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만난 남자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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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시부야 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


-마지막회-  #17화



[김준우 시점]



현관 문을 열자 우체국 집배원이 우편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김준우씨 본인 되시죠?"


"네"


그리곤 내게 우편을 건네기 전 단말기를 건네며 


"여기 성함 좀 써주시겠어요?"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국제 우편이에요. 도쿄 경찰청인거 같은데 한문이랑 일본어를 잘 몰라서.. 나머진 우편 뜯어서 확인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 우편은 


'도쿄 경찰청' 에서 온 우편이였다. 


도쿄 경찰청 측에서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우편을 뜯어보는데


그러고보니 승준이 형을 시부야에서 처음 만났던 그 날로 부터 3개월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그 때 도난 당했었던 형의 분실물에 대해 까마득히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서면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우리가 출국 하고도 그 근방에서 연속으로 도난 및 소매치기 사고가 접수되어서 며칠동안 주변일대로 CCTV를 대대적으로 확인하던 도중 용의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시부야 역 부근과 분실물이 자주 발견되는 쓰레기더미 주변으로 집중단속을 했는데 마침 순찰관들이 용의자로 보이는 소매치기범을 목격했고, 결국 그 소매치기 일당을 모두 검거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리고 소매치기범 남자의 거주지를 수색한 결과 방 안에서 NIKON 브랜드 카메라 하나가 발견됐는데 분실물 접수에 기재했던 브랜드와 색깔도 일치하고 그림그린 모양과도 비슷해서 해당 카메라에 대한 정확한 모델명에 대해 한번 더 구체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며 


그 이외 몇 가지 더 확인 후 그리고 최종적으로 본인의 것이 맞으면 국제 택배를 통해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근데 여행 다녀온지 세 달도 더 됐는데 이 우편 하나 보내는데 무슨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건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늦게라도 찾아주려는 타국 경찰들의 정성에 한편으로 감동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다다음주에 도쿄 출장이 잡혀있었는데 답장 대신 내가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서신 답장을 빠른 우편으로 우선 보내놓았다.   


뭔가 이번 만큼 출장이 기다려지는 건 입사 이후, 처음이였다.


난 우편물을 식탁 위에 올려두곤 오랜만에 승준이 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승준이 형, 잘 지내시죠?]


[오! 준우! 오랜만이네~ 요새 일이 많이 바빠서 연락도 못했네~~~ 너도 회사 일 많이 바쁘지?]


[별로 안 바뻐요~~~ 다음주 이사 때문에 짐 정리하다가 형이 선물해준 액자가 보여서, 생각난 김에 문자했어요]


[다음주에 이사하는구나!! 이사할 때 형 불러~ 뭐 도울 수 있는게 있음 형이 도우러 갈게!]


[포장이사라 괜찮아요 형!]


[포장이사라고 해도, 도착해서 짐 풀고 정리하는 건 너가 해야되는거 아냐?]


[포장부터 새집에 이사 후, 정리해주는 것 까지 싹 해주는 걸로 불렀어요~~]


[헐.. 그거.. 돈 많이 들텐데!?] 


[걱정마세요. ㅎㅎ 돈벌어서 뭐합니까. 돈은 이런데 쓰라고 있는거 아닙니까?]


[나중에 이사 다하고, 정돈 다 되면 집들이 한번 초대해줘~~]


[ㅎㅎㅎ 네! 그리고 새집도 투룸이라서 혹시 서울에 볼일 보러 오실 때 1박2일 이상 일정이시면 괜히 호텔 잡지 마시고, 저한테 연락 주세요~~~~호텔보단 싸게 해드릴께요]


[오....!!! 대박.]


[1박에 30만원 정도 받으면 되겠죠?]


[양아치가 따로 없네 ^^]


[와.... 형. 그런말도 다 하실 줄 아시면서.. 역시 점잖으신 척 하면서 그동안 숨기고 있던 거였어.. 이거 이러다 형한테 한번만 더 장난치면 바로 욕 나오는거 아닙니까??]


[욕?? 욕이 뭐야? 저기? 요기? 할 때 요기?...]


[아... 제가 욕 할 뻔....ㅎㅎ 농담이구요. 오늘도 수고해요 형.]


[그래~ 조만간 서울 가면 밥 한번 먹자. 수고해라 ㅎㅎ ]



형에게 도쿄에서 분실물 관련 우편이 왔다고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 형의 카메라가 아닐 수도 있는거니까.


