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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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매장에서 나오자마자 승현이와 희찬이에게 번갈아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까 승현이가 테이블 위에서 나와 희찬이에게 꺼낸 말들이 진심이 아니란 건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까지 모질게 해야했던건지...
사실 솔직한 건 잘못이 아닌데, 정말이지 거짓없이 솔직해져 버리는 순간, 동시에 누군가에게 죄가 되는 것 같은 우리들의 슬픈 현실에 마음이 답답하면서 깊은 한 숨이 터져 나왔다.
신은 극복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고 어디 책에서 분명히 읽은 것 같은데..
한 고비를 넘기면 더 큰 고비가 오고...
그 큰 고비마저 넘기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비가 또 오고....
왜 점점 내게 이리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시련을 계속 주시는 건지..
내 친동생인 희찬이와 아무런 갈등없이 승현이 녀석과 사랑을 할 순 없는걸까..
희찬이와 승현인 고등학교 때 부터 오랜 친구였기에 어쩌면 이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이였나..
이런 저런 생각에, 내 마음이 점점 더 초조해지고 있었다.
[윤희찬 시점]
우리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승현이 녀석의 눈빛을 보는데..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승현이 아닌 꼭 다른 사람 같았다.
안씅 저 자식이 도대체 오늘따라 왜 저러는 거지..?
가게를 나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큰 골목을 빠져나와선 빠른걸음으로 앞을 향해 가고 있는 승현이의 어깨를 뒤에서 잡아챘다.
"이거놔.."
"야. 안씅. 너 오늘 진짜 왜 그러냐고!!"
"이거 놓으라고....."
얼굴을 마주한 채로 제대로 대화를 해야겠다 싶어서 승현의 어깨를 잡고는 휙 하고 돌리는데,
무슨 일인지,
승현이 녀석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
"야 너 왜 우냐? 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데 왜 울어? 미친놈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목소릴 높이며) 나 좀 내버려 둬 그냥!!!!!(소리를 치며) 제발..."
"야. 안승현"
"왜.."
"너 지금 그 눈물 뭐냐.. 너 이 새끼. 진짜 우리 형 좋아하냐?"
"뭐라고?"
"우리 형. 좋아하냐고."
"......."
"맞구나. 우리 형 좋아하는거.. "
"미안..."
"도대체 뭐가 미안한데??"
"그냥 다 미안해. 너랑 상찬이 형 두 사람에게 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상찬이 형 내가 좋아하면 안되는 사람이잖아....."
"......."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 넌 아마 이해 못하겠지..!? 사실 이렇게 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나 조차도 몰랐는데.... 이런 나. 욕해도 좋아. 역겹다고 해도 좋아. 화나면 주먹으로 날 때려도 좋아... 근데 상찬이 형은 게이 아니니까 혹시나 오해는 하지마.. 내가 그냥 미친놈이고, 내가 정신 나간 놈이니까.....그러니까.."
"야 안승현.(승현의 말을 끊으며) 너 언제부터 이렇게 니 멋대로 였어?"
"미안. 나 먼저 가볼게"
"가긴 어딜가. 내 이야기 아직 안 끝났거든????"
"난 할 이야기 다 했어.. 이런 창피한 놈이 니 친구라서 미안하다. 희찬아."
"니가 왜 창피해. 병.신아. 제발 널 그딴 식으로 깎아내리지 좀 마."
"나 그만 가볼게.."
"어딜 가려고?? 어차피 너 집 아니면 지금 갈 데도 없잖아."
"오늘 하루만 친구 한테 부탁해서 거기서 잘게.. 대신 내일은 들어갈꺼야...다음주에 나갈 꺼 정리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봐야지."
"됐고, 가자."
"어디를.."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게...(머뭇 거리고 있는 승현을 향해) 안 오냐??(계속 서 있는 승현을 보곤) 아. 오기 싫음 말든가!!!! ....나 혼자라도 술 마시러 갈꺼야. 배신자 새끼."
