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게이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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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어느 날. 이제는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남자가 나타나도 예전처럼 사람들이 기겁하지는 않는다.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일은 여전히도 두렵지만, 점점 다름을 인정하는 의식의 발전이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원래의 모든 성질이 한 순간에 변할 수는 없는 법. 여전히 남아있는 편견과 혐오. 그럼에도 용감한 게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다.


'나를 알아가고 진짜 사랑을 찾고 싶은 여섯 게이들의 연애 리얼리티 식스 게이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얼굴과 몸 그리고 성향.. 당신의 사랑도 식성이 전부인가요?'


한 손으론 운전대를 잡고 휴대폰으로 날아온 초대장에 써 있는 마지막 문구를 또박또박 소리내어 읽는 한 남자.


'식성이 중요하긴 하지'


남자는 어딘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쥐어잡는다. 전국에 송출되는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니, 초대장의 문구처럼 여기까지 오기까지 엄청난 용기를 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데에는 주변의 영향이 가장 컸다. 게이들의 연애 예능이라는 식스 게이즈가 정규 편성이 되기 전, 반발과 우려 속에 시작된 파일럿 방송에 아는 지인이 출연했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대박이 났고, 그저 부정적이었던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반응들은 한 순간에 정규 편성으로의 염원으로 바뀌었다.


비교적 가식적이고 순한 맛이라는 일반들의 연애 예능을 보다가 평생 생존을 위해 전쟁하며 사랑을 쟁취해온 독기 가득한 게이 예능을 맛보니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했겠지. 물론 그중에 기갈을 과하게 부리던 한 출연자는 방송내내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지만, 지금은 유튜브 시작해서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10만이 넘었단다.


그렇게 정규 편성된 식스 게이즈의 첫번째 촬영이 시작되는 날. 출연진인 이 남자는 저만치 보이기 시작하는 스태프들이 잔뜩 모여있는 촬영지를 응시하며 차를 달리고 있다.













[첫 번째 게이 - 박군, 33세]


끼익-


'안녕하세..요'


차를 주차시켜놓고 스태프들의 손짓에 따라 실제 촬영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박군. 4박 5일 동안 생활하며 24시간 카메라의 감시를 받으며 지내야 하는 곳이니만큼 촬영 환경은 좋았으면 좋겠다. 


스태프들이 사전 지시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한 박군은 처음 느껴보는 촬영 현장의 분위기에 조금은 압도된 듯 긴장해보이지만 이내 설렘이 커진 듯 살며시 미소를 짓고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내가 처음이에요?'


별 대답 없이 이미 촬영 중인 카메라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작진들. 박군은 조금은 순수하게 제작진들에게 말을 걸다가는 카메라 속 세상에는 보이질 않는 제작진과 대화를 하면 안된다는 분위기를 감지한 듯 혼자 두리번대며 일렬로 준비된 의자에 앉는다.


시골의 건장한 청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남자다운 인상의 얼굴. 훤칠한 키에 듬직한 떡대. 바지에 힙업된 엉덩이와 두 허벅지가 튼튼하게 들어찬 모습. 보는 이에 따라 조금 살집있어 보일 수도 건장해보일 수도 있는 박군의 체형. 


운동을 어릴 때부터 꽤 열심히 했거나 실제 운동 선수였을 것처럼 보이는 몸이다. 아니면 애초에 통뼈로 타고났던지. 짧고 단정한 머리는 밤톨보다는 조금 긴 정도고, 전형적으로 이쪽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 법한 남자다운 스타일. 그나마 수염을 깨끗하게 밀고와서 낫긴 하지만 서른 셋의 어린 나이에 비해서는 인상이 세서 조금 들어보이긴 하다.




[인터뷰 - 박군]


'연애 경험은 세 번 있습니다'


사람은 말을 해봐야 성격이 보인다. 뭐라도 성실히 답변하려는 듯 앉아서 두 무릎에 의지 가득 두 손을 올려놓은 박군. 인터뷰 시점이 밤이어서 출연진들과 이미 술을 한 잔 먹은 듯 얼굴이 살짝 붉어져있다. 


서른 셋의 나이에 세 번의 연애는 많은 걸까? 적은 걸까? 제작진의 물음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군이 대답을 잇는다.


