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그리고 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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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상 하는일이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정하지가 않고 빈둥빈둥 놀고 있는 백수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이 귀찮게만 느껴지고 고학력 출신이라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처지이기에 무작정 잡지책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가끔 답답하면 사우나나 다녀오고 더 답답해오면 친구한테 전화 걸어 소주잔이나 기울고 있었으니, 나로서는 늘 한심하고 따분하리만큼 죄책감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고, 등치 큰 사내가 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지 학교에서 추천서 1통이 등기로 배달되었다.
짦은 이력을 쓰고 간단한 지원동기를 나열하면서 내 자신에 처한 지금의 순간이 허무하다 못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사우나를 몇 번 들락거리다 보니 자연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때나 벗기고져 들락거린 장소가 나를 또 다른 기로에 서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늦은 아침에 눈을 비벼대면서 사우나로 몸을 향하고 있었다.
남들이 쳐다보고 있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머리에 모자를 꽉 눌러쓰고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뭐라고 변명을 해야 될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졸업한지가 벌써 반년이나 지났으니 나의 백수 생활도 벌써 반년이 지난 듯 싶었다.
안녕하세요?
네.
오늘은 좀 늦게 오셨네요.
그런데 친구분은 안보이시네요?
아, 네
오늘은 볼일이 있다고 해서 제가 대신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는 나의 볼일을 보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파고들고, 나만의 육체를 탕에 의지하면서 눈을 감았다.
별별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눈을 살며시 감고 명상이라도 하듯 나의 뒷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4년이란 대학생활도 만만치 않았는데 지급 졸업하고 할일 없이 놀고 있는 자신을 한탄하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피곤하지도 않은데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급한 일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나 잠을 청했는지 알수 없지만 온몸이 붉게 물들었고 육체도 부어있듯 탱글탱글한 피부가 고무풍선처럼 축 늘어진 것을 알고, 냉탕으로 들어가 나의 육체의 정신을 맑게 하였다.
밖으로 나와 보니 거의 점심때 인 것 같다.
그래도 한 시간은 족히 단잠을 잔 것 같다.
피부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것을 바라보면서 수건으로 훓치고 있는데, 좀전에 들어올때 인사를 한 사내가 내게 캔을 권해왔다.
갈증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다행인가 싶어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단숨에 들이켰다.
온몸에서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다.
꼭 오아시스에서 물을 만난 듯 그렇게 캔이 고마울수가 없다.
사내에게도 감사하다고 하면서 나의 담배 한대를 권해보았다.
넙죽 받아든 사내도 심심해서 인지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엇다.
어떻게 지내세요?
평일인데 자주 여기에 들리니
네,
수업이 없어요.
사내에게 나의 거짓말이 들통이라도 날까봐 조바심이 일고 있었다.
졸업반이라 거의 수업이 없고 취업준비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고 해서 자주 들리는 겁니다.
싫으세요?
아뇨,
싫은게 아니라 졸업반이면, 거의 나와 비숫한 나이인 것 같은데,
그래요 저는 용띠인데
그쪽은
저도 용띠에 5월생이에요
저는 8월생이니 나보다 두 달이나 먼저 세상구경을 했네요.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그렇게 간단한 양력으로 사내와 대화를 하면서 넌지시 사내의 몸을 감상해 보았다.
체격도 괜찮고 두상도 빠지지 않는 인물이고......
사실 며칠동안 친구가 자리를 비워 제가 여기 일을 하고 있는거에요.
저도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마땅히 집에서 노는 것 보다는 이렇게 여기 나와 있는 것도 괜찮다 싶어, 이짓 하고 있는거에요. 용돈이라도 벌까해서........
가게자리도 마땅하지 않고 또한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사내가 연실 주둥이를 놀리고 있었다.
그럼 전에는 뭐 했었는데요?
예.
미용사 했었는데 독립 좀 할려고 가게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군요.
나는 나도 모르게 사내가 미용사라는 말에 다시 한번 사내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사내얼굴에는 남자보다 여자쪽에 가까울 정도의 끼가 다분하였다.
담뱃재 떨어지겠어요?
네,
재떨이에다 담뱃재를 떨고 나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오늘 재미있게 쉬었다 갑니다.
잠깐만요?
왜요?
성함을 안 가르쳐 주었는데........
저 이름요.
저는 이석훈이라고 해요
그래요 저는 김동민 이라고 해요.
그렇게 사우나를 빠져나와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동민이의 얼굴을 다시 한번 그려보고 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동민이를 알고부터 나의 사회 인생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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