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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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왔어요오~!"
아내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생기가 넘쳤다.
"동창회... 다녀오는 거야...?"
"네. 3차까지 가자는거 겨우 뿌리치고 오는 길이에요."
그렇게 순진하던 여자가 얼굴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저런 자연스러운 거짓말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어떻게 그럴수가...
"아까... 지영씨한테 전화왔었어."
안방으로 들어가려던 아내가 갑자기 멈춰섰다.
"그...그래요..."
아내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아내는 옷을 갈아입으려다 말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여보..."
동정의 눈빛. 말로 나를 회유시켜보려는 애처로운 모습.
차라리...
"밥 먹자. 배고파."
차라리 모른 척하자.
아내도 사람이다. 무한한 욕구를 그동안 참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그렇게 되뇌었다.
밥숟갈을 몇번 뜨다가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내일 주말인데..."
주말... 주말여행이나 다녀와 볼까 하는 마음에서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내일 나 친구 좀 만나고 올께. 고등학교 동창인데 암이래... 그래서 병문안 다녀오려구. 쪼끔 늦을꺼야."
"그래..."
다음날. 아내는 나가고 나는 하루종일 방구석에 쳐박혀 잠이나 자볼까 하는 마음에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화장대 쪽... 그러니까 정확히 아내가 매일 치장하는 화장대의 오른쪽 아래 바닥. 뭔가 떨어져 있었다.
붉은 종이. 그 종이에는 업소의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이곳이 아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며 매일 다니는 곳인가. 갑자기... 너무 갑자기... 이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옷을 챙겨입고 이곳으로 향했다.
이 건물 안에서 아내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업소 앞에 선 나는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큰소리로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그런데 조금은 의아해 하는 눈빛이었다.
"저... 손님. 이곳은 여성전용업소..."
더 말하려던 주인은 뭔가를 알아챈 듯이 나는 방으로 안내했다.
"어떤 녀석으로 들일까요?"
"예? 아... 젊고 싱싱한 놈으로..."
얼마 있다가, 누군가 들어왔다.
185정도의 키에 깔끔하게 빠진 몸매. 조금은 긴 스포츠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인 녀석. 와이셔츠 단추 세개를 잠그지 않고 너풀너풀하게 입은 정장. 그는 내 옆으로 와서 술을 따라주었다.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만능엔터테이너 노란제비라고 합니다."
노란제비... 유치하게 붙여놓은 이름하고는... 그는 그 말과 함께 명함을 내놓았다. 그렇게 몇잔 술을 들이키다가 그는 스스로 와이셔츠를 벗었다. 마른 근육에 살짝 검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그의 손길이 나의 아랫도리를 주물렀다. 아... 가슴이 뛰어오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숨소리가 가빠진다.
그래... 사실 나는 여자에게서 성적인 흥분을 느낄 수가 없다. 나의 성적 흥분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남자다. 그렇다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난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의 성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여자의 두가슴과 성기는 결코 나를 흥분시키지 못하니까...
이것이 얼마만에 느끼는 흥분인가. 정말 오랫동안 참고 참아온 일... 계속되는 애널에 노란제비 녀석은 거친 신음만 밷어낸다. 둘다 땀 범벅이 되었고, 나는 노란제비 녀석을 완전 물찬제비로 만들어 놓았다. 사정을 다섯번을 하고도 만족하지 못해 또 다시 녀석의 후장에 커다란 물건을 끼워넣고 있으니까... 그렇게 긴시간이 흐르고, 나는 노란제비 녀석의 옷자락에 만원짜리 몇장을 끼워넣었다. 녀석은 옷을 챙겨입고 힘이 잔뜩 빠져 말없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러고 보니 난 여기 왜 왔지... 시간을 보니 어느덧 새벽 2시. 무려 이곳에 다섯시간을 있었다는 말인가... 집에 들어갔을때 아내는 잠들어 있었다. 요즘들어 아내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더욱 행복해 보였다.
그뒤에도 아내는 한달에 두세번은 꼭 밤늦게 귀가했고 나 역시 아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은 꼭 노란제비녀석을 찾아가서 내 욕구를 풀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노란제비녀석이 나에게 저녁을 사달라고 졸라댔다. 나는 녀석을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녀석이 감자탕을 좋아한다기에 감자탕 두그릇을 시키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결혼하셨어요?"
사장님. 그 호칭이 너무도 부담스럽다.
"야. 사장님 호칭하지마라. 듣기 싫다. 그냥 형이라고 해라. 넌 이름이 뭐냐?"
"저요? 노란제비요. 뭘 새삼스럽게..."
"그거 말고. 니 진짜 이름."
"신재민."
"아... 그러냐.."
"사장님은요?"
"사장님 소리 하지 말라니까. 그냥 형이라고 그래."
"예..."
"형... 결혼했어요?"
"그래..."
"그런데 왜 자꾸 저한테 오세요...?"
"마누라 앞에선 도무지..."
"아..."
"그런데 너는... 남자 전담이냐?"
"하핫... 제가 초면에 말씀드렸잖습니까. 만능엔터테이너라고. 저는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합니다. 돈 때문에요."
"응... 그래..."
"사실 남자 손님은 별로 없어요. 형이 지금은 유일한 남자 손님이구요. 보통은 다들 생각없는 아줌마들이 손님이죠."
제비 녀석의 입에서 나온 생각없는 아줌마들. 아내도 그 생각없는 아줌마들 중의 한 사람일까. 생각해보니... 우리 두사람 요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서로 피곤하다며 가벼운 인사만 주고 받을 뿐... 아무것도... 오늘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볼까...
"형도 사모님한테 잘 해드려요. 이런데 다니는 아줌마들 남편과는 그냥 형식적인 관계예요."
어쩌면 우리도 그냥 형식적인 관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비녀석과 식사를 마치고 나는 제과점으로 가 케익과 작은 샴페인 하나를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앞에서 나는 보고야 말았다. 늦은 시각. 아내를 집앞으로 데려다주는 한 남자를... 그 남자가 지나간 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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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바쁘셧나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셧네여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재네요.담편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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