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기차가 없다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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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학기의 춤과 노래로 분위기가 뜨자 사람들이 앞 다투어 노래를 불렀다. 학기는 썩어 문드러진 마음을 숨기며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몸을 흔들었고, 노래 예약이 없다 싶으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신나는 곡으로 예약을 했다.


  “학기야.... 박학기 노래 하나 땡겨라.”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사그라 들 때 쯤 부장이 학기에게 노래 신청을 했다. 박학기의 노래는 자기랑 이름이 같아서 학기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었지만 부장의 명령이었으므로 노래를 찾아 번호를 눌렀다. 향기로운 추억이었다.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한 노래로 제격이었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가라앉히는 것도 학기의 몫이었다.


  ♬ 한 줌 젖은 바람은 이젠 희미해진 추억.... 한 줌 아름다운 연기 잡아 보려 했던 우리의 그리운 시절.... ♬


  학기는 노래를 하다가 울컥 하고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가사 때문이었다. 용주와의 사랑은 정말 연기를 잡아 보려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눈에 보이지만 잡을 수 없는 연기처럼 용주와의 사랑도 한 때 뜨겁게 타올랐지만 결국 연기와 같아서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남아 있지 않았다. 학기는 흐르려는 눈물을 꾹 눌러 참고 노래를 마저 끝낸 뒤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부장이 술잔을 부딪치며 한 마디를 던졌다.


  “정주임 통이 커서 정말 노래 잘해.”


  여기저기서 학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그런데 여직원들의 칭찬이 귀에 거슬렸다.


  “학기 씨는 정말 흠 잡을 데가 없어요. 일 똑부러지게 잘하지, 매너 좋지, 성격도 좋잖아요.”


  “진짜 진짜.... 착하고 재미도 있잖아요. 말도 다정다감하게 하고....”


  “학기 씨가 센스도 있잖아요. 일 잘하지, 착하지, 성격 좋지, 재미도 있는데 왜 애인이 없을까?”


  학기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것도 모르고 입사 동기인 여직원 하나가 말을 받았다.


  “그러게.... 왜 애인이 없죠? 성격 좋고 재미도 있어서 매력이 넘치는데.... 저 같으면 학기 씨 같은 남자랑 사귈 텐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기가 사이다가 든 물잔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소희 씨~~~!!”


  한 번도 큰소리를 낸 적이 없는 학기가 소리를 지르자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렇게 매력 넘치면 나랑 사귑시다. 근데 그러기 싫죠? 정학기 같은 남자랑 사귀고 싶은 거지, 정학기랑은 사귀기 싫잖아요. 뚱뚱하고 못생긴 정학기는 매력이 넘쳐도 사귀기 싫죠?”


  학기는 여직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사람 앞에 놓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누구는 사귀기 싫어서 안 사귀는 겁니까? 여기 있는 미혼분들, 착하고 성격 좋은 저랑 사귀고 싶은 사람 손 들어 보세요.... 없잖아요. 제가 왜 애인이 없는지 알아요? 다 당신들 같아서 그런 거에요. 뚱뚱해서 땀 많이 나고 냄새 나서 사귀기 싫잖아요. 안 그래요? 내 말 틀렸어요?”


  “얘가 사이다를 많이 처먹고 취했나....”


  사무실 안에서 학기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이대리가 학기를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여전히 씩씩거리는 학기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다.


  “너 오늘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저다운 게 뭔데요?”


  “너도 들었잖아. 착하고 성격 좋고.... 아~ 씨.발 몰라....”


  “씨.발년들.... 말하는 게 조ㅈ나 얄밉잖아요. 이용만 하고.... 일 떠넘겨도 다 받아주고 가만히 있으니까 저를 완전히 가마니로 알잖아요.... 나한테 대주지도 않을 것들이....”


  “와~ 오늘 정학기 딴사람 같네. 욕도 하고.... 너 정학기 맞아? 내 후배 정주임 맞아?”


