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커밍아웃(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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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났나 보다. 길거리의 자동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후 퇴근 시간엔 늘 막혀 있을 도로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하다. 간간히 날이 맑은 날도 있었지만 보름 가까이 하늘 아래로 물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태풍으로 인해 수해가 발생하는 걸 보면 불과 2050년이 되지도 않아서 지구에 반은 물로 덮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걱정에 아제네 포장마차는 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아제 요즘 며칠 안갔더니 보고 싶어지네.."
"하하.. 영호 니도 그랬나? 나도 그랬데이..그런 놈이 날 맑은 날 한번 찾아오지 오지도 않 하나? 낼
쯤이면 비 그친다 카드라, 비 그치면 언제든지 장사 할테니까 낼 오후에 나와 봐라. 간만에 고 갈
비 하나 구워 주꾸마.."
"아제..그라지 말고 우리 영화나 한편 볼까? 요즘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영화가 뜬다카드라..
내가 표 예매 두 장 했는데 같이 보러 가자."
"....응.. 영호야 오늘은 시간이 안되고 다음에 같이 가면 안되긋나?"
"왜?.. 오늘 바쁘나?.."
"응..좀 긴한 약속이 있어서 그란다."
"뭐 그럼 할 수 없지..그럼 담에 보자."
"띠리릭~~.."
(아제가 오늘 따라 튕기네. 여느 때 전화했으면 좋다고 영화관 앞에 30분 정도는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치~~이 나이 들어서 튕기면 몸값이라도 올라 갈 줄 아나봐..어휴 열받어.. 가만..근데. 왜 내가 열 받는거지? 태수 아제말고 다른 사람이랑 가면 그만인 것 가지고.. 헤헤)
..이내 돌아서서 경리 누나한테 영화 같이 보러 가자고 그런다. 경리 누나는 이리저리 수첩을 뒤지는 척 하더니 마지못해 간다는 듯이 뭐 볼거냐고 물어댄다. 그냥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뭐 그리 튕기는 척 하냐며 누나한테 흑심 없다는 듯이 저녁은 누나가 사라고 씹던 껌 뱉듯 말하고는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9시30분 영화 시작이네..그럼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으니까 누나가 저녁 사라"
"난 피자 좋아하니까 피자헛 가서 피자 먹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영화 보는 돈 보다, 밥 먹는 돈이 더 들겠다. 이놈아.!"
"그래 오늘 누나가 한턱 쏜다. 대신 콜라는 니가 사라.."
"어쭈구리.. 누나도 쎄게 나온 데이..비도 오는데 때어놓고 혼자 갈까 부다."
"그래.. 그래라..니 아니면 영화 같이 볼 사람 없겠나?..호호호."
"알았다.. 그만 하고 빨리 피자 먹으러 들어가자.."
얄미워 죽겠다. 동생한테 피자 사주는 게 그렇게 아깝나?.물론 영화보다 피자 값이 더 드는 것 은 사실이지만.. 헤헤헤..비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1층보단 사람이 적었지만, 테이블이 2곳 만 비고 이미 손님들로 차 있었다. 게다가 비어있는 두 곳 중 한 곳은 방금 손님이 나간 듯 정리가 안된 상태였다.
정리가 되어 있는 곳에 자리를 정하고선 손을 씻는다며 화장실로 갔다. 그래도 여자라고 매너는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오줌누러 간다는 말보단 손을 씻으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들어섰다.
늘 화장실에 오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패스트푸드 점이나 백화점 화장실은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방향제를 좋은걸 써서 그런지 모르지만, 화장실이 깨끗한 곳은 나도 모르게 다시 또 찾게 된다.
소변기에 대고 한참 세계 지도를 그리고 있는데, 좌변기 칸에서 누군가 물을 내리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세계 지도 그리기는 중단 되었다. 대부분의 화장실이 소변기 옆에 세면기가 붙어 있어 손 씻는 사람의 시선이 불편하다. 이내 몸을 세면기 반대쪽으로 틀어 소변을 본다고 고개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한 10초를 그렇게 있다 중단되었던 세계 지도 그리기 대장정에 나섰다. 아시아 대륙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그리고, 유럽을 그리고, 아프리카도 그리고 북반구를 다 그렸나? 남은 거라곤 남반구 그리기이다. 남반구를 그리기 위해 시선을 좀더 아래로 향해 그리고 있던 차에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내의 몸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고, 하나 남은 발이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보았던 그 갈색 구두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사람이었을까? 엉뚱한 생각에 아닐 거라며 나머지 남반구를 그렸지만, 물감 통의 크기가 작은가보다. 노란색 물감이 줄어들더니 이내 나오지 않았다. 아씨 조금만 더 그리면 완성 할 수 있었는데, 아깝네 하면서 다음 번엔 남반구까지 그려야 겠다며 손을 씻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아~~ 배부르다..!"
"그럼 당연히 배부르지. 3~4인용 피자를 한 조각만 남기고 혼자서 다 먹는 애가 어딨냐?"
"크크크..눈으로 보고도 그런 소리 하나? 여기 있네.. 눈도 네 개나 달고 다니면서 그것도
안보이나 보제?"
"호호호.. 넌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란 말이야..나이도 스무 살이나 먹은 놈이 여자
손목도 한번 못잡아 보고, 너 혹시 불감증 아니야? 호호호."
"헤헤.. 그럴지도.. 그런데 아마 그런 것보다야 남자를 좋아해서 그럴걸...하하하"
그렇게 어설픈 농담 따먹기를 하는데 누나가 약간은 심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러다가 이내 화제를 돌리고선 콜라 한잔 리필 되냐며 종업원한테 묻는다. 종업원이 금방 가져다 준다면서 잠시만 기다리라 하곤 뒤돌아 섰다. 그리곤 뜻하지 않는 말로 우리 관계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아제 요즘 며칠 안갔더니 보고 싶어지네.."