'많은 거 아닌가요? 적나? ㅎㅎ. 저는.. 네,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할때 오래 하는 편이었어서 적다는 느낌은 스스로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웃는 박군. 술을 먹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웃을 때 눈웃음을 짓고 수줍은 듯 웃는 모습이 겉보기 이미지와 달리 꽤 순박해보이고 귀엽다.


연애에 횟수가 중요하진 않을 수 있지. 박군은 눈웃음을 짓다가는 다시 진중한 표정을 짓고 제작진의 다음 물음에 귀를 기울이고 대답한다.


'여태까지 연애를 하면서는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상처를 받은 거 같기도 해요. 상처가 쌓이고 쌓이고.. 아픈데 또 찔리고 그런 느낌? ㅋㅋㅋ 그렇다고 실제로 차이고 그랬다는 건 아닌데요. 그냥 .. 넵. 저는 연애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 영역이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게이 - 최군, 33세]


끼익-


두툼한 두 다리를 뻗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을 까딱대고 있던 박군. 박군은 누군가 도착한 듯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 최군. 박군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한다. 


'와 개신기하ㄷ..어엇.. 개 이런 말 쓰면 안되죠? 죄송합니다 ㅋㅋㅋ'


박군의 입장 때와는 달리 둘러쌓인 제작진과 카메라들을 그저 신난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하다 놀라서 혼자 꾸벅 사죄를 하는 최군. 어딘가 여유로워 보이는 최군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언어 선택에 박군도 피식 터져서는 눈웃음을 짓는다.


'언제 오셨어요? 제가 두번째?'


'네, 저도 방금.. 네 방금 왔어요.'


'오오.. 글쿠나. 여기 앉으면 되나요? 앉으시죠'


덩치는 산만해도 긴장한 듯한 박군을 여유롭게 한번 스캔하고는 능숙하게 자리에 앉히는 최군. 최군의 외모가 훤칠하다. 무쌍인데 큼직한 눈, 부담없이 멋을 낸 가르마 펌, 캐주얼한 바지에 스타일감 있는 블레이저를 하나 걸쳤다. 키가 170 후반쯤 되어 보이고, 마르지 않고 적당히 균형진 보기 좋은 체형이다. 흔히들 여자들이 남친상이라고 꼽을 법한 남자다우면서도 든든한 느낌. 행동도 말투도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게 명백한 호감형이다.


'여기 엄청 멀죠?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서울이요. 그쪽은 어디서?'


'저도 서울 ㅎㅎ 이름은 뭐에요 저는 최군이라던데'


'저는 박군이랍니다. 이제 보니 이게 실제 성을 따는..'


'응? 나 최 씨 아닌데요? ㅎㅎ 박군님은 박씨 이신가봐요? 이름 방송에 드러나면 안되지'


'네? 어어.. 박씨.. 네. 전 박씨요'


역시나 어색함 하나 없이 친화력 좋게 먼저 박군에게 말을 붙이는 최군. 자신의 예상과 다른 최군의 대답에 박군은 살짝 당황한 듯 눈을 꿈뻑대며 제작진을 둘러본다.


여기서는 여섯 남자들 중 그 누가 내 사랑이 될지 알 수 없는 곳인데, 아무리 편하게 대화를 하려해도 두 사람 사이에 알수 없는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과연 두 사람의 첫 만남에는 무언가 서로에게만 느껴지는 통함이 있었을까?





[인터뷰 - 최군]


'ㅋㅋㅋ저 최씨 아니냐구요? 맞는데요ㅋㅋ'


안 그런 척을 해도 긴장한 게 보이는 박군의 반응이 딱봐도 재밌을 거 같아서 장난을 쳤다는 최군. 서로 아는 정보가 하나없고, 흔히 어플에 써있는 닉네임이니 프로필 정보, SNS 주소 하나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이 곳. 최군은 빠른 시간에 박군의 캐릭터를 파악한 듯 하다.


성격이 밝고 좋아보이는 실제 나이보다 어린 이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최군. 귀여운 장난이 많은 성격은 연애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일까?


