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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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둘다 말없이 맥주만 비워내고 있었지만, 맘은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
- 사실 내가 너한테 오늘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닌데
그 말을 하기가 참 민망하고 어렵고 그렇다.
다시 나지막한 형님의 말씀이 시작되고, 난 조용히 고개를 돌려 형님을 바라보았다.
- 그렇게 쳐다보지마..
말하기 더 힘들어 지니까.
" 허허, 형님도 참..."
- 이제는 말할수 있을것 같고, 또 말해야 하는게 당연한데도
너한테는 정말 그게 힘드네. 나답지 않게...
형님이 말하려는게 제발 내가 예상하는 그런것들이 아니기를 기도하고 싶었지만
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있었다.
- 난그래.. 사실 난 여자보다는 남자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야....
얼굴에 얕은 경련이 오는듯 눈 언저리가 흔들림을 느꼈다.
동시에 그런 형님께, 이렇게 용기를 내어 내게 고백하는 형님께
적지않은 연민이 느껴져왔다.
- 널 알게되고, 단지 그냥 동생으로 널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원래 나란 인간에겐 그런게 잘 안돼는 모양이지 뭐...
미안하다 석훈아...
이제 할말은 다 했고, 니게 하자는 대로 내가 따라줄게..
그냥 이전처럼 지내자고 해도,
뭐 힘들긴 하겠지만... 괜찮아.
"허, 참 어렵네요 형님."
- 어려워?
두어시간째 맥주를 마시며 처음으로 내게 시선을 돌린 형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불게 술기운이 올라 있었다.
어려운 이야기....
그랬다.
순간에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 상황들은 늘상 힘들고 어렵다.
"......
전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이 절 사랑하는 방법도,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도."
- 아직 모르겠니?
내가 이렇게 용감무쌍하게 너한테 고백할수 있는건,
그날 니 행동으로 봐서
너 또한 니안에 나와 비슷한 성향이 있다고 내가 느꼈던 까닭이야.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형님의 어조는 단호했다.
어지러웠다.
이런 상황도, 이런 대화도... 그리고 술기운도...
형님의 손길이 다가와 내 손을 꼭~잡아왔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한결 맘이 포근히 내려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던 형님의 얼굴이 다가와 내 얼굴 위를 덮칠무렵...
나는 반항을 할수도, 혹은 그럴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스물아홉...
내 이십대 마지막 가을속으로 형님은 그렇게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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