일본가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100% 확실해지면 형에게 말하자 싶어 일단은 이 사실에 대해 함구하기로 했다. 




1주일 후.


새 집으로 이사 온 당일. 


포장이사라고 해도 손댈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였는지, 다음날로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정리에 한창 이였다.



AM 00:00


그러다 12시가 된 순간


지-----------------잉


하고 울리는 알림.


뭐지? 싶어서 휴대폰을 보는데


[내사랑 은호 생일] 이라는 스케쥴 알림이 화면위에 띄워졌다. 


은호와 이별 후 내 마음도 정리가 어느정도 됐고 거의 모든 것들이 정리가 잘 돼 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사소한 곳에서 이렇게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불쑥 불쑥 날 깨우곤 했다. 


난 은호의 생일 스케쥴을 삭제하며 그래도 20대 마지막 생일을 맞이한 은호에게 선물이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최은호, 오늘 생일이네? 청소하다가 알림이 오길래 뭔가 했다. 이제 20대 마지막 생일이네?? 맛난거 많이 먹고~ 생일 축하해. 답장은 굳이 안해도 되니까 좋은 하루 보내라.]


*김준우 님이 파리바게트 케익 교환권을 보냈습니다. 


[케익까지 보내놓고 답장을 하지 말라고?? 날 무슨 도둑놈으로 만들려고 하네 이 형이. 근데 무슨 헤어진 애인 생일을 다 챙기고 그래? 여기 아메리카 아니고 한국이야 형]


[한국인거 잘 알고 있고, 헤어진 옛 애인 이란것도 너무 잘 아는데. 뭐 우리 이쪽 사람들 알잖아. 이런거 특히 못 넘기는거]


[뭐래.. 이쪽이나 일반이나 챙기는거 다 똑같지. 뭘 또 케익까지 보내고 그래. 딸기가 맛있어 보이긴 하네. 근데 난 형 생일 못 챙겨줘]


[와...........최은호. 말 이라도 챙겨준다고 하면 어디가 덧나냐? 쫌 서운하다!?]


[애인의 옛 애인 생일 챙겨주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뭐야~~!!!! 너 현수랑 잘 된거야???????]


[잘 됐다 그래!!! 형이랑은 4년이지만, 난 한 40년, 50년 이상 뒤집어지게 연애 한번 해보려고]


[어이구~~~~ 기특하다 기특해 ㅎㅎㅎㅎ 축하한다]


[형도 얼른 연애 해. 형 내년이면 32살이야. 더 나이 먹으면 잘 안팔리는거 알지?]


[어이구~~ 은호가 형 걱정을 이리도 많이 해주니 내가 눈물이 다 나려하네]


[구라 안녕히 들어가시구요~~]


[행복해라. 은호야. 진심이야]


[...뭐야..급 진지하게...-_-... 난 요새 엄청 행복하거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아주 많이!!]


[그래. 다행이다. 암튼 생일이나 잘 보내라~ 나 오늘 새 집으로 이사 와서 정리해야될 것도 많고 바쁘다!!]


[형도 이사했구나. 그래 알았어~~ 바쁜데도 생일 챙겨줘서 고마워. 잘 지내 형.]


[오냐~ 너도 잘 지내라! bye~]



괜한 오지랖인가 싶다가도 이제는 은호에 대한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전보다 조금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흐뭇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2주 후. 도쿄 출장 당일.



나에게 있어서 출장은 그저 일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도쿄로 향하는 길은 설렜다. 


난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시부야로 바로 이동을 했고, 파출소에 도착 후 집으로 도착한 우편물과 함께 이전에 카메라로 찍어두었던 접수증을 확인 시켜주고는 몇 분 후, 파출소에서 보관중인 카메라를 건네 받았다. 


단, 배터리가 없는지 켜지질 않았고, 순찰관 1명과 동행하여 근처 전자상가에서 충전을 요청 한 후에 찍힌 사진들을 대충 둘러보는데 남양주 풍경과 공방 사진이 보이는 걸 보니 승준이 형의 것이 확실히 맞았고 안에는 약 300장 정도 되는 소중한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내려다보이는 스타벅스로 이동해서 여느날처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참 많이도 찍었네..(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돌려보며)"


그렇게 사진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어!???? 뭐야. (카메라 안 사진을 보고 놀래곤) 이거 나 아냐?????????"