  학기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리가 학기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솔직히 오늘 너 그런 거 내 속이 다 시원하더라.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다 그랬을걸? 부장님도 가끔 우리한테 그러잖아. 남자 직원만 있으면 좋겠다고....”


  학기가 두 개피째의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여직원들이 우루루 주점을 빠져 나와 학기에게 눈을 흘기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날부터 당연히 학기는 여직원들과 사이가 나빠졌다.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사랑하던 애인이 있었지만 그것을 밝힐 수가 없었고, 또 헤어질 수밖에 없어 괴로워하던 차에 애인이 없고 연애를 못할 거라 단정을 짓는 여직원들에게 화가 나서 한 마디를 한 것이었지만 학기에게는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고참 직원들로부터 간간이 나오던 빨리 결혼하라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학기는 그것을 더욱 이용하여 결혼을 못하는 처지라는 것을 대놓고 어필했다.


  학기는 그렇게 용주와 이별을 한 슬픔을 극복해 나갔다. 아니 극복하려고 몸부림을 쳤다. 혼자는 힘들었기에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게이 업소를 찾아다닌 것도 이 즈음부터였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이 불망 스타일이었으므로 학기는 용주 같은 사람을 찾았다.

  용주를 만나기 전에도 그랬듯이 학기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으므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주기적으로 섹스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주 같은 사람이었지 용주가 아니었기에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학기 자체보다는 학기의 살을 좋아했다. 젖가슴이나 뱃살 또는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학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서는 용주에게 느꼈던 가슴떨림 같은 것이 없었다.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하나로 합체되는 섹스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살을 내주고 남의 손이나 입을 빌려 욕구를 배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학기가 경수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추석이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 어깨가 조금씩 움츠려 드는 때였다.


  “여보세요.”


  “학기야 나야. 용주 친구 경수....”


  “형 안녕하세요. 잘 지냈죠?”


  “뭐 그럭저럭.... 학기야.... 전화할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전화하는 건데....”


  그러했다. 경수에게 전화를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경수가 학기에게 전화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용주와 사귈 때에도 그랬으니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 용주와 연애를 하는 중에 가끔 같이 만나 밥을 먹는 것이 다였고, 그다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경수는 옛 애인의 친구일 뿐이었으니 애인과 헤어진 마당에 학기와 경수와의 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용주가 지금 좀 많이 힘들어.... 어제 울면서 나한테 그러더라. 너 보고 싶다고.... 어제 용주 어머님이 돌아가셨거든.... 니가 옆에 있으면 힘이 될 거 같은데....”


  학기는 조금 뜸을 들이다 경수에게 물었다.


  “장례식장이 어디에요?”


  학기는 월차를 신청하고 퇴근을 했다. 장지까지 따라갈 작정이었다. 학기가 상을 당했을 때 용주가 엄청난 힘이 되었었기에 학기는 그때의 일을 되갚기 위해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용주에게 힘이 될지 어떨지는 몰라도 용주가 마음 놓고 울 수 있도록 넓은 어깨를 빌려줄 작정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용주밖에 없는 장례식장에 조용히 들어섰다. 용주는 빈소 안에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쭈그려 앉아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용주가 고개를 들어 학기를 바라봤다. 약간 놀라는 표정이었다. 학기는 향을 피우고 영정 앞에 두 번 절을 했다. 그리고 오랜 만에 보는 용주와 맞절을 했다. 용주는 엎어진 채로 일어나지를 않았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학기는 용주를 거의 업다시피 하여 빈소를 빠져 나왔다.

  용주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학기의 넓은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울었다. 학기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용주의 등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한 바탕 눈물을 쏟아낸 용주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어 학기를 바라봤다.


  “학기야....”


  “담배 피울래?”


  오랜만에 만나서 학기가 입을 땐 첫마디였다. 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기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용주의 입에 물려주고 자기도 한 대 피워 물었다. 용주와 학기가 뿜어낸 담배 연기가 밤하늘에 올라가 서로 엉겨 붙었다 이내 사라졌다. 필터 가까이까지 피운 담배를 비벼 끄고 학기가 또 물었다.


