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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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은수


커다란 창밖으로 야경이 보이는 방. 은수가 하얀색 실크 가운만 걸친 채 야경을 배경 삼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은수가 허공을 향해 연기를 한 모금 뿜어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있는 것은 일반적인 담배가 아니었다. 나른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지자 은수는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후-”


한숨을 내쉬고 팔등으로 눈을 가렸다. 손끝 하나 까닥하기 싫은 기분이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은수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났다. 살짝 벌어진 가운 틈으로 붉은색 유두가 유혹하듯 모습을 드러냈다. 

은수가 무릎을 세우자 부드러운 실크 가운이 다리를 따라 스르르 미끄러졌다. 순백의 미끈한 다리가 희미한 불빛에 숨 막히는 관능미를 자아냈다.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이 가운에 교묘히 가려져 보는 사람을 애태웠다. 


스르르.

비단뱀이 지나가듯 그 다리를 타고 누군가의 손길이 가운 속으로 들어갔다. 가운을 들추니 매혹적인 검은색 체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읏-”


다리 사이로 들어간 손이 어디를 건드렸는지 은수가 약한 신음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의 혀가 은수의 붉은색 유두를 할짝거렸다. 


“좀 더 세게. 음-.”


은수가 눈을 감은 채 가슴을 애무하는 남자에게 말했다.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던 남자가 갑자기 ‘스읍-’하고 맹렬하게 유두를 빨아들였다. 은수의 가슴에서 젖이라도 빨아낼 기세였다. 남자는 동시에 손을 뻗어 다른 쪽 유두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하읏-”


다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은수의 오른쪽 발치에도 건장한 사내가 엎드려 있었다. 그 사내는 은수의 발을 애무했다. 사내는 은수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입안에 넣어 정성껏 빨더니 점점 발목, 종아리로 입술을 옮겨갔다. 무릎을 애무할 때는 은수의 발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잔뜩 발기한 자신의 성기로 은수의 발바닥을 문질렀다. 아까부터 흥건히 흘러내리던 프리컴이 은수의 발을 더럽히고 있었다. 

은수에게 은밀한 봉사를 하는 세 남자는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은수야, 넣어줄까?”


발을 애무하던 남자가 들뜬 목소리로 은수에게 물었다. 

남자의 말에 은수는 민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내가 벌려준다니까. 내가 얼마든지 대준다고. 형은 그저 내 구멍에 박고 원하는 만큼 즐기기만 하면 돼.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이야.


은수가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큭큭큭’ 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씨벌, 내가 대준다고 했는데도 나를 버려? 내 구멍에 박고 싶어 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여기서부터 줄을 세워도 서울역까지는 갈걸? 내가, 이 고은수가 기꺼이 벌려준다잖아. 그런데 왜 마다하는 거야. 하민재.


씨벌, 너 없어도 돼. jot이 다 같은 jot이지 뭐. 네 jot이라고 특별할 것 같아? 


“박아줘.”


은수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세 명은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던가. 

세 사람은 사실 은수가 가입한 레이싱카 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은수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셋 다 부모 잘 만난 덕에 돈, 외모, 신분,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술 마시고, 약하고, 복잡한 여자관계에, 사고 치는 일이 일상인, 말하자면 놈팡이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짜릿한 것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광란의 질주. 은수와 친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셋 다 은수의 열렬한 신봉자라는 점. 그리고 셋 다 섹스할 때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자 네 사람은 종종 서로의 아지트에 모여 향락 파티를 벌이곤 했다. 바로 오늘처럼. 

그리고 오늘은 은수가 처음으로 삽입을 허락한 날이었다. 그동안은 여자나 예쁘장한 청년을 구해왔다. 돈을 주고 부르기도 하고, 클럽에서 만나 데려오기도 했다. 


아지트에 온 여자나 청년은 암.캐가 되었다. 한 사람에게 세 명이 돌아가며 박아대거나 여러 명을 데려와 집단 난교를 벌이기도 했다. 가끔은 데려온 사람을 내버려 두고 자기네들끼리 서로 박아대기도 했다. 자신들의 행위를 누군가 지켜본다는 생각에 쾌감을 느꼈다. 쾌락에 빠져들수록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찾게 되었다.

은수는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가끔 마음이 동하면 애무를 받거나 오럴이나 자위를 받는 등 유희에 동참하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세 사람은 어떡하든 은수를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다. 자신들끼리 하는 섹스는 사정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게 요도를 움켜쥔 것처럼 갈망과 아쉬움만 쌓였다. 그런데 그랬던 은수가 오늘 드디어 음란한 자신의 애널을 벌린다는 것이다.