시부야 역 주변 일대 찍힌 사진들을 보다가 하치코 동상 옆에 왠지 낯익은 사람의 모습에 카메라를 확대에서 보는데 하치코 동상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셀카를 찍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뭐야. 내가 여기 왜 찍혔지;; 아 저 브이자 뭐야.. 어우..쪽팔려.."


갑자기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난 커피를 마시며 카메라에 찍힌 나머지 사진들을 둘러 보는데 순간 눈이 피로했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원을 그리며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피로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리곤 시야를 멀리 두고 시부야 역 쪽을 바라보는데 어라!? 어떤 한 남자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근데 입고 있는 옷을 보니 꼭 승준이 형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함에 보이는 환영인가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내다 보는데 잘못 본게 맞았는지 사진 찍는 사람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아침비행기로 와서 피곤해서 그런가. 이제 헛것이 다 보이네...어휴...(고개를 저으며)"   



난 형의 카메라 뿐만 아니라 추억까지도 모두 되찾은 것 같은 기분에 너무 기쁜 나머지 휴대폰을 열어 승준이 형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승준이형! 저 형한테 줄 거 있어요]


[그게 뭔데?]


[그건 비밀이구요! 조만간 우리 봐요.]


[조만간? 근데 나 지금 한국 아니야~]



형이 장난치는거라 생각하곤, 난 진심으로 형에게 



[형! 저도 한국 아니거든요. ㅎㅎ 아무튼 조만간 약속 잡아서 봐요~]


라고 답장을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곤 카페에서 나와 형의 카메라를 목에 걸고는 시부야 스크램블 횡단보도에 서서 초록불을 기다리는데 한국으로 돌아가 형에게 카메라를 건넬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얼마나 기쁘던지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어느덧 빨간색 신호등이 초록색 신호등으로 바뀌었고 항상 그렇 듯 여기저기서 수많은 인파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딛는데


근데 저기 저 사람...


왜 저렇게 낯이 익지....


목에 카메라를 매달고 힘차게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 남자.


설마 또 잘못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는데 아니, 이번엔 잘못 보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정말이지 설마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승준이 형이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횡단보도 중간 즈음 왔을까!? 수많은 인파속에서 형은 날 못봤는지 시야를 다른 곳에 두고 있었다. 



"형!!"



형이 내 목소리를 못 들었을까? 난 다시 한 번 횡단보도 위에서 큰 목소리로 형을 불렀다.



"승준이형!!!!!!!!!!!!!!!"



형의 이름을 크게 부르자 이제야 형과 눈이 마주치곤 거리를 둔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몇 초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형이 왜 지금, 시부야에 계시는거에요?”


“너야말로, 왜 여기 있냐? 한국 아니라는거 거짓말 인 줄 알았는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나저나 또 출장!?”


“네.. 형은 무슨 일로?”


“난 당연히 여행으로. 이번엔 숙소도 완벽하게 잡고 일본어도 조금 공부했고 말야.”


“...혹시 저 미행하셨어요?”


“미쳤냐?? 내가 널 왜 미행해. 그리고 니가 출장 올지 안 올지 내가 어떻게 알어”


“그건 그렇네...”


“아!! 그리고 형 카메라 다시 샀....(내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를 보고는 놀라는 표정으로) 어!? 근데 그 카메라!!!!!! (눈을 번뜩이며) 설마, 내 꺼 찾은건 아니...겠..지?? 너 혹시 나한테 줄거라는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몇 마디 나누는 도중 횡단보도 초록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형 이러다 빨간불로 바뀌겠어요. 일단 저 쪽으로 뛰어요”



난 형의 손을 잡고는 형이 가려던 방향으로 횡단보도 위를 뛰기 시작했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시부야 스크램블 한복판에서 거짓말 처럼 형을 만날줄이야..  


횡단보도를 다 건넌 후 숨을 돌리며, 이걸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 왜 본인에게 연락이 안 오고 나에게 연락이 왔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형이 정말 잘됐다며, 그리고 정말 고맙다며 날 한번 더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곤 



"요새 어떻게 지내. 니 말대로 좀 아물어지고 있는 중이야?"


"그냥 지내는거죠 (웃으며) 그리고 3달이나 시간이 지났는걸요."


"벌써 3달이나 지났구나.. 시간 참 빠르네."


"근데 형은 어디 가는 길 이였어요?"


