]
'하.........(깊은 한숨을 내쉬곤)
이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하지. 난 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진우형이 있는 모텔로 향했다.
'똑똑똑'
"저에요"
"오!!! (반가운 목소리로) 쭌이야?"
문이 철컥 열리곤
보일러를 얼마나 후끈하게 틀었는지 방안의 온기가 내 볼까지 느껴졌고, 그가 드로즈 팬티 속옷 차림으로 날 반겨주었다.
"들어와! 들어와"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뭐야! (내 쪽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고는) 생각보다 술 많이 마신거 같은데? 서울대 쌤이랑 오랜만에 소주 한 잔 하면서 회포 좀 풀었어?"
"회포는 무슨..저 좀 씻을게요"
"어어~~~ 내가 편의점에서 닭꼬치랑 안주거리 몇 개 사왔거든. 소주는 두 병 있는데 이 정도면 되지?"
"네."
그렇게 샤워를 다 마친 후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내곤 샤워가운을 입고 머리를 말리는데
진우 형이 어느새 내 뒤에 와서는 샤워가운을 벗기고 내 가슴을 혀로 핥고 있었다.
"(형을 내밀며) 형....오늘은 진짜 미안한데 좀 취하기도 했고, 안 오려다가 형이 꼭 오라고, 올 때 까지 기다린다는 문자를 보내서, 저 진짜 잠만 자려고 왔어요.."
"에이~거짓말~~ 너도 나랑 하고 싶어서 모텔 온거잖아~~ (무시한 채 다시 내 가슴과 유두를 혀로 강하게 빨면서 한 손으로는 내 그곳을 만지는데)"
"아 진짜!!! (형을 더 세게 밀어내며) 오늘은 제발 그냥 잠만 자고 가면 안돼요? 잠만 자러 오라면서요! 그래서 지금 왔잖아요!!(소리를 지르곤 정색하며)"
"(내 눈을 쳐다보고는)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에요. 취해서 그래요. 진짜 정말 취해서.. 그리고 몸도 피곤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형을 밀어낸 후 벗겨진 샤워 가운을 다시 입고는 머리를 계속 말리는데
9년 만에 만난 성태형이 아버지한테 맞는 장면과 함께 옛날 형의 몸에 든 멍자국이 다시금 떠올랐고, 9년 동안 이 품이 참 그리웠다며 날 확끌어안는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참으려고 했는데..
더 이상 울지 않으려 했는데...
마침 드라이기 소음이 너무나 커서 내 울음소리를 잘 감춰줄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버렸다.
진우형이 내 눈물을 봤을까.
난 머리를 말리던 수건을 얼굴로 내려 눈물을 재빠르게 훔쳐냈다.
근데... 눈물이 멈추기는 커녕
끝내 터져버리고 말았다.
"꺼억..........흐흑.............꺼억"
"쭌....(날 조용히 부르곤) 하.. 도대체 무슨 일인데? (한숨을 깊게 내 쉬곤)"
내가 아무 말 없이 계속 흐느끼자
"(한숨을 한번 더 쉬고는) 됐다 그래! 울고싶으면 울어라. 근데 너.. 내 앞에 와서 다른 놈 때문에 울지마라.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곤)"
그렇게 진우형은 울고 있는 내 앞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난 시간이 지나 울음을 그치곤 침대로 가서 몸을 뉘였다.
그리곤 취한건지, 아니면 노곤했던건지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 8시를 지나 커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날 깨웠고 일어나보니 침대 위에 진우 형이 없었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형 오전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현관 앞에 컨디션 사뒀으니까 마셔.]
진우 형의 문자가 남겨져 있었다.
그냥 집에나 들어가지. 모텔엔 왜 와서 이 사단을 만들었는지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며칠 후
회사 안
"현준씨 ~~ 1층 로비에서 연락왔는데 데스크에 누가 뭐 맡기고 갔다는데. 내려가봐~~"
"넵"
그렇게 본관 1층 데스크 앞으로 가서 경비원 아저씨에게
"12층 디자인 부서 도현준이요"
라고 말하자
"아 여기요~(봉투 하나를 건네며) 주신 분이 최성태 라고 하면 안다고 하시던데요~"
그렇게 아저씨가 최성태라는 이름을 말하곤 내게 파리바게트 봉투를 건네는데 봉투 안을 살짝 열어서 보니 샌드위치와 마늘바게트 그리고 마카롱이 들어있었다.
"아니 내 명함도 줬는데, 문자라도 하지. 연락도 없이...이 형도 진짜..."
