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가는길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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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내용구성은 기행문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주인공과 친구사이 관계는 "속리산 법주사"하고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깔딱고개를 접어들면서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었다. 오솔길처럼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어가야만 속리산에 당도할수 있어 어쩔수 없이 이 길을 선택하여 진입하여야만 한다. 한달 전부터 마음 먹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두른 탓에 뽀오얀 안개가 산등성이부터 휘감듯이 펼쳐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초가을 접어들면서 가끔 이런 현상이 보이긴 하지만, 한치 앞도 식별이 되지 않아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햇살이 막 피어오르듯 상쾌함의 극치가 온몸으로 퍼져가고, 간간히 불어오는 소슬바람을 타고 길옆의 코스모스는 한들거리고, 주변의 저수지는 그야말로 묵묵하게 자태를 뽐내듯이 조용함에 취해 기지개라도 펼듯한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벌써 친구 만난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추억들을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친구 얼굴을 그려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친구 덕분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에서 떳떳하게 생활하고 있는 나 자신도 친구의 고마움을 잊어 본적이 없다. 어렵게 자란 나로서는 인생의 선배 같고 형 같은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다만 나와의 인연은 남들처럼 어울리고 편함에 친해진 것이 아니고,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나이의 우정 같은 끈끈한 정도 아니다.  별 볼일 없는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겠지만, 나를 바른길로 인도해준다고 충고 한마디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나 자신도 묘한 감정에 휩쌓이고 있을때, 내게 던져준 여운으로  지금까지 왕래하면서 돈독한 깨달음을 느끼고 있었다.

말로만 들어도 다시 돌아가고픈 고3 시절 때 남들처럼 잘나가는 대학의 꿈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에 취미가 있어 진득하게 책벌레처럼 학구파도 아니고, 그저 시간만 흘러가면 졸업장이 내손에 들어주는구나 생각하면서 마지못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어느 날 사내가 종례를 마치고 좀 보자는 거였다.
등치도 크고 그때만 해도 잘나가는 패거리들과 어울려 다녀 두려움이 앞서있었고,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화장실 뒤로 찾아갔다.
다리에는 힘이 쭉 빠지고 주먹이 날아 올까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나의 생각외로 차분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사내가 중얼거리는 내용을 귀에 담아두지 않고 로봇처럼 눈만 멀똥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저녁에 시내공원으로 나오라는 거였다. 그 말만 생각나고 두서없이 지껄인 것은 내가 쫄아서 인지 아무기억도 나지 않았다.

고민의 연속이었다.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방황을 하고 있지만, 이런 나의 행동에 스스로 채칙질을 하면서 약속장소에 나가보기로 결정하였다.
죄 지은것도 없는데 죽이지는 않겠지?
위로랍시고 스스로 자책하면서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내가 좀 일찍 나왔나 싶었는데 사내가 나를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 곁으로 다가가서 의자에 살며시 앉았다.
한참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사내가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준욱이 들었는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지만, 사내의 말소리에 긴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듯, 그렇게 귀를 곤두세우고 사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석훈아.
사실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불러냈어.
중요 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판단은 석훈이 네가 하는 거야.
쭉 학교에서 지켜보았는데, 공부하곤 담을 쌓고 지내는 것 같아 내가 제안을 하나 할께.
사실 나도 공부하곤 거리가 멀지만, 하는데 까지 해 보는 게 사나이고 사내가 아닐까 생각해.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겠지만 인간의 본성은 다 똑같아.
그리고 살아온 환경의 차이일 뿐, 너나 나나 똑같은 고추 달고 태어났는데 못할게 뭐 있어?
진지하게 사내는 나에 대한 배려를 하듯, 뭔가를 심각할 정도로 주둥이를 놀리고 있었다.

가슴에 와 닿는 사내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사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있는 대목이라 다시 한번 사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서너 달 있으면  졸업이지만 후회를 하는 것 보다는 도전하고 후회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사내의 말에 이끌리다 싶이 온몸으로 파고 들고 있었던 까닭은 지금에서도 잊지 않고 있다.
비록 철학적인 상투일지 모르지만, 그때의 말은 잊혀지지 않고 사내로 인한 모든 행동에 그져 감사할 따름이다. 그로 인한 내 인생의 모습도 변했을 것이고, 내가 사회에서 떳떳하게 생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사내의 말에 동참을 하고, 사내가 시키는 제안을 따르기로 약속을 했다. 역시 학생이면 자기본분을 다하고 무조건 열심히 해보라는 충고로 알아듣고, 나의 학생 생활은 짧지만 그로인한 추억뿐이 남는게 없었다.

서서히 안개가 겉치고 있었다.
아침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투명해 옴을 느끼고, 나의 아련한 추억도 잠시 접어두고 차에 올라탔다. 온몸의 상쾌함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좀 이르기는 하지만 간간히 울긋불긋한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고지대라 그런지 상쾌함보다는 서늘하기까지 한 산등성이를 돌고 돌면서 정상에 다 달았다.
잠시 멈추어 커피 한잔을 마셨다.
몸에는 좋지 않지만 담배 한대를 꺼내 물고 나의 행동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장관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꼭 내가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정상 아래를 쭉욱 둘러보니 온천지가 회색빛으로 물들고 구름을 타고 있는 듯,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온천지가 회색빛 안개로 물 들은 것을 몇 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모든 걸 접어두고 서둘러 나의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벌써 들녘에는 누런 물결이 출렁이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천국이 따로 없나싶다.
좌측으로 우뚝 솟은 정이풍송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무 말이 없었다. 작년 폭설로 인하여 우측가지가 부러져 예전보다는 볼품이 없어도 꿋꿋하게 기상을 펼질 듯,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년의 세월속에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면서 지금까지 무탈하게 인간의 신임을 받고 존경을받고 있는 소나무도 없을것이다.
얼마나 기상이 빛나고 자태가 충만했으면 나무에다 벼슬까지 내렸을라고?

