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릴레이 소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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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석진(호프존 사장)은 종로 3가 YBM 건물 뒤편에 있는 2층에서 맥주 가게를 몇년째 운영하고 있었다. 와이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고 외동아들이 한 명 있는데 대학 2년을 다니다 휴학을 내고 군에 간 지 1년이 좀 지났다.
그동안 혼자서 아들을 키우며 가게를 꾸리는 게 힘은 들었으나 그래도 아들 보는 재미로 사는 외로운 일반의 중년이었다. 석진이 종로에서 맥주 가게를 오픈 한 지 여러 해가 되다 보니 이곳의 생리를 하나씩 알게 되었다. 이곳 종로에는 많은 유동 인구가 하루에도 수만 명 정도 오고 가며 스쳐 가곤 한다.
그중에 게이들이 종로에 많이 온다는 것을 가게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물론, 석진이 운영하는 가게에도 게이들이 자주 온다. 그러나 석진은 게이인 걸 알면서도 내색을 안 한다. 아니, 할 필요도 없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줄 필요도 없었다.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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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의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누구나 다 같은 고객이었다. 그런 석진의 가게에 유달리 자주 오는 미용실 원장이 있었다. 멀쩡하게 생겨서 보기에는 영락없는 튼실한 남자였지만 가끔 뭔가 이상했었다. 내색은 하지 않는데 최근에는 자주 티를 내곤 한다. 분명히 게이였다. 처음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편하게 지내다 보니 여성스러운 티를 내곤 했다.
가게에 자주 오면서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어쩌다 한 번 씩 원장은 여성스럽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남자답게 대화하다 가도 갑자기 여성스럽게 행동했었다. 그래도 원장이 선해 보여서 내색을 하지 않고 자주 어울리곤 했다.
석진의 가게 중앙에는 대형 벽걸이 TV가 있는데 야구 시즌에는 언제나 야구 중계를 틀어 놓고 있었다. 소리는 나지 않게 화면만 틀어 놓는데 석진은 오래전부터 프로야구를 무지 좋아하는 광팬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좋아했던 야구가 유일한 취미이고 낙이었다.
그렇다고 서울에 살면서도 잠실야구장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오늘은 주 중 3년 전의 마지막 날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날이다. 단골손님인 미용실 원장은 가게에 올 때마다 새로운 남자를 데리고 왔었다. 최근까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한 남자를 2번 이상 데리고 오지는 않았는데, 지금의 남자는 벌써 여러 번 가게에 함께 왔었다.
사람의 눈을 보면 알 수가 있듯이 석진은 원장이 그 남자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감지했었다. 그래서 간혹 셋이 같이 자리할 때면 일부러 TV를 보며 딴청을 피우곤 했었다.
- 아이, 사장님 야구 그만 보시고 저 한 잔 따라주세요~! (용만이 또 여성스럽게 말을 한다)
- 아… 미안! 미안...! 오늘 라이벌, 두산 경기라…(그러면서 테라를 잔에 가득 따라준다)
- 사장님, 오늘은 이기겠습니다… 마음 편하게 계셔도 되겠어요…(정식이 거든다)
- 그러게요!… 올해는 LG가 좀 하네요…(석진의 얼굴에 입이 귀에 걸렸다)
석진이 응원하는 LG트윈스의 경기가 이기는 날에는 서비스 안주가 가끔 나오기도 하는데 오늘도 역시 LG가 이기고 있었다. 초반부터 점수 차이가 크게 나서 신경을 안 써도 될 스코어였다. 석진이 용만에게 술을 급히 따라 주고는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용만이 다급히 말했다.
- 사장니~임! 우리 안주 더 안 주셔도 돼요! 배불러요~~~!(용만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 그래요. 사장님… 안주 괜찮습니다...! (정식도 거들었다)
사실, 둘이서 골뱅이+사리 한 접시에 감자튀김이면 양이 충분하다. 그러나 석진은 기분이 좋으면 귀찮아도 이런저런 안주를 서비스로 내준다. 용만은 그런 석진의 마음을 알기에 진심으로 석진에게 큰 형처럼 대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용만이 석진의 가게에 가끔 오면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오늘도 역시였다. 석진과 같이 맥주 몇 병을 마셨나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 들기 시작했다. 석진이 먼저 온 손님들 주문을 받고 주방 안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보니 손님이 더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용만이 재빠르고 익숙하게 메뉴판을 들고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을 테이블에 앉히고 주문을 받고 술을 갖다 주는데, 그 표정이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행동이었다.