은수의 발을 애무하던 남자가 은수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자 다른 녀석이 거추장스러운 은수의 가운을 벗겼다. 또 한 명은 은수의 머리맡에서 자신의 페니스를 문지르며 신음을 내질렀다. 까무잡잡한 세 사람의 피부와 은수의 새하얀 몸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남자가 손에 윤활제를 짜서 자위하듯 자신의 성기에 골고루 묻히더니 곧장 은수의 분홍색 애널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은수는 눈을 감고 지금 자신의 속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성기가 민재 것이라고 상상했다. 민재의 물건이 자신을 거칠게 박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민재 생각을 하자 은수의 페니스도 금방 부풀어 올랐다. 그러자 또 다른 남자가 고개를 숙이더니 은수의 페니스를 그대로 입에 물었다. 


츄르릅, 츄르릅.

남자는 현란한 혓바닥 기술을 선보였다. 페니스를 핥는 질척한 소리가 흥분감을 고조시켰다. 바로 그 밑에서는 다른 남자의 두툼한 물건이 은수의 은밀한 부위를 리드미컬하게 박아댔다. 살이 서로 부딪히는 색정적인 소리가 방 안을 농밀하게 채웠다. 


“하읏. 하읏.”


남자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은수의 입에서 끊임없이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을 감은 은수는 민재의 벗은 몸을 상상하고 있었다. 민재 형, 형을 느끼고 싶어. 


민재의 물건이 투명한 액체를 흘려대며 고개를 끄덕인다. 제 속으로 들어오고 싶어 애가 단 몸짓이다. 

남자다운 민재의 손이 내 오금을 잡고 들어 올린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은밀한 부위가 민재의 눈앞에 그대로 드러난다.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민재라 오히려 더욱 흥분된다.

민재가 걱정하지 말라며 씩 웃는다. 민재의 손이 주름 잡힌 내 입구를 조금씩 넓힌다. 흥분한 민재가 참지 못하고 자신의 성기를 내 속으로 거칠게 삽입한다. 


“하읏!”


은수가 헐떡이며 신음을 내뱉었다. 민재가 자신의 위에서 땀을 흘리며 박아댄다고 상상하니입에서 절로 교성이 흘러나왔다. 아흣. 좋아. 더 세게.


“은수야, 좋아?”


문득 낯선 목소리가 은수를 깨웠다. 은수의 신음에 더욱 속도를 높이던 남자는 은수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재가 아닌 다른 남자의 목소리는 민재가 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각인시켜 줄 뿐이었다.


“입 벌리지 마.”


은수가 제 위에서 땀 흘리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움찔했다. 한껏 달아오르던 은수의 태도가 왜 돌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 때문에 은수의 기분이 상한 것은 분명했다. 


발기했던 은수의 페니스가 힘을 잃었다. 남자는 속죄라도 하듯 더욱 거세게 허리를 튕겼다.은수도 눈을 감으며 다시 민재를 상상하려 했으나 한번 식어버린 몸은 다시 뜨거워지지 않았다.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씨펄, jot같아.”


은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쾅 닫고 거실로 나가버렸다.


****


재은이 아까부터 사무실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차를 정비하는 것도 아니고 손님도 없었기에 이 추운 날씨에 굳이 밖을 서성거릴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재은은 도로에서 차 소리가 날 때마다 긴장하는 눈빛으로 공업소 입구를 주시했다.


‘오늘은 안 오려나?’


이제 끝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맨날 오던 사람이 안 오니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지난주 토요일, 난데없이 나타난 민재 때문에 깜짝 놀랐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창피했다.


‘아, 그때는 괜히 소리를 질러서…. 창피하게. 하지만 그렇게 갑자기 나타날 줄 알았나?’


재은이 두 손으로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러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자꾸 시계로 갔다. 

양 사장이 사무실 안 난롯가에 팔짱을 끼고 앉아서 가자미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쟈가 뭘 잘못 먹었나? 오늘따라 하는 짓이 암만혀도 수상한디?”


옆에 있던 호식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꼭 똥 마려운 강아지 같네요.”


“그렇지, 똥 마려운 강아…. 잉? 강아지면 개 아니여? 야 인마, 너 시방 재은이보고 개라고 욕했냐? 재은이에게 이른다?”


