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95년 (6)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밤새 그 아저씨 생각에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
아저씨와의 경험은 아주 강렬해서 소장도 구철네도 성에 차지 않았다.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
작업화 핥을 때는 공포에 질렸지만, 잘 때는 자꾸 생각나 두근거렸다.
뭔가 연민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불알 떼라는 말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끌리는 뭔가가 있었다.
6시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떨렸다.
“떡대형 현장 한 번 둘러보고 올게요”
“좀 전에 갔다 왔잖아?”
“그건 점심 먹기 전이고요”
“너 왜 이렇게 적극적이냐 갑자기. 어디 아파?”
“아닌데요”
“야! 동수. 괜찮아?”
“괜찮다고요”
“너 그런다고 정직원 안 시켜줘. 우리 회사 공채만 뽑아”
“알아요”
시키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오전엔 아저씨를 못 찾았다.
그래서 한 번 더 찾아보려고 나왔다.
지하 1층에서 봤다.
아저씨는 같이 일하는 자신보다 작은 인부의 목에 톱을 대고 자르는 시늉을 하면서 욕을 하고 있었다.
작은 아저씨는 겁을 먹고 분한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톱을 내려놓았다.
작은 아저씨는 살짝 건드리면 울 것 같더니 망치를 벽에 던지고 식식거리면서 나갔다.
“뭐야?”
“그냥 현장 보고 오라고 그래서요”
“떡대 새끼 지가 소장인 줄 아나 보네. 하여간 개.새끼들”
이상하게 아저씨가 안 무섭고 개개보고 싶었다.
“개.새끼 아닌데요”
“디질래 새끼야”
그날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이젠 겁나지도 않았다.
더구나 저 아저씨의 정액을 받았다는 생각이 자신감을 느끼게 했다.
그렇다고 전혀 안 무서운 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날라 올 연장과 주먹을 조심했다.
“개.새끼 아닌 건 맞잖아요”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지 갑자기 아저씨의 가슴이 크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니 새끼도 내가 사람으로 안 보이지?”
아저씨는 톱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너도 모가지 썰어 줘? 응?”
말도 그렇지만 표정도 여전히 살벌했다.
저 표정을 보고 저런 사람이 나를 끌어안고 욕정을 풀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나는 다가가 물병을 건넸다.
“뭐여?”
“보면 몰라요”
“왜 나한테 이런 걸 주냐고 새끼야”
“싫으면 버리고요”
아저씨에게 다가가 가슴에 물병을 댔다.
아저씨는 물병을 받고 말했다.
“니, 나 좋아하면 죽여버린다. 니들이 놀릴 만큼 나 그렇게 무시당하고 살 놈 아니다. 알았냐?”
말하는 걸 보면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아저씨를 보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면서 사무실로 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아까 본 키 작은 아저씨가 화를 내면서 나오고 있었다.
떡대도 따라 나오다 복도 난간에 배를 대고 머리를 움켜잡고 한숨을 푹 쉬었다.
“형 무슨 일 있어요?”
“아~ 나! 두식이 때문에 미쳐버리겠다. 씨.발 강두식”
“두식이요?”
“있어. 그런 새끼”
작은 아저씨를 보니까 그 아저씨가 강두식 같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형! 더운데 일단 들어가요. 시원한 얼음물 타 드릴게요”
얼음 동동 띄운 물을 2잔 가지고 가서 앉았다.
“마셔요. 형”
“하필. 소장님도 없는데. 씨.발”
“일단 한 모금 마셔요”
떡대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내려놓았다.
“내가 전에 말했지. 우리 현장에 사람 죽인 새끼 있다고”
“진짜 죽였어요?”
“죽였으면 여기서 일하고 있겠냐. 근데 진짜 아니야? 그 미친 새끼”
두식이는 소장도 잘 안 건든다고 말했다.
땡땡이를 쳐도 웬만하면 소장도 못 본 척한다고 말했다.
내가 북 사장과 드라이브 갔을 때 강두식이 인부를 두들겨 패서 응급실에 간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소장이 억지로 화해시키고 경찰서에서 빼 줬는데 또 지랄한다고 떡대가 미치려고 했다.
“야! 동수야”
“예”
“니도 두식이 새끼하고 웬만하면 말 섞지 마라. 시비 걸어서 쌈하려고 그런다”
“두식이 아저씨가요?”
“아저씨는 무슨. 개.새끼지”
“하청이잖아요. 보내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업체 사장한테 여러 번 얘기했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자꾸 사정해서 그렇지. 소장님도 업체에서 신세 진 것도 있고. 아이고 머리야”
“그래서 혼자 일 시키나 보네요”
“혼자는 무슨. 다들 못 해 먹겠다고 가니까 혼자지. 아무튼, 동수야 두식이 옆에는 가지 마라. 알았지?”
두식이 아저씨를 두둔하고 싶었다.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겠죠”
“그 새끼는 지 마누라도 죽도록 팬다더라. 별이 5개야”
“별이요? 군인인가요?”