  “얼굴이 왜 이래.... 며칠 굶은 사람처럼....”


  “밥맛이 있어야 먹지.... 배도 안 고파....”


  “뚱뚱한 나보다 밥 더 많이 먹는 사람이 왜 그래....”


  용주는 그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학기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학기는 담배를 한 대 더 피우고 용주에게 말했다.


  “형.... 나 배고파. 퇴근하고 바로 왔어.”


  학기도 밥맛이 없고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용주에게 뭐라도 좀 먹여야 할 것 같았다. 상을 치러 본 경험에서 우러난 생각이었다.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려야 슬픔도 극복할 수 있는 법이었다. 힘을 내는 데에는 밥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그래. 너 배 많이 고프겠다.... 또 내 생각만 했네. 미안해....”


  “형도 같이 먹자. 안 그럼 내일까지 못 버텨.”


  학기는 용주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용주의 곁에 있었다. 학기는 용주의 결혼 생활이 어떠한지 묻지 않았다. 용주도 학기에게 왜 자기를 피했는지 묻지 않았다. 추모공원까지 따라갔던 학기는 용주와 헤어지면서 악수를 하고 어깨를 토닥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용주는 잡은 손을 쉽게 놓지 않았다.


  “학기야....”


  학기를 불러 놓고 한참을 뜸을 들이던 용주가 말을 이었다.


  “잘 지내.”


  “응. 형도....”


  학기가 용주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정도 뒤였다.


  “여보세요.”


  “나야....”


  학기는 전화를 건 사람이 용주라는 것을 알고도 끊지 않았다. 짐짓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마음 좀 추슬렀어?”


  “응.... 그래서 말인데....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그때는 내가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해서 말야....”


  “고마울 게 뭐가 있어서.... 우리 사이에 그런 일로 고마워할 거 없잖아.”


  학기는 말을 해놓고 뜨끔했다. 우리 사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사는 처지에 우리 사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 사이가 그러니까 그때 못했던 말 제대로 하려고....”


  용주답게 학기의 말을 놓치지 않고 받아서 말했다. 대답이 없는 학기에게 용주가 말을 덧붙였다.


  “전화로 말하기는 좀 그래서 그래. 오늘 시간 돼?”


  “오늘.... 9시는 되어야 퇴근할 거 같은데....”


  “너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내가 회사 근처로 갈까? 우리.... 오랜만에 시작 가서 커피 마실까?”


  “시작으로 갈게.”


  학기는 서둘러 일을 끝내고 사무실을 나섰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용주에게 일찍 끝났다고 전화를 하려다 말고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으로 향했다. 그런데 벌써 용주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왔네? 나는 그냥 생각 좀 정리하느라.... 커피 마실 거지?”


  학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주는 사장을 향해 검지를 지켜 세우고 흔들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용주의 모습은 예전처럼 밝아 보였다. 다행이었다. 학기는 담배를 피워 물고 용주에게 말했다.


  “이제 얼굴 좋아 보이네?”


  용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얘기가 뭐야?”


  “방금 와 놓고 뭐가 그리 급해. 담배도 좀 피고, 커피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해도 되잖아.”


  담배를 한 대 다 피웠을 즈음 사장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그 옆에 학기를 위한 물잔도 가져다 놓았다. 사장은 학기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오랜 만이네요.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학기는 담배를 비벼 끄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잠시 이어졌던 침묵을 용주가 깼다.


  “고마워.”


  “우리 사이에 그런 말 안 해도 된댔잖아.”


  “너도 나한테 고맙다고 그랬으니까....”


  학기는 받아들인다는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학기야....”


  학기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용주가 제법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나.... 이혼했어.”


  학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솔직히 이혼도 아니지.... 혼인 신고도 안 했으니까....”