"나?? 그 때 니랑 같이 갔던 이자카야 가서 맥주 한 잔 하려고 했지!! 생맥주도 정말 시원했고, 그 때 먹었던 안주들이 꽤나 입맛에 맞고, 맛있었거든"


"오올~~~~~~ 거기를 혼자서 가시겠다???? 이이데스카 히토리데(괜찮으시겠어요? 혼자서?)"


"하이. 젠젠 몬다이나이데스. (네. 전혀 문제 없어요)"


"스-게... 니홍고 페라페라쟝. (와... 일본어 완전 잘하잖아요)"


"소-카. 아리가토!! (그래? 고마워)"



형의 일취월장한 일본어 실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그러지 말고 같이 갑시다! 나도 맥주 마시고 싶은데"


"(형이 갑자기 두 팔을 넓게 벌리곤 기지개를 피듯) 흐하~~~~ 오랜만에 도쿄에 와서 그런가, 아니면 갑자기 널 만나서 그런가 이상하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네."


근데 승준이 형이 이상하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순간.. 저 말을 내가 어디서 분명 들어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어디서 들었지...? 


그러다 갑자기 머리에서 '번쩍' 하더니  



약 3달 전.

도쿄로 출장 왔을 때.


승준이형과 신주쿠에서 술을 마시다 엄청 취했던 날..


분명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신주쿠에서 숙소 방향으로 걸어갈 때 승준이 형의 말들이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이렇게 취하시면 어떡합니까 준우씨..."


취해서 정신이 없는 상태로 형에게 부축을 받으며 숙소로 이동 중에


"사실 진짜 다 잊을정도로 취하고 싶은 건 난데.. 형이 그렇게 떠나고 나서 마음이 정말 죽을 것 처럼 답답했거든요. 근데 요며칠 준우씨랑 같이 있다보니까 이상하게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첫째날에 헤어지려고 할 때, 준우씨가 다시 돌아와서 같이 밥 먹자고 절 붙잡았을 때 속으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그렇게 내 어깨를 잡아 앞으로 이끌어 주는데..준우씬 제 뒤에 계셔서 몰랐겠지만..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기 까지 했으니까요. 오~~ 준우씨 앞에 턱 있어요 조심조심"


"결국 물건은 못 찾고, 끝내 준우씨랑 헤어지고 나서, 전 아무래도 숙소가 없다보니까 시부야 역 앞에서 밤새 걷고 또 걸었는데 어느새 오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신주쿠 역 앞이더라구요. 내가 왜 여기까지 왔나 싶어서...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 때 누가 절 부르더라구요. 믿기지 않았지만 또 다시 준우씨였어요.."


"준우씨가 그렇게 날 한번 더 붙잡는데....저보다 어린 준우씨에게 더이상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말을 했지만..사실 제 마음은 이러다 어쩌면 이 사람을, 자꾸만 내 앞에 나타나는 이 사람을 내 맘에 품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준우씨 한테 그렇게 정색하며 화를 냈던거였구요"


"준우씨.. 엘베 앞이에요!!! 거의 다 왔어요~~ 좀 만 더.... 힘 좀 내줘요 (계속 부축하며) 준우씨 호텔 카드 키!!!!! 어딨어요? 네???????"


그렇게 카드키를 찾아 승준이 형에게 건네곤 문이 열리자 눈 앞에 보이는 침대 앞에 바로 털썩 하고 누워버렸던 일이 너무나 또렷하게 다시금 기억이 났다.   



난 분명 지금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심장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형..."


"응?"


"저 갑자기 ... 갑자기 기억이 났어요"


"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그 때 신주쿠에서 둘이 엄청 취했던 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형이 저한테 했던 이야기들이 갑자기... 선명하게 기억 났어요..."


"뭐야!!! 그게 지금 갑자기 왜 기억나.. 창피하게...얼른 잊어!!!"


"이젠 절대 못 잊을 것 같은데..."


"으... 쪽팔려.. 주....준우야"


"네"


"형 혹시 그거 지금 써도 되냐?"


"네?"


"저번에 너가 나보고 뭐 갖고 싶은거 없냐고 물었을 때, 그땐 기억 안나서 저장해 놓고, 형 써먹고 싶을 때 쓴다고 했던거. 설마 기억 못하는거 아니지??"


"그럴리가요 (웃으며) 그 뒤에 형이 뭘 갖고 싶어하는지 형 말씀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저의 말도 정확히 기억나는걸요."