“야! 아~ 머리 아파. 전과 5범”
“아 별이 전과구나”
“분명히 얘기했다. 두식이한테 말도 걸지 말고 쳐다도 보지 마. 강냉이 다 털리는 수가 있다. 알았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강두식이 이 버러지 같은 새끼 진짜”
두식 아저씨가 나한테 버러지 취급하냐고 사람으로 안 보냐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인부들이 모두 그렇게 대하니 내가 두식 아저씨라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난 오히려 그런 두식 아저씨가 불쌍했다.
두식 아저씨는 점심을 먹어도 인부들이 다 먹고 없을 때 혼자 먹었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면 불쌍했다.
밥 먹고 나가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뭔가 있어 보이는 멋이 있었다.
아저씨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얼굴만 보려고 내려갔다.
스티로폼 위에 누워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다리 하나를 반대편 다리에 올리고 있었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눈을 감았다.
올리고 있는 두꺼운 다리통에 자꾸 눈이 갔다.
저 다리와 몸통에 눌렀다고 생각하니 화끈거리면서 발기되려고 했다.
아저씨는 살짝 눈을 뜨고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한마디라도 걸고 싶어졌다.
실수할까 봐 속으로 연습을 하고 나서 말했다.
“아저씨 이제 올라가도 될 것 같아요. 20분이에요”
아저씨는 손짓으로 가라고 했다.
돌아서 천천히 몇 걸음 가자 불렀다.
“야!”
그 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바로 뒤돌아서 대답했다.
“예?”
“오늘은 오줌 지리기 싫나 보네”
“예?”
아저씨는 다시 가라고 손짓했다.
며칠 동안 아저씨를 연구하듯 생각을 많이 했다.
구철네 컨테이너에서 벗은 아저씨의 몸을 보면 간절했다.
“야! 동수야 전에처럼 힘 좀 줘봐라”
“형님! 빨리하고 나오쇼. 줄이 안 보이요”
두식 아저씨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뭔가 잡힐 듯하면서도 멀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인부들이 내게 박.아대고 있지만, 흥이 안 났다.
난 그냥 다리를 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가만히 있었다.
구철도 내게 사정하고 일어섰다.
오늘도 그들의 정액을 질펀하게 받았지만 재미없었다.
아저씨는 술 한잔을 건네며 말했다.
“동수 무슨 고민 있나?”
“아니요. 없는데요”
“종일 멍하니 있는 거 같은데”
“아니에요”
나이 많은 아저씨가 자신의 성기를 흔들면서 말했다.
“동수야! 한 판 더 해도 되제?”
“예”
“아이고 형님. 나이 먹고 쎄긴 쎄네. 겁나 쎄”
“저 허벅지 좀 봐라. 다리 짧고 허벅지 굵으면 정력도 세다더만.”
“이번엔 서서 해 볼까?”
난 벽에 손을 대고 다리를 굽히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아저씨는 내 허리를 잡고 강하게 박았다.
컨테이너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컸다.
“형님! 무너지요. 살살 좀 하쇼”
그래도 아프지 않았다.
인부들은 이제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들은 하든 말든 신경 안 쓰고 고스톱을 쳤다.
나는 오로지 두식 아저씨 생각뿐이었다.
“저 들어가 볼게요”
“왜? 갈라고?”
“예. 오늘은 저쪽에서 자려고요”
“그래. 고생 많았다. 동수야”
내가 옷을 챙겨입고 있을 때 인부들끼리 말했다.
“동수 어디 아픈 거 아니요?”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긴 하네”
“동수야! 니, 진짜 괜찮제?”
“예! 괜찮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푹 쉬어라”
귀찮아서 씻지도 않고 누웠다.
두식 아저씨 생각이 나서 이리저리 뒤척였다.
선잠을 자고 있던 밤 11시쯤 소장이 들어왔다.
“아직 안 잤나?”
“예. 늦었네요”
“늦기는. 어여 자자”
“주무세요”
소장도 누워서 잠을 못 자는지 뒤척거렸다.
“소장님”
“오? 안 자고”
“소장님도 잠이 안 옵니까?”
“니는?”
“이제 자렵니다”
“이리 와 봐라. 안아보자”
소장은 날 꼭 안았다.
소장의 몸에서 약하게 향수 냄새가 났다.
“동수야”
“예”“니, 괜찮나?”
“뭐가요?”
“똥구멍으로 받고 그래도 아무 문제 없나?”
“괜찮아요”
“그래? 니도 피똥 사고 그랬나?”
“예?”
난 소장님을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보나?”
소장은 쳐다보지 못하게 내 머리를 꼭 안았다.
“소장님 무슨 일 있어요?”
“아니다. 아무 일 없다. 어여 자자”
소장은 요즘 고민이 많아 보였다.
근무 중에 무단 조퇴하는 일도 잦았다.
오늘도 소장은 일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내다 조퇴했다.
그러다 보니 떡대가 대신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인부들에게 소리치는 일도 많아졌다.
떡대 성격이 점점 거칠어졌다.
나한테도 짜증을 부렸다.
두식 아저씨가 다른 때와 다르게 인부들이 많은 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자 떡대가 굉장히 긴장했다.
