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릴레이 소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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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
지난번 그 일이 있은 후, 그러니까 2주가 채 안 되었다. 아들 현철이 자꾸 명수를 피하는 것 같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명수는 괜히 걱정되었었다. 혹시, 엄마에게 말 한 건 아니겠지? 아니야,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같은 남자들 일인데 다 큰 게 엄마에게 말하지는 않았으리라… 명수는 아무래도 현철을 한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빠...? 웬일이야...? (오전에 문자가 와서 쉬는 시간에 전화를 달라고 했었다)
- 응, 너 수업 마치고 오늘 학원 가지 마라!
- 왜...? 뭔 일 있어...?
- 오후에 아빠랑 같이 보내자! 어때...?
현철은 그날 이후로 아빠의 시선을 마주하기가 좀 불편했었다. 아빠의 자위행위를 목격한 것도 그렇지만 이상한 아저씨와의 조우까지, 그날 혼란스러운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 진 것이다. 오늘, 이렇게 아빠가 갑작스럽게 보자고 하는 것도 아마 그 연장선일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현철이 학원 핑계를 대기도 전에 학원까지 빼 먹으라니!!!
- 정말 학원에 안 가도 돼...? 엄마가 아시면…
- 응, 아빠가 엄마에게 말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수업 몇 시에 마치냐? 아빠가 태우러 갈게!
오후 4시가 넘어 현철의 학교 앞, 명수는 승용차 안에서 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철이 막 교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혜미가 큰 소리로 불렀다.
- 현철아!
- 어… 혜미야…
- 어디 가...? 학원 가는 거니?
- 아니, 오늘은…(말을 다 하기 전에 혜미가 말을 끊었다)
- 그럼 잘 됐다. 나랑 놀러 가자!
- 놀러...? 어디...? (오늘따라 놀러 가자는 사람이 많아!)
- 내가 재밌는 영화표 2장 있거든! 너무 재밌데~
- 아...! 참…(이런 아빠가 기다린다고 했는데…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혜미야, 그러면 나랑 옆에 바짝 붙어서 나가자!
- 왜...? 뭔 일 있어...?
- 그게 아니고… 아빠가 날 데리러 오신 댔어. 갑자기 오늘 학원도 가지 말라고 그러시니… 괜히 부담스러워서…
- 어머! 너 아빠 멋지시다! 어디 계시는데...? (주위를 두리 번 거리며...)
- 야! 그러지 말라니까...!
마침 명수는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오후 반월 차를 문자로 작성하는 중이었다. 차 안의 명수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만지는 것을 본 현철과 혜미는 명수의 은색 아이오닉5(전기차) 옆을 재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는 빨리 명수가 보이지 않게 골목으로 들어 가 버렸다.
학생들이 거의 빠져나가도록 한참을 기다렸으나 현철은 보이지 않았고,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아들 현철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까지 여러 번 보냈으나 그래도 함흥차사였다. 현철에게서 아무런 메시지가 오지 않는 것이다. 뭔 일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피하는 건지... 이놈이 왜 이리 연락이 안 돼! 학교는 벌써 파한 지 오래인데… 명수는 핸드폰을 꺼내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 네, 부장님…(회사 여직원이 받는다)
- 어, 난 데! 다른 일 없지...? 나, 좀 전에 반월차 낸 거 취소 시켜줘...! 바로 들어갈게.
- 네, 부장님. 알겠습니다…
= 이놈! 저녁에 집에서 보기만 해 봐라!
명수는 아들의 행동에 몹시 기분이 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처럼 둘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며 용돈도 두둑이 주려고 준비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신을 피하는 아들이 괜히 서운하기까지 했었다.
한편, 현철은 현철대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얼떨결에 혜미를 따라 영화관에 오긴 했으나 영화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아빠가 일부러 학교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철이 중,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한두 번 학교에 온 적은 있으나 어떤 이유든 아빠가 학교까지 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고 현철과 혜미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 네가 저녁 사는 거야! (혜미가 말했다)
- 알았어! 그러려고 했어… 어디로 가...?
- 철아, 저녁은 분식집에서 먹자! 나 떡볶이 먹고 싶어...!
- 그래. 그러자…
음식이 나오고 혜미는 맛있게 먹는데 현철은 입에 모래를 씹는 것 같아 잘 먹지 못하고 깨작거리고 있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눈치가 번갯불보다 빠른 혜미가 말을 꺼냈다.
- 너, 정말 뭔 일 있는 거지...? 아무래도 이상해...! 아빠가 학교까지 찾아 오신 것도 그렇고...
- 아, 아냐!…
- 빨리 사실대로 말해! 내가 들어 줄게...!
현철은 덩치는 컸지만 생각은 혜미보다 한 수 아래였다. 혜미는 나쁘게 말하면 닳을 대로 닳았다고 할까...? 영악함과 현명함을 함께 겸비한 데다, 지혜롭기까지 하니… 도무지 혜미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 그래, 어쩌면 혜미가 나의 이 혼란함을 해결할지도 몰라!