  “언제?”


  “제법 됐어. 여름방학도 하기 전이니까.”


  학기는 그제야 문상을 갔을 때 용주의 아내가 없던 이유를 깨달았다. 한창 바쁘게 일을 해야 할 며느리가 없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결혼을 한 시기를 미루어 봤을 때 출산이 다가와 만삭의 몸으로 있기가 힘들어서 없는 것이라 넘겨짚었었다. 결혼 생활이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는 않겠거니 싶었으나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용주가 잘 헤쳐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겨우 반 년 만에 헤어졌다는 말은 학기에게도 조금 충격이었다.


  “그때 바로 너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어머니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나 때문일 거야. 결혼도 어머니 때문에 한 거였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괜히 했다 싶어.... 니 마음 알아. 니가 왜 피했는지.... 나 때문에....”


  “형 때문이 아냐. 나 때문이야. 그때 형한테 말했잖아. 유부남 싫다고....”


  “그럼 나 이제 유부남 아닌데....”


  “그래서 뭐?”


  “지금 만나는 사람.... 없지?”


  “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형 아니면 연애도 못하는 사람처럼 보여?”


  “응.”


  학기는 용주의 단호한 말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기에 받아칠 수가 없었다.


  “내가 아직도 너 사랑하니까. 너도 그렇잖아.... 너 불망 스타일이라서 나 못 잊잖아. 내가 그러니까.... 니가 지금 만나는 사람 있으면 아까 내가 전화했을 때 못 만난다고 그랬겠지. 넌 그런 사람이니까....”


  “씨.발.... 웃기네 진짜.... 나를 뭘로 보고....”


  “내가 아는 정학기는 그런 사람이야.... 내 말이 틀렸으면 지금 만나는 사람 불러 내. 그 새끼한테서 너 뺏을 거야. 혹시나 그 사람이 나보다 훨씬 잘났으면 인정하고 내가 니 첩이 될게.”


  “도대체 그딴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구운몽에 나와. 구운몽 알지? 김만중이 쓴 한글 소설.... 양소유가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황제가 자기 딸을 양소유랑 결혼시키려고 하거든. 양소유는 의리를 생각해서 결혼을 거부하다가 황제의 명령을 어긴 죄로 감옥에 갇혀. 그때 황제의 딸이 양소유랑 결혼을 약속한 여자를 찾아가서 자기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자진해서 둘째 부인이 된단 말야. 그래서 나도 그래 보려고....”


  학기는 아무 말 없이 용주를 바라봤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용주가 말을 이었다.


  “니 첩이 돼서 매일 밤 주술적 행위를 할 거야. 그 새끼랑 똑같은 인형 만들어서 바늘로 콕콕 찌르고, 팔 다리를 다 잘라가지고 땅에 묻을 거야. 그러면서 소원을 빌어야겠지. 빨리 나가 떨어지라고.... 장희빈처럼 살 거야.”


  “형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이렇게 말은 했지만 학기는 뜨끔했다. 매일 밤, 용주가 떠오를 때면 결혼식 때 봤던 여자를 생각하며 너무 부러워서 온갖 욕을 퍼붓고 저주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 처지였으면.... 나는 진짜 매일 밤마다 온갖 신들을 소환해서 정학기 마누라 빨리 죽여달라고 빌었을 거야.... 만나는 사람한테 연락 안 해? 내가 진짜 주술 걸고 싸우기라도 할 거 같아서 겁나? 아니면.... 너도 나처럼....”


  “형이 전화해.”


  용주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농담처럼 말한 것인데, 학기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고 단호해 보여서였다.


  “그래 내가 전화해서 불러낼게. 번호 불러. 몇 번이야?”


  “형 집에 전화해.... 오늘 못 들어간다고....”


  “학기야....”


  “내가 유부남 싫다 그랬지 헤어지자고 한 거 아니잖아.... 빨리 전화해. 담배 한 대 피우고 나가자. 나 급해.”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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