그런 상황이 자주 있어서 인지 석진은 주방 안에서 홀을 확인하고는 아주머니와 같이 주방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석진도 처음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갑자기 손님이 많이 오더라도, 용만도 손님인데 홀을 맡기는 것이 좀 불편했었다. 하지만 용만이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고 익숙하게 일을 잘 처리하니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맡기곤 했다. 석진은 그러면서 미용실 원장에게 마음속으로는 짠~한 생각이 들었었다.
= 에구… 저렇게 멋진 남자가 왜 결혼은 안 하고 남자를 좋아하는지… 안타깝구만...!
그렇게 바쁜 시간이 지나고 새벽 2시가 지나자 손님들도 다 가고 주방 아주머니도 퇴근했다. 영업 중에 손님들과 같이 한두 잔 마시기도 하지만 이렇게 일이 다 끝나고 문을 닫고서 혼자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실 때는 기분이 좋다. 가끔, 오늘처럼 매상이 많이 오를 때에는 더욱 기분이 좋았다.
2층 창가에서 바라보는 종로의 거리에는 한밤인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문득, 오래전에 떠난 아내 생각이 났다. 암으로 고생을 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혼자서 속으로 병을 키우다가, 나중에는 손도 제대로 못 써보고 그렇게 아내는 떠나 버렸다.
뒤늦게 아내가 병에 걸려 자궁암인줄 알게 된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고 원망스러웠다. 진즉에 눈치를 채고 알았어야 했는데… 자신 또한 먹고살기 바빠서 같이 있는 아내가 그런 깊은 병에 걸린 줄을 몰랐었다.
늦게 결혼해서 제대로 한 번 호강도 못 시키고 겨우 가게 하나 장만해서 먹고 살 만하여지려는 데 가버린 것이다. 그때에는 아내도 아내지만, 11살 된 어린 아들이 있었기에 그냥 주저 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억지로 기운을 차리고 열심히 일했다.
정말 한눈팔지 않고 살아 온 꿈 같은 10여 년의 세월이었다. 그렇다고 석진이 이제라도 마음 편하게 지낼 여건도 아직 아니다. 자신이 늦게 결혼했는데 늦게 생긴 아들이 곧 제대하면 다시 대학교에 복학해야 한다. 그러면 또 얼마 있다가 결혼을 시켜야 할 테고…
지금 석진의 나이를 보면 60이 넘어야 손자라도 안아 볼 수 있을까 싶다... 기분이 좋다 가도 아들 생각을 하면 다시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 그러기 위해선 내가 건강해야 한다. 내가 건강하게 잘 살아야 아들놈 장가라도 보내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 띠리리링~ 띠리리링~
새벽 늦게 집에 들러 온 석진이 오전 늦게까지 잠을 자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 으음… 여보세요...?
- 아빠! 나야...!
- 어... 응? 한철이구나! 아침부터 웬일이야...? (군에 있는 아들의 전화에 놀라서 잠이 다 깼다)
- 웬일은? 나 휴가 나왔지...! 놀랬죠...? 아빠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고 일부러 말 안 했어요…
- 그럼, 오늘 아침에 나온 거야...?
- 그… 그게… 어제 오후에…
- 뭐...! 어제 오후에?!!! 그럼 지금 어디야...? 아니, 어제 휴가를 나왔으면 집에 오든지 가게에 오든지 하지 밤새 뭐 했어? 누구랑 있었던 거야...?
- 아니야...! 같이 휴가 나온 동기랑 시간 보내다가 그렇게 됐어… 아빠 가게에 갈까 하다가… 그렇게 됐어요… 그래도 아침에 나 혼자 먼저 빠져나온 거야! 나, 집 앞이야. 끊어요…
바로, 한철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몇 개월 만에 보는 아들을 보며 석진은
= 그새 저놈이 이렇게 컸구나!
6개월만 있으면 전역할 아들은 밤새 얼마나 술을 마시고 놀았는지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 그런 아들이 안쓰럽기도 했으나 석진의 마음과는 달리 표현은 따로였다.
- 속은 괜찮아...? 밤새 뭘 하며 놀았길래 얼굴이 그러냐...! (속상해 하는 표정으로 석진이 말했다)
- 많이 안 마셨어요… 죄송해요… 곧바로 안 와서…(한철은 면목 없어 힘없이 말했다)
- 잘 됐다. 밥 먹고 같이 사우나나 가자! 나도 몸이 찌뿌둥하네…
- 그래요! 제가 아빠 등 밀어드릴게...!
그러고 보니 아들과 목욕탕에 간 지도 꽤 되었다. 둘은 밥을 먹고 동네에 있는 “용궁 사우나”로 향했다. 금요일, 연신내의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하고 좋았다.
*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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