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7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유부장은 그날밤 새벽까지 준이를 기다렸다. 문자를 지웠다 썼다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결국 보낼수는 없었다.
 이른 아침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주말 내내 준이를 집에선 볼수 없었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는 유부장은 초췌해 보였다. 요즘들어 보여줬던 밝은 느낌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팀내 직원들도 갑자기 냉담해진 유부장의 분위기를 느낄수가 있었다.
반면, 조금 늦게 출근을 한 준이는 오히려 더 밝고 크게 인사를 했다.
"..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가 깜짝 놀랄만큼, 큰소리였다. 이에 미리 와있던 유부장의 시선도 끌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히 눈웃음까지 지으면서 일일히 인사를 하면서도, 유부장에게는 인사는 하면서도 교묘하게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준이를 바라보고 있던 유부장의 입가에 지어졌던 미소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적막한 기류는 그칠줄 몰랐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기 바빴다. 유부장도 일하는 중간 계속해서 힐끔힐끔 준이를 쳐다봤다. 신경이 쓰여서 미칠것만 같았다.
".. 준이사모.. 부장님.. 무슨일 있어?"
유부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남주임이 잽싸게 다가와 물었다.
".. 네? 아니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도통 모르겠다는 해맑은 표정. 깜빡 속아넘어가기 딱 좋다. 배우를 해도 될만큼이었다.
".. 아니긴 뭘 아니야... 주말동안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오신것 같은데..."
이때, 다른 팀원도 말을 거들었다.
"... 준이씨.. 부장님 기분 좀 풀어드리자..
  .. 좋은게 좋은거라고.. 저번에 화끈하더만...
  .. 어떻게 오늘 회식 고고씽? "
대답을 하려는데, 그 순간 유부장이 들어왔다.
".. 부장님.. 저.. 오늘..."
유부장은 남주임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바로 자른다.
".. 이준이!! 나좀 봐!!"
묵직한 한마디에 유부장을 따라서 나가는 준이를 보고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 거봐.. 맞다니까.. 둘이 싸웠네.. 싸웠어..."
".. 둘이 진짜 사귀기라도 한다는거예요?"
".. 아니.. 꼭 그렇다는건 아닌데...아니지.. 아닌데..."
둘은 엘리베이터를 탄다. 목적지는 옥상이다. 가는 와중에도 아무말도 주고 받지 않는다. 근엄한 침묵만이 가득할 뿐이다.
옥상에 도착하자, 유부장이 내리고 준이가 따라서 내린다.적당한 장소에 도착하자, 유부장이 큰 숨을 내쉬고는 준이의 눈을 바라봤다.
".. 건강검진은 했어?"
".. 네..."
".. 내 친구가 거기 담당인데.. 나랑 같이 갔으면..
  .. 잘 해줬을텐데...내가.. 말하는걸.. 깜빡했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옥상을 올라오면서 그렇게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 집엔 왜 안들어 왔어?"
준이는 입을 오히려 꾹 닫는듯 보인다. 그러자 유부장이 말을 덧붙인다.
".... 걱정했는데..."
입을 꾹 닫고 있는 준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 집에 들어와.."
뒤늦게 입을 연 유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떤 의미로든 서로 떨고있었다. 드디어 준이가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연다.
".. 이번주 내로.. 짐싸서 나갈게요..."
그때 유부장이 정색을 하면서 소리쳤다.
".. 그게 집까지 나갈일이야?"
준이는 말문이 막힌다. 누가 봐도 집을 나갈만한 일이었다.
준이의 처절한 진심이 무엇인지 안다면.
".. 오늘 집에 가서 짐 챙길게요..."
유부장이 다음말을 하려는데, 출입문이 열리면서 옥상으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바람에, 입을 열수가 없었다. 준이는 그 틈을 타 먼저 자리를 떴다.
..........
".. 띠띠띠띠..."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울리자, 유부장은 혼자서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식탁위에는 배달을 시켜놓은 미역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유부장은 준이가 끓인 미역국이라고 확신했었다. 준이는 늘 미역국을 먹었다. 먹을 수 있는 환경만 되면, 그래서 기억할수가 있었다.
준이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유부장은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머뭇거린다. 그사이에 준이가 효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짐을 싸는지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이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유부장은 방문에 귀를 가져다 데려는데, 그때 문이 열렸다. 당황한 유부장이 어렵게 입을 뗐다.
"...한잔... 안할래?"
떨리는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묻는 유부장을 준이는 잠시 조용히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참 많은것을 담고있었다. 준이는 조용히 캐리어를 한곳에 놔두고 식탁에 앉았다.