"무서운 놈"


"그래서 갖고 싶은게 뭔데요? 엄청 비싼 건 안돼요 형!!! (웃으며)"


".....정말 그 때 니 말대로 아물게 되면..그 아픔들이 아물게 된다면 이제는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


갑자기 형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근데 정말 거짓말 처럼 요새 내가 다 아문 것 같아서..."


"그래요?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형."


"나 그럼 갖고 싶은거 진짜 말 한다!!!!!!!!!"


"아 글쎄! 들어보고 결정 한다니까요"



"니 마음. 갖고 싶다. 형은."


"네?(놀라서...)"


"혹시나 네가 아직 덜 아물었다면.. 빨리 그 상처랑 아픔이 낫도록 내가 함께 해주고 싶은데..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말야."



예상치 못한 순간에 훅 하고 들어온 형의 고백에 아찔할 정도로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그리곤 시부야에서 형을 처음 만났던 그 날 부터 한국에 돌아오는 그 날 까지 형과 도쿄 곳곳 에서 함께 했던 일.


또한 형과 함께 남양주로 드라이브를 갔던 일과 한강을 바라보며 내가 너무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날 위로해주던 일.


실상은 나보다 본인이 더 힘들었으면서....바보같이. 난 그것도 모르고...


형에게 기대어, 위로를 구하려 했다니...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누가 날 톡 하고 건드리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준우야"


"네??? 형"


"형 말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어요....."


"형은 너의 대답이 듣고 싶은데.."



고개를 들어보니 형이 나의 대답을 기다리 듯,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고 형과 눈이 그렇게 마주치는데



1초



2초 



3초




"형 근데 뭘 갖고 싶다구요?? (살짝 목소리가 떨리며) 한번만, 한번만 다시 말해 주시면 안되나요?"



사실 제대로 들었지만, 한번 더 제대로 듣고 싶었다.


내 마음을 갖고 싶다는 형의 목소리가..



"너 들었으면서 또 형 창피하게 하려고 그러지... 네 마음 갖고 싶다고. 김준우 니 마음."




여긴 어차피 일본 도쿄. 일본도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동성애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가 이지만 타국에 와서 눈치 볼 게 뭐가 있을까.


그리고 한 번쯤은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싶었달까.


그렇게 내 마음을 갖고 싶다고 외치는 형의 앞으로 한걸음 다가가 형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얹었다.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포개자 내 입술 속으로 형의 혀가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승준이 형과의 첫 키스..


초콜릿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형과의 키스에 몸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짜릿한 쾌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승준이 형과 키스를 하는 순간 


건너편 스타벅스 2층의 많은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우릴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지나가면서 남자끼리 이게 무슨 짓이냐며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웃으며 박수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린 동물이 아닌 그저 사람일 뿐인데.'



'남녀가 키스하면 이렇게 쳐다보지 않을거면서'



'왜 남자와 남자가 키스하면 이렇게 모두의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걸까'



이런 의문들과 함께 마치 동물원에서 동물을 구경하는 사람들처럼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밖에 좋아지질 않는 형과 난 저들에게 더 이상 양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린 잠시 입술을 떼고 서로의 이마를 맞댔다. 



그리곤 환하게 웃으며 옅은 목소리로 뱉어져 나오는 형의 목소리



'좋아해'



형의 입술모양은 정확히 좋아해를 그리고 있었다. 



'저도요'



라고 거의 묵음으로 말하는데 



마주한 이마를 잠시 떼고는 다시 형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살포시 포개졌다.  



우린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그들에게 오히려 우리의 모습을 더 봐달라고 애원하듯, 이전보다 더 당당하게 그리고 보다 더 뜨겁게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타액과 감정을 교환하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번쩍이고 있는 


도쿄 시부야 시내 한 가운데에서.  




-THE END-


========================



안녕하세요. 샹이입니다. 


먼저 제 소설 [시부야에서 만난 남자] 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소설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겪게되는 어떤 이와의 만남과 혹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의 과정 등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올려드린 사진은 도쿄 시부야 역 스크램블 교차로 인데요. 가끔 저 한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는데 다들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건강한 노출은 대 환영입니다 ㅎㅎ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후에 다시 새로운 글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꾸벅) !! (연재 하는 동안 추천과 댓글 그리고 쪽지로 응원주신 분들, 그리고 소중히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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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결국 네사람 다 좋게 끝났네요
좋은글 항상'감사합니다

다음글도 언제 올리실지 모르겠지만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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