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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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녁놀이 지고 있었다.
며칠 있으면 시험기간이다.
대학와서 처음 기말고사를 접하다보니 몸만 앞서있고, 머리는 항상 뒷전이라 후회도 해봤지만 버스 떠난 뒤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중간고사 때 시험 얘기다.
그 머리 좋은 내가 엉뚱한 데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요번만큼은 무조건 잘 봐서 장학금이라도 타야지 하는 생각에, 일찌감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책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벼락치기 공부는 남는게 없지만 아직까지는 낭만을 즐길 나이기에.........
오늘은 민우와 만나서 소주한잔 해야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민우의 강의 시간을 파악하고 마지막 강의시간을 알고서 옆 동료에게 메모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술집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도착시간이 된다싶어 밖을 내다보니 혼자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민우를 한마디로 말하면, 우유빛 피부, 훤출한 키, 잘생긴 외모, 즉 귀공자 스타일이다.
좀 늦었지?
아니야.
그래 우리 막걸리로 마시자.......
단골처럼 되어버린 허름한 객주는 여느 술집과는 많이 달랐다.
긴 주름살과 검게그을린 얼굴이 시골 아주머니 같고, 어머니 같고, 한편으로 고향같이 푸근한 정을 주는 분이다,...........
학생들을 상대하여 술장사를 하다보니 술값은 당연히 학생수준에 맞게 되어있어 부담이 다른데보다 항시 덜하다. 그래서 가끔 이곳을 찾고 단골학생이 되었다.
벌걱벌걱......
막걸리 넘어가는 소리가 기운차다.
더위가 기승을 부려 목이 탛나보다.
쭉...........마시자.
몇병 이던가. 술을 잘못하는 나도 제법 술이 늘었는지 취기가 없다.
참, 민우야 작년 시험볼때 교양과목 말이야......
어떻게 문제가 나왔는지 소스 좀 줘라.
국어, 법학개론, 그리고,........
과는 다르지만 교양과목은 같은 줄 아는데.....
글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잘 좀 생각해봐.
그래, 그럼 11시 넘어서 우리집으로 와.
나는 좀 있으면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되거든,
술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할수 없지 뭐,
그럼 내가 이따가 꼭 들릴테니까 시간이나 지켜줘.
시험기간이라 야간에 일하는건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한답시고,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였다.
민우가 뭐가 좋아서 짝사랑 하고 있는건지, 다름 친구들도 많은데 참 이상하지?
잘생긴 과 친구들도 많은데 내가 왜 이러지.
제눈에 안경인가?
혼자 꿍시렁하면서 도서관으로 발을 돌렸다.
10시가 조금 넘은 것 같다.
도서관은 서서히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고........
나도 서서히 책가방을 정리 하면서 일어서야겠다.
어 ---- 30분 정도 남았네,
구걸 아닌 구걸이라는 죄의식이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계획성 있고 하루하루 꾸준하게 해야 되는데 벼락치기가 뭐람, 스스로 죄책감에 탄식하고 원망도 해보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오늘도 썩 내키지 않는 공부를 한답시고.......
돈이 뭔지..........
공부가 뭔지.......
시간이 된 것 같다
창문너머로 환한 불빛이 나를 반겨주듯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민우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민우야.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왠 젊은 사내가 큰 대자로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의 머리가 또다시 쥐가 나기 시작했다.
혼자 자취한다고 그랬는데.........
누굴까?
그냥 친구겠지, 하고 잠시 방으로 들어갔다.
담배냄새, 술냄새, 꼬랑내, 고약한 악취냄새를 진동을 하여 가슴이 엮겹다.
초저녁에 마신 막걸리를 금새라도 토할 것 같다.
구역질이 난다.
어떻게 이렇게 하고 살지?
돼지우리도 아닌데,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민우는 오지 않았다.
그냥가야하나, 밤도 깊었는데, 좀더 기다려 봐야하나 두 갈림길의 기로에 서서 나 자신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민우 친구가 잠꼬대를 하는 사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이 금새 민우친구로 향했다.
