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만난 남자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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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랏샤이마세~~~~~~~난메이사마데 요로시이데쇼카.”

(어서오세요. 몇 분이세요?) 


“후타리데스케도. 스미마셍. 토리아에즈, 나마 후타츠 오네가이시마스”

(두 명입니다. 주문부터 할게요. 우선, 생맥주 두 잔 부탁드립니다)


들어가자마자 생맥주 두 잔 부터 주문하고는 점원으로부터 테이블 안내를 받아 형과 자리에 마주 앉았다.  


순간 정적이 흐르곤, 괜히 뻘쭘해서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생맥주 뽑아내는 기계에 써진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브랜드를 보고는 


“이 가게 생맥주는 아사히가 아니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쓰나봐요. 하~ 맛있겠다.”


“그렇군요”


그런데 왠지 힘이 없어보이는 형.


사실 지갑부터 가방 그리고 소중한 카메라까지 모두 도난 당했는데 기분이 좋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거겠지.


그렇게 테이블 위에 빠르게 생맥주 두 잔이 놓이곤


“형의 물건을 꼭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일단은 잊고 마셔버려요. 음.. 좋은 일로 형을 알게 된 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도쿄 시부야에서 한국사람을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까!!  무튼 형! 짠해요~~!!!”


그렇게 잔을 부딪치고는 시원한 생맥주를 단숨에 반 정도 들이켰다.



“캬~~~~~~~~~~~~~~~~~~그래 이 맛이지!!!!!!!!!”



너무 급하게 마셔서 그런가 입에 맥주거품이 잔뜩 묻은게 느껴졌다. 


그래서 입에 묻은 맥주거품을 닦아 내는데 형이 그런 날 쳐다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면서 피식 하곤 웃음을 내비쳤다.


“엇!!! 왜 웃으세요 형”


“아, 아닙니다. 생맥주가...정말 시원하고 맛있네요.”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형~ 그리고 웃으니까 훨씬 잘생...(순간 멈칫하고는) 아.. 아니..그러니까 웃으면 복도 많이 들어오고 건강해진다고들 하잖아요”


“네~(미소를 지으며)”


“우리 안주는 뭐 먹을까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대충 인기있는걸로 시켜도 될까요~~”


“준우씨가 드시고 싶은걸로 시켜요~ 저 가리는거 없어서 다 잘먹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직원을 불러 시저샐러드, 가라아게(닭튀김), 꼬치구이 모듬 (돼지고기, 파, 닭고기)을 주문했더니



“아니, 뭘 그렇게 많이 시켜요~”


“이거 한 그릇에 조금씩 나오는거라 양이 얼마 안돼요~~ 먹다 보면 모자라서 분명히 더 시키게 될걸요~~”


“근데 준우 씨는 도쿄엔 무슨 일로 오신거에요..?”


“아.. 저 회사 일로 4박5일 출장 왔어요. 무역회사 다니는데 내일부터 일본 거래처 회사랑 미팅이 계속 있어서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 회사랑 미팅이라니.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제가 이렇게 바쁘신 분을 괜히 붙잡아 두고..”


“아 정말 괜찮다니까요~~~ 근데 형은 무슨 일로 도쿄에.. 아; 저 그리고 올해 31살이에요. 처음에 형 봤을 때 저랑 동갑 정도일거라 생각했는데, 아까 서른다섯 살이라고 하셔서 아주 살짝~ 놀랬습니다.”


“놀라긴요. 나이대로 준우씨가 확실히 더 어려보이는데요 뭐.”


“그런가요~(웃으며)”


“전 작은 캘리그라피 공방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스튜디오를 하시는데 일도 도울 겸 요새 카메라를 배우면서 많이 만지고 있는 중입니다. (멋쩍어하며) 근데 요즘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생각이 좀 많아지는 것 같아서 머리도 식힐 겸 자유여행으로 오늘 도쿄에 온 거였어요. 근데 오자마자 이런 일을 다 겪네요.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와! 캘리그라피.. 글씨 엄청 잘 쓰시나봐요. 근데 오늘 오셨다구요??? 저돈데!! 혹시 나리타? 아니면 하네다??”


“나리타 공항이요~ 12시 20분에 도착하는~”


“헐.. 대박... 우리 같은 비행기 탄 거 같은데요? 혹시 대한항공 타셨어요?”


“네. 인천에서 10시에 출발 해서 12시 20분에 나리타에 도착하는 대항항공이요” 


“대~~~~~~박!!!!!!! 똑같은 비행기에요!!! (휴대폰으로 찍어둔 항공권을 보여주며) 이거봐요. 똑같은거 맞죠? 이게 무슨 우연이래요!!!!”


“그러게요. 근데 전 아까 준우씨가 한국말 할 때 진짜 깜짝 놀랬어요.”