그렇게 빵을 들고 부서로 다시 올라오는데
이대리가 담배피러 가는 길인지, 나가는 길에 날 보고는
"뭐야 뭐야~~~~(봉투 안을 보고는) 와........마카롱 뭔데! 샌드위치 뭔데! 여자친구 없다고 하더니 완전 구라였구만...."
"아니에요;; (마카롱 하나를 집어선) 하나 드실래요?"
"어우.. 됐어! 여친이 준건데~ 자기나 많이 드세요~~~~"
저 놈의 자기 소리는 진짜.. 어떻게 안되나.
그 때 휴대폰에서 문자가 울리곤
[빵 잘 받았어? 연락도 없이 회사에 불쑥 찾아와서 미안. 오늘 형이 연차라서 쉬는 날이라 심심하기도 하고 저번에 일 고맙기도 해서. 아무튼 네가 좋아하는 마늘바게트랑 마카롱 몇 개 넣어봤어. 너네 회사 들리는 소문으론 야근 많이 한다며. 식사 거르지 말고 혹시라도 배고프면 샌드위치 챙겨 먹고. 아 그러고보니 이 번호 누군지 모르겠구나. 나야. 성태형.]
문자를 보는데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다.
"바보. 누가봐도 최성태 문자인 건 세상이 다 알겠네"
[아니 형! 뭘 번거롭게 회사까지 오셨어요. 빵 감사히 잘 먹을게요. 그리고 놀랐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만 들어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도 화이팅.]
[아버진 좀 괜찮으세요?]
[응 네 덕분에]
[형 오늘 연차면 저녁에 따로 볼일 있으세요?]
[아니]
[괜찮으면 저랑 같이 저녁 먹어요. 제가 성인되고 나서 제대로 밥 한 번 사드리고 싶었거든요.]
[밥은 형이 사주면 되는데; 뭐 네가 사주고 싶다고 하니 그렇게 하지 뭐. 그럼 형이 시간 맞춰서 너네 회사 앞으로 갈게]
혹시나 회사 사람들이 볼까 싶어
[아...아니에요. 장소 정해서 보죠 형. 우리 소고기 먹어요. 제가 문자로 가게 링크 하나 보내놓을게요.]
[그래~~]
그렇게 형과 저녁 7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퇴근할 시간 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7시가 넘어서도 퇴근을 하지 않는 저 이대리.
도대체 언제 집에 갈 생각이지.
더는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약속 있어 먼저 가보겠다는 말을 전하러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는데
그 때 갑자기, 부장실에서 문이 덜컥 열리고는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일들을 하는거야!!!!!!!(소리부터 지르고는)! 최과장! 이대리! 이거 과자랑 커피 최종 디자인 누가 체크 했어!? 컨펌 제대로 한 거 맞어? 어?(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무슨 일이세요 부장님"
최과장님이 부장님께 달려가고는
"과자는 제품 품목보고번호가 틀렸고, 그리고 이 커피는 지방이 없는 제품이라 영양정보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란에 지방이 0%여야 하는데 1%로 오표기 됐잖아!!! 영양정보 표기법 식약청 가이드라인 저번주에 새로 교육도 다 받았는데 다들 정신 안차릴래!!!!!!!!! (소리를 버럭지르며) 지방 0%, 1% 한 끝 차이로 판매량이 천지차이인거 알아 몰라! 알아 몰라!!!!!!!!!!(소리를 버럭지르며) 디자인 벌써 다 인쇄했다는데 이거 비용처리는 또 어떡할거야!!!!!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제품 디자인 서류를 바닥에 내던지며)"
"저 과자랑 커피 현준씨가 맡은 디자인 아닌가?"
이대리가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는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허리까지 숙이곤)"
"최과장, 이대리 너네는 현준씨 선임 아냐? 니네가 제대로 체크를 했으면 이런 일 없을거 아냐."
"죄송합니다. (최과장과 이대리가 함께 고개를 숙이며)"
"됐고, 일단 공장에 디자인 인쇄한거 제품 공정처리 당장 중지요청 했으니까.. (화를 삭히곤) 다들 제품품목보고번호 다시 한번 체크하고 이대리는 추가 예산안 보고서로 정리해서 올려, 현준씨는 디자인 빨리 수정하고. 최과장은 예산안이랑 디자인 수정되면 최종 컨펌해서 나랑 다시 보자고."
회사 입사하고 나서 이런 큰 실수는 처음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부장님이 부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이대리님이 입을 열었다.