'원래 장난 치는 거 좋아하긴 하죠. 분위기 좋아지자고 하는 거고 선 안 넘을 자신은 있으니까. 대학교 다닐 때 과 대표였어요. 친해지고 싶거나 친해져야되는 상황에는 더 주도하는 편이고요. 근데 진짜 식된다 와 이 사람은 진짜 잡아야된다싶은 정도의 사람 앞이면.. 좀 다를 수도 있고 .. 아, 잘 모르겠네요 ㅎㅎ 전 그래도 장난은 계속 치는거 같아요 ㅋㅋㅋㅋ좀말하다 보니 정신 나간 사람 같긴 한데. 아 이 인터뷰는 일단 망했네요 어이씨 ㅋㅋㅋ 술 먹어서 그래요 편집 잘해주시겠지ㅎㅎ'











[세 번째 게이 - 강군, 35세]


끼익-


'오오.. 안녕하세요.'


그 때, 또다시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새로운 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박군과 최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군을 맞이한다.


'어서오세요. 제작진들이 오는 시간을 각자 다 다르게 말해주셨나보네.'


최군은 차례로 들어오는 상황이 신기하다고 박군을 힐끔 쳐다보며 말하고 박군도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한 번 끄덕댄다.


'반갑습니다아.. 아.. 어색하다..ㅎㅎ'


'ㅋㅋ 긴장돼죠? ㅋㅋ무슨 동물원 마냥'


어색하다는 강군의 혼잣말에 붙임성 좋게 대답해주는 최군. 강군은 긴장이 덜 풀렸는지 최군과 잠시 눈을 마주치다 이내눈을 피하고 미소로 대답한다. 그 때, 최군의 말을 못알아들은 박군이 묻는다.


'무슨 동물원이요?'


'아니 우리가 꼭 제작진한테 구경 당하는 동물 같아서. 이쪽은 곰 한 마리 계시고, 여기 새로 오신 분은..'


'ㅎㅎ 전 돼지죠 뭐 멧돼지?'


수줍게 웃으며 말을 끊고 대답하는 강군. 평범한 키에 통통한 살집. 쓰고온 초록색 모자가 포인트가 돼서 이쁘다. 피부가 하얗고 왠지 어린 시절에는 동네에서 귀여움으로 따라올 사람이 없었을 것 같은 외모의 강군. 수염을 살짝 길렀는데도 이미지에 반대 되면서도 은근 잘 어울리고, 땀이 나게 꽉 쥐고 있는 손가락도 토실토실하다. 자신이 돼지냐는 강군의 대답에 최군은 당황해서 손을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요ㅋㅋㅋ 돼지라뇨 아니.. 돼지..? 아기돼지?'


'최군님은 늑대 같아요. 그 개 중에 허스키도 좀 닮았어요'


'박군님 저 노식이죠? 저 개 같다고요?ㅋㅋ 너..넘 나댔나 내가'


'아니.. 아니요....아이 참ㅋㅋ'


조용하게 최군이 늑대나 허스키를 닮았다고 한 마디를 덧붙이는 박군. 최군은 박군과 벌써 친해졌는지 이내 장난을 치며 아이컨택을 하고 다시 강군에게 말을 잇는다.


'암튼 엄청 동안이신 거 같아요. 나이는 모르지만'


'동안이요? 전혀 아닌데.. ㅎㅎㅎ 나이도 많습니다'






[인터뷰 - 강군]


'첫 인상 좋았던 분은.. 최군..님? 두번째 계셨던 분이요. 제가 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처음부터 엄청 잘해주시고 편하게 해주셔서 좀 호감이었습니다. 외모도 어려보이시는데 훈남이시고 말주변도 좋으시고 제가 갖지 못한 걸 많이 갖고계신 거 같아서 지금까지는 좀 특별하신 것 같아요'


얼굴이 술 기운에 살짝 발그레해진 강군. 30대 중반이 꺾이며 지워지지 않는 나이의 흔적이 있지만 패션도 영하고 수줍게 웃는 얼굴은 보면 볼수록 귀여운 꼬마같다. 


호감가는 상대라면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첫 인상에서 느꼈던 특별함이 연애에서도 적용될까?


'연애할 때 보는 거는..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성격? 그동안 성격 안맞으면 좀 힘들었어요. 한 번은 진짜 외모만 보고 너무 꽂혀서 만난 적이 있는데, 끝은 (절레절레) 최악. 쓰레기'






[네 번째 게이 - 윤군, 36세]


끼익-


남자가 한명 한명 들어올 때마다 내가 꿈꾸던 완식남이 들어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리는 남자들. 그 때, 예사롭지 않는 텐션으로 손을 흔들며 첫 인사를 건네는 네 번째 게이 윤군.