저번처럼 또 소란피울까 봐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지켜봤다.
나는 떡대와 다르게 이렇게라도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다행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지만 떡대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두식 아저씨가 다른 인부들과 잘 어울리길 진심으로 바랐다.
두식 아저씨가 보고 싶었지만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려갔다.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나를 관리자의 졸개로 생각하여 귀찮아했다.
그러나 내게 아저씨는 가깝게 느껴지는 사이였다.
“아저씨”
아저씨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하던 일을 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일어나 등을 보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 가면 분명히 나를 부를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야! 임마”
“예?”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일이나 하세요”
갑자기 인상을 쓰며 째려보고 말했다.
“이 새끼가”
순간 ‘아차’ 싶었다.
친한 감정은 나만 있었지 아저씨는 여전히 내가 싫은 존재였다.
고개를 끄덕하고 돌아서자 나를 불렀다.
“야! 니, 이리 와 봐라”
대화 몇 마디 하려는 기대감에 왔는데 또 전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것 같았다.
“저, 가봐야 하는데요. 수고하세요”
그러자 큰소리를 쳤다.
“야! 씨.발”
아저씨는 다가와서 내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순간 왜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왜 날 미워해요?”
“뭐?”
“미워하고 있잖아요”
아저씨는 나를 내려놓았다.
난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아저씨는 한심하다는 듯 헛웃음치고 말했다.
“이 새끼 또.라이 새끼 아니야”
그 순간 아저씨를 와락 안아버리고 싶었다.
“니, 이리 와봐라”
스티로폼이 있는 곳으로 따라갔다.
“앉아라”
아저씨가 먼저 앉았고 옆에 바짝 안고 싶었지만, 살짝 떨어져 앉았다.
“니, 내 말 잘 들어라”
난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소장 새끼가 뭐라고 가르쳤는지 모르겠다만, 암만 사람이 조ㅈ 같아도 어른 가지고 장난하는 거 아니다”
아저씨는 담배를 피우면서 내게도 담배를 주었는데 그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라이터를 켤 때 뭉클했다.
거칠게 보이는 엄지손가락과 손톱 사이의 검은 때가 아저씨를 불쌍한 존재로 보이게 했다.
“소장 그늘 안에서 어깨에 힘주지 마라! 남자 새끼가 그러면 못 쓴다.”
아저씨답지 않게 옆집 아저씨 느낌이 나는 말을 했다.
“가봐라!”
아저씨 말이 끝나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떡대였다.
“동수 여기서 뭐 해?”
“이제 올라가려고요.”
떡대는 아저씨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봤으면서도 아저씨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괜찮아?”
“예. 뭐”
“가자”
“예”
가면서 뒤돌아 아저씨를 보았다.
코웃음을 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떡대는 올라와서 물었다.
“무슨 얘기를 했는데?”“그냥 뭐”
“얘기가 되디?”
떡대가 아저씨를 이렇게 취급하는 게 맘에 안 들었다.
“두식이 아저씨도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큰일 난다. 조심해라”
이렇게 말하는 떡대가 못마땅했다.
“나, 간다. 너도 씻고 빨리 자”
떡대는 월요일이 싫다면서 출근하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소장님 오늘도 안 나오신단다”
“어디 가신 건가요?”
“소장 맘대론데 내가 알겠냐”
소장이 없으면 왠지 풀어지는 것 같고 휴일처럼 느껴진다.
작업은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각자 알아서 계획대로 진행한다.
떡대는 도면을 들고 다니면서 확인하고 다녔다.
떡대가 퇴근하자 저녁을 먹으려고 함바집에 가려고 할 때 전화가 왔다.
소장이 서류뭉치를 들고 관광호텔로 오라고 했다.
차는 소장과 떡대가 가져갔고 구철네는 회식한다고 차를 가지고 모두 나가고 없었다.
마침 두식 아저씨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아저씨”
“왜?”
“소장님이 이걸 좀 가져다 달래서 그러는데 시내까지 태워 줄 수 있어요?”
아저씨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차로 갔다.
1톤 트럭이 두식 아저씨의 자가용이었다.
차 앞까지 따라갔지만 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지 않자 조수석에 탔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출발하다 아남프라자 앞에서 말했다.
“어디서 내릴 거야?”
“여기서 내릴게요”
택시를 잡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더니 후진으로 되돌아와서 멈췄다.
“어디여?”
“설악산관광호텔이요”
“타”“예?”아저씨는 운전대를 잡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올라타자 출발했다.
대포항을 거쳐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서 조금 더 들어갔다.
“고맙습니다”
“문 닫어!”
“조심히 들어가세요”
산속에 있는 호텔이었다.
노크하자 북 사장이 문을 열어주었다.
바람 때문에 가운이 날렸는데 성기에 젤을 발라놓은 것처럼 반질거렸다.
“들어와”
소파에 앉자 시원한 맥주를 주었다.
“소장님은요?”
“화장실에서 곧 나올 게다”
10분 정도 지나자 소장이 샤워가운을 입고 머리를 털면서 나왔다.
“동수 왔냐?”
