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24화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그날따라 초저녁에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늦었지만 양주 손님이 오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영민은 신속하고 재빠르게 준비했다. 지금처럼 조용한 시간이라면 편하게 같이 한잔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술과 얼음을 먼저 내놓고, 양해를 구하여 안주를 만들려고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안주를 만드는 동안에도 그는 조용히 술만 마시는지 아무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과일 안주를 신속하게 준비하여 꺼내 놓았다. 근데, 그때까지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첫 잔을 따라 주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혼자 왔는데 실례를 한 것이다.
- 에구, 제가 먼저 한 잔 따라 드려야 했었는데 아직 경험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 아닐세! 자네가 나오길 일부러 기다렸다네. 옆에 앉지. (영민에게 옆에 앉기를 권했다)
- 그럼 건너편으로 가서 앉겠습니다. 다른 손님이 안 계셔서 단 둘이 옆으로 앉기엔...
그는 영민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팔로 그러라고 손짓했다. 첫 잔을 따르고 영민도 잔을 가져 와 한 잔 받았다. 그는 연거푸 석 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아까 내가 왜 한숨을 쉬었는 줄 아는가? (영민은 좀 전에 그가 잠시 심각한 듯한 표정을 보았지만 한숨을 쉰 줄은 몰랐었다)
- 아, 그러셨어요? 전 몰랐습니다…
-...! (그는 다시 뜸을 잠깐 들였다) 사실, 아는 지인의 핸드폰을 통해 우연히 이곳 *얼라이브 사장을 보았다네. 그리곤 깜짝 놀랐지!
- 그러셨어요...? 잭이, 아니면 구몬 인가요? 근데, 연세 있으신 분께서 그런 앱을 이용하시다니 놀라우세요...! (영민은 정말로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그건 모르겠고, 그냥 잘 아는 후배가 여러 사람 사진을 보여주더구먼. 그런데 이곳 사장이 예전의 내 그 사람이랑 너무 닮았던 것이야! 오늘 여기 온 것도 그래서 왔던 거고…
- 아, 네... 예전 애인 분이 잘생기셨나 봅니다? (영민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웃으며 농담으로 말했다)
- 그럼, 잘 생겼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봤었지! (그의 말에 그렇게 말했던 영민이 오히려 머쓱해졌다) 그 사람이 떠나지만 않았어도 지금도 같이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고서 또 한 잔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영민은 상황을 재빨리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분위기로 봐선 애인이 멀리 떠났거나 아니면, 세상을 떠났다든가 두 가지 중의 하나인 것 만은 확실했다. 분명한 것은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말을 아꼈다.
- ...... , 지금 사장은 나이가 몇인가?
- 아… 네. 전... 올해 50입니다. (그러자 그가 놀라는 표정이었다)
- 아이고, 이거 나이를 많이 드셨구먼! 내가 초면에 실례한 게 아닌지...? 난 사장이 한참 어린 줄 알았는데...! (그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영민은 손을 저으며 정말 괜찮다고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 그래도 내가 일곱 살 위니 이해해주게! 허허허…
- 네, 괜찮습니다. 한창 형님 되시는데요... (그가 덜 부담되게 해맑게 웃어 보였다)
- 사장을 직접 보니 볼수록 하는 행동까지 그 사람과 많이 닮았네... 사실, 오늘이 그 사람의 2번째 기일이라네. (그러면서 시계를 보았다)
- 아... 네. 어쩌다가... (영민은 안타깝다는 듯이 조심스레 말했다)
- 내가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사람 몸이 좀 안 좋았었어. 창백하리만치 뽀얀 얼굴이... 그래도 난 그 사람이 좋았었지. 첫눈에 반했던 거야! 어쩌면 내가 그런 그 사람의 모습을 좋아했는지도 몰라… 2년이 되었으니 살아 있었다면 *얼라이브 사장 보다는 두 살 더 많겠구먼...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났을 때가 그 사람이 이혼해서 괴로워하며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지. 그날도 종로의 어느 바였었다네. 흠... 내가 오래전부터 이런 원샷바를 자주 다녔거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해서 혼자서 조용한 곳에 다니곤 했는데...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지...