'안녕하세요옹~ 일단 먼저 말할게요. 전 바텀입니다. 잘 받아요~'


'ㅍ.후훕. 예..?ㅋㅋㅋㅋ'


'장난이에요 호호.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당황한 듯 빵터진 최군에게 장난치듯 손가락 총을 쏘는 포즈를 취하고는 이제와서 목소리를 내리깔고 인사를 하는 윤군. 방송따위 신경도 안쓰는 듯한 예사롭지 않은 끼의 윤군의 등장에 최군은 오히려 신이 난 듯 입꼬리가 올라갔고, 강군 역시도 재밌다고 웃음을 짓고 있다. 


그 와중에 박군은 무슨 자기가 죄라도 지은 마냥 순박한 눈으로 제작진들 눈치 보기 바쁘다. 그 때 지금까지 중 가장 마른 체형의 윤군에게 게이의 언어로 장난을 걸어보는 최군.



'혹시 언니.. 맞으시죠? 언니 몸에 군살이 하나도 없으시다'


'저기요, 초면에 언니라뇨?'


'아.. 아 저보다 형 같으셔서 장난.. 죄송합ㄴ..'


'그런 거라면, 아주 예의 바르시다. ㅎㅎ 맘에 든다 ㅎㅎ 네 언니 맞아요 몸매는 어머니께서 물려주셨구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







[인터뷰 - 윤군]


'끼순이냐고요? 무슨 첫 질문이 그래요? 지금 술 마시면서 요염 떨고 있었는데, 인터뷰 하자고 흐름 깨놓고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끼 많으세요? 이런 거 밖에 없어요? 언니 저 마음에 안들져? 아 ㅋㅋㅋ기갈터져 ㅋㅋㅋㅋㅋㅋ'


윤군 덕분에 확실히 첫날 사람들 간의 분위기가 살아난 것 같다. 끼 잘부리는 것도 매력이고 능력이지. 하지만 흔히 말하는 끼순이들이 연애 상대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어짜피 아니라해도 안 믿을 거고 그럴 필요도 없죠. 저는 끼순이라면 끼순이 맞고. 이렇게 36년 살아온 제 자신에 떳떳해요.'


'근데 사실 만난 사람들이 끼부리는 거 말만 괜찮다 하고 좋아하진 않았던 거 같긴 해요. 아무리 제 여성스러운?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저를 만난 거라 해도, 사실 게이라는 게 남자를 좋아하는 거다 보니까 결국 끼스러운 모습은 플러스 요인이 되기 어렵더라고요.'


'근데 웃긴 건 뭔지 알아요? ㅋㅋ아, 우리 여기 제작진분들은 게이가 아니라서 모르시려나? 아닌가 다 게이신가? 비밀? ㅋㅋ알겠어 알겠어, 근데 거기 카메라 든 잘생긴 오빠는 좀 있다 촬영접고 우리 방 좀 잠시 들러용~?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웃긴 건 끼스러운 거 극도로 싫다는 사람들, 사실 죄다 마음 속에 미처 펼치지 못한 끼가 있어서 더 그러는거야. 알죠? 컴플렉스 마냥~ 응. 그래. 쯧쯧. 뭐, 내 눈엔 그런 남자도 귀엽지. 어머 제가 말이 좀 많죠. 죄송해요 신나서ㅋㅋ. 저 꿈이었거든요 이런 거 나오는 거. 관종이라고요? 네 맞아요~ 어쩌겠어'











[다섯 번째 게이 - 김군, 43세]


끼익-


'안녕하십니까'


'헉 오빠다'


그 때, 또 다른 게이의 등장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네 사람. 윤군은 김군을 보자마자 오빠라며 또 끼를 부리고 최군은 웃기다고 빵 터진 웃음을 애써 참는다. 김군은 중후한 인상에 댄디한 안경을 쓰고 있다. 운동한 몸이라 덩치도 좋고 깔끔한 셔츠 차림에 구두까지 맞춰 신고 왔다. 아주 부담스레 멋을 부린 것도 아니라서 더 느껴지는 훈훈함. 셔츠에 드러난 살짝 벌어진 가슴 라인에 관리가 철저한 남자임이 더욱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오'


새로운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면서도 바쁘게 돌아가는 눈들. 네 남자가 동시에 자신을 스캔하자 그 시선이 느껴지는지 김군은 허허 여유롭게 웃으며 이 상황이 재밌다며 제작진을 한 번 돌아보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유독 김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박군. 안 보는 척하면서도 차례대로 앉은 터라 가장 멀리 떨어진 김군에게 계속해서 시선이 힐끔힐끔 돌아간다. 그 때, 자리에 앉아 말을 잇는 김군.