“뭘 놀라시기까지. 누가봐도 자랑스런 대한민국 사람처럼 생겼잖아요. 하핫 (웃으며) 아무튼 이럴 땐 그냥 짠 하는 겁니다~ 자! 짠~~~(맥주를 마신 후 꼬치 하나를 들어 형에게 건네곤) 안주도 좀 드세요~ 지금 저만 안주발 세우고 있잖아요~~그러지 말고 우리 테바사키(닭날개튀김)도 하나 더 시킬까요?? 아.. 테바사키는 우리말로 닭날개 튀김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그 때 승준이 형의 휴대폰에 전화가 울리더니 아까 알려준 코반(파출소)에서 걸려온 전화 같았다.


마음이 급했는지 전화가 울리자 마자 바로 받는 형. 


“여보세요? 앗.. 모...모시모시”


어리둥절하는 형에게 손을 흔들어 어서 내게 바꿔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형이 급하게 내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휴대폰을 건네 받고는 경찰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데


“하이. 와카리마시타. 소레와 요캇타데스네. 오이소가시토코로 와자와자 아리가토고자이마스. 하이. 이마 치카쿠노이자카야난데스케도 스구 이키마스. 하이. 하이. 시츠레이시마스.

(네. 알겠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바쁘신 와중에 정말 감사드려요. 네네~~ 지금 근처 이자카야라서 곧 가겠습니다. 네. 이만 끊겠습니다.)


건너편에서 날 멀뚱히 쳐다보는 형


“아리가토고자이마스가 감사하다는 뜻 인건 알겠어서.. 이건 알아들었는데; 준우씨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거보니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닌가봐요.”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 좋으려나.


우리 말고도 도난 분실접수가 2건이나 더 추가접수 돼서 추가로 동원된 경찰들과 함께 일부로 시부야역과 함께 아까 도망친 시부야109 뒷골목 주변 일대를 순찰했다고 한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길에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백팩과 카메라 가방을 발견했는데 마침 그게 승준이 형의 것이었고


다만, 가방 안에 옷이나 물품은 죄다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예상은 했지만 지갑과 귀중품 또한 모두 사라진 상태였으며 카메라 가방 또한 카메라는 사라지고 빈 가방만 버려진 채로 찾았다는 이야길 해주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가방 안쪽 주머니 안에 깊이 넣어둔 여권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금 괜찮으면 파출소로 가방을 확인하러 오라는 전화 였다. 


그렇게 자초지종을 형에게 설명하는데


밝았던 형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지는걸 느꼈다.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가슴아프네요.. (애써 웃음을 보이며) 그래도 빈 가방과 여권이라도 찾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건가요??”


“형 일단 우리 이것만 마지막으로 마시고 얼른 확인하러 가봐요.”



우린 이자카야를 나와 다시 파출소로 향했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내가 보았던 형의 가방 및 카메라 가방과 똑같은 물건이 분실함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 가방들 제 꺼 맞습니다.”


형도 보자마자 본인 것이 맞다고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경찰이 다가오더니 범인이 빈 가방을 두고 사라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갑 안에 든 신분증, 돈, 신용카드 그리고 카메라는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여행 중에 유감이라는 말을 건네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출국 예정일 전 카메라나 지갑이 분실물로 접수되면  그 전에 연락을 꼭 줄 것이며


혹시나 출국 예정일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 뒤 분실물이 접수될 것을 대비해 외국인 사정을 고려하여 아까 분실물 접수신청서에 예비로 적어둔 한국 주소로 일본 경찰서 측에서 국제분실물 우편센터를 통해 돌려줄 수 있는 절차로도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며 상세하게 일러주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애써주신 경찰분께 고맙단 인사를 건네고 파출소를 나오는데 나오자마자 경찰이 했던 말을 형에게 다시 통역을 해주고 나니 형이 애써 태연한 척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곤 나에게 손을 내밀어 마지막 인사라도 건네는 것처럼 악수를 청하곤


“출장으로 바쁜 준우씨한테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민폐인지 모르겠네요.”


“민폐는요;; 남의 귀하고 비싼 물건 등쳐먹는 그 놈들이 나쁜 놈들 인거죠. 그리고 조금 귀찮으시더라도 내일 대사관 쪽에 문의는 꼭 해보세요. 여기서 가까워요. 휴대폰에 아자부주반 대사관 또는 주 일본 대한민국 대사관 검색하면 나오거든요. 그 쪽으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분명 있을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은데도 모르는게 많아서 오늘 그 쪽, 아.. 아니 준우씨에게 여러모로 많이 배웁니다. 오늘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이곤)” 


“아니에요~~~혹시 무슨 일 생기거나, 코반에서..아.. 파출소에서 연락오면 제 번호로 연락주세요~~”


“네!”


“형 숙소는 어디 방향이에요?”


형이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쪽이요(역과 반대방향을 가리키며)” 


라며 오른쪽을 가리켰다. 


“아 그렇구나~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전 신주쿠로 넘어가야 해서 시부야 역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아 근데 형..”


"네?"


"..지갑도 잃어버리셨는데 아까 그 오백엔 말고 따로...여비는 있으신거죠.?"