[포장마차 주점]
내가 문을 스르륵 열고 테이블에 앉자 뒤따라서 승현이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간다더니 왜 왔냐. 나쁜새끼."
"청승맞게 너 혼자서 술 마시는거, 그거 보기 싫어서 왔다 왜."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소주부터 주문했다.
"(승현이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언제부터 였냐?"
"뭐가.."
"아니, (목소리를 낮추며) 언제부터 남자 좋아했냐고. 이 미친놈아"
"언제부터...?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걸 나보고 어쩌라고..물론 확신이 들게 해 준 사람이 있긴 했었지만.."
"그게 누군데..? 그게 우리 형이야??? 아니 나이 서른 둘에 이제 확신이 들면 어떡하자는 건데? 아무래도 너 진짜 안되겠다. 오늘 나랑 술 마시고 안마방을 가든, 2차까지 나가는 룸빵을 가든 여자랑 같이 오늘 떡 한번 치자. 너 내가 제대로 고쳐줄께"
"고치긴 뭘 제대로 고쳐..? 이게 무슨 병이냐? 고치게? 이거 뭘해도 안 고쳐지거든. 그리고.. 오바 좀 하지마. 내 정체성에 확신이 들게 한 거.. 너네 형 아니니까."
"아니 그럼 도대체 언제부터 였냐고."
"그걸 꼭 말해야돼?"
"어. 난 그동안 널 진짜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너에 대해 정말 모르는게 한 두가지가 아닌것 같아서...오늘 난 안씅, 널 확실히 좀 알아야겠어. 그러니까 말해봐. 언제부터였냐니까!"
"고 1 때부터.."
"뭐?? (놀라며) 고1?? 고1이면 우리 같은 반 이었잖아.. 도대체 누군데????????"
"됐어. 말 안해."
"아 도대체 누구냐고.. 궁금해 죽겠네....."
승현이에게 도대체 누구냐고 계속 입으로 보채면서, 속으로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다.
사실 남자가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런 사고를 내 머릿속에 대입하는 것부터 조금은 이해가 힘들었다.
누구나가 다 그렇듯 나도 역시 승현일 '고등학교 친구' 혹은 '남자새끼' 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승현인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어쩌면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감정을 내게 가지고 있었나보다..
돌이켜보면 승현이를 고1때부터 처음 알고나서 고등학교 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 옆에 있어주었다.
대학교에 진학해, 군인이 돼서도 내 부대에 면회까지 왔었고 가끔 가족도 잊어버리는 내 생일을 단 한번도 잊지 않고 챙겨준 녀석.
날 그렇게 항상 진심으로 대하는 녀석....
승현인 그런 녀석이었다.
"근데 희찬아"
"응?"
"왜 나한테 화 안내. 니가 화를 안내니까.. 오히려 이 상황이 너무 어색하잖아..무엇보다 지금, 윤희찬 너답지가 않어~ 분명히 이 타이밍이면 나에게 욕도하고,남자가 남자 새끼를 왜 좋아하냐며 당장 꺼지라고 손절 쳐야 되는게 정상인데.. 너 게이란 소리 듣기만 해도 엄청 치를 떨었었잖아.."
"뭐래.. 그냥 내 머리로 이해가 안 될 뿐이지... 그 정돈 아니거든???"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리고.. 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나본데..아니거든!!!???? 막말로다가 친 형이 게이인데 너 같음 대놓고 욕 할 수 있겠냐??"
"(놀라며 날 쳐다보는 승현) 뭐야;; 너가 그걸 어떻게..."
"나는 뭐 그 정도 눈치도 없는 줄 알어?? 한.. 1년 쯤 됐나;; 서윤이랑 데이트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희재란 형 알지. 그 사람이랑 우리집 근처 놀이터에서 둘이 입 맞추고 있는 걸 보게됐어.