“예. 이거 가져왔습니다.”
소장은 서류를 받아 북 사장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이겁니다. 형님”
“천천히 보도록 하세. 몸은 괜찮은가?”
“예. 괜찮습니다.”
소장은 서류 하나를 꺼내 들고 말했다.
“도치가 봐 보라고 줬는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형님”
소장과 북 사장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소장이 열변하듯 말하면서 엉덩이를 들썩이자 가랑이 부분의 가운이 벌어졌다.
그곳은 매끈하게 면도 되어 있었고 수축한 성기의 요도에는 정액 한 방울 맺어 있었다.
북 사장은 소장의 다리 안쪽에 손을 대고 긁적이며 대화했다.
자리가 불편해서 나가려고 일어났는데도 그들은 대화에 빠져 나를 못 보는 것 같았다.
문 앞에서 간다고 인사를 했다.
북 사장은 더 있다가 가지 그러냐고 했다.
그러나 소장은 빨리 가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어 그래 조심하고”
버스정류장이 있는 소공원까지 걸어갔다.
숲 냄새가 상쾌했지만, 왠지 분위기가 버스가 올 것 같지 않았다.
푸른색 공중전화 부스 4개가 나란히 있었다.
수화기가 전화기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다 말고 친구에게 전화했다.
"야! 동수 반갑다. 속초에서 알바 한다며?"
"어"
"와! 좋겠다. 바다도 보고 설악산도 가고 부럽다"
"부러울 거 없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건 똑같아"
"왜? 속초라며?"
"일하러 왔지, 놀러 왔냐?"
"친구들하고 속초 가면 콘도 잡아 줄 수 있어?"
"미친놈 내가 콘도 주인이냐?"
친구도 등록금과 군대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친구의 고민을 들으니 힘이 났다.
그때는 친한 친구라도 잘 나가면 비교가 되는 것 같아 질투가 났다.
처지가 같으면 위로가 되었다.
주차장엔 차들이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좀 있었다.
괜히 벚나무를 발로 찼다.
발만 아팠다.
그때 나에게 트럭 한 대가 다가왔다.
“죄 없는 나무는 왜 차고 지랄이냐?”
두식 아저씨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소장 새끼가 차도 안 내주디?”
“그냥 도망치듯 나왔어요.”
“타라”
이렇게 말하는 아저씨가 멋있었다.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도 좋았다.
"안 갔어요? 아까 간 거 봤는데"
"가다가 할 일도 없고 그냥 드라이브 왔다"
아저씨는 목우재 정상에 차를 세웠다.
"담배 하나 피우고 가자"
잡초 무성한 작은 공터 한쪽에 낡은 목제 벤치가 있었다.
그곳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콘도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담배를 다 피울 동안 아저씨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적 속에 담배 연기만 날렸다.
"넌 내가 안 무서우냐?"
"왜요?"
어쩌면 아저씨는 일부러 무서운 척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부모님은 뭐 하시냐?"
"어렸을 때 이혼해서 아버지 본 기억이 없어요."
아저씨는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한 번도 안 찾아오데요. 이젠 보고 싶지도 않고요."
"이유가 있겠지."
"엄마는 맞고만 살았데요."
“그만 가자”
아저씨는 더 듣기 싫었는지 말을 끊고 가자고 했다.
내리막길을 따라 척산온천을 지났다.
왼쪽에는 종합운동장이 있었는데 밤에 카섹스족들이 온다는 소리를 들어서 쳐다봤다.
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옷에 베인 담배 냄새가 은은한 게 달콤하기까지 했다.
가끔 담배 냄새가 이렇게 좋을 때가 있다.
몸에서는 남자 냄새도 났는데 이런 냄새는 뭔가 기분을 이상하게 한다.
성적 매력이 느껴지며 끌리기도 하지만 마음을 차분하게도 만든다.
아저씨가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고 운전하면서 눈을 껌벅이는데 그 모습이 순수해 보였다.
그런 아저씨의 모습 하나하나가 시비를 걸어 맞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맞고 나서 미안한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는 상상을 했다.
“오늘 아저씨 집에 가면 안 돼요?”
아저씨는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고는 운전을 계속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다가 현장 컨테이너 앞에서 멈췄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컨테이너 문을 열려고 할 때 부드럽게 나를 불렀다.
“동수야!”
나는 설마 하는 기쁨을 일부러 감추려고 천천히 뒤돌아 시무룩한 투로 대답했다.
“왜요?”
“타라”
좋아서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기어봉을 잡은 아저씨의 손을 잡고 싶었다.
아저씨는 시내 공터에 주차했다.
그리고 좁고 긴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관인지 여인숙인지 모르겠지만 화장실과 씻는 곳은 밖에 따로 있었다.
방은 작았고 많지 않은 옷이 벽에 박.아놓은 못에 걸려 있었다.
바닥에는 빨랫감과 빈 술병 그리고 먹고 버린 컵라면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창문이 없어 환기되지 않아 홀아비 냄새도 많이 났다.
내가 치우려고 하자 아저씨는 놔두라고 했다.