유부장이 준이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한다.
".. 세상이 참.. 좁지..."
"... 네..."
힘없이 말을 내뱉고는 혼자서 몸을 돌려서 소주를 한잔 마신다. 이에 같이 마시려단 유부장이 멋쩍어서 혼자 마시고 말한다. 
"... 이제 내 딸 걱정은 안해도 되겠어.."
  .. 너가 착하니까.. 동생도 착할꺼 아니야.."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연다.
".. 저 안 착해요..."
".. 너 정도면 착하지.. "
아무런 반응이 없는 준이를 의식했는지, 유부장이 서서히 운을 띄운다.
"..  아직 돈 부족하지 않아?
  ... 왜 굳이 나갈려고 하는데?"
조금 정적을 두고서 준이가 답한다.
".. 예비 사돈어른하고... 같이 산다는게... "
순간 유부장은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현실인것를 모르는바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 그래서 나간다고?"
준이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곧 돌아서서 가려는 준이에게 다시금 묻는다.
"... 무슨 죄졌어? 잠깐 같이 사는게 뭐가 어때서?"
그러자, 준이가 어깨를 위로 들었다가, 큰 한숨과 함께 내린다. 무슨 큰 결심을 한 사람처럼.
"... 이 정도면 아들 마음 어느정도는 이해하시지 않으셨어요?"
".. 뭐?"
".. 아들한테 미안했던것들... 부장님 마음 편할라고..
  ..그래서 저한테 잘해주시는거잖아요..
  ..사모님.. 서방님.. 농담하시는것도.. "
유부장은 그말을 듣고 한참을 말하지 않는다.
"...더.. 있다가는...큰일날거 같아서요.."
"... 어차피 안될거 아니까, 그렇게 되면 안되는거니까
.. 딱부러지게 얘기할게요.."
유부장은 준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 좋았어요.. 부장님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 사랑이 아닌걸 알면서도, 동정인걸 뻔히 알면서도.."
  ".. 누가 동정이래?"
".. 그럼 사랑이에요?"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는 유부장을 향해, 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겨운 감정을 실어서 말한다.
" ..거지같애... 부장님 때문에 내마음 자꾸 이리저리
  ..끌려다니는거 가망도 없으면서..."
유부장은 할말은 많았다. 답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다. 다만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때 준이가 소리를 질렀다.
" 그냥 다 짜증나!! "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하는것 같았다.  끝까지 숨기려했던 진실들이 터지고 있었다. 어물쩡 대면서 눈치를 보는 유부장의 모습이 아까부터, 아니 회사에서 부터 싫었다. 차라리 그렇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면 마음이라도 편할것 같았다.
" ..부장님한테 문자 오면 설레는것도 거지같고..
일하면서 부장님 계속 신경쓰는것도 거지같고..
부장님이 각시님, 사모님 불러주면, 
몇시간을 가슴 떨리는것도 거지같고..
매일 보는데, 심지어 같이 사는데 
자꾸 보고싶은것도 거지같고....
맨날 부장님 바지 앞섬만 보는 나도 거지같애..."
" 이래도요? 이래도?  착하다구요? 제가요? "
" 저... 드라마나 심지어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볼때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아저씨만 나오면, 그 아저씨 바지 앞섬만 봐요... 거기 본다고 해서 뭐가 보이는것도 아닌데, 그 윤곽이라도 보겠다고.. 그럼 열에 아홉은 그냥 큰 모습만 보이지, 사실 아무것도 흥분되는 순간을 찾을 수도 없는데도....
그래도 봐요... 뚫어져라...
그러다 어떤 비슷한 윤곽이라도 보면, 좋아서 실실...
이 정도면 미친놈 아니예요?
이 정도면, 정신과 치료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
".. 부장님도 이제 정 떨어지시죠? 소름 끼치시죠?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랬어요..
아시겠어요? "
".. 그러니까.. 제 눈치 보시지 마시라구요..
  .. 왜 나같은 쓰레기같은 놈 눈치를 보시냐구요...
  .. 그만 잘해주셔도.. 된다구요..
  .. 이미 충분하다구요..."
준이는 그렇게 유부장집을 떠났다. 그런데 그때쯤, 희한하게  벼락이 치면서 맑던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비를 쏟아냈다.
