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바리의 추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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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생해 가면서 하루하루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다행하게도 정이병도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고, 우리 둘은 호흡이 잘 맞아 군생활은 지겹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정이병.
왜,
처음 부대에 들어 왔을때 김상병 생각나......
밤새도록 잠도 안 재우고 고춧가루 피운놈 말야........
알지 ...
웬수야......
투덜대는 정이병도 마찬가지로 김상병은 싫은가 보다 했다.
겉은 멍쩡하리 만큼 잘생겼는데 왜 하필 고춧가루 역할을 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인간적으로 보면 괜찮은 사내 같기도 해 보이던데......
정이병과 나는 김상병을 골탕 먹이기로 하고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뭐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지만, 김상병도 혼줄이 나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 큰맘 먹고 작전준비에 돌입했다.
그날따라 하염없이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전방이라 그런지 한번 눈만 내리면 지겨울 정도로 쌓여 고참들은 머리를 설레설레했다.
눈만 내리면 그래도 신참은 즐거웠다.
이눈치, 저눈치 안보면서 눈만 치우는 것이 그날 일과 이기 때문에, 교육 받는 것 보다는 마음적으로 상당히 수월했다.
교육 받으려면 뭐든 로봇같이 다 외워야 되고, 훈련을 받으면 샘플이 신참이라 고달프기 일쑤이기 때문에 눈만 오면 눈 치우는 것이 그날의 일과이니까 육체적인 고통은 있겠지만, 나는 이런날이 제일 좋았다.
군 오기 전에는 감상이며 연인들과 만날 분주함에 추억도 새록새록 한데 군바리다 보니까 걱정만이 앞서 있었다.
고참 신참 할 것 없이 눈 치우는데 정신이 다 쏠려 있었다.
정이병.
김상병을 어떻게 할까?
저쪽 연못가에 눈치워서 모아 둔데로 안내해서 빠트려 보자구......
연못쪽으로  안내해서 눈구덩이에 .......?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럴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그렇게 정이병과 짜고 김상병을 꼬시면서 궁지에 빠트릴 생각만 했다.
김상병님....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 뭐가 있는데.....
토끼 같기도 하고............
짐승이 있는 것 같은데.......
쭉 내민 김상병의 목이 끝없이 우리가 가르쳐준 대로 몸이 집중하고 있었다.
어디인데......
안보이잖아.....
저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끄러 지는 시늉으로 김상병을 눈구덩이로 빠트리는데  성공했다.
어..........
살려줘...
정이병....
이떻해요?
눈과 씨름하고  있는 김상병을 보면서 비웃고 있는 우리의 마음은 전혀 모르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김상병의 한 행동이 지금도 선하다........
사내 둘은 발을 동동 구르는 시늉을 하고 가엽은 김상병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연실 안타까운 위로에 말만 되풀이 했다.
속으론 고소하다 생각하면서 마음껏 웃어 보고 심정 뿐이었다.
고참들이 알까봐 조심조심 심술을 부려대면서....
그래도 눈청소는 상병까지만 나와서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모자라면 다음날 또하면 되고...
하여튼 김상병을 골탕 먹이는 데는 성공을 하였지만 그래도 날씨 탓에 꽤 추울 듯 싶었다.
저.......
박상병님..
김상병님이 눈구덩이에 빠졌읍니다.
어디인데.....
저쪽 연못 주변에서 발을 헜디디 셨나봐요.
.......
어 김상병
꼴 좋다.
박상병의 한마디다.
좀 시원하겠네............김상병......
좀더 견뎌봐.
말을 일방적으로 하더니 금새 자리를 박차고 부대쪽으로 향했다.
괜한 짖굿은 일을 저지른 것 같아 후회스럽다.
그래도 같은 동료면 도움을 줄지 알았던 정이병과 나는 어떻게 건져줄까 고민되었다.
김일병님, 저기 김상병님이 빠졌는데 도움좀 주시지요?
헐레벌떡 뛰어온 고참들과 힘을 합하여 열심히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눈을 이곳에다 다 버려서 인지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발줄로 이용해서 구출 해야 되겠다 싶어,
밧줄을 찾아 다니는 데 그나마 필요할땐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고......?
여하간 그로인해 구출하는데는 성공했다.
적어도 한시간쯤 눈과 실갱이를 한 것 같았다.
몹시 추웠는지 입에서는 아무말이 없고 온 육체가 벌벌 떨고만 있었다.
자.....
제등에 업히시지요......
그렇게 하여 김상병에 맺힌한은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래도 추위에 건강은 상하지 않은지 궁금하기도 하고 장난삼아 저지른 일인데 미안함만 앞서 있었다.
후회를 해봤자 물건너 간일이고 해서 우선 급선무가 몸을 녹이는 일이다.....
그런데 김상병을 다들 좋아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정이병과 나는 남다르게 보살펴 주기로 했다.
온몸이 차갑기만 했던 육체도 서서히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저.....
김상병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기온 탓인지 기절했나 싶어 물어봤지만 정신은 멍쩡했나보다....
그래도 우리가 꾸민일은 모르는 눈치라 안도에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군바리 생활도 차츰 익수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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