"하하.. 영호 니도 그랬나? 나도 그랬데이..그런 놈이 날 맑은 날 한번 찾아오지 오지도 않 하나? 낼
쯤이면 비 그친다 카드라, 비 그치면 언제든지 장사 할테니까 낼 오후에 나와 봐라. 간만에 고 갈
비 하나 구워 주꾸마.."
"아제..그라지 말고 우리 영화나 한편 볼까? 요즘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영화가 뜬다카드라..
내가 표 예매 두 장 했는데 같이 보러 가자."
"....응.. 영호야 오늘은 시간이 안되고 다음에 같이 가면 안되긋나?"
"왜?.. 오늘 바쁘나?.."
"응..좀 긴한 약속이 있어서 그란다."
"뭐 그럼 할 수 없지..그럼 담에 보자."
"띠리릭~~.."
(아제가 오늘 따라 튕기네. 여느 때 전화했으면 좋다고 영화관 앞에 30분 정도는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치~~이 나이 들어서 튕기면 몸값이라도 올라 갈 줄 아나봐..어휴 열받어.. 가만..근데. 왜 내가 열 받는거지? 태수 아제말고 다른 사람이랑 가면 그만인 것 가지고.. 헤헤)
..이내 돌아서서 경리 누나한테 영화 같이 보러 가자고 그런다. 경리 누나는 이리저리 수첩을 뒤지는 척 하더니 마지못해 간다는 듯이 뭐 볼거냐고 물어댄다. 그냥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뭐 그리 튕기는 척 하냐며 누나한테 흑심 없다는 듯이 저녁은 누나가 사라고 씹던 껌 뱉듯 말하고는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9시30분 영화 시작이네..그럼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으니까 누나가 저녁 사라"
"난 피자 좋아하니까 피자헛 가서 피자 먹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영화 보는 돈 보다, 밥 먹는 돈이 더 들겠다. 이놈아.!"
"그래 오늘 누나가 한턱 쏜다. 대신 콜라는 니가 사라.."
"어쭈구리.. 누나도 쎄게 나온 데이..비도 오는데 때어놓고 혼자 갈까 부다."
"그래.. 그래라..니 아니면 영화 같이 볼 사람 없겠나?..호호호."
"알았다.. 그만 하고 빨리 피자 먹으러 들어가자.."
얄미워 죽겠다. 동생한테 피자 사주는 게 그렇게 아깝나?.물론 영화보다 피자 값이 더 드는 것 은 사실이지만.. 헤헤헤..비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1층보단 사람이 적었지만, 테이블이 2곳 만 비고 이미 손님들로 차 있었다. 게다가 비어있는 두 곳 중 한 곳은 방금 손님이 나간 듯 정리가 안된 상태였다.
정리가 되어 있는 곳에 자리를 정하고선 손을 씻는다며 화장실로 갔다. 그래도 여자라고 매너는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오줌누러 간다는 말보단 손을 씻으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들어섰다.
늘 화장실에 오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패스트푸드 점이나 백화점 화장실은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방향제를 좋은걸 써서 그런지 모르지만, 화장실이 깨끗한 곳은 나도 모르게 다시 또 찾게 된다.
소변기에 대고 한참 세계 지도를 그리고 있는데, 좌변기 칸에서 누군가 물을 내리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세계 지도 그리기는 중단 되었다. 대부분의 화장실이 소변기 옆에 세면기가 붙어 있어 손 씻는 사람의 시선이 불편하다. 이내 몸을 세면기 반대쪽으로 틀어 소변을 본다고 고개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한 10초를 그렇게 있다 중단되었던 세계 지도 그리기 대장정에 나섰다. 아시아 대륙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그리고, 유럽을 그리고, 아프리카도 그리고 북반구를 다 그렸나? 남은 거라곤 남반구 그리기이다. 남반구를 그리기 위해 시선을 좀더 아래로 향해 그리고 있던 차에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내의 몸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고, 하나 남은 발이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보았던 그 갈색 구두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사람이었을까? 엉뚱한 생각에 아닐 거라며 나머지 남반구를 그렸지만, 물감 통의 크기가 작은가보다. 노란색 물감이 줄어들더니 이내 나오지 않았다. 아씨 조금만 더 그리면 완성 할 수 있었는데, 아깝네 하면서 다음 번엔 남반구까지 그려야 겠다며 손을 씻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아~~ 배부르다..!"
"그럼 당연히 배부르지. 3~4인용 피자를 한 조각만 남기고 혼자서 다 먹는 애가 어딨냐?"
"크크크..눈으로 보고도 그런 소리 하나? 여기 있네.. 눈도 네 개나 달고 다니면서 그것도
안보이나 보제?"
"호호호.. 넌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란 말이야..나이도 스무 살이나 먹은 놈이 여자
손목도 한번 못잡아 보고, 너 혹시 불감증 아니야? 호호호."
"헤헤.. 그럴지도.. 그런데 아마 그런 것보다야 남자를 좋아해서 그럴걸...하하하"
그렇게 어설픈 농담 따먹기를 하는데 누나가 약간은 심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러다가 이내 화제를 돌리고선 콜라 한잔 리필 되냐며 종업원한테 묻는다. 종업원이 금방 가져다 준다면서 잠시만 기다리라 하곤 뒤돌아 섰다. 그리곤 뜻하지 않는 말로 우리 관계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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