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욕망에 관하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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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야...."
형님의 목소리도 어딘가 조금은 떨리는 듯 했다.
"네...."
"그날, 지하주차장에서 말이다."
헉,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조차 막막해 하는 날 바라보며, 형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날, 니가 날 보고 지나갔다는 걸 알고 있었어.
흠.. 오히려 니가 봐 버렸다는 사실이 날 더 흥분시키던걸? ㅋㅋㅋ"
그렇게 농담삼아 하는 말이 었지만, 불끈 주먹을 쥐어 정면으로 과격하고 싶었던
형님의 큰 얼굴에도 수심의 그림자가 완연했다.
"너에게 무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어떤식으로 해명하고, 또 어떤식의 사과를 해야하는지도.
거기 니 앞에 수납함좀 열어볼래?"
자동차 보조석 앞의 수납함을 가리키며 말했다.
열어보니 하얀편지 봉투 하나가 들어있다.
"자네말야....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의심하지 말고 봐 줬으면 좋겠어.
다만, 날 용서 할수 있는지만 생각해 주고....
아무튼 아직은....
적어도 아직은 난 널 잃고 싶지 않다."
조금씩 떨리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해 버리고는 우산을 하나 집어들고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더니 저만치로 성큼성큼 사라지고 있었다.
밖에는 여전히 잔비가 내리고 있었다.
편지봉투 안에는 형님의 자필로 쓰여진 꽤나 장문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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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야.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구나.
허나 분명한건, 니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넌 내게 여전히 아주아주 소중한 사람이란 거다.
이제 한 3년정도 지난 일이지만,
니가 우리회사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하던 날까지,
그날 그 하늘색 줄무늬셔츠에 연한 분홍빛 타이의 어울림까지,
이 형은 아마 아주 오랜동안 쉽게 잊지는 못할거다.
첫눈에도 넌 내게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모습이었고,
뭐 사무실내에서 사원들끼리 흔히 하는 말들도 너에겐 쉽게 건넬수 없을만큼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널 지켜보면서 혼자서 얼마나 많이 너를 그리워했는지.
이제서야 - 아쉽게도 이런상황에서야 고백을 하는 구나....
어찌어찌하여, 용기를 내고, 너에게 형,아우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그 축복이, 그 날들이 내게는 얼마나 큰 행복감이었는지 니가 먼저
조금이나마 이해해줬으면 한다.
다만, 쉬이 너에게 널향한 내 감정을 있는그대로 표현할수 없는 내 처지에 더욱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말이야....
며칠전 지하 주차장에서,
니가 날 보고 지나가던날, 그 참을수 없는 순간.
차라리, 니가 달려와 그 상황에 대해 내게 멱살이라도 잡아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혹여라도 니가 나를 보지 못했기를
정말정말 기도했었는데, 그날 이후.... 너의 조금씩 변해가는 태도를 보며
순간순간 가슴을 철렁 내려 앉히며, 스스로를 한탄하고 있었다.
결국.
그래 사실대로 말하고, 너에게 이해를 바래야 함이 옳음을 결심했다.
오늘 니가 퇴근후 시간을 내어달라는 말.
그 니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제, 내가 먼저 하려고 한다.
추호의 거짓이 없음을 믿어주기 바라며....
지난주 금요일. 너와 함께 사무실 지하주차장에서 긴 입맞춤을 하고 니가 먼저
니 차를 몰고 나가던날 말이다. 기억하지?
그날, 니가 그렇게 먼저 집으로 가고, 나도 차를 몰고 막 주차장을 나가려는데,
사무실 건물의 관리인한테서 전화가 오더구나.
급한일이라고, 바쁘지 않으면, 건물 관리사무실로 빨리좀 와 달라고....
무슨일인가 하여 올라가 봤더니.
그 관리인 아저씨, 입가에 아주 사람을 기분드럽게 하는 미소를 흘리며
너와 나의 관계를 알고 있다고 하더구나.
순간, 고이고이 접어가던 것이 한순간 물에 졎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저녁 지하주차장에서의 일도 목격했다며, 내 차에 적인 연락처로 전화를 한
그 아저씨앞에서 어떻게, 부인할수도 없더구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 불쾌하고, 또 용서하기 힘들었지만.
어쩔수 없이 그사람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그사람이 내게 원했던건, 어설픈 돈이나, 다른 게 아니었고,
그날 니가 목격한 그런 일들 이었다.
하지만, 이젠 정리되었다.
내가 아무 남자에게서나 흥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그 사람도
나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으니....
용서....?
그동안 너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또한 정확히 알수 없으니.
함부로 "용서"해 달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막말로, 우리가 떳떳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할수있는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는 나에게,
한낱, 내 금지되었어야할 욕망의 해소를 위한 대상은
절대, 절대 아니었음을 밝힌다.
17년 어린 젊은 너와, 두아이와 아내를 거느린 초라한 가장으로서의 나....
어쩌면 이런 말들이 너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서겠지만,,,
윤주임...
내 아우야.
난 널, 사랑한다.
제발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치부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용서해 다오.
니가 내 마음을 그대로 다 받아줄수 있건 없건 간에,
이번일에 대한 나의 해명이
너에게 믿어지고, 또 용서(?)할수 있는 일이라면,
나에게로 와 주길 바란다.
아니라면, 내 바램대로가 어렵다면, 그냥 먼저 집으로 가도 좋다.
그래, 만약 니 마음의 결정이 그렇다면, 나도 겸허히 너의 결정을 따르마
물론 견딜수 없을만큼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회사에서도 니가 불편하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며 너의 결정에 따라줄게.
전에 사무실에 근무할때, 너에게 내가 처음으로 형님 아우 사이가 되보자고 말하던 회식날
늦은 저녁에 함께 갔었던, 신도시의 '모나코'라는 스카이라운지.
니가 기억하리라 믿으며, 난 먼저 그곳에 가 있을게.
천천히 와도 좋다. 니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난 아마 오늘 그곳이 문을 닫을시간까지 먼저 일어서지는 못할테니까.
그냥 자리를 비우고 나를 떠날 거면,
알다시피 내겐 자동차 보조키가 하나더 있으니 걱정말고,
내 자동차만 잠궈 줘. 지금 꽂혀있는 열쇠는 니가 갖고 있다가 사무실에서 받으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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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순간 내가 먼저 쉽사리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면밀히 준비해온 형님의 마음이 내 가슴 한켠을 저리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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