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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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만이네. 하지만 그 표정을 보니 별로 반가워하는 것 같지는 않군.”
웅이는 당장이라도 녀석의 멱살을 부여잡고, 흠씬 두들겨주고 싶었다. 헤어지고 난 후에는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게 되더라도, 모른 척 하고 싶었었다. 다시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녀석을 이렇게 뒤쫓아 와 버렸던 것이다.
“타라. 할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얼굴”
“너!”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닐 것 같은데, 너 지금 소리라도 지를듯한 얼굴이라고.”
녀석은 명동을 빠져나와, 남산근처의 한 공원에 차를 세웠다. 성격이 변한 것일까? 녀석이 왠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왔다. 표정과 말투 속에 왠지 차가움이 느껴지는, 내가 지금 왜 이 녀석 앞에 다시 서야 하는 걸까. 젠장, 녀석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전혀 동요하지도 않고 있다.
“아까부터 쫓아오는 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어차피 너와 나는 이제 관계없는 사이 아닌가? 그것도 이제 꽤 오래 된 걸로 기억하는데.”
젠장 할 녀석. 나도 네 녀석 뒤는 쫓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너 같은 거 다시 우연히 라도 마주치기 싫었는데. 지금은 네 그 잘난 얼굴 송두리째 부셔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네 녀석과 있던 그 아이. 그 아이랑 어떤 사이야.”
“역시, 그런 건가? 하지만 내가 누굴 만나던 너랑 무슨 상관있는 거야?”
“너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변한거야? 내가 분명히 말했지. 다시는 이런 모습 비출 생각 말라고.....”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다. 네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순간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가슴속 밑에서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젠장, 너 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린 거냐.
“네 녀석. 유부남 주제에..... 뭐가 잘난 것처럼 말해대는 거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
맑은 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도 없는 시원한 하늘과, 가끔 불어오는 건 서늘한 바람뿐. 알 수 없는 촌의 한 푸른 언덕이었다. 그래,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너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야. 정웅아 너 왜 안 왔어. 무슨 바쁜 일 있던 거야? 재희 오빠 결혼식 방금 잘 끝났어”
쳇, 이런 촌구석까지도 핸드폰이 터지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그래, 이제 정말 끝인 거구나. 다시는 볼 수도 없겠지. 그래 어쩌면 이게 잘 된 걸지도.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이런 이유로 헤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축복해주지 못해서 왠지 미안하다. 하지만,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런 거.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 결국에 네가 선택하는 거니까. 결혼식 잘 하고.....”
“.....”
“어차피 결혼 하게 된다면, 이제 이전의 일은 모두 다 지우고 깨끗이 새 삶을 살아가. 그리고 다시는 뒤돌아봐서는 안돼.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웅아.....”
“그때는 네 녀석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사랑한다.”
녀석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끝까지 그렇게 말하는 건가..... 사랑. 그래 참 우습다. 내 마음을 이렇게 모두 허물어뜨리고, 네 녀석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래. 맞아. 어쩔 수 없는 거지. 사랑 같은 거는 나 같은 것 따위한테 어울릴 리 없어. 그래 고귀한 사람들 끼리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라고, 나는 어차피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으니까. 젠장.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야.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
분명히 녀석은 변했다. 모든 것이, 저 녀석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었는데, 저렇게 뻔뻔한 녀석은 아닌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거야.
“날 걱정하는 거냐? 아니면 그 아이를 걱정하는 거냐?”
“뭐?”
“어차피 나는 이제 너에게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일 테고, 웅이 네가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관심 보일 리는 없잖아? 그렇다면.....”
“.....”
“좋아하는 거냐. 그 아이?”
============================
“이렇게나 기뻐해줄 줄은 몰랐는데.”
상우형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옴이 느껴졌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그런가? 상우형의 얼굴이 왠지 붉어져 보였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바보 나 또 이상한 생각을.....
“형준이. 너 열 있는거 아냐? 얼굴이 빨개.”
“아..... 아냐. 샴페인 때문에”
“응?"
“어서 불이나 꺼줘.”