평소처럼 자주 가는 바에서 혼자서 위스키를 한 병 시켜서 마시는데, 뒤에 그 사람이 비틀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거야. 나는 정말이지 첫눈에 그에게 빠져들었다네. 그는 한 구석에 혼자 앉아서 맥주를 시켜 정신없이 마시고 있었지. 이미 술은 많이 마신 듯했지만 무슨 괴로운 일이 있었는지 혼자서 거푸 술을 마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갔지.
- 실례지만 잠시 합석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술에 취했었지만 정신은 말짱해 보였다)
- 네...? 네… 앉으세요...! (그 사람은 순종하듯이 동의 했다)
-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술을 급하게 드시는 걸 봐서……
- 그렇게 보이는가요? 흐흐흐... 그래요...! 오늘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아주, 아주...! 한잔하시겠어요? (그러면서 잔을 비우고 한 잔 받으라고 권했다)
- 괜찮으시다면 제가 마시고 있는 양주가 있는데 그걸로 드시겠어요...?
- 그래요? 잘 되었네요! 맥주를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가 않네요. 잘 되었어요! (그는 빈 잔을 들고서 건배하듯이 흔들어 대었다)
위스키를 옮겨 달라고 하고서 나는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었지. 나이는 오십 가까이 되어 보였는데 좋은 인상에 내가 빠져 든 거야! 적당히 통한 몸에 느껴지는 분위기가 지금까지 내가 찾아온 바로 그런 타입이었거든… 나는 옷매무새를 다시 고치고 그에게 위스키를 따라 주었지. 그런데 그날, 처음 본 그가 그렇게 심각하게 아픈 사람인 줄을 몰랐던 걸세…
사연인즉슨, 그날 그가 이혼한 날이었어. 법적으로 완전히 남남이 된 날이었던 거야... 그런데도 왜 그렇게 괴로워했는지 난 간파하지 못했는데... 그토록 원하던 이혼을 했으면 좋아서 펄쩍 뛰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 사람은 이미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운명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런 그와 함께 한 시간은 겨우 6개월이었다네. 그러나 그와의 6개월은 너무나 행복하고 슬픈 시간이었었지... 그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은 그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그와 첫 잠자리를 한 날의 첫날밤이었다네... 우리는 만난 지 일주일이나 되어 서야 첫 잠자리를 하게 됐거든... 뜨거운 격정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을 하더라고…
- 형님, 아니... 자기야! (그가 가만히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 자기야! (하고 다시 불렀다. 그는 세 살 많은 나를 불렀다)
그제야 난 대답을 했지. 내가 벽을 보고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 왜? 동생…
- ... (그는 말이 없었다)
- 아니, 불러 놓고 왜 말이 없어?
이상한 느낌이 들어 몸을 돌리며 그를 보았다. 그는 숨을 죽이며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고 있었던 거야...
- 아니, 동생 왜 울어? (나는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 왜, 무슨 일 있어? 이렇게 좋은 날 왜 울고 그래...?
- 자기야...! 나... 형한테 너무 미안한 거 같아...! 흑흑... (그가 내 품에 안겨 흐느끼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불안함에 나도 눈시울이 젖어졌지만 자초지종 이유를 알아야 했기에 눈물을 참았다네...
- 동생,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내가 알지. 응? 도대체 왜 그래?
- ... 흐흐흐 흑...!
- ...
영민은 그가 잠시 울음을 멈추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그가 담배를 다시 하나 담배 파이프에 꺼내 꽂았다. 그리고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 나, 이제 형하고 정도 들고 사랑도 하게 되었는데... 어쩌지?
- 뭘 어쩌긴 어째
- 참 바보다. 바보야! …
- 그래, 난 바보지, 바보야! 사랑에 눈먼 바보지.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내가 너를 만나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독수공방 긴 세월을 혼자서 보낸 거라고! 그러니 책임지고 앞으로 형한테 잘하라구!