'다들 인물이 출중하시네요'


'아니요.. 엄청 멋있으신데요. 기 죽는다'


'ㅎㅎㅎ저 별거 없습니다~'


초록 모자를 매만지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자신감 없듯 말하는 강군에게 시원하게 웃어보이며 대답하는 김군. 친화력 좋은 최군도 김군에게 느껴지는 고급진 아우라에 살짝 말을 아끼려는지 그저 훈훈하게 웃어보인다.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그 때, 살짝 몸을 꼬며 묻는 윤군. 윤군의 눈에 김군이 들어온 걸까. 그런 윤군에게 여유롭게 대답해주는 김군.


'자기 개성 확실한 분이요~'


'어머 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자신을 계속 힐끔 쳐다보는 박군과 눈이 마주치는 김군. 김군은 눈이 마주치자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목례를 하고, 박군 역시도 살짝 주춤대다 눈웃음을 보이며 반갑다고 목례를 한다.





[인터뷰 - 김군]


'직업이요? 저는 의사고요. 성형외과 전문의입니다.'


직업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하다. 특유의 중후한 느낌이 들면서도 피부도 백옥같고 관리가 잘 된 느낌이 더욱 고급져 보인다.


성형을 한 남자는 흔히 이쪽 세계에서 뒷말이 돌기도 하던데 자기 관리의 연장선이라면 더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질수 있는 걸까?


'성형 많이한 남자 vs 이목구비 완전 망가진 남자요? ㅋㅋ 여기 좀 질문이 자극적이네요. 저는 당연히 전자죠. 아무리 그래도 성형외과 의사인데요.'


'그리고 성형한 분들이 어때서요. 관리하는 분들은 일단 자기 매력을 가꿀 줄 아는 분들이라서 확실히 매력있어요. 제가 아는 이쪽 분들은 가벼운 시술은 기본적으로 많이들 받으시고요. 아 그리고, 저는 특히 피부는 좀 신경 쓰는 편이에요. 제 피부도 그렇고 상대방 피부도 눈에 많이 보이고.. 남자 외모에서 생각보다 피부가 중요하거든요.'


김군의 등장과 동시에 다시 말이 없어진 박군. 다음 게이가 등장할 때까지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지만, 그 대화에 끼지 않고 힐끔힐끔 김군을 쳐다보기만 하는 박군. 이와중에 그리 꾸밈없는 박군의 피부가 유독 거칠게 상해 보이기만 한다.



[인터뷰 - 김군]


'이 중에 피부 좋은 분이요? 아.. 음.. 윤군님? 그 분도 피부는 고우셨는데 제 식을 조금 반영하자면, 첫 인상에서는 강군님. 초록 모자 쓰신.. 통통하고 성격도 귀여우시고. 수염도 잘 어울리시고.. 모자도 어떻게 그렇게 딱 잘 어울리는 거 쓰고오셨는지 ㅎㅎ. 네. (끄덕끄덕) 이렇게 다 기억나는 거 보면 제 눈에 많이 들어오신 것 같아요'








어느새 모인 다섯 명의 게이들. 순박한 시골 청년같은 박군과, 장난끼도 많고 밝은 성격의 훈남 최군. 뽀얗고 통통한 수염남 강군과 등장부터 솔직한 매력을 뽐낸 윤군. 다섯 번째로 들어온 성형외과 중년 의사 김군까지. 다섯 명의 게이들은 마지막으로 들어올 여섯 번째 게이를 기다리며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 방송의 활기찬 분위기 속 은근한 긴장감을 즐기고 있다.






[여섯 번째 게이 - 장군, 44세]


쿵-


'어엇.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문을 화끈하게 열고 들어오는 마지막 게이. 등장부터 압도감이 대단하다. 장군의 등장에 유독 더 긴장해서 일어나는 다섯 남자들.


