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참을수 없는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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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지하 주차장의 성자 아저씨를 보려 했지만,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한줄기 빛을 찾아서 외로운 길을 나섰나 보다 하는 생각과 어김없이 이반들이 많이 모여
드는 태수 아저씨 포장마차로 발길을 돌렸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는 인사와 함께 재생 버튼이
망가져 버린 카셋트에선 흘러간 옛 노래가 나온다.
스잔 찬바람이 부는데 스잔 땅거미가 지는데
너는 지금 어디서 외로이 내 곁에 오지를 않니
스잔 보고싶은 이 마음 스잔 너는 알고있잖니
그날의 오해는 버리고 내 곁에 돌아와 주렴
*스잔 난 너를 사랑해 후회 없이 난 너를 사랑해
스잔 잊을 수 없는 스잔 이 생명 보다더 소중한 스잔
스잔 찬바람이 부는데 스잔 땅거미가 지는데
너는 지금 어디서 외로이 내 곁에 오지를 않니
"태수 아제 바람 맞았나?"
"주책 맞구로 왠 스잔이고? 이거 옛날 노래인데 그래서 장사 해먹을수 있겠나?"
"요즘 댄스 가스도 많고, 와 그 김현정인가 하는 가도 있는데 그런 노래좀 듣지 그라노"
"...........어~~!! 그래. 영호 니 왔나? "
"자슥아, 니 와 그래 오랜만에 오노? 여기 스잔이 니보고 하는 소리 아이가?"
"니가 안와서 내 마음이 외로워서 이런 노래 틀엇다 아이가~!"
"아제도 이제 짝 찾을 때 됐나보다.~!!"
능청스럽긴 처음 봤을 때랑 달라진 것이 없는데, 이상하리 만큼 태수 아제가 외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밤에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했던 말이 나도 모르게 툭 하고 쏟아져 나왔다.
"태수 아제야~!"
"사람은 상대방이 외로워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할 시기가 된거라고 하드라.!~"
"그러니까 뭐라그라노.. 밭에다가 씨를 뿌릴 준비가 된거라고 하드라..!~"
"그렇게 보면 나도 이제 씨뿌릴 때가 됐나보다.~! 크크크."
"오늘 따라 갑자기 태수 아제가 외로워 보인데이~!"
큭큭 거리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가 없다. 그런 내 말이 못내 우스웠던지 아제도 니는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어째 애 늙은이 같은 소리만 하느냐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웃는다.
그런 태수 아제의 웃음 속에 알 수 없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 무얼까?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처럼 스잔을 기다리는 탸수 아제를 느꼈다. 포장마차 문 옆으로 손님 두 분이 들어 왔다. 얼핏 보기엔 20대 초반의 손님처럼 보였다. 태수 아제가 주문 받는 사이 예전에 하던 습관처럼
손님들 자리 앞에 수저 두 벌과 오이랑 당근을 담은 접시를 내어 드렸다. 이제는 직장도 있고, 이
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태수 아제가 바쁠 땐 손님들 자리에 셋팅을 해주기도 한다.
소주도 내어가고, 안주도 내어가고 나니 시간이 남는다. 그제서야 아제는 손님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사람은 일본 사람이었다. 20대 중반이며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가 한 친구를 알았는데 그 친구가 같이 온 사람이라고 한다. 한국말도 조금 알아듣는
듯, 아제가 말하는 중간 중간에 고개도 끄떡이고, 재미있다는 듯이 맞장구도 치는 것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일본 사람이 나에게 같이 놀자는 눈빛을 흘리는 것이었다.