준이는 우산도 없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간다. 유부장은 언제 쫓아왔는지 뒤에서 우산을 쓰면서 따라걷는다. 하지만 준이를 잡을, 우산을 씌워줄수있는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겨우 최사장의 마음을 접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이후에는 별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10년의 짝사랑이 겨우 끝났다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다른 유부남 아저씨를, 그것도 동생의 장인어른을 또 좋아하고 있었다.
 
 서운했다, 서글펐다를 그렇게 반복해놓고도..
일반에게 더이상은 맴돌지 않겠다고 결심까지 했는데도..
입양아로써 테래비에 나올만큼 성공적인 사람이 되보자고 마음을 굳게 정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냉혹해서 마음대로 되는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준이는 자연스레 모텔로 돌아갔다. 주인장은 비를 흠뻑 맞은 준이를 반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에 흠뻑 젖은 캐리어를 외로이 끌면서 방으로 겨우 들어가는데, 준이에게 전화가 왔다.  한참을 듣던 준이는, 네, 네 라는 답변만 할뿐 어떤 표정 변화도 없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새벽 2시가 될무렵, 준이가 눈물을 닦고서 모텔방을 나와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소주를 사는것처럼 보인다.
  준이는 편의점에서 소주 5병을 집어서 카운터에 내려 놓는데,  편의점 알바가 아는척을 한다.
"...전화 저번에 드렸었는데..."
준이가 놀래서 알바를 쳐다본다.
"... 네.. 제가.. 그땐... 그렇게 됐네요..
  .. 그럼 저희 부장........"
준이는 하려던 말을 만다. 그리고 알바의 얼굴을 보려는데, 중간에 명찰이 보인다.
[이상기]
준이는 곧바로 편의점을 빠져나가는데, 알바가 말을 한다.
".. 뭐야? 둘이 헤어진거야?"
준이는 모텔로 돌아와서, 그 모든 소주를 안주도 없이 모조리 몸속에 넣었다. 그러자 마치 무적이 된듯했다. 그러다가 무엇이 서글픈지 원없이 울기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했다.
어느곳에건 기대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편할수 있는 사람은..
비록 혼자만의 생각이라 할지라도...
몇번의 신호가 가고.. 
".. 여보세요?"
굵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사장이었다. 
한번에 연락을 받은것도 신기한일에 속했다. 그간 해오던 행보에 비하면. 그런데도 준이는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물론 대답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 준이냐? 말을 해라.. 전화 했으면...여보세요? "
그러더니, 감정에 북 받치는지 서서히 어깨를 떨면서 울기 시작한다.
".. 왜 무슨 큰일났어?"
걱정스런 말투에, 준이가 겨우 진정하며 말을 했다.
".. 아니.. 그냥..."
떨림이 백퍼센트 전해진다.
".. 근데 목소리가 와그라노?"
"...목소리가 왜......"
말을 쉽게 잇지 못하고 감정에 짓눌려버린다.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최사장이 대신 말을 이었다.
"..힘드냐?"
"..아니... 그냥...."
"..뭘.. 자꾸 아니고 그냥이야...
힘들면 힘들다고 얘길해.. 얘길해야 알지..."
준이는 최사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통곡을 하자, 최사장이 놀래서 농담을 한다.
"..왜 내가 저번에 상우 전화번호만 물어봐서?"
그래도 준이는 울기만 했다.
"..울지만 말고.. 얘길해봐..."
".... 나....죽..."
..............
유부장은 일을 하면서도 준이가 출근하기만을 기다렸다. 오늘이 복귀하는 날이었다. 준이는 며칠 휴가를 냈었다.
그런데, 준이가 출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울리는 사내 전화기를 받더니, 남주임이 말한다.
".. 부장님.. 이준이씨 건강검진 안냈다고..
  ... 인사과에서 더이상은 못기다린다고..
.. 오늘까지 제출하라는데요..."
".. 어? 이준이씨 아직도 안왔는데?"
준이는 결국 그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사람을 시켜서 전화를 해보다가, 결국 유부장이 직접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그날 유부장은 회식에 참석했다. 혼자 마시면 안될것 같았다. 그날도 많이 마셨다. 서글프고 마음이 아린데, 왜 아무것도 못하는지 아니면, 안하는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왜 그런날은 취하지도 않는건지.
그래서 유부장은 편의점을 들려서 소주를 산다.
정신을 잃고 쉬었으면 했다. 계산을 하는데 알바가 소주 5병을 보고는 말을 한다.
".. 그분...아까 이미 사가시던데...
  .. 여기서 드실껀 아니시죠?"
말에 답을 하려던 유부장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종합검진검사 병원의사 친구다.
".. 여보세요?"