첫 번째로 들어온 박군보다 키는 작은데 근육과 살집이 벌크업된 몸매다. 뱃살이 두툼하게 들어찬 검은 반팔을 입고 온 장군. 장군은 들어오자마자 꾸벅 인사를 하고 남자들을 한번씩 훑어보고, 김군이 은근 또래로 보이는 장군에게 자리를 안내해준다.


'전국 훈남이 여기 다 모여있으셨구만. 출연하길 잘했네'


첫 인상은 험악해보이던 장군의 기분좋은 한 마디에 긴장이 조금 풀려서 웃음 짓기 시작하는 게이들. 전혀 흔한 게이같지 않는 등장을 한 여섯 번째 게이이자 큰 형님인 장군은 그렇게 자리에 앉아 힐끔 눈을 돌려 누군가를 다시 한 번 날카롭게 스캔한다.






[인터뷰 - 장군]


'저는 호불호가 많이 확실합니다. 좋으면 그냥 직진, 아니고 돌진. 허허. 그냥 박어버리죠. 아니, 그런 거 말고ㅋㅋ 비유하자면, 돌진해서 박는다고요. 평생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서 밀당? 제 성격에 그런 건 하라해도 못해요.'


밀당도 연애의 기술이라던데. 밀당 없는 관계가 이쪽에서 현실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유지되는지 뭐 그런 건 모르겠고. 나는 연애 잘만 했었고 밀당 그런 거 왜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그건 자신감 없는 사람들한테 나오는 행동이에요. 나는 자신 있어요. 내가 외모가 꽃미남도 아니고, 몸매도 완전 취향타는 아저씨 몸매인 건 아는데. 나라는 사람이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대중적인 취향의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감 없을 필요 없잖아요?'









이렇게 모인 여섯 명의 게이들. 이들은 앞으로 4박 5일 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촬영지를 무단 이탈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이곳. 


캐스팅 시의 사전 인터뷰로 성향과 식의 균형이 최대한 맞춰진 상황. 성향과 식만으로 흔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보다 속도는 빠를 수 있어도 관계를 시작하기 전 확신하게 되는 과정까지의 고민은 더 길어질 것이다. 서로를 깊게 알아가고 더욱 진중해지는 이 긴 시간 끝에서도 그저 성향과 식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까?










'방이 세개네'


첫 대면을 마치고 숙소로 짐을 옮긴 남자들. 힘이 좋은 큰 형님 장군이 이리저리 솔선수범 짐을 도와준다.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의 짐을 번쩍 드는 장군에게 말을 잇는 최군.


'감사합니다. 안 들어주셔도 되는데ㅎㅎ 이거 뭐 연애 프로그램에서 여자들한테 해주는 건데'


'어어 그래요?ㅋㅋ 그냥 만나서 반갑고, 힘이 남아돌아서 들어주는 겁니다'


'아ㅋㅋ 감사하죠'


'남자끼리는 조금 자존심 상할 수가 있긴 하겠네요'


그런 최군과 장군의 대화를 듣다가 한 마디를 거드는 김군. 장군은 아직 나이는 몰라도 유일하게 자신과 동년배로 보이는 김군과 눈을 마주치고 의미심장하게 기싸움을 하듯 가볍게 웃는다.





그렇게 짐을 옮기고 공용 거실에 모인 남자들 앞에 제작진의 메시지 하나가 놓여져있다. 역시나 활동적이고 추진력있는 최군이 망설임 없이 봉투를 열어 메시지를 읽는다.


'세 개의 방을 두명씩 쓸 수 있습니다. 1층에는 공용 거실과 부엌 그리고 방 하나. 2층에 방 두개가 있습니다. 룸메이트는 서로 상의를 통해 지금 바로 정해주세요.'


룸메이트를 바로 정하라는 제작진의 메시지. 어찌보면 처음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신호인지라 모두가 잠시 주저하며 망설인다. 이 선택이 앞으로 얼마나 중요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때, 자신의 짐을 번쩍 들며 말을 잇는 장군.


'그럼 박군님이 나랑 쓰실까요. 덩치 큰 사람들끼리 같이 자는 게 낫지. 나는 어느 방을 가든 부피가 커서'


'저요?'


저돌적으로 훅 들어온 장군의 한 마디에 모두가 박군을 쳐다본다. 확실히 큰 형님 장군이 목소리도 우렁차고 포스가 있다. 박군은 당황한듯 눈치를 본다. 그 때, 분위기를 감지하고 한 마디를 건네는 또다른 40대 의사 김군.


