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2부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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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급하게 두어개의 맥주캔을 들이킨 취기에 침대에 스러져 잠이들어 있는데
현관문을 두드리는 울림이 있었다.
처음엔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이번엔 초인종까지 울리고 있다.
이시간에,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일어나 불을 켜지 않은채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순간, 온몸이 경직되어 쓰러지지 않은것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반쯤 열린 현관문 밖에는 더 건강해진 모습의 형님이 두팔을 벌리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이런 기분일까?
놀라서 돌아보니, 다행히 어둠속에 양주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어. 잠결이라그래? 오랜만에 보는데 반갑다는 말도 안하네?"
작은 가방을 들고 형님이 들어오면서 말한다.
불을 밝힌 오피스텔안에 양주임은 있지 않았다.
- 그사이 집으로 돌아갔다면 정말 다행인 일인데...
혹시 욕실에라도 있다면 큰일이다.
그런 내 불안함을 느꼈는지 의아해 하며 형님이 날 쳐다본다.
"전화라도 하고 오시지 그랬어요.
놀랬잖아요. ㅎㅎ"
"자주 들어오겠다고 약속하고 가고선 일년만에 처음오게되니 미안해서 그랬지."
그렇게 말하고선 그 넓고 건강한 어깨로 날 보듬어싸듯 안아준다.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지?
어때? 결혼할만한 상대는 찾았어?"
날 떼어놓으며 장난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물어본다.
"형님도 참.... 지금 몇시나 되었어요?"
그렇게 물으면서 욕실문을 열어보았다. 휴우.... 욕실에도 양주임은 없었다.
그리고 실내 어디에도 양주임의 흔적이 없음을 확인하곤 안심이 되어 소파에 앉았다.
"음. 들어오자마자, 어디 잠깐 들렀다가 오느라 많이 늦었어.
12시가 다 되어가네?"
형님의 등장은 한없이 기쁜 일이었지만, 맘속에 불안함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
못내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형님의 일본에서의 프로젝트는 거의 예상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빠르면 앞으로 1년정도만 더 일본에 있으면 다시 본사로 돌아올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던지....
형님이 꺼내놓은 12년산 럼주를 기울이다, 실로 오랜만에 함께 침대위에 나란히 누웠다.
팔베게를 하고 천정을 바라보는 내게 형님이 속삭여 온다.
- 니가 살아있는걸로도 무지하게 만족이 된다.
그동안 어떤 바람을 피웠대도 난 상관없어... ㅎㅎㅎ
징그럽고 음흉한 웃음을 웃고나서는
- 일본에서 난 완전 금욕의 생활이었는데, 뭐 못믿어도 상관없지만,
같이일하는 일본인들과 술집을 기웃거리며 거기 여자들을 상대한게 전부야.
참고 지내기 참 힘들었지만, 난 너면 되니까.
견딜만도 하더라구....
내가 돌아왔을때, 니가 완전히 변해서, 날 모른척 한다던가,
혹은 더이상 남자들과의 관계를 원하지 않으면 어쩌나...
뭐 그런 상상들로 때로 걱정되기도 했는데,
그런건 아니지?
그러게 여전히 장난스러운 속삭임을 전해오며 내 몸위로 손을 올리곤 더듬어가고 있었다.
맘속깊이 가라앉아가는 평안함이 금새 날 깊은 잠으로 내 몰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근무가 끝나가는 시간, 난 오피스텔에서 기다릴 형님을 위해
퇴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다시 일본으로 나가야하는 형님과 함께 춘천을 다녀오기로 되어있었다.
전에없이 퇴근을 서두르는 모습이 이상했던지 양주임이 가까이와서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온다.
아주 잠시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숨길것이 없다고 생각되어
형님이 들어와있다고 말했다.
순간 양주임의 얼굴에 서운함과 당혹스러움이 묻어났지만,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양주임도 나도 서로의 관계에 자연스럽긴해도, 내게 형님이라는 존재가
다른사람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그동안 양주임도 인정해 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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