왠지 밝은 곳에서는 상우형의 품에 안기기가 힘이 들었다. 무엇을 의식해서 인지는 잘 모르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상우 형이 팔을 뻗어 나를 품안으로 이끌었다. 형의 품안에서는 왠지 편하게 잠이 잘 왔고, 악몽도 꾸지 않았다. 상우 형 역시도, 그래야 잠이 잘 온다고 했다. 나는 종종 상우 형네서 잠을 자는 일이 잦아졌고, 그럴 때면 언제나 형의 품은 나의 차지였다.
“저기.... 형준아”
“응?”
“아... 아냐 아무것도.”
“뭐야~. 싱겁게.”
그래 벌써, 일년이 되었구나. 우리 이렇게 계속 만나는 거 괜찮을까? 우리는 어떤 인연인걸까..... 많은 생각들과 함께 그간의 일들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상우형의 손길이 어깨에 닿았다. 아?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간혹 가다가, 형의 행동을 엉뚱하게 상상하고, 그것은 항상 나만의 상상으로 그쳤지만, 하지만 특별한 날 밤이니까.....
앗 또 이상한 상상을 하면 안돼..... 상우형의 손길이 서서히 팔을 타고는 내려왔다. 묘한 기분이 느껴지고, 이내 심장의 박동이 커지기 시작했다. 상우 형이 이내 내 손을 꼭 쥐었다. 아..... 하지만..... 아직 이런 건. 어? 무언가가 손에 쥐어졌다. 이건.
“네가 마음에 들어 할 지 모르겠지만.....”
상우 형이 수줍게 내 손에 쥐어준 것은, 작은 반지였다.
============================
“웅이 너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
“무슨 일 있구나. 그렇지? 너 어디에 있어? 내가 그리 갈게”
이런 새벽에 녀석이 전화를 거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 취해 있는 것 같았다. 말하는 것도 약간 분명치 않고, 신이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이던 녀석이었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너희 동네야. 신아. 나 술 한 잔 사줘. 나올 수 있어?”
“아.... 알았어. 금방 갈게. 기다려”
==============================
“오늘 100일이야. 내가 너한테 고백한지.....”
“뭐?”
“나도 참 억지라고, 생각했어, 어제는 1년이고, 오늘은 100일”
“말도 안돼.....”
인연이 닿은 지는 1년, 그리고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지는 100일. 무엇보다도 상우 형이 그런 것을 배려해 준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어느 샌가 상우 형이 등 뒤로 다가와서는 꼭 안아주었다.
“나 어쩌면,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너를 처음 만나게 된 것도, 그리고 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도..... 그렇다면, 앞으로 더더욱 소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너무 쑥스러워서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
“너와 함께, 단 한번 뿐인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
손바닥 위에선 작은 반지가 유난히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이제 우리의 인연을 더욱 더 강하게 해주게 되겠지.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는 지 왜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 왜 모른 척 했을까..... 나는 아무것도 잘 해주지 못 했는데.....
“커플링은 아직 어색한 것 같아서 말야. 네게 물어보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사실 나 반지 같은 거 껴본 적도 없고, 그리고 나 잘 못 고르겠던 걸...,.. 근데 그건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다음에는, 너와 같이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서운해.”
“어?”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잖아.”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아 그런가?”
나는 상우 형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계속 함께 이 손을 놓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지금은 그런 생각 중요하지 않은 걸. 함께 하고 싶어. 언제까지라도. 소중하게.
“아 생각났어. 나 받고 싶은 거 있다.”
“뭔데?”
갑자기 상우 형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금새, 붉어져 버렸다. 부끄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키스 해줘.”
“응?”
또 나만, 오버한건가..... 왠지 조금 쑥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상우 형은 내 앞에 서서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눈을 감았다. 왠지 진지한 분위기였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응? 뭐야. 이건 기사들이 공주에게나 하던 자세잖아.
“뭐 하는 거야?”
“선물이니까 특별하게 받으려고.”
가볍게 손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바보, 이런 건 키스가 아니라구. 키스는 좀 더, 찐하게, 하는 건데..... 상우 형이 어느 새 일어서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내 응큼한 상상을 들켜버린 것이 아닐까.