순간 내가 잘못 봤나 싶어서 보자마자 당장 달려가서 이게 무슨 더러운 짓이냐고 쌍욕이라도 퍼 부을까 했는데. 근데 그 때 까지만 해도.. 그래 내가 잘못 본 거겠지.. 그럴 리가 없어.. 우리 형이 게이란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아서... 게다가 나에겐 하나 뿐인 형이니 조금만 더 형을 믿고 지켜보자 라는 마음으로 넘겼었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살면서 형의 여자친구를 본 적도,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더라고.. 그렇게 형이 게이라는게 점점 의심이 아닌 확신이 되면서 그 때 부터, 형이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워서....같이 사는데도 형이랑 말도 안 섞게 되더라..
그러다가, 그 때 같이 입맞추었던 희재 형을 그냥 친한 친구라고 몇 번이나 우리 집엘 데리고 오는데
평소 잘 웃지도 않던 형이...
평소 말도 없던 윤상찬 그 새키가..
어찌나 잘 웃고,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나 진짜 니 말대로 게이 안 좋아하는거 맞거든..
사실 요 며칠전에 형에게 게이 이야길 꺼내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어서..너가 혹시 게이는 아닐까.. 난 게이랑은 얼굴 못 본다... 게이랑 한 집에서 동거하는 건 진짜 아니다.. 라고 말을 꺼내긴 했는데 내 출근시간이랑 겹치는 바람에 이야기가 좀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도 내 머릿속으로는 절대 이해 못 하거든...
근데 내가 뭐라고 형의 행복에 대해.. 욕을 할 자격이나 권리 같은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숨을 쉬고는) 우리 아빤 그것도 모르고.. 맨날 우리 형 결혼 시킬 생각이나 하고 있고... 답답하다 내가 진짜.. 근데 난 희재형이랑 아직도 서로 만나고 있는 줄 알고 있어서 아깐 그냥 좀 떠본거였는데.. 헤어졌다 그러길래... 그건 좀 놀라긴 했어"
"희찬이 너 그거 아냐?"
"나 뭐"
"너 예전보다 진짜 많이 성숙해진 거..."
"뭐래? 내가?? 성숙해졌다고?? 아까 서른 살 넘었는데도 고등학생 처럼 장난 치듯 대한다며 불편하다고 개 정색 했던게 누구였더라...."
";; 그..그건.. 진심 아닌거 알지...?"
"진심 아닌 건..아는데.. 너 오늘 좀 심했어."
"뭔가 희재 형이 꼭 무언가를 말하려고...무언가를 계속 터뜨리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그만...."
"근데 안씅"
"어...?"
"요새 우리 형이 또 그 주기가 왔는지, 아니면 조울증이 또 도진건지. 엄청 잘 웃고 행복해 하다가도, 갑자기 또 화를 내거나, 버럭 소리를 지르는거 보고 저게 또 왜 저러나 싶었거든..!? 근데 그게 희재형 때문이 아니였단 걸 알고나니까....지금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니 이게 다 안씅 너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래. 에바야"
"야. 안씅, 너 왜 내 말투 따라하냐."
"뭐래. 너 말고도 많이 쓰거든? 무슨 누가 들으면 지 꺼인 줄 알겠네. 에바야"
"죽을래...?"
"죽기 전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잔에 소주가 비워져있는데 뭐하냐. 소주 안 따르고!? 좀 따라봐. 술이나 좀 마시게. (나에게 소주잔을 들이미는 승현)"
"어쭈. 술도 못 마시는게"
"야. 윤희찬. 내가 그래도 너보단 잘 마시거든?"
"(승현이 잔에 소주를 따라주곤, 소주병을 그대로 승현에게 건네고는) 자, 날 사랑하는 만큼 따라봐. 안씅"
"사랑하는 만큼이라...(소주병을 집고는 소주잔에 따르는데 아주 천천히 기울여 몇 방울을 톡 하고 떨어뜨린다) 자! 됐지?"
"와... 개새키. 진짜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아 맞다. 그러고보니까 너 아까 나한테 개새키라 했지??? 진짜... 안씅 존.나 대 실망이다.... 나 뒤끝 개 쩌는거 알지? 넌 뒤져써 진짜."