"네네 그럼요. 신경 안쓰셔도 돼요~" 


"네~ 물론 힘드시겠지만, 잃어버리신거 너무 맘쓰지 마세요. 그럼 (형에게 고갤 숙이며)"


그렇게 끝인사를 하고 그에게서 뒤돌아 시부야 역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는데


“주..준우씨!!!!”


이번엔 반대로 형이 갑자기 뒤에서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네? (놀라서 뒤 돌아보며)”


형이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애꿎은 손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혹시 저한테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아까 이자카야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제가 정신이 없어서 준우씨한테 감사히 먹었다는 말도 못 드린 것 같아서요..오늘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아우;; 아까 몇 번이고 고맙다. 감사하다!! 말씀 다 하셨거든요!!!”


“그런가요~~(머리를 긁적이며) 내일 미팅 잘 하시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형도~ 오늘은 잊고 푹 주무셔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손을 흔드며)”



그렇게 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시부야 역으로 돌아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하니 어느덧 시간이 밤 열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후... 출장 첫날부터 뭐가 이렇게 버라이어티 하냐”



샤워부터 해야되는데 침대를 보고나니 눕고싶다는 생각이 먼저 찾아들어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냥 그렇게 대자로 누워버렸다. 


그리곤 폰을 집어들어 아까 찍은 사진들을 둘러보는데


“엇!?????????”


사진을 자세히 보니 하치코 동상에서 찍은 셀카에 승준이 형의 뒷모습이 찍혀있었다.


“(웃으며) 확실히 잘생기긴 했단 말야..”


그렇게 마저 사진을 넘기는데


‘카톡’ 


은호로부터 카톡이 오고 있었다. 


[형. 아까 전에 이따가 전화나 문자 한다며!! 이 따 가 !!!!!!! 지금 벌써 열시 넘었거든?????? 이러다 이따가가 내일이 되겠어! 흥 !! 나 없이 일본가니까 그렇게 좋아?????]


[어? 뭐야. 1 바로 지워지는거봐. 카톡도 바로 확인가능하면서..!!!! 아주 혼나야해!!]


난 미안하다는 이모티콘을 보내곤 오늘 시부야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소매치기를 당해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를 문자로 전했다. 


[우리 형 하여튼 오지랖은 알아줘야 해. 근데 그 사람도 그렇다. 35살이나 됐으면서 그런일은 좀 스스로 알아서 하라그러지. 뭘 그렇게 하나하나 다 도와주고 그래. 내일 중요한 미팅도 있는 사람이.]


[일본어를 하나도 못한다잖아.]


[아니 그 사람은 영어도 못한데?]


[일본 사람들에겐 그래도 영어보단 일본어가 편하니까..]


[그래!! 우리 착한 갓 준우 형 참 잘했어요~~~~~ 나라도 칭찬 해줘야지!!!]


[저녁은 먹었고? 집이야?]


[집이지 그럼. 저녁은 먹었어.]


[그래. 너도 오늘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 할텐데 얼른 쉬어라.]


[응 내일 미팅 잘하구!! 뿅!!]


[뿅!!]


그렇게 은호와 톡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나니 몸이 노곤해졌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어버렸고 내가 잠든 시간이 12시 30분 넘어서 였던 것 같은데 잠깐 잠들었나!? 싶어서 눈을 떠보니 벌써 아침 7시가 넘어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하~~~~~~~ 오랜만에 꿀잠잤네”


그렇게 예정되어있던 마츠모토회사와의 오전 10시 미팅은 순조롭게 끝이났고 목요일 밤 회식을 기약하며 회사를 나왔다. 


(시계를 보며)


“음.. 11시 40분이니까 점심 먹고 뭐해도 그 다음 미팅 시간까진 아직 여유 있네. 점심은 간단하게 회전초밥이나 먹어야겠다.”


그렇게 가까운 회전초밥집에 들러 초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톡.


은호인가 싶어서 봤는데 28살 즈음, 이 쪽 영화 모임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태균이였다. 


[주누주누!! 한번 대주누?]


[미친! 갑자기 개드립 뭔데?]


[오늘 퇴근하고 나랑 좀 보자. 긴히 너한테 할 말 있어.]


[뭐래. 나 지금 도쿄 거든..]


[헐... 또 출장 갔어? 무슨 그놈의 회사는 허구한 날 출장이야]


[금요일이면 서울 가. 근데 할 말 이라는게 뭔데?]


[아..아니야]


[야이....씨..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냐? 뭐냐고]


[....아...이건 만나서 말해야되는건데. 우리 오랜만에 보이스 톡이나 할까?]


[아.. 미친. 그냥 문자로 말해도 되니까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냐고요!!!!!!!]


[알았으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알았어.]


[니 애인 은호 있잖아]



은호랑 동거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태균이에게 은호를 소개시켜주겠다며 셋이서 함께 술 자리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태균이도 은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태균이 녀석에게서 왜 은호 이름이 나오는거지.


대체 무슨 이야길 하려는걸까.


순간 태균의 문자에서 은호 이름이 나오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그대로 접시에 내려놓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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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이닝 항상 좋은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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