“키스 해줘”
하지만, 나는 어느새 상우형의 손을 꽉 잡고선, 그렇게 말 해버리고 말았다.
웅이는 당장이라도 녀석의 멱살을 부여잡고, 흠씬 두들겨주고 싶었다. 헤어지고 난 후에는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게 되더라도, 모른 척 하고 싶었었다. 다시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녀석을 이렇게 뒤쫓아 와 버렸던 것이다.
“타라. 할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얼굴”
“너!”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닐 것 같은데, 너 지금 소리라도 지를듯한 얼굴이라고.”
녀석은 명동을 빠져나와, 남산근처의 한 공원에 차를 세웠다. 성격이 변한 것일까? 녀석이 왠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왔다. 표정과 말투 속에 왠지 차가움이 느껴지는, 내가 지금 왜 이 녀석 앞에 다시 서야 하는 걸까. 젠장, 녀석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전혀 동요하지도 않고 있다.
“아까부터 쫓아오는 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어차피 너와 나는 이제 관계없는 사이 아닌가? 그것도 이제 꽤 오래 된 걸로 기억하는데.”
젠장 할 녀석. 나도 네 녀석 뒤는 쫓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너 같은 거 다시 우연히 라도 마주치기 싫었는데. 지금은 네 그 잘난 얼굴 송두리째 부셔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네 녀석과 있던 그 아이. 그 아이랑 어떤 사이야.”
“역시, 그런 건가? 하지만 내가 누굴 만나던 너랑 무슨 상관있는 거야?”
“너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변한거야? 내가 분명히 말했지. 다시는 이런 모습 비출 생각 말라고.....”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다. 네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순간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가슴속 밑에서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젠장, 너 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린 거냐.
“네 녀석. 유부남 주제에..... 뭐가 잘난 것처럼 말해대는 거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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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도 없는 시원한 하늘과, 가끔 불어오는 건 서늘한 바람뿐. 알 수 없는 촌의 한 푸른 언덕이었다. 그래,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너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야. 정웅아 너 왜 안 왔어. 무슨 바쁜 일 있던 거야? 재희 오빠 결혼식 방금 잘 끝났어”
쳇, 이런 촌구석까지도 핸드폰이 터지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그래, 이제 정말 끝인 거구나. 다시는 볼 수도 없겠지. 그래 어쩌면 이게 잘 된 걸지도.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이런 이유로 헤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축복해주지 못해서 왠지 미안하다. 하지만,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런 거.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 결국에 네가 선택하는 거니까. 결혼식 잘 하고.....”
“.....”
“어차피 결혼 하게 된다면, 이제 이전의 일은 모두 다 지우고 깨끗이 새 삶을 살아가. 그리고 다시는 뒤돌아봐서는 안돼.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웅아.....”
“그때는 네 녀석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사랑한다.”
녀석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끝까지 그렇게 말하는 건가..... 사랑. 그래 참 우습다. 내 마음을 이렇게 모두 허물어뜨리고, 네 녀석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래. 맞아. 어쩔 수 없는 거지. 사랑 같은 거는 나 같은 것 따위한테 어울릴 리 없어. 그래 고귀한 사람들 끼리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라고, 나는 어차피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으니까. 젠장.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야.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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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녀석은 변했다. 모든 것이, 저 녀석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었는데, 저렇게 뻔뻔한 녀석은 아닌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거야.
“날 걱정하는 거냐? 아니면 그 아이를 걱정하는 거냐?”
“뭐?”
“어차피 나는 이제 너에게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일 테고, 웅이 네가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관심 보일 리는 없잖아? 그렇다면.....”
“.....”
“좋아하는 거냐.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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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기뻐해줄 줄은 몰랐는데.”
상우형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옴이 느껴졌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그런가? 상우형의 얼굴이 왠지 붉어져 보였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바보 나 또 이상한 생각을.....
“형준이. 너 열 있는거 아냐? 얼굴이 빨개.”
“아..... 아냐. 샴페인 때문에”
“응?"
“어서 불이나 꺼줘.”