그때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오더니, 주차 때문에 전화 왔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바로 나갔다.
나는 방문을 열고 바닥에 놓인 검은 봉투에 버릴 것들을 담았다.
그리고 이불을 들고 밖에 나가 털자 먼지가 많이 날렸다.
방을 쓸었는데 흙먼지가 많았다.
닦으려고 했는데 걸.레가 없었다.
“뭔 청소야! 놔둬”
“거의 다 했어요. 걸.레 있어요?”
아저씨는 양말을 벗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놔둬. 밥 안 먹었지?”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누군가에게 술을 따라 준 적이 없었다.
아저씨는 술병을 옆에 놓고 말했다.
“내가 알아서 마실라니까 넌 밥이나 먹어라”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지폐를 꺼내 계산했다.
그리고 갯배 선착장에 가서 벤치에 앉았다.
아저씨는 저게 갯배라고 알려주었다.
차로 건너편을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아저씨가 이런저런 말을 했는데 잘 들려오지 않았다.
아저씨 옆에 바짝 앉아 굵은 팔뚝이 내 팔에 살짝 스칠 때의 느낌을 감상하듯 거기에 집중했다.
발을 아저씨 발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붙였다.
아저씨가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낼 때 무릎 아래 다리가 내 다리에 접촉했다.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짜릿한 감정이었다.
털 때문에 까슬까슬한 느낌이 좋았다.
슬리퍼는 무게 때문에 뒷부분이 눌려 닿아 있었고 발가락마다 진하고 긴 털이 나 있었다.
발이 두껍고 뒤꿈치가 마른 논처럼 쩍쩍 갈라졌는데 짐승의 발 같았다.
앉아 있는 동안 아저씨의 몸만 유심히 본 것 같다.
그날 방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고 잤다.
아저씨 옆에 조금 떨어져 누웠는데도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저씨의 숨 쉬는 것에 맞춰 숨을 쉬기도 했다.
일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거의 매일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몇 마디 간단한 인사를 하고 같이 올라왔다.
그 잠깐의 시간이 하루의 피곤함을 잊게 했다.
비가 오자 외부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오후 5시쯤 퇴근했다.
아저씨는 내부에서 다른 아저씨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안 가요? 다른 아저씨들은 비 온다고 다 들어갔는데요”
“비와도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지”
같이 일하는 아저씨가 말했다.
“두식이 우리도 이만 하세”
“난 이거마저 끝내려니까 먼저 들어가셔”
같이 일하는 아저씨는 신나서 먼저 갔다.
“오래 해야되요?”
“왜?”
“아니. 일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저도 들어가니까 그렇죠”
“올라가! 이렇게 해 놓고 가면 안 되지!”
아저씨는 잠깐 쉬는 곳을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옮겼다.
지하 1층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스티로롬 위에 앉아 아저씨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끝나기를 기다렸다.
동바리를 망치로 때리면서 해체하는 모습과 빠루로 합판을 뜯어내는 모습이 멋있었다.
작업복 입은 엉덩이와 허벅지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달아오르면서 발기되었다.
아저씨는 동바리를 망치로 때리면서 풀다가 천장에 붙은 합판에서 시멘트 가루 같은 것이 떨어져 뒤집어썼다.
아저씨는 해체하던 동바리를 신경질적으로 다시 조이고는 망치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나에게로 왔다.
머리를 손으로 털었음에도 여전히 허옇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나는 물병을 건넸다.
“다 끝났어요?”
“씨.발. 성질나서”
아저씨는 물 한 모금을 먹더니 머리를 숙여 물병을 머리에 부어 먼지를 씻었다.
그리고 스티로폼 위에 앉아 옆에 있던 수건을 들고 닦았다.
난 여전히 발기되어 있었고 가슴이 뛰었다.
아저씨의 다리 위에 손을 올리고 눈치를 봤다.
신경 쓰지 않자 그곳에 손을 올렸다.
그래도 아저씨는 땀만 닦고 있었다.
손으로 만지작 거리자 아저씨가 말했다.
“좋냐?”
나는 대답대신 얼굴을 그곳에 댔다.
그러자 아저씨는 허리띠를 풀면서 말했다.
“그래라”
아저씨는 바지와 팬티를 잡고 무릎까지 내리고 벽에 기댔다.
축축한 땀이 싱싱하게 느껴졌다.
빨고 있을 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감격했다.
작업화 끈을 풀고 있을 때 아저씨는 윗옷을 벗고 옆에 두었다.
신발과 양발을 벗기고 바지와 팬티를 빼냈다.
그리고 알몸인 아저씨의 몸을 얼굴까지 훑어봤다.
아저씨는 머리를 벽에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발바닥에 얼굴을 대고 발냄새를 맡다가 발가락을 입에 넣으려고 하자 아저씨는 내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버러지처럼 그러지 마라”
나는 아저씨 그곳에 엉덩이를 대고 안았다.
아저씨는 자신의 성기를 흔들다가 프리컴이 나오자 내 항문에 발랐다.
아저씨는 흥분하면서도 표시 내지 않으려고 꾹 참는 것 같았다.