'이렇게는 사실 끝까지 안정해질 거 같은데 그냥 가위바위보해서 한명이 다 정하는 거 어떨까요. 가위바위보 만큼 공정한 게 없습니다'


'그게 괜찮겠네요. 가위바위보가 짱이지'


'예? 아, 그래요. 그럼'


장군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의견에 자꾸 토를 다는 듯한 김군이 거슬리는 듯 하다. 당장이라도 박군을 데려가려는 듯 발을 내딛다가 김군의 의견에 쏠리는 긍정 분위기에 다시 짐을 내려놓는 장군. 박군은 괜히 눈치가 보이는지 장군의 표정을 힐끔 살펴본다.









'나 가위만 냈는데?ㅋㅋㅋㅋㅋㅋ 오케이'


잠시 후, 가위바위보의 최종 승자가 된 윤군. 윤군은 줄곧 가위만 냈는데 이겼다고 신나한다. 


'윤군님이 정해주세요 얼른'


'일단 저는 계단 오르면 종아리에 알 생기니까 일층에서 잘거구요ㅎㅎ 저랑 자고 싶으신 분 있어요 혹시?'


이 와중에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끼를 부리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윤군. 윤군의 끼가 부담스러운 건지 아니면 다들 눈치를 보는 건지 아무도 선뜻 나서질 않는다.


'아무도 없어요? 너무한데?ㅋㅋ 어, 최군님 왜 표정 썩어요? 최군 당첨'


'아이ㅋㅋㅋㅋㅋㅋ제가 언제요ㅋㅋ'


윤군은 어떤 마음인지 몰라도 가장 자신에게 리액션을 잘해주는 최군을 룸메이트로 선택했다. 최군도 재밌는 윤군이 그렇게 싫지는 않은 눈치. 그리곤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둘러보는 윤군.


'음 어디보자. 장군님이 박군님이랑 쓰고 싶으신 거 같은데'


'일단 그냥 덩치 큰 사람 끼리 자는 게 나을 것 같아ㅅ..'


'근데 그렇게 되면 재미가 없겠죠?! 장군님은 김군님이랑 쓰시고, 박군님이 우리 초록모자 강군님이랑. 끝. 최군은 나랑'


'아 ㅋㅋㅋㅋㅋㅋ이 언니 나 진짜 좋아하네'










[인터뷰 - 장군]


'왜 하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김군님이 제 룸메가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김군님이 싫다기 보다 그분이 저를 은근 경계하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편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 - 윤군]


'방 배치요? 아, 일부러 그렇게 했어요. 별 의도는 없고요 그냥 두 분이 분위기가 이상하길래 방송 분량 나오라고요 푸핫'




그렇게 룸메이트가 되어 방에 들어온 장군과 김군. 그리 넓지 않은 방에 옷장과 침대 하나가 놓여져있다. 두 남자 사이에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 장군은 침대의 크기를 보더니 바로 옷장을 열어 여분의 이불을 확인하고 말한다.


'내가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아뇨 위에서 주무세요. 저 원래 바닥에서 잘 자서'


'내가 침대 혼자 쓰는 게 불편해서 그럽니다'


'같이 잘 마음은 없고요?'


'예?'


김군의 느닷없는 물음에 애써 참아 왔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며 되묻는 장군. 장군은 이미 김군이 거슬리는 듯 보인다.


'ㅋㅋㅋ 친해지자고 장난 한 마디 한 건데 표정이 살벌하시네. 알았어요. 내가 침대에서 잘게요'


'푸흐으.. 예. 어쨌든 앞으로 잘해봅시다.'


두 남자의 신경전이 엄청나다. 외적으로만 봤을 때는 모르겠지만 김군이 장군에게 절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기분. 그렇게 장군은 이왕 지내게 된 거 잘 지내보자고 악수를 권하고, 두 큰 형님은 앞으로의 페어플레이를 약속하듯 두 손을 맞잡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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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요즘 연애 예능들을 재밌게 보고 있어서 게이들만을 위한 예능이 있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100% 가상 인물과 사건이지만 실제 프로그램들에서 받는 영향이 분명히 있음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출연진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제 지난 소설들은 다음 카페 '이삼이삼구 소설집'에서 모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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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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