".. 어.. 난데.. 저기.. 이거 말하면 안되는데..
  .. 니 팀에.. 이준이씨라고... "
".. 어.. 뭔데?"
유부장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지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 큰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할거같아.."
".. 뭐? 뭔데 병명이?"
"... 그거까진 말해줄수 없고.. "
 갑자기 멍해졌다. 다음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조차 가늠이 안됐다.
"..근데 정말 헤어지셨어요?
..저번에 전화 했을때도 안오시고.."
 그때 편의점 알바의 목소리가 유부장을 깨웠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
"..모르셨어요? 쓰러지실때마다 오셨는데..."
"..저번에 한번 그런거 아니예요? "
" 저한테 전화번호까지 남기고 가셨는데..
쓰러지신걸 처음 발견하신날에..
여기... 010- 8348-"
알바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유부장은 편의점을 뛰쳐나갔다. 소주병도 놔둔채로.
"... 쾅.. 쾅.. 쾅.. 쾅..."
유부장은 준이가 머물고있는 모텔방을 두드리고 있다. 사실 준이가 어디 머무는지 알고 있었다. 그날, 우산은 결국 못 씌워줬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봐놨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드렸다.
".. 이준이!!! 이준이!!"
그러자 그제서야 준이가 얼굴을 비췄다.
  "....의사가.. 뭐래?"
준이의 표정이 마냥 좋지는 않다. 그런데 자꾸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보이려고 한다. 
"... 암일수도 있다고..... "
유부장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걸 겨우 참는다.반면 준이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려 노력하는것 같아 보였다. 
"... 큰 병원에서 조직검사 기다리고 있어요....
  .. 초기일수도 있고... 아직은 몰라요.."
"... 부모님은 아시고?"
"... 결과 나오면.. 그때... 아직은..."
"... 요새 암 왠만하면 다 고쳐..
  ... 현대 기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힘없이 겨우 서 있는 모습이 유부장 눈에는 안쓰러워 보이나보다.
"...빨리 짐싸..
.. 아픈데 어딜 혼자있어...가자..."
".. 아니예요.. 진짜..
  ... 저 당분간은 혼자 있고 싶어요.."
가자고 같이 극구 떠미는 유부장을 준이는 끝끝내 매몰차게 집밖으로 몰았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겨우 얻은 슬픈 승리였다.
그렇게 문을 닫고서 등을 기대놓고는 준이가 주저 앉는다. 그러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울분이 되더니, 곧 통곡으로 이어졌다.
"... .. 거지같애.... 거지같애!!!"
그렇게 한참을 우는데, 희미하게 우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서 준이가 잠깐 울음을 멈출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 준아...."
유부장이었다. 희미해도 그의 음성은 충분히 알아 볼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불가항력같은 힘이 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울먹이는 유부장이 있었다.
준이도 울먹거렸고, 서로가 너무나 애틋한 순간었다.
".. 부장님...저... 살고 싶어요...."
그제서야 진짜 감정을 드러낸다. 떨림 하나 하나. 솔직한 심경. 죽음 앞에서 두러움 때문에 떠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살고 싶은게 인간의 욕망이었다. 
"...무서워 죽겠어요...어떻..."
준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 틈도 주지 않고 유부장이 준이를 안아주려고 했던 순간이었다.
".. 이준이!!!!"
멀리서 중년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머쓱해진 유부장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멀뚱히 걸어오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남자가 뚜벅뚜벅 가까이 다가오자, 준이가 놀란다.
"... 아빠...."
유부장과 준이의 간극만큼, 최사장이 다가왔다. 잔뜩 얼굴을 찌푸린채로, 준이와 유부장 사이로 끼어 들어온다.
그렇게 두사람은 서로를 처음 바라보고.
유부장이 먼저 입을 연다.
".. 반갑습니다.. 저는 준이랑 같이 일하고 있는
  .. 유 승 만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악수를 내밀자, 최사장은 먼저 준이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고는 가까이 얼굴을 내민다. 무언가를 확인이라도 하듯이. 그리고 여유를 한참을 가지다, 그제서야 아직도 기다리고 있던 유부장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반갑습니다... 저는 준이를 15년 데리고 있었던 최영성이라고 합니다..."
이 새.끼구나...
우리..준이를 고달프게 만든 새.끼가...
이 새.끼는 뭐야?
왜? 우리 준이를 안으려 하는데?
두사람의 눈빛에 불꽃이 튄다. 눈도 깜빡거리지 않는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eyebee1" data-toggle="dropdown" title="꼬물이잉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꼬물이잉</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