"(또르르르르륵, 거의 표면장력급으로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선) 윤희찬. 친구로써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야. 너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나는 절대 안된다!?? 나 임자 있는 몸이거든? 우리 서윤이가 얼마나 예쁘고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난 진짜 안돼!!!?? 알지??"
"뭐래. 절대로 그럴 일 없으니 꿈 깨라."
"와... 뭐냐?? 분명히 날 좋아했던 거 같은데.....갑자기 우리 형 좋다고하니까 이거 좀 많이 서운하네"
"뭐래; (잠시 생각하다) 아 근데 아까 상찬이 형한테 부재중 전화 와 있더라;;.지금 많이 걱정하고 있을 것 같은데..(걱정하는 눈빛으로) 빨리 전화라도 한 통 해줘야 하는거 아냐?? 우리 둘이 엄청 싸우고 있을거라고 생각할텐데.. 형한테 니가 전화 좀 걸어봐."
"야. 그렇게 걱정되면 니가 해. 아니 이것들은 꼭 걱정된다면서 지들이 연락 안하고 나보고 하래. 내가 무슨 전화연결 해주는 114냐???? 진짜..갑자기 또 열이 확 오르네"
"..내가 오늘 여기 술 살게..."
"뭐래; 이 새끼가.. 내가 그런걸로 쉽게 넘어갈 사람으로 보여? 이게 인간 윤희찬을 우습게 보네..(휴대폰을 꺼내들고는 상찬이 형에게 바로 통화를 거는 나)"
상찬이형이 우리 연락만 계속 기다렸는지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받는다.
"야. 윤희찬.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어!!!!! 너네 도대체 지금 어디야. 당장이라도 싸울것 처럼 그렇게 갑자기 나가버려놓고 문자도 없고, 전화도 없고...이것들이 진짜!!"
"형"
"왜. 뭐!!!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형 내가 영통걸까??"
"아씨.. 무슨 갑자기 영통이야 미친놈아. 아니 그래서 너네 어디냐고. 승현인 집으로 갔어?? 승현이 한테 빨리 연락 좀 해봐!!! 승현이 또 전화 안 받잖아!!!"
"하.... 아니. 진짜 그렇게 걱정되면 니들이 직접 하시라구요!!!!!!!!!!!!!!!! 나 전화 연결해주는 114 아니라고!!!!!!!!!"
그 때 승현이가, 내 전화기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곤
"형.. 저 승현인데요.. 여기 희찬이 옆에 있어요"
"아 뭐야???? 둘이 같이 있었어???? 너네 지금 혹시 싸우고 있는거 아니지?? 어???"
"뭐래. 에바야. 술 마실 시간도 아까운데 왜 싸우냐. 지금 둘이서 오랜만에 술 한잔 하고 있거든!?? 왜?? 부럽냐??"
"너네 암튼 진짜 별 일 없는거지....?"
"아 둘이서 술 마시고 있다고!!!! 이따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도 잘 들어왔다고 문자 하나 남겨줄께. 이제 됐냐??"
"어.. 꼭 문자 남겨. 형은 그럼 일 할게. 일찍 들어가라..."
"뭐래. 밤새서 마실꺼거든??? 오늘 마시고 승현이 데리고 안마방이나 같이 가야지~~~~"
"야이 미친놈아.....진짜 적당히 좀 해. 승현이 그런데 별로 안 좋아하는거 알잖아 너."
"아우...왜 갑자기 욕을 하고 난리야. 귀때기 아프게. 그리고 세상에 그런데 안 좋아하는 남자 없습니다~ 윤상찬씨~~~~ 암튼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형은 일이나 해. 그럼 끊는다~~ (뚝)"
그렇게 형과 전화를 끊고 승현이와의 술자리를 계속 이어나가는데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이' 라고 하면 거부감 부터 들었다.
사실 아직도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니..
그럼 둘이서 관계를 할 땐 도대체 어디로 한다는거야?..
그 생각부터 딱 하니까..