"연애 하는거 좋아 그래. 근데 아무리 연애를 하더라도 일 할 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을 하셔야죠~~~예산안 다시 짜려면 오늘 아홉시 전에 퇴근하긴 글렀네 또. (비꼬는 듯 말하는 이대리) "
"이대리. 그만하고 부장님 말씀 들었지? 현준씨는 빨리 수정작업하고, 이대리는 나 좀 잠깐 봐"
그렇게 회의실에 과장님과 대리님 둘이 들어가는데 들어가자마자 과장님이 엄청 큰 소리를 내며 야단을 치고 있었다.
저렇게 혼을 내면 또 난 이대리한테 엄청 갈굼당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때 부터 정신과 영혼 모두 가출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사고는 저질렀고,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
얼른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품목보고번호를 체크 하고는 지방 % 비율과 함께 다시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나 다른 곳은 틀린곳이 없는지 계속해서 검수를 하고 또 검수했다.
그렇게 수정을 하고 있는 도중 한창 혼이난 이대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수정 다 했지? 내가 지금 화가 엄청 많이 나긴했는데... 네 디자인을 한번 더 검수하고 체크하는게 내 일이니까 내가 뭐라고 화도 못내겠다. 그래도 가르쳐야 할 건 가르쳐야 하니까. 너 당장 내 옆에 와서 예산안 짜는거랑 보고서 작성하는거 배워."
"네(풀이 죽어선)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이대리님 옆에 붙어서 일을 배우고 있는데 이 불편한 상황이 도대체 언제쯤 끝이날지..놀 때는 시간이 잘 만 가더니.. 1분이 10분처럼 아니 1시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집중해서 필기도 하고, 일도 배우고 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8시 5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부장님이 부장실에서 나오더니
"으이구 으이구~ 이 삼총사들아~~~처음부터 제대로 확인 했으면 야근도 안해도 되는걸 이게 무슨 고생이냐. 일단 상무님께 디자인 오표기 및 공장 공정 중지 요청 보고 드렸고,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신다고 하시니까. 내일 오전에 다시 회의하자. 아홉신데 얼른 집에들 들어가. 그리고 제발 나 나쁜 상사 좀 그만 만들어라 어!???? 이놈의 새끼들.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번주나 금요일에 소주 한 잔씩들 하자고. 내가 살테니까."
"죄송합니다. 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부장님"
그렇게 부장님이 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과장님과 이대리님도 뒤따라서 퇴근을 했고, 나도 마지막으로 사무실 뒷 정리를 하면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데 뭐지?
깔끔하게 뒷정리를 다 한거 같은데
컴퓨터를 안 껐나? 소등을 안했나? 그것도 아니고 멀티탭 전원을 안 껐나? 그것도 아닌데..
뭔가 하나를 꼭 놓친 것 같은 이 찝찝한 기분.
뭐지...
'헉........내 정신 좀 봐. 진짜 이젠 내가 미쳤나봐...........이를 어쩌지'
성태 형이랑 했던 저녁약속이 이제서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 저녁 약속이 7시 30분이었는데. 지금 도대체 몇 시지.
허겁지겁 고개를 들어 회사 벽에 세워진 시계를 바라보는데 밤 9시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곤 내 자리로 급히 돌아와 휴대폰을 보는데
이미 부재중 통화 2통, 새로운 문자메세지 2통이 찍혀있었고
====
7:32 부재중통화 1건 성태형
7:45 부재중통화 1건 성태형
7:46 [현준아 형 가게 왔는데. 전화 안 받네. 무슨 일 있어?]
8:10 [회사에 무슨 일 이라도 생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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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전화랑 문자 진동이 울리는지도 모른 채, 일을 처리하는데에만 빠져서 형과의 약속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난 바로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를 어쩌지... 이를 어쩌지....
9:12 [형 지금 어디에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미쳤나봐요. 형이랑 한 약속도 잊어버리고. 저 지금 일이 끝나서... 일단 만나서 설명할게요. 우리 지금이라도 만나요 형. 정말 죄송해요..]
그렇게 문자부터 보내놓고는 짐을 부랴부랴 챙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급히 내려가는데
근데 형과 연락도 안되는데 내가 지금 당장 어디를 가려고 이렇게 맘이 급한건지.
형의 집도 모르면서, 형이 지금 있는 곳도 모르면서 마음만 앞서 있었단 걸 깨달았다.
그렇게 풀이 죽어선 1층에 도착 후 형에게 한번 더 전화를 하면서 나가려고 하는데
"도현준!"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가 1층 로비 구석에서 들렸다.
도대체 누가 내 이름을 불렀지? 싶어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혼이나면서 정신 없이 일한 까닭에 내가 지금 헛것이라도 봤나 싶었는데....
연차라더니.. 쉬는 날이라더니...
성태형이 수트 차림을 하고선 1층 로비 옆 기둥에 가볍게 기댄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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