“아 진짜! 그게 어째서 욕이에요? 사장님이 몰라서 그러시는데 강아지 같다는 거 칭찬이거든요? 강아지상 몰라요?”


간만에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나 싶더니 어느새 또 티격태격이다. 

김 양이 뒤에서 그런 두 사람을 쳐다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누굴 기다리나 보죠.”


양 사장과 호식이 싸우다 말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김 양을 쳐다보았다.


“누구?”


“왜 있잖아요, 그 외제차. 오늘은 아직 안 온 것 같던데요?”


김 양의 말에 양 사장이 두 눈을 껌벅였다.


“그 자식이 안 오면 다행인데 그 싸가지없는 새끼를 뭐하러 기다린다냐?”


호식이 문득 생각난 듯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아! 알겠다. 그 자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자식이 올까 봐 조마조마한 거죠. 봐요. 자꾸 차가 오나 안 오나 입구 쪽을 보잖아요? 외제차 새끼가 오면 바로 숨어버리려고 저러는 게 분명해요.”


호식이 자신의 추측이 어떠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호라. 듣고 보니 그러네? 그 싸가지 새끼가 오면 얼른 튀껴버릴라고 저러는 거구마이.”


양 사장은 호식의 말이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 경찬이 고개를 들고 밖을 내다봤다. 재은은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계속 공업소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외제차 새끼를 피하는 모습이 아니라 기다리는 모습이다. 


저런 모습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 눈으로 확인하니 가슴이 시큰거렸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제 속으로 휘몰아치는 느낌이었다. 

경찬이 얼른 신문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겨울 해는 금방 졌다. 주위가 어둑해지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 무렵, 익숙한 외제차 한 대가 공업소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민재를 기다리던 재은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하지만 민재가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재은은 보란 듯이 일부러 인상을 썼다. 


“오늘 영업시간은 다 끝났습니다.”


“밖에 나와 있었네. 혹시 나 기다렸어?”


민재의 짓궂은 말에 재은이 민재를 노려보았다.


“아니거-!”


“여기 콧물 나왔다.”


갑자기 민재의 손이 훅 다가오더니 재은의 코밑을 훔쳤다. 재은은 당황해서 민재의 손을 밀쳐내고 얼른 제 손등으로 코밑을 훔쳤다. 정말 콧물이 나왔으면 어떡하지? 목 뒤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거짓말인데….”


민재가 재은을 보며 씩 웃었다. 


“아 진짜! 사람이 왜 그렇게 사악해요?”


재은이 눈썹을 찡그리며 민재에게 버럭 화를 냈다. 

올라간 민재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녀석, 토라진 모습도 이쁘네….


“오늘도 서비스받으러 왔어.”


재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영업시간 끝났다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걸로 해줘.”


민재의 말이 이상하다. 


“예엣?”


“내가 생각해봤는데, 그 쪽에게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받아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그래서….”


“그래서요…?”


재은이 미간을 좁히며 민재의 입만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 떨어질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제안을 하나 하려고. 나랑 열 번만 만나주면 그 청구서 없던 일로 해줄게. 어때? 대신 무조건 내 말에 따라야 해.”


“열 번요?”


1,600이 넘는 금액을 열 번 만남으로 퉁 치겠다니 귀가 솔깃하긴 했다. 딴에는 이 자식이 돈을 받아내려고 고소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기도 하던 참이었다.

기름 얼룩을 닦으라며 손수건을 주는 자상한 면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공짜 서비스를 요구하는 뻔뻔한 남자가 민재였다. 고소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애당초 자신에게 천만 원이 넘는 청구서를 들이민 것 자체가 이 사람의 남다른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증거니까.


“뭐, 뭘 시키려고요?”


‘만남’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묘한 느낌에 재은이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몄다. 인터넷을 떠도는 성매매 홍보 문구에도 ‘조건 만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던가.


“변태적인 거면 안 합니다. 그리고 업무 시간에는 안 돼요.” 


재은의 귓불이 빨개졌다. 만남의 의미를 제멋대로 상상해버린 결과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재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왠지 변태스러운 짓이 하고 싶어지는걸?”


“네엣?”


재은이 눈을 동그랗게 치떴다. 


“업무시간 끝났다고 했지? 옷 갈아입고 나와. 뭘 할지는 가면서 알려줄게.”


민재가 다시 차에 올랐다. 


“지, 지금 당장요?”


계속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빨리 안 나오면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알아서 해.”


“아,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나올 테니까.”


재은이 얼른 사무실로 달려갔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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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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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응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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