- ... 자기야,,, . 나... 사실 몸이 안 좋아...!
순간, 내 머리를 망치가 띵~ 하고 내려치는 것 같았다.
- 동생, 그게 뭔 소리야? 몸이 안 좋다니? 어디가 아픈데? 얼마나 아픈 거야? 응? (나는 그의 몸을 손으로 더듬었다. 어디가 아픈 건지 마치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 형, 미안해...! 나 심장이 안 좋아요... 그래서 지난번에 마누라랑 이혼한 거야. 지금쯤 마누라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맘껏 이 생활을 즐기고 싶었어...! 그동안 가족들 챙기느라 회사 다니느라 제대로 이쪽 생활을 즐길 수가 있었어야지. 흐흐흐… 그래서 이혼을 한 거야! 회사도 그만뒀어. 그래도 내가 참 운이 좋은 놈인가 봐. 늦기 전에 이렇게 멋진 당신을 만났으니 말이야... (그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마치 나를 위로하려는 듯이...)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얼마나 심각한 건데? 의사가 뭐라고 하는데? 응? (이제는 내가 절규하듯이 그에게 따지고 물었다)
- 형, 걱정 마요. 그래도 아직 몇 개월 시간이 남았데. 다행이잖아? 바로 죽지 않으니 말이야…
- 아니, 이 사람아! 그게 뭔 말이야!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 이제 나도 너를 만나 행복이라는 걸 손에 잡으려고 하는 데 이게 뭔 청천 벼락 같은 소리야?!!!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몸을 붙잡고 흔들며 어찌해야 할 줄 모르듯이 흐느꼈다)
- 형, 나 그래도 안 미워할 거지? 나 안 버린다고 말해 줘...!
- 이 사람아! 내가 어찌 자네를 버릴 수 있겠어...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내가, 내가 끝까지 자네 곁에 있어 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
- 고마워요...! 내 그럴 줄 알았어. 자기가 처음 우리 만난 날, 날 꼬시려고 내게 왔을 때부터 난 알아봤었어. 후훗,,, 분명히 형이 먼저 나에게 꼬리 친 거야! 그렇지? (그리고는 다시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 형이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는 거야! 이미 형은 내 사람이니까!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네... 왈칵 눈물이 쏟아져서 앞이 보이지 않았거든.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밤새 눈물로 그렇게 첫날 밤을 보냈다네… 그 사람의 남은 인생이 이제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었다. 진즉에 만났으면 내가 좀 더 잘해주고 챙겨 주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과 원망이 내 가슴을 쳤었지...
우리는 며칠 후에 바로 동거를 시작했었지. 하루가 아쉽고 아까운 시간이었기에... 비록 우리가 만난 시간은 짧지만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은 더 길었기에 후회 없이 보내자고 약속했었지.
그 사람이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하면 바다엘 갔고, 산엘 가고 싶다고 하면 산엘 갔다네… 다행히도 내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그런 면에선 다행이더군...!
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최대한 그와 함께하려고 노력했었지.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또 지나가고... 그의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해져 갔었다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너무 힘이 들었었다. 하지만, 난 그 사람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지. 아니, 할 수가 없었어...! 짧다면 짧게 남은 그의 인생을 정말로 행복하게 마무리해 주고 싶었었다. 진심이었다.
그렇게 그를 만난 지 5개월이 지날 무렵... 그는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토너처럼 지쳐 보이더군... 나는 그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그저 함께 있을 뿐이었는데...
그런 그가 마침내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었지... 그렇게 그가 마침내 숨을 거두는 날...
*계속 이어집니다...
★글을 읽으시고 좋아요를 눌러 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솔라리오 테라피는 남성을 위한 남자만의 마사지입니다.
*부드러운 스크러빙 아로마오일 마사지에 관심 있으시면 편하게 상담 주세요...
이 글을 쓴 리오가 직접 마사지를 해드려요~! ^^
https://cafe.naver.com/solarrio 네이버 카페 자동승인
https://cafe.daum.net/SolarStory 다음 카페 자동승인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