그래도 완전히 감춰지지 않았고 갈수록 얼굴이 뻘개지는 것이 보였다.
“동수 누워봐라”
누워서 다리를 바짝 들었다.
아저씨 앞에서 이렇게 다리를 들고 있을 땐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영광이었다.
아저씨 앞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의 엉덩이와 다리에 눌리면서 받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세를 바꿔 엎드렸다.
엎드리자 박.아대는 아저씨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아저씨의 육중한 몸이 숨쉬기 힘들 만큼 눌러대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아저씨의 가슴과 배, 다리, 종아리가 닿는 촉감을 신경 쓰며 느꼈다.
아저씨는 발등으로 내 발목을 누르고 있었는데 뭔가 구속된 기분이 들면서 복종심이 생겼다.
내 몸을 닿는 아저씨의 몸이 뜨겁게 느껴졌고 얼굴의 땀이 내 몸에 떨어졌다.
사정할 땐 아저씨의 짧고 굵은 신음과 안에서 껄떡대는 성기 그리고 정액의 분출을 동시에 느끼면서 나도 사정했다.
계단을 올라갈 때의 아저씨의 뒷모습은 언제나 가슴을 벅차게 한다.
저 두껍고 육중한 몸에 눌렸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아저씨와 자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구철네 컨테이너에는 가지 않았다.
두식 아저씨를 매일 찾아갔고, 그 때마다 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씻고 갔다.
오늘도 받고 컨테이너로 들어왔다.
팔을 괴고 옆으로 누워 TV를 보면서도 정액이 채워져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흘러 나오려고 하면 항문에 힘을 꽉 주고 참았다.
몇 번 그러면 완전히 내 것이 된다.
오늘도 그렇게 TV를 보고 있었다.
“동수 있는가?”
구철네 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김씨 아저씨였다.
맥주 2캔과 붉은빛의 마른오징어 한 마리를 가지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오세요”
“이거 배오징어라고 하는디 겁나 맛있구먼. 먹어 볼란가?”
아저씨는 들어와 앉더니 맥주캔을 따서 내게 주고 오징어를 찢어 바닥에 놓았다.
“맥주 어뗘? 냉동실에 시야시 시켰다가 가져온건디”
“시원해서 좋은데요”
아저씨는 오징어 몸통 가운데 부분을 주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김 씨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들과 다르게 내 성기도 빨아 준 적이 있다.
현장에서 잠깐 만나게 되면 주변을 살피고 내 엉덩이를 살짝 만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못해서 그라는디 괜찮제?”
간절해 보이는 아저씨의 눈빛을 봤더니 거절할 수 없었다.
아저씨가 티셔츠를 벗겨주자 팬티는 내가 벗었다.
“와! 겁나게 이쁘구먼”
아저씨는 내 어깨와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
“피부도 곱고 말이여”
그리고 손가락으로 내 두 젖꼭지를 잡고 주물렀다.
“빨갛고 부드러운 것이 애기 젖꼭지여”
아저씨는 옷을 모두 벗고 날 눕히더니 키스를 했다.
그리고 내 성기와 항문을 핥아 주었다.
공사장 사람 중에 내 항문을 핥아 준 사람은 아저씨가 오늘 처음이었다.
내 다리를 잡고 올리더니 안고는 가까이 쭉 당겼다.
삽입하고 내게 엎어졌다.
아저씨의 머리를 감싸 안았는데 정수리 탈모 부분이 매끈했다.
“난 동수가 마누라랑 하는 거 보다 겁나 좋구만”
아저씨는 금방 사정을 하고 내 엉덩이를 닦아주었다.
두식 아저씨의 정액과 섞여버려서 좀 그랬다.
이틀 후에도 김 씨가 문을 두드렸다.
아픈 척했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미식거리고 안 좋아요”
“약은 먹었는가?”
“약 먹을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 그럼 어여 푹 쉬어”
한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 누가 창문을 노크했다.
구철네 막내였다.
얼굴과 목이 시커멓게 탄 게 시골에서 농사짓다 막 올라 온 농부같아 보였다.
“동수 괜찮냐? 김 씨 형님이 니 아프다고 약 사다 달라고 해서 사 왔다”
약 봉투와 까스활명수 그리고 과자 몇 개가 봉지에 들어있었다.
처음엔 구철이 소장과 으르렁대서 못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알아갈수록 정이 있었다.
두식 아저씨 방에도 몇 번 갔다.
갈 때마다 청소해 주었다.
두식 아저씨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싫어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시장을 구경하고 해변을 걷기도 했다.
오늘은 미시령을 넘고 한계령을 넘어서 오자고했다.
김밥과 음료수를 조금 사서 아저씨 방으로 갔다.
그런데 아저씨 방에서 젊은 사람이 화난 듯한 표정으로 나왔다.
순간 젊은이의 양지에 나오는 배우 배용준인 줄 알았다.
방바닥에는 서류봉투 하나가 놓여져 있었고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방 구석에 앉아 아저씨를 보면서 이로 손톱을 뜯고 있었다.