너무나 더럽고, 절대로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승현이랑 술 잔을 기울이며 진중하게 이야기를 해보니..왜 꼭 게이라고 하면 섹스부터 접근을 했는지..내 스스로가 민망할 정도로 승현인 사랑 앞에 진중했고.. 그 누구보다 사랑에 진심인 아이였다.
내가 정말 승현이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승현이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나 많았다.
정말이지 친구라고 해놓고, 내가 너무 승현이에게 무관심 했나 싶어 미안한 감정이 차올랐다.
승현인 본인 입으로 창피한 친구라서 미안하다 했지만, 사실 창피한 친구는 다름아닌 나였음을 깨달았다.
시간은 벌써 11시를 넘어서고 있었고 우리 테이블 위에는 초록병 소주가 5병이 놓여져 있었다.
살짝 취기가 올라서는
"야. 안씅"
"왜!!!"
"너 우리 형 많이 좋아하냐?"
"그래 많이 좋아한다 어쩔래. 그리고 그만 좀 물어봐. 벌써 그 질문만 세번째야 너."
"너 진짜.. 임마...(취했는지 말이 느려져선) 우리 형 아프게 하면 죽는다.. 나한테"
"어이구... 무섭다 무서워..."
"말이나 똑바로 해.. 임마.. 우리 형. 그 병.신같이 착한 윤상찬...맨날 나 밥 챙겨주고, 아침마다 토스트 만들어주고, 내가 응석부리면 다 받아주고..세상에 그런 착한 형이 어딨냐???.. 내가 이렇게 복이 많아요오~~~내가~~~~~~"
"그래. 진짜 그런 형 없다. 그러니 너도 상찬이 형한테 잘해 임마"
"야. 안씅....."
"뭐"
"우리 형도, 너도 둘 다 진짜 이거 못 고치는거냐..? 확실한거야????"
"....아마도. 그리고 이건 고칠 수 있는 그런게 아니라니깐.."
"하........(소주를 한 잔 들이키곤) 내가 그럼 빨리 결혼 해야겠다. 우리 엄마 아빠 걱정 덜하게"
"뭐...?"
"서윤이한테 프로포즈 할꺼야. 결혼해달라고. 나 정도면 괜찮잖아?? 물론 좃은 니가 더 크지만..."
"야.. 거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와.."
"나도 안씅 니 처럼 컸으면 우리 서윤이가 더 좋아했을텐데.. 헤헤헤헤. 근데 크기보다 스킬인거 알지???? 엉아가 또 스킬은 또 죽여주잖냐~~~ (두 손을 들어 뒷치기 하는 모습을 흉내내며)"
"미친놈아~~ 말로 해 그냥!! 말로 해도 아주 잘 알고 있거든!??.. 근데 너 지금 많이 취했어."
"뭐래. 안 취했거든???? 야 아무튼 !!!! 근데 내가 이거 이야기 했나????????? 너 우리 형 상처주거나, 아프게 하면 진짜 친구로써..절대 용서 안한다.. 나한테 죽어..."
아까 분명히 이 말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정말이지 많이 취한걸까..
사실 저 말을 승현이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런데 기억이 나는 건..아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형과 내 친구 승현이로 인해 게이에 대한 시선과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윤상찬 시점]
어젯 밤, 승현이와 희찬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술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희찬이가 출근하고 나서 승현이 녀석이 내게 다가와서는
'희찬일 만나고, 그런 희찬일 통해서 형을 만나게 된 건 정말로 제게 큰 행운이자, 행복이에요..형을 위해 뛰는 이 심장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날 끌어 안았다.
'나도 마찬가지야 승현아' 라며 날 끌어 안고 있는 승현이의 등을 토닥였지만 사뭇 진지해보이는 승현이가 왠지 모르게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며칠 후.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희찬.
“왔냐?”
“아 완전 개피곤. 안씅은?”
“오늘 저녁 수업 있어서 좀 늦는데. 밥은!?”
“아직 안 먹었지.”
“여친이랑 밖에서 먹고 오지 왜”
“하...그저께 서윤이랑 싸워서.. 그냥 주말에 만나려고.”