사실 일본 애들 스탈이 좋아서 "니뽄필" 하면서 옷을 그렇게 입고 다녔지만, 외국인이라는
거부감에 별로 합석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손님들과 한잔 두 잔 기울이다 보니
소주가 떨어지게 되었고, 일본 손님은 안주랑 소주를 좀더 시키는 것이었다. 아제는 안주를
만들러 다시 들어 왔고, 그 틈에 아이스 박스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들고 일본 손님 앞에 놓아
두었다. 그리고, 아제 옆에 와서 10년이 넘어버려 라디오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카세트의 볼륨
을 좀 더 올렸다. 손님은 별로 없었지만, 행여나 그들이 조용한 포장마차라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제대로 못할까 싶어서였다. 언젠가 태수 아제의 담배에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장면을 기억
해대듯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거내들어 담배를 한 가치 물어 들었다.
한 시간여 만에 두 사람이 소주를 네 병이나 마셔버렸다. 보통 소주 한병이 몸에서 해독되기
위해선 24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들었는데, 한시간도 안 되어서 개인당 두 병씩 들이 부었으니 술이 깰라면 머리 꽤나 아플 것이다 하며 물을 한잔 가져다 주었다. 비 내리던 날에 지하 주차장
성자아저씨가 내게 보였던 호의처럼 물 잔을 놓고 돌아서는데 느닷없이 일본 사람이 손목을
잡는 것이었다. 순간 흠칫 했지만, 이반들이 한두어번씩은 그런 경험 있으리란 생각에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돌아 섰다. 그렇게 돌아서는 중간에도 태수 아제의 스잔은 후회 없이 난 너를
사랑한다며 이 생명 보다 더 소중하다며 김승기를 통해 불러대고 있었다.
"영호야 .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 보다 남는 시간에 운동이나 해보는 것 어떻겠노?"
"키도 크고, 몸만 조금 괜찮으면 모델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벌써 여러번 말했잖아 "
"크크크.. 아제는 모델은 아무나 하나? 키크고 몸 좋다고 하면 개나 소나 모델 하구로?"
"그런 소리 하는 것, 내 여기 못오게 할라고 그라는 것 아이가?"
"자꾸 그러면 진짜로 안 오는 수가 있데이..흐흐흐."
자정이 넘어 가자 사람들이 더욱더 많이 밀려들어야 하는데 그날따라 오라는 손님
은 오지도 안하고, 동네 개들만 와서 먹다 남은 술안주라도 달라고 쭈그리고 지키고 앉았다.
사람들도 오질 않자 태수 아제는 오늘 장사 그만 할까 하고 말하더니 챙기던 시늉을 한다.
오후에 왔던 일본인도 이제는 취기가 많이 올랐는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 손님들도 끊겼으니 그만 돌아가야 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꺼내
놓았던 지포 라이터도 주머니에 넣고선 포장마차를 나섰다. 포장마차 길을 내려와서 골목
을 트는데 좀 전에 포장마차에서 나간 일본 청년이 전봇대에 자신의 물건을 꺼내 놓고선
소변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가슴이 콩닥 거렸다. 그 사람이 일을 마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지나
갈까? 아님 뒤로 살짝 걸어가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한번 구경을 해볼까? 갈등도 잠시 본능적
인 육감으로 어느새 뒤로 돌아가 지나가는 척 하면서 살짝 구경했다. 누구나 관음증은 있기 마련
인데, 이런 상황에서 꼭 발동이 걸려서 사람 난처하게 만든다. 벽에다 지그재그로 붓을 갈기는 일본 청년의 바지 지퍼 부분은 손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이리저리 옮겨 그리던 그의 붓
이 드문드문 붓 털을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틀면 보일 수 있는데 저기 위쪽에서 태수 아제
포장마차 정리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골목길에 울렸다. 일본 청년은 그제서야 흠칫 했는
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서너 발짝 뒤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붓에 물을 털 듯 물건을
털어 지퍼 사이로 집어넣고는 나에게로 다가와 손목을 낚아채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놀라 돌아서려는데 일본인은 손목을 벽에다 끌어 붙였다. 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몸은 하루방
처럼 굳어 그가 원하는 대로 끌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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