아저씨는 한동안 그렇게 있더니 일어나서 날 보았다.
“왔냐?”
“피곤해 보이는데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와라. 가자”
아저씨의 트럭을 탔다.
아저씨는 내내 말이 없었다.
미시령에 차를 세웠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멀리 속초시내와 바다가 보였다.
아저씨도 내 옆에서 그것들을 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아저씨는 나를 한번 보고는 다시 멀리 봤다.
화장실에 가자 따라갔다.
매점에 들어가니 구수한 냄새가 났다.
“뭐 좀 먹을래?”
“아니 전 괜찮아요”
아저씨는 핫도그를 2개 샀다.
차에 앉아서 먹고 출발했다.
오색약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동했다.
녹물 맛 나는 약수를 박박 긁어 마셨다.
그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나란히 앉았다.
“아저씨”
“왜?”
“아니예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구냐고?”
“예”
“아들이다”
“아들이요?”
“개.새끼. 이혼도장 받으러 왔드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장 찍어주니까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툭 던지고 죽어도 연락하지 말라고 가드라”
아저씨의 눈에 눈물은 없었지만 젖은 것처럼 보였다.
난 아저씨의 한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개.새끼들”
욕을 하는데도 눈빛은 뭔가 아쉬움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수욕장이 폐장할 때까지 한 번도 해수욕을 못했다.
설악산도 기껏해야 권금성과 울산바위 정도였다.
대청봉도 가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건 떡대도 마찬가지였다.
“떡대 형 두식 아저씨 안 보이데요”
“그만뒀데”
“예?”
“뭘 놀라냐. 없으면 좋지”
차를 몰고 아저씨의 방으로 갔다.
앞이 캄캄했다.
커브 길인 것을 알면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설마’ 방에 있겠지. ‘제발’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던 치렁치렁 걸린 옷들이 없었다.
바닥에는 술병과 먹고 버린 컵라면 용기가 뒹굴었다.
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환기되지 않는 방의 퀴퀴한 냄새와 함께 아저씨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곳인데 그 냄새를 맡으니 기운이 빠지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대고 울었다.
손으로 눈물을 닦고 일어나니 수건이 보였다.
못에 걸려 있는 수건은 아직 마르지 않아 축축했다.
구석엔 아저씨의 흰색 사각팬티가 구겨져 있었다.
바닥을 닦고 버린 것처럼 보였다.
팬티를 들고 일어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팬티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그러다 아저씨의 팬티와 수건을 챙겨 나왔다.
한마디도 안하고 떠난 아저씨가 야속했다.
난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로 생각했는데 아저씨는 아닌 것 같아 슬펐다.
두식 아저씨가 떠난 그 이튿날부터 2일간 아파서 누워있었다.
기운이 없고 아무 것도 먹기 싫었다.
떡대가 약과 죽을 챙겨주었고 저녁까지 먹는 것을 보고 퇴근했다.
구철은 밤에 찾아와 젖은 수건을 머리에 대고 자주 갈아주었다.
모두 고마웠다.
이런 사람들을 놔두고 두식 아저씨에게 빠져 있는 내가 싫었다.
건물이 형태를 갖추고 올라가는 것이 보이자 뿌듯했다.
떡대는 본사에 자리가 났다면서 진급해야 된다고 서울로 갔다.
직원은 1명 충원되어 소장 빼고 2명이 되었다.
한 명은 강릉이 집이라면서 출퇴근 할 거라고 했고 한 명은 컨테이너에서 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본사에서 숙소를 주지만 그 비용을 소장이 개인적으로 써 버리는지 직원이 불만을 토로했다.
강릉 직원은 괜찮았는데 같이 생활하는 직원은 날 괴롭혔다.
군기 잡으려고 하는지 원래 성격이 그런지 몰라도 하도 그래서 한마디 했다.
“알바 군기 잡아서 머할라고 그럽니까? 어차피 시키는 일 다 잘 하잖아요”
“이 새끼 봐라. 야 임마! 짤리고 싶어?”
“그러시던가요”
직원이 안전모를 들고 때릴려고 다가오자 소장이 들어왔다.
“니 운 좋은 줄 알아라.”
그런 일이 잦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중얼거리면서 욕을 했다.
“성격이 조ㅈ같으니 빼쩍 마른 빼빼로지. 드런 시키”
그걸 또 들었다.
그날부터 그 직원은 날 꼴통이라고 불렀다.
떡대는 커피를 알아서 타 먹고 내 것도 타 주고 했는데 이 직원은 명령하듯 했다.
프린터 앞에 서서 지직지직 거리면서 인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타라도 발견하면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냈는데 꼭 날 쳐다보며 화를 냈다.
컨네이너 숙소에서도 채널을 이리저리 자꾸 돌렸다.
출출하다고 컵라면 가져오라고도 시켰다.
잘 때까지 시다바리 하는 게 짜증이 났다.
떡대는 이에 비하면 천사였다.
그래서 구철네로 자주 갔다.
갈 때마다 씻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속은 편했다.
구철이 관리하는 인부도 2명이 바뀌었다.