서서히 정이품송도 내 시야에서 멀어지더니 금새 속리산 입구인 듯하다.
때 이른 가을이라지만 입구부터 관광객들도 초만원 이었다.
아담한 도시라고 하기에 어울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법주사가 있어 찾는이의 발길을 가볍게 하고 보는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이유는 와보지 않으면 모를것이다.
천년의 세월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모든 인간들의 속죄와 번뇌를 갈망하는 법주사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동양에서 제일로 웅장한 청동미륵대불상이다
산수가 빼어나다 못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늠늠한 소나무들의 기세는 이곳에 와봐야만 느낌이 오고 감탄사가 절로 날것이다.

가슴의 설레임을 잠시 접어두고 입구부터 나의 시야를 자극하고 있는 주변 경관들을 놓치지않고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인연이 되어 만나고픈 친구도, 법주사에서 번뇌를 갈망하고 속세와의 인연을 끊은지도 삼년이 넘는 것 같다.
말려보았지만 이승에서 저지른 많은 사연들을  갈망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스님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를 흡족하고 하고 있었다.
많은 한옥들이 빼곡히 있는 주변 상가들도 오늘은 탄식을 자아낼 정도로 장관인 듯 보였다.
긴 숨 호흡을 하고 대웅전을 몸을 움직였다.
다소곳이 나의 허물에 대한 잘못된 모든 일들을 반성하면서 용서를 빌고, 또 빌면서 무탈하게 생활할수 있게 힘을 달라고 부처님에게 갈망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이야 무탈하게 지내고 있지만, 사람 팔자는 그 아무도 모르고 부처님만 알고 계실 듯 싶어, 소원 빌 듯이 그렇게 한동안 백팔번뇌를 하면서 무아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친구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몇몇 스님들에게 물어가면서 찾아보았지만 자리에는 없었다.
찾아 온다고 얘기는 안했지만, 늘상 자리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현기증이 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친구의 현재 생활에 흡족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인생살이가 그리 길지만은 않은데 뭐 하러 산속에 묻혀 사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친구를 찾아 보는것이 급선무라 여기저기 두리번 대고 있었다.

온몸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도 잠시쉴 듯, 구름에 가려 그늘을 가리운체 나는 약수터로 몸을 움직였다. 갈증이 난 탓인지 배에서는 허기가 오고 있었다.
뭐라도 한끼의 식사는 해결해야만 될 듯 싶어, 약수터 주변의 허룸한 선술집으로 다가가 동동주를 한잔 들이켰다. 도토리묵에다 들이키는 맛이 별미인 듯, 목에 달라 붓듯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몇잔을 마셔댓더니 몸이 술로 인해 피곤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만치서 스님 서너명이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혹시 친구가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다행인 듯 그중엔 내가 만나러온 친구놈이 있었다.
손살같이 달려가 반가움을 표시했다.
몇 달만에 만났는데도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자, 이쪽으로 와서 앉자.
일찍 왔는데 찾을수가 없고, 배가 출출해서 곡주 한잔 하고 있는거야.
낮인데 괜찮지?
그럼,
그렇게 둘이서 곡주를 줄기차게 마시고 있었다.
지금도 늘 형 같은 기분이 들고 의지하고픈 사내임은 변함이 없다.
진욱아.
으응.
잘 지내고 있는거지?
그럼.
너는?
나도 살만해.
이런저런 일상생활 얘기로 안부를 대신하고 있었다.
석훈아.
사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있어.
많은 깨달음을 알고, 또한 종교에 대한 관념도 어느 정도 알수 있을 것 같아.
비록 늦게 깨우쳐 이곳에 온지는 얼마 안 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인만큼 최대한 속세를 잊으려 노력하고, 오직 내가모시는 부처님께 깨달음을 배우고 있지만 마음만은 늘 편안해 온다. 할말을 잃고 사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희열을 느껴보긴 처음이야.
그리고 이곳 산사에서도 지낼만 해.
석훈이가 걱정하는 것처럼 고되고 힘든 일은 전혀 없고, 모든 스님들이 자기와의 싸움만 하고 수행하는데 몰두하여 불편 한것도 전혀 없어.
걱정해 주는것은 이해하는데, 석훈이 너나 서둘러 결혼이나 해.
결혼?
내 나이 벌써 서른이다.
그러고 보니 내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친구생각에 정신이 팔려 나의 길을 헤메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친구를 다시금 생각해 하는 진욱이 말에 또 한번 빠져들고 있었다.
일어나야겠다.
조금 있으면 교육이라서.........
그리고 저녁 먹고 천천히 내려가.
그렇게 짦은 만남에 이별이라 생각하니, 뭔가 허전함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진욱이 말대로 나 자신을 한번 돌아 볼때 인 듯  싶었다.

이느 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뭔지 허전함에 또다시 대웅전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이제 반성을 해야 되나 하면서, 부처님 앞에 몸을 조아리고 불교의 깨달음을 알아보려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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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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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자체가 따분할수도 있지만 줄기차게 읽다보면 속리산에 온 느낌이 들것 같아서 올려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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