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아부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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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보지 말라고 했는데
손끝이 떨려온다.
무었때문에 편지를 보냈을까하면서 편지를 펼쳤다.
보고싶은 임씨읽어보시오!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봄은 왔건만
내 마음은 허전함 금할길없오.
지난번 읍내에서 당신을 만난이후
당신생각에 매일 잠못이룬다네.
내일은 토요일이라서
사택을 같이 쓰고있는 김선생이 집으로 갑니다.
혼자있으니
저녁드시고 학교로 와주시오.
너무 보고싶어서
오늘 밤도 당신생각에 잠이 오지 않을것 같소.
갓피어난 보리이삭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내맡기고 있는것을 바라보면서 정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교장선생님이 아부지를 보고싶다는 건지,왜 저녁을 먹고 만나자는 건지 검정고무신을 타고 올라온 개미한마리가 정우의 발등을 기어다니고 있지만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정우는 책보따리를 베개삼아 머리에 깍지끼고 뒤로 벌렁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항상 검정두루마기를 입으신 교장선생님과 어깨가 떡벌어진 아부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보리이삭을 하나 쭉 뽑아서 입에다 물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지난온 옛날이 그립웁고나......"
오늘도 걸쭉하게 한잔하셨나보다.
정우아부지는 읍내시장가시는 날은 달을 벗삼아 이리왔다 저리갔다 팔자걸음에 항상 똑같은 18번 노래를 하시면서 집으로 돌아오신다.
"아이고 어디서 그렇게 묵었어요"
"음 우리 아들 정우는 어디있노"
"방에서 자고 있다아입니꺼"
"빨리 씻고 밥묵어요"
정우는 얼른 잠자는 척하며 이불깃을 위로 당겼다.
문을 확여는 바람에 호롱불이 바람에 날리어 꺼질것만 같다.
"내 아들 벌써자나"
하시면서 아부지는 정우를 꼭안으면서 정우볼에 얼굴을 부비신다.
"아이고 따가버라"
"아부지 와 이제오노"
"허 허 그래 우리 정우 아부지 많이 기다렸나"
술냄새도 확풍기고 까실까실한 수염이 따갑지만
정우는 아부지품에 더욱더 꼭 안긴다.
그럴때면 어머니는 멀리서 질투어린 얼굴로
"아들이 나보다 더 좋나"
"허허 그럼 우리마누라도 빨리온나"
다른 한손으로 어머니 목을 껴안고 얼굴에다 볼을 부비시며
허허허 웃으시는 아부지 모습은 마냥 행복스럽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밥상차리기위해 나간후
정우는 겉옷을 벗고있는 아부지를 바라보면서
"아부지 교장선상님이 이 편지 주더라"
"아부지가 교장선상님 언제알았노?"
"니는 몰라도 된데이"
"알았어요"
하면서 아부지를 바라보니 깜짝놀라시며 편지를 큼직한 손으로 확 뺏어가신다.
그때 어머니가 밥상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무슨 편지고?"
"아무것도 아이다 가정통신문이다"
아부지의 당황해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정우는 어머니 얼굴에 어둠이 깔리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아부지는 평소 안하시던 목욕도 하시고
거울앞에서 도깨비빗으로 머리를 만지면서 휘파람소리로
"정든님이 오셨는데 날좀 봐요 봐요..."라는 노래를 부르시면서 자꾸 시계를 쳐다보시곤하신다.
아부지는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시고 일어나시면서
"나 옆동네 친구집에 놀러간데이"
"너무 늦지않게 와요"
아버지가 나간후 정우도
"어머니 나 철이하고 놀다올께요"
뱀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말을 뒤로하고 학교로 달렸다.
보름이 가까운지 양파쫑다리 보리이삭들이 휘황찬 달빛에 환하게 웃고있다.
오늘따라 학교가는길이 왜이리 멀기만한지
어떻게 학교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숨은 차서 헉헉거리면서 조심조심 사택으로 다가갔다.
사택이라야 학교뒷편에 조그마한 흙담집이다.
정우는 사택뒷편으로가서 뒷문에다 귀을 기울렸다.
"임씨 너무 보고싶어 죽은 줄알았어"
"교장선상님 저도 그래요"
"내가 보고싶으면 달려오지 그랬어"
"김선상님하고 같이 있잖아요"
"하긴 그렇지"
"...."
"어! 너무 서두르지마"
"아으 임씨!"
숨이 막혀서 죽을것 같다 거시기는 언제 기립했는지 바지앞섬이 툭튀어나와 있다.
뒷문에서 조금떨어져서 정우는 침을 한번 꿀꺽삼키고 다시 다가가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낸다음
눈을 크게 뜨고 방안을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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