그래서 대 놓고 옷 벗고 하지 못하고 처음 때처럼 잘 때 소극적으로 했다.
어쩐 일인지 소장도 컨테이너에서 가끔은 잤다.
이러다 보니 나로서는 환경이 완전히 바뀐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게 재미가 없었다.
퇴근무렵이 되면 떡대가 있을 때보다 훨씬 피곤함을 느꼈다.
“동수 오늘 나가서 밥 먹자”
“회식하는 겁니까?”
“아니다. 너만 타라”
소장은 꽤 유명하다는 순두부집으로 데려갔다.
10분쯤 기다리니 북 사장과 처음 보는 민머리의 노인이 왔다.
나는 노인을 보자 너무 뚱뚱해서 입이 쩍 벌어졌고 혼자 중얼거렸다.
‘완전 돼지 새끼네’
살면서 이렇게 뚱뚱한 사람은 처음 봤다.
소개는 하지 않고 밥부터 먹었다.
노인은 밥과 술을 먹으면서 날 자주 쳐다봤다.
내가 밥을 다 먹자 북 사장이 내게 말했다.
“동수 잠깐 볼까”
북 사장은 건물 뒤편에서 내게 담배를 주고 불을 붙여주었다.
“영태가 그러는데 요즘 힘들다메?”
“힘들긴요.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구나. 나이 많은 사람 좋아한다고 그랬지?”
“예?”“어떠냐?”
“사장님”
“알바비로 학비 벌이나 되겠냐?”
“사장님 전...”
사장은 내 말을 끊고 말했다.
“몇 학년이라 그랬지?”
“2학년이요”
“재수했구만”
“예”
“니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학비 걱정없이 졸업할 수 있을 게다. 물론 용돈도 있어야겠지”
북 사장의 말에 솔깃하면서도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또 궁금했다.
“제가 뭘 하면 되는데요?”
“그냥 시키는데로 하면된다”
“그럼 여기 일 그만둬야 하는 건가요?”
“다녀야지. 부를 때만 가면 된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걱정하지 마라. 너는 목줄 아니 자유의 몸이니까 싫으면 언제든 그만두면 된다.”
안 한다고 하자니 후회할 것 같아 고민이 됐다.
“할아버지 같은데”
“75살인데 뭘 먹어서 그런지 정정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 사장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잘 생각했다. 이만 들어가자”
다시 들어가자 노인은 북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한 잔 받게”
노인은 내게 술을 따라주었다.
조금 마시고 내려놓자 북 사장이 말했다.
“쭉 마시고 한 잔 드려야지”
“놔두게. 어리지 않는가?”
“그래도 술 예절은 가르쳐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술잔을 비우고 노인에게 잔을 건넸다.
노인은 웃으며 날 보면서 술잔을 들었다.
노인의 얼굴엔 인자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염색했는지 눈썹이 검고 짙었으며 눈이 부리부리하고 욕심이 많아 보였다.
밥을 먹고 횟집으로 갔다.
소장이 운전했다.
마당이 넓고 조경수도 비싸 보였다.
직원이 방으로 안내했다.
나는 노인 옆에 앉았다.
소장은 어쩐 일인지 들어오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자 노인은 젓가락으로 집어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내가 먹으면 신이 난 듯 웃었다.
북 사장과 대화하면서 내 다리에 손을 얹고 문지르기도 했다.
“형님. 잠깐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어! 그러게”
북 사장이 나가자 노인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날 보면서 미소지었다.
매우 느끼했다.
그리고 키스를 했다.
난 눈을 찔끔 감고 입을 꾹 다물었다.
노인은 키스를 멈추고 손으로 내 입술을 어루만졌다.
“부드럽구나”
그리고 다시 키스를 했다.
왠지 이번에는 입을 꾹 닫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노인의 두꺼운 혀가 입속 깊이 들어왔다.
순간 천녀유혼의 요괴가 생각났다.
심장이 파 먹히는 것 같았다.
노인은 키스를 끝내고 나를 보고 웃었는데 그런 웃음이 정말 싫었다.
매우 음흉해 보였다.
그리고 나를 안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임자도 내가 좋지?”
순간 닭살이 돋았다.
“한 점 넣어줘 보소”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장을 찍어서 노인의 입에 넣어 주었다.
노인은 질겅질겅 씹더니 입을 맞추고 내 입으로 넣었다.
노인의 침도 같이 들어오는 것같았다.
구역질이 났지만 결국 삼키게 되었다.
노인은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짓고 내 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로 가졌다.
이렇게 큰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난 너무 놀라서 쳐다봤다.
노인은 자랑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아래를 보니 무덤처럼 그 부분이 둥글게 솟아 있었다.
구철네 김 씨에게도 어른스러움이 있는데 이 노인은 단둘이 있을 땐 중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천박해 보였다.
몇 분 같이 있었는데 정기를 모두 뺏긴 기분이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전화가 와 가지고.”
“괜찮네. 앉게”
노인은 또 갑자기 점잖은 척했다.
자리를 마치고 일어섰다.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건 소장이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free5111" data-toggle="dropdown" title="레서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레서</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ht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