가까이 보니 제법 핸섬한 얼굴이었다.
더워서 인지 이불도 제치고 큰대자로 자는 모습이 제법 탐스럽게 익은 과일 같았다.
꽉 씹어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쿵당쿵당......두근두근........
심장소리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소등을 해도 제법 선명하리만큼 방안은 훤했다.
집뒤 가도등이 있어서 인지 제법 사내 윤곽은 한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접근하여,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의 탐욕은 금새 사내놈에게 맞겨진 듯 뒤숭숭해져 온다.
한번 시도해 볼까?
서서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내놈에게 이끌리듯 탐욕작전이 시작되었다.
무엇부터 할까?
고민고민 하다 중요한 부분부터 서서히 손이 가는 것이 아닌가. 부르르 떨리는 손을 잠재우면서 서서히 조심스레 살며시 대봤다.
감각이 없는 듯 아무반응이 없었다.
술기운이 관한지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이 한껏 안도는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한번 도전을 하였다. 이번에 속옷을 살며시 들어 꼼지락 거려 보았다.
한손에 들어오는 촉감은 사뭇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나의것 이외는 촉감이 솜처럼 포근하다고 느낀적이 없어서인지, 또한번 시도를 하고 말았다.
꿈틀대는 사내의 움직임에 나는 숨이 멈춰버렸다.
순식간의 일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행동에 그냥 책상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척을 하였다.
잠꼬대를 다시한번 하고, 기지개를 크게 한번 하더니 또 잠에서 깨어나질 않는다.
나의 행동을 눈치 못한채 그냥 이번엔 코까지 골면서.........
살며시 고개를 들고 다시한번 사내의 육체를 탐하는데 아까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금새 기지개를 하고나서 아랫도리가 부풀어 있지 않는가?
욕심을 내 보자.
나또한 충동을 느껴서 인지 뚫어지게 탐욕스러운 부분을 한동안 바라 보았다.
꼭 성인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바라보는 나의 모습도 탐욕에 너무 민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져 보지만, 타고난 성격 탓인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각오로 탐욕스런 부분을 다시한번 과감하게 시도를 했다.
별 느낌이 없었다. 조금전에 기대한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짜릿함도 없었다.
그래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우야........
바로 사내놈 이름이 현우인가보다.
불을 켜고 문을 열어보니 민우는 고주망태인 것 같다. 너무 많이 마셔서 인지 팔자걸음에다 몸도 가늘수 없듯이, 나도 잘 못 알아볼 정도로 취기가 가득해 보였다.
왜 이리 늦었니?
으응.........
그런데 진욱이 네가 여기에 왠일이니?
으응.......
아까........초저녁에 시험문제 소스 때문에 11시까지 온다고 약속 했잖아,
아, 그랳었구나, 그랳었지..
미안, 미안.........
금새 방문을 열고 그 자리에서 옷을 벗더니 눈 깜박할새 코를 고는 것이 아닌가,
자, 이쪽으로 똑바로 누워, 이쪽으로 말이야........
사내 두놈이 속옷을 입고 자고 있는 모습은 정말 과관이었다.
어째든 방 정리를 대충하고, 이부자리를 잡아주고 나가려는 데 고3때 민우와의 욕탕생각이 났다. 자세히 민우를 보노라니 옛 생각도 나고 해서,
민우의 육체를 훔쳐보았다.
민우의 속옷은 흥건히 젖어 있었다.
술을 과하게 먹고 제대로 소피를 못 봐서 인지 또 구역질이 났다.
한꺼번에 두 놈의 사내가 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또 한번의 고민이었다.
도대체 내 性적 호르몬은 쓸데없이 사내들의 육체만 보면 탐욕이 나는걸까?
순진해서일까?
아니면 젊음이 과해서인가?
성적욕구를 충족 시키지 못해서 일까?
몇 년전의 민우의 탐욕스런 육체를 보는 순간 숨이 멈춰지듯,
자고 있는 민우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 도서관으로 발을 돌렸다.
사뭇 시원한 새벽바람이 온가슴을 쓰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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