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도둑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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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고 가상으로 사건 전개를 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햇살이 눈부시다.
여느 때 처럼 초가을답게 하늘이 투명할 정도로 내 시야를 자극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햇살다운 햇살을 접해서 인지, 한동안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나간 여름은 장마 및 태풍으로 인하여 늘 눅눅한 그늘 속에서 생활해서인지 오늘은 온몸이 맑아오고 있음을 알고 서둘러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모처럼 동창회모임이라 마음이 설레이고, 들뜬 마음은 어린애처럼 표현 할수 없을만큼 기대도 되고 있었다.

대부분 남여누구나 모임에 나가면 수다로 시작하여 수다로 끝나는 것이 고작이고, 곁들여 사내들은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퍼마시면서 새벽을 기다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없어 보였다. 오늘도 3차까지 가는 것은 단골코스라 생각하고, 여느때 처럼 잔을 기울면서 진지한 군대이야기부터 장막을 열고 있었다. 항상 만나고 모이면, 군대이야기로 시작되고 군대 이야기로 끝이 나지만,  오늘은 왠지 묘한 기분이 들 정도로 군대이야기가 시작될 무렵, 친구 한 놈이 다른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한몫 하겠다고 하소연을  연실 지껄이고 있었다.

이사를 가야하는데 집 구경 오는 사람이 한 놈도 없어,
거의 한달이 다 지나가는데 .......
혹시 이중에 내 집 살만한 사람 없어?
꿍시렁 대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듯 화답을 하고 있었다.
아,
걱정 하지마,
해결방법이 있으니까, 가위 훔쳐다 현관문에 걸어두면 금방 팔릴거야. 나도 전에 아랫방을 세놓고 있었는데 잘 안나가서 애를 먹은적이 있거든, 그런데 누가 현관문에 가위를 훔쳐다 걸어놓으면 금새 나간다고 해서 아랫집에 가서 일을 돕는척하다 슬쩍 가위를 훔쳐서 걸어놨거든,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방이 쉽게 나가더라.
나중에 아랫집에 가서 사정 얘기로 이해를 시키면서 가위를 돌려 주었지만, 괜한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왕래를 못했던 적이 있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 댔지만, 마음 한구석에 친구 이야기가 가슴 한켠에 남아있었다.
비록 미신이든 아니든, 집이 빨리 팔려야 이사를 하는데 하면서, 자꾸 술집 현관쪽으로 시야가 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일찍 모임이 끝난 탓에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한잔 더 기울이려고 몸을 움직였다.

아주머니,
소주 한병 에다 안주는 곰장어로......
자꾸 친구 이야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곰장어를 가위로 손질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가위에 대한 애착도 없는데 이상하게 가위에서 시야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가위를 현관쪽에 걸어두면 집이 잘 팔릴 것 같으면 걱정할 사람 한 놈도 없을텐데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정말 가위를 훔쳐다 걸어 놓으면 집이 팔리려나 하는 은근한 기대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쭉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혼자마시는 소주라 쓴맛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곰장어 아직 멀었어요?
네, 나갑니다.
얼른 곰장어를 한조각 입에 넣었다.
고추장 냄새 때문인지 쓴맛이 사라지고 있었지만 가위에 대한 애착을 감출수 없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다 친구 집에 들렀다. 친구놈은 아내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저녁 준비 때문인지 아내는 보이지 않고, 친구 혼자 세탁소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친구가 다리미질을 하면서 새로 구입한 가위 자랑을 할 듯 다리미질을 잠시 미루고, 가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쓰던 재단가위가 오래되어 말을 잘 듣지 않기에 새로 장만했는데 비싼 만큼 품질도 좋다고 연실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들고 있는 새 가위보다는 구석진 곳에 놓여있는 낡은 가위에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잘들 건 안들 건 상관없이 가위에 대한 중독증세로 인하여 시야가 떠나질 않고 헌 가위에만 집중이 되고 있었다.
친구가 자랑삼아 설명하는 것은 귀에 들어올리 없었지만은, 달라는 것 하고 훔치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차이로 생각한 나는, 구석진 탁자에 놓여있는 헌 가위를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묵직하고 일반 가위보다 크니까, 집도 일찍 팔리겠지?

마음속으로 구석진 탁자에 놓여있는 가위를 노려보면서 나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엉큼한 나의 속내를 모르는 친구는 커피까지 건네주면서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눈치였다. 날이 저물고 행인들도 하나둘씩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꼈는지, 친구놈은 세탁물을 배달해 준다고 자리를 비워야 되는지 가게를 잠시 지켜달라고 하여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 틈을 이용하여 나는 잽싸게 낡은 가위를 손가방에 집어넣었다.
가슴이 떨려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진정될지 모르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도둑질을 하고 있지만,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고 있는 느낌이다.
친구가 돌아오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나는 엉거주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숨이 가빠오도록 빠른 걸음을 재촉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온 즉시 식탁의자를 놓고 현관문 위에 커다란 대못을 힘껏 두들겼다.
옆집 걱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힘 닷는데 까지 연실 두들겼다.
여보,
늦은 시간에 왠 못질이에요
옆집에서 욕 하겠어요.
욕하라면 하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가 미워보였다.
오죽하면 늦은 저녁에 못질하는 내 마음을 이해 못해주고, 꿍시렁 대고 있는 아내를 한번 쳐다보았다. 독기어린 아내의 눈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엿이나 먹어라,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못을 다 박고 훔쳐온 가위를 조심스럽게 걸어놓았다.
가위를 걸어놓고 쇼파에 앉아 있자니 마음이 자꾸 조여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행여 문 여는 충격에 가위가 떨어져, 사람이라도 다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 때문인가, 아니면 나의 죄책감 때문인가,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집이 하루빨리 팔릴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튼 날, 출근 하는길에 세탁소 친구와 마주쳤다.
세탁소 하는 친구가 잠시 차 한잔 마시고 출근하라고 해서 가슴이 조여왔다.
무슨일 있어?
어,
녹차를 건네면서 말을 열었다.
혹시 어제 저녁에 여기에 있는 가위 못 봤어?
무슨 가위?
가위가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보이지 않아서 말야,
잘 모르겠어.
녹차를 마시다말고 바쁘다는 핑개를 대고 서둘러 세탁소에서 나왔다.
거짓말을 한 탓인지 기분이 묘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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