“에효...만날 못 붙어서 안달이면서, 싸움은 또 죽어라고들 하는구나. 어떻게 너넨 매일마다 반복이냐”
“뭐래. 아... 그나저나 빨리 프로포즈 해야되는데.. 자꾸 타이밍이 거지같네...이번 크리스마스가 딱 이려나.. "
"프로포즈? 서윤이한테 결혼하자고 하게?? 오올~~~~ 쫌 하는데?? 윤희찬이"
"뭐래, 형 너나 잘해. 아 그리고 형”
“왜!! 또 !!”
“이번주 토요일 안씅 생일인거 알지?”
"아니;;"
"뭐?? 그것도 모르면 어떡해??(소리지르며)"
"(놀라며) 아 깜짝아.. 아니; 모를 수도 있지. 왜 소릴 지르고 그래..."
“아...암튼!!!! 이번주 토요일 안씅 생일이야.”
“그래;; 알았어. 근데 케익은 누가 사?”
“뭘 누가사. 당연히 형이 사야지”
“양아치 새끼..근데 선물 뭐 사주지?”
“아 무슨 남자들끼리 생일 선물이야. 징그럽게. 우리 그딴거 안 키우거든. 축하한다는 말도 개 오글거려.”
“어휴.. 저 무드 없는 새끼. 저런게 어떻게 내 동생이지. 우리 유전자 검사 다시 해봐야 되는거 아냐?”
며칠 후, 토요일.
금요일 야간 근무를 마치고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미역국은 어젯밤에 미리 끓여두었고 아침에 파리바게트에 잠깐 들러 생크림 케익 하나를 구매했다.
케익 크기가 크지도 않는데 27,000원..요즘 물가가 왜 이렇게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건지 모르겠다.
“초는 몇 개 드릴까요?”
승현이가 32살이니까
“큰거 3개, 작은거 2개 부탁드립니다”
“넵”
그렇게 케익을 포장해주는 동안 매장을 둘려보는데 내 눈에 들어온 예쁜 고깔모자.
이걸 쓴 승현의 기뻐하는 얼굴이 떠올라서는
“아.. 그리고 여기 이거, 고깔모자도 하나 주시겠어요?”
“넵 알겠습니다. 같이 해서 계산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계산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는데
아침 8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 다행히 승현이 녀석이 아직 자는 듯 했다.
난 희찬이 녀석 방 안에 들어가 녀석부터 깨우곤 식탁 위에 생일 아침으로 준비한 미역국과 불고기 반찬 옆으로 케이크를 두었다.
“올~~~~ 준비 많이 했는데?? (희찬이가 식탁을 보고는)”
“야 준비 끝!!! (목소릴 낮추고) 초에 불 붙일테니까, 들어가서 승현이 깨워서 나와. 지금!!!”
“오키오키~~~~”
그렇게 초에 불을 하나씩 붙이는데
초 5개에 불을 다 붙였는데도 나올 생각도 없이 너무 잠잠하길래 일단 불을 끄고는
“하 진짜..윤희찬 저 자식이랑은 이렇게 타이밍이 꼭 안 맞아요. (승현이 방 쪽으로 다가가는데)”
“야....안씅!!!!!!!!!! 이 새끼 왜이래!! 정신 차려봐!!! (승현의 뺨을 딱딱 치며) 안승현!!!!!!!!!!!!!!! 야!!! 정신차리라고!!!!!!!!!!!!!!!”
갑자기 방 안 쪽에서 희찬이 녀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동시에 어디선가 삐-------------- 하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치 심정지를 알리는 심전도 기계에서 나는 삐----- 소리처럼.
분명 전에 승현이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도 이 소릴 분명 들었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급하게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멈춰진 것 같은 기분.
그러다 승현이 이름을 외치며 정신 차려보라고 고래고래 외치는 희찬의 외침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허겁지겁 승현의 방 문을 빠르게 열었다.
(다음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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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독 후리플 ㅋ
어? 근데 뭐죠 이상황은? ㅠㅠ
제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