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 (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여름의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 고조에 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휴가라고 시골에서 몸을 의지하고 있지만, 오 갈데없는 초라한 신세로 탈바꿈하고 있는 나의 휴가목적지는 시골 만한 곳도 없는 것 같다. 바닷가라든가, 아니면  리조트로 예약을 하여 머무는 것보다는 시골의 편안함과 시원함은, 극치를 자아내듯 보금자리처럼 피서지 격으론 안성맞춤이다.

휴양지보다 더욱 근사하고 안식처인 듯한 곳이 바로 시골인 듯, 늘상 휴가철이면 나는 이곳에 와서 옥수수며, 고구마를 캐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내 삶의 일부분으로 되어있다.
그렇게 농사일을 거들면서 낮에는 들녘에서 소일을 보내고, 저녁 무렵이면 냇가에서 시원한 소주를 기우는 것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그 절묘한 기분을 모를 것이다.
꽉 쫘여진 틀에 맞춰 휴가를 보내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차들로 인해 스트레스만 받는것 보다는, 한적한 시골을 선택하여 계곡에 머무는 것도 한층 시원한 피서법이 될 것 같다.

 ..................................................................................................................................


이렇게 더운 날씨를 처음 접하면서 나의 일상생활은 무디어 가고, 조금만 움직여도 짜증내기 일쑤였다. 대문 입구에서 보초하는 누렁이도 나의 팔자만  못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혹시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창문을 열고 누렁이를 불러 보았다.
비록 어디에서 태어나 내 집까지 와서 보초병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 더운 여름에는 그만한 보초병도 없는 것 같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소리 내어 짖어대고, 대문을 열어도 누구든지 아랑곳 하지 않고  목 놓아 통곡하듯 짖어대는 누렁이도 이제 나이 값을 해야 될지 “말복”이 저만치서 손짓하고 있지만 기온은 항시 올라가고 내려가지는 않는다.

더위가 가시지 않고 온몸에서 구정물 같은 땀으로 얼룩진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증도 나고 몸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피곤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냉수마찰이라도 해야 되는지 옷을 벗어던지고 찬물에다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잠시면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위에 떨고 있지만, 그래도 이 짓이라도 해야 더위가 물러갈 듯 하루에 서 너번 냉수욕을 하면서 더위를 식히고는 있지만, 나의 이런 행동이 한심하기 까지 하다
마찬가지로 땀으로 얼룩진 두상을 손으로 휘저으면서 연실 더위를 식히고, 한손으론 부채질로 두상에 연실 상하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기온 때문은 아니지만 이럴때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누렁이를 다시한번 부르고 있었다.
주인의 목소리를 금방이라도 기억하듯 꼬리를 흔들면서 고개를 주인한테 의지 하고 연실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개머리의 아이큐는 남다르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동물이기에 말이 없지만, 기쁨과 슬픔은 구별 할수 있고, 배고프면 연실 짖어대는 것이 습관화된 누렁이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시골이라 그런지 도외지 소식을 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가끔 TV를 접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옆집에 사는 그 유명한 아버지와 그로 인한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로 인하여 아들도 덩달아 아버지 수발을 한다고 상경한 집이다.
몹시 부러웠고,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독차지 하다시피 출세를 하여 동네 어른 아이 할것없이
주고 받는 것이 도가 지나쳐 정이라고 하기엔 과하고, 뇌물이라고 하기엔 좀 어색한 듯 한데, 그날도 승용차 서너 대가 줄을 이으면서 마을 입구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휴가를 시골에서 보낼 요량으로 피서격 시골에 머물기로 한 듯 짐 꾸러미들이 꽤 많은 듯 하다.
혹시나 아들이 내려왔다 고개를 치켜들면서  연실 아들을 찾아 보려고 두리번 대고 있었다.

사실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어릴적부터 동고동락 한 사이이고, 나를 꽤 잘 따르곤 했다. 아버지의 출세로 나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지만, 지금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하고, 도시에서 잘 견디면서 생활하고 있는지도 궁금하였다.
초라한 나를 접하고 실망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나도 사내라 치마폭에서 휘어사는 것 보다는 아버지처럼 호령하고 아랫사람들이 존경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내 답겠다 하는 부모님의 생각은 잊어 본적이 없다.
그날도 그렇게 기다려 봤지만 사내의 얼굴은 그림자 조차 볼수가 없었다.
혹시 내려오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 서는데, 멀 발치서 나의 이름이 고동치고 있음을 짐작하고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내가 기다리던 사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가슴에 와 닿는 큰 희열을 느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사내 앞으로 달려갔다.
아무 말없이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운데 고생이 많지?
아니,
너는 어떻게 지내?
나야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지.
반갑다.
그래 반갑다.
진호야.
내가 기다리던 사내 이름이 “박진호”였다.
그런데 휴가 온거야.
그래.
아버지께 말씀드려 동네 어르신네들에게도 인사를 드릴 겸, 겸사겸사 시골로 내려 온거야.
그래, 잘되었다.
반가움의 순간은 일시적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었지만, 나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준비를 안 한 상태에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헤어져야만 했다. 무슨 사내가 기백도 없고 아버지 말에 이끌리고 있으니, 누렁이 만도 못하다는 처량한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반가웠는데 사내는 나를 아는체하고 뒤돌아서서 가야만 되는 안타까워 현실에, 또 한번 충격이 오고 있었다.  그렇게 사내를 보긴 봤지만 마음 한구석에 사내를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고 있었다.
코 흘리게 시절에는 내가 꼬마대장 노릇을 하면서 진두지휘 했었는데, 지금의 현실은 거꾸로 흐르고 있지 않은가?
출세가 뭐 그리 중요한 것인지?  나는 감을 잡지 못하였지만, 그때만 해도 모든 것이 부러울 정도로 진호의 딱가리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늦은 밤에 잠도 오지 않고 열대야 현상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을 즈음,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입구에선 누렁이가 단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라도 하듯 고요한 정막을 깨뜨리면서 연실 짖어대고 있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novel?sca=&amp;sfl=wr_name,1&amp;stx=seager" data-toggle="dropdown" title="seager 이름으로 검색" class="sv_guest"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seager</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소재 참 다양하세요..!!!이제 시원해졌꾼요. 오늘 날씨 무지 매력적에요 바람 쌀랑 쌀랑 불고 ^^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