왠지 밝은 곳에서는 상우형의 품에 안기기가 힘이 들었다. 무엇을 의식해서 인지는 잘 모르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상우 형이 팔을 뻗어 나를 품안으로 이끌었다. 형의 품안에서는 왠지 편하게 잠이 잘 왔고, 악몽도 꾸지 않았다. 상우 형 역시도, 그래야 잠이 잘 온다고 했다. 나는 종종 상우 형네서 잠을 자는 일이 잦아졌고, 그럴 때면 언제나 형의 품은 나의 차지였다.
“저기.... 형준아”
“응?”
“아... 아냐 아무것도.”
“뭐야~. 싱겁게.”
그래 벌써, 일년이 되었구나. 우리 이렇게 계속 만나는 거 괜찮을까? 우리는 어떤 인연인걸까..... 많은 생각들과 함께 그간의 일들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상우형의 손길이 어깨에 닿았다. 아?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간혹 가다가, 형의 행동을 엉뚱하게 상상하고, 그것은 항상 나만의 상상으로 그쳤지만, 하지만 특별한 날 밤이니까.....
앗 또 이상한 상상을 하면 안돼..... 상우형의 손길이 서서히 팔을 타고는 내려왔다. 묘한 기분이 느껴지고, 이내 심장의 박동이 커지기 시작했다. 상우 형이 이내 내 손을 꼭 쥐었다. 아..... 하지만..... 아직 이런 건. 어? 무언가가 손에 쥐어졌다. 이건.
“네가 마음에 들어 할 지 모르겠지만.....”
상우 형이 수줍게 내 손에 쥐어준 것은, 작은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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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 너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
“무슨 일 있구나. 그렇지? 너 어디에 있어? 내가 그리 갈게”
이런 새벽에 녀석이 전화를 거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 취해 있는 것 같았다. 말하는 것도 약간 분명치 않고, 신이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이던 녀석이었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너희 동네야. 신아. 나 술 한 잔 사줘. 나올 수 있어?”
“아.... 알았어. 금방 갈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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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0일이야. 내가 너한테 고백한지.....”
“뭐?”
“나도 참 억지라고, 생각했어, 어제는 1년이고, 오늘은 100일”
“말도 안돼.....”
인연이 닿은 지는 1년, 그리고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지는 100일. 무엇보다도 상우 형이 그런 것을 배려해 준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어느 샌가 상우 형이 등 뒤로 다가와서는 꼭 안아주었다.
“나 어쩌면,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너를 처음 만나게 된 것도, 그리고 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도..... 그렇다면, 앞으로 더더욱 소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너무 쑥스러워서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
“너와 함께, 단 한번 뿐인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
손바닥 위에선 작은 반지가 유난히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이제 우리의 인연을 더욱 더 강하게 해주게 되겠지.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는 지 왜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 왜 모른 척 했을까..... 나는 아무것도 잘 해주지 못 했는데.....
“커플링은 아직 어색한 것 같아서 말야. 네게 물어보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사실 나 반지 같은 거 껴본 적도 없고, 그리고 나 잘 못 고르겠던 걸...,.. 근데 그건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다음에는, 너와 같이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서운해.”
“어?”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잖아.”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아 그런가?”
나는 상우 형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계속 함께 이 손을 놓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지금은 그런 생각 중요하지 않은 걸. 함께 하고 싶어. 언제까지라도. 소중하게.
“아 생각났어. 나 받고 싶은 거 있다.”
“뭔데?”
갑자기 상우 형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금새, 붉어져 버렸다. 부끄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키스 해줘.”
“응?”
또 나만, 오버한건가..... 왠지 조금 쑥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상우 형은 내 앞에 서서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눈을 감았다. 왠지 진지한 분위기였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응? 뭐야. 이건 기사들이 공주에게나 하던 자세잖아.
“뭐 하는 거야?”
“선물이니까 특별하게 받으려고.”
가볍게 손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바보, 이런 건 키스가 아니라구. 키스는 좀 더, 찐하게, 하는 건데..... 상우 형이 어느 새 일어서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내 응큼한 상상을 들켜버린 것이 아닐까.
“키스 해줘”
하지만, 나는 어느새 상우형의 손을 꽉 잡고선, 그렇게 말 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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