- 혜미야… 실은!…
- 그래, 철아! 말해...! (혜미가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반짝이며 가까이 얼굴을 내민다)
- 너, 이거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절대 비밀...!
- 아,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현철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혜미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실직고하고 말았다. 아빠의 자위행위까지…
- 음… 그러니까 그 일이 있은 후 뭔가 혼란스럽다 이 거지?
- 그래… 아빠를 쳐다보기도 좀 그렇고… 아마, 오늘도 아빠가 그래서 날 보자고 하신 거 같아...! 아빠도 찝찝하실 테니까…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부끄러운 얘기지만… 자꾸 그 노숙자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거 맞지...?
- 너.... 혹시...? 남자 좋아해...? 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게이들 있잖아!…
- 뭔 소리야! 난 그런 사람 아니야! (현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그럼, 당연히 아니겠지! 이렇게 멋있는 철이가 왜 남자를 좋아하겠어...! 아닐 거야...!
- 아~ 몰라 몰라! 머리 아파...! 내가 괜히 말했나 봐...! 너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 너, 이 혜미를 어찌 알고 자꾸 그래! 나 웬만한 남자보다 입 무거운 거 알지...!
그렇게 혜미와 헤어지고 집으로 걸어가던 현철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 문이 닫힌 치킨 가게가 보였다. 여전히 가게는 버려진 것처럼 그대로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현철은 살며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초저녁인데도 가게는 어두웠다. 가게 안은 불빛 하나 없으니 외부의 조명만으로 겨우 실내가 약하게 보일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현철은 주방 안까지 핸드폰으로 후레쉬를 켜고 들어가 보았다. 주방 안에는 노숙자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박스 종이 위에 빈 컵라면과 소주병이 몇 개 어지러이 널려 있는 것을 보니 혼자 있었던 게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괜히 겁이 덜컥 났다. 현철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빠르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 딩~동! 딩~동!
- 철이 들어오네요…(아내, 차 명란은 인터폰으로 문을 열며 기다리고 있는 명수에게 말했다)
- 내 서재로 오라고 해요!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 엄…마… 아빠 들어 오셨어요...? (눈치를 살피며 낮게 말했다…)
- 너, 어찌 된 거야! 아빠랑 약속해 놓고서 전화도 안 받고… 지금까지 뭐 했어?… 아빠 화 엄청 나셨어! (그러면서 양손으로 머리 뿔을 그리며 말했다)
- 그… 그게…
- 빨리 서재 방으로 들어가 봐...! 엄마는 몰라...! (명란은 주방으로 들어 가면서 물었다) 너, 저녁은 먹은 거니...?
- 네, 먹었어요...! (힘없이 말을 하고는 서재를 쳐다본다)
현철이 용기를 내어 아빠 서재 문 앞에서 노크하였으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현철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명수는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천장이 높은 큰 창가에 서 있었다. 현철이 삐죽삐죽 명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 창문을 보고 있던 명수는 그제야 돌아섰다.
- 저녁은 먹었어...? (의외로 온화하게 말을 했다)
- 먹고 왔어요… 아빠… 낮에... 죄송했어요!… 그... 그게...
- 이리 와 앉아라...! (명수가 아들의 말을 자르며 티 테이블에 앉으라고 자리를 내 주었다)
명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어린 아들이 뭔 죄가 있으랴!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로 한 것이다.
- 지금까지 뭐 했어? 전화도 안 받고… 누구랑 있었어...?
- 친... 구랑요...! 혜미라고… 같은 반…
- 이놈 봐라! 이제 다 컸다고 아빠보다 여친이 더 좋다는 거야...! 응, 그런 거야...?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아냐! 그런 거… 그냥 친구라니까...!
아빠의 미소에 현철이 마음이 놓였든지 굳은 얼굴이 좀 풀렸다.
- 왜, 아빠가 보자고 하니 부담스러웠어...? 하는 수 없지! 네가 선택한 거야! 그럼, 이것은 안 줘도 되겠네…(그러면서 편지 봉투를 꺼내 보이더니 다시 안 주머니에 넣는다) 오랜만에 아들 맛난 것도 사주고 용돈도 좀 두둑이 주려고 했는데… 뭐, 네가 싫다니 어쩔 수 없지...!
- 어, 아빠! 그… 그건 아니지! 이럴 거면 미리 알려줬어야지… 빨리 주세요...!
현철이 두 손을 앞으로 내민다.
- 철아! 이 아빠가 말이지 젊었을 때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알아?... 음… 오늘 우리가 하는 대화는 엄마에게 절대 비밀이다. 알겠지!
- 네.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 너도 이젠 곧 성인이 될 테니까 아빠가 같은 남자로서 말하는 거야!
*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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