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너머를 달리는 그림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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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 녀석이 나를 콕 집어내서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반에 익숙하지 않았던 얼굴이 몇몇 보이긴 했지만, 사실 그녀석은 입학때부터 공부잘하는 미래가 촉망한 운서고의 보배로 떠받쳐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학년중에서 재호라는 그 녀석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키가 제일 작은 녀석들 중 하나였던 나는 맨 앞의 교실문 근처에서 자리를 배정 받았고, 그 녀석은 키가 큰 무리들과 맨 뒤를 점령했다.
뒷 배경과 능력과 실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난 만큼, 뒤 쪽의 녀석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무시했고, 우리들도 그들을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존재들이라고 여겼다.
녀석은 선생이 풀다가 당황해 하는 문제들도 오히려 선생을 거침없이 도왔으며 칭찬의 말은 그 녀석에겐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으로 보였다.
가끔은 그런 그가 부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 본 적도 있었다.
내가 갖고 태어나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녀석. 부유한 배경과 잘 생긴 외모, 큰 키, 똑똑한 머리 등, 그 모든 것을 소유한 녀석을 보면서 감탄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그렇게 돌아보는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에는 입 끝을 실룩거리면서 잘난체 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6월의 어느 날 이었다.
옆에 앉은, 그래도 제일 친한 녀석하고 실실거리면서 쓸데없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실수로 하필 그때 그 녀석과 나의 사이를 지나가던 몸집이 큰 애를 발로 ‘툭’ 찬 적이 있었다. 녀석이 내 옆을 지나가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나의 실수였다.
그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꼬나보는 순간 내 앞의 교실문이 열리고 수학 선생이 들어왔다.
‘미안..’이라고 그 녀석을 올려다보면서 읊조렸고 그는 다시한번 나를 노려보고는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갔다.
옆에 앉은 친구 녀석이 팔을 뻗고 나의 손을 툭하고 쳤다.
돌아본 그 녀석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입주위에 선생쪽을 가리고 나에게 속삭였다.
“수업 끝나고 가서 걔한테 빌어.”
무슨 말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미안하다고 말을 건넸으니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별것이 아닌 것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옆의 녀석은 수업 내내 파랗게 질려서 나를 흘끗거렸고, 그런 녀석의 행동이 신경이 쓰여 슬며시 고개를 뒤로 돌아보았다.
나의 시야에 재호와 나란히 앉은 그 녀석이 서로 히죽이면서 나를 흘끔거리는 것이 보였다.
불안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나의 앞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
수업이 끝나고 수학선생이 나간 후, 가방에 책을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가서 다시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고통스럽고 잔인한 운명은 그 짧은 시간조차 기다려주지 않았다.
내 옆에 선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매점가서 빵 좀 사와라.”
빈정거리는 말투로 나를 내려다 보는 녀석은 그 녀석이 아닌 뜻밖에 재호였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있는 그 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히죽거리면서 나와 재호를 번갈아 보는 녀석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야, 너 귀먹었냐?” 녀석의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 표정이 변하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옆에 앉은 친구 녀석은 슬며시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책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여전히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뒤통수를 녀석이 내리갈겼다.
“가서 빵 사오라고! 아. 나, 이 새끼!”
무의식적으로 한손을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굴욕감과 공포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돈이.... 없는데...”
“아, 나, 이자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비열한 웃음을 보이더니 녀석이 다시 나를 노려보았다.
“지갑내놔봐.”
“지갑이... 없어.”
“이 자식이 어디서 구라를...” 녀석이 눈을 부라리면서 다시 손을 들었을때였다.
“걔, 정말 지갑 없어.”
아직까지 외면하던 친구 녀석이 겁에 질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없으니 지갑이 필요 없어서..”
“아, 이 그지새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녀석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자신의 지갑을 꺼내서 만원짜리 한 장을 내 책상위에 휙 던져 놓았다.
“더블 치즈 샌드위치 콘소메맛으로 사와라. 저지방 우유하고.” 그가 나를 보고 히죽거렸다.
“그리고 내일까지 내 돈 갚아라. 이자까지 쳐서 만오천원이다.”
그가 손을 뻗어 내 뒤통수를 툭툭 쳤다.
“갚을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던지. 앞으로 매일 아침 내 책상하고 의자 윤기나게 닦아라.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는 눈 깔아라. 고개 들어서 나랑 눈 마주쳤다간 한번에 뺨 한 대씩 맞는거야. 알았지?” 녀석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히죽거렸다.
그렇게 그 녀석과의 악연은 시작되었다.
“주말에 오랜만에 종로에 가서 술 한잔 할까?”
퇴근하고 저녁을 먹던 중에 승우가 갑자기 물었다.
녀석과 종로에서 마주친 이후로 종로와 발길을 끊고 있었다.
물론 나의 과거의 내용을 모르는 승우는 혼자 종로에 나가서 가끔씩 아는 지인들을 만나서 술
한잔씩 하곤 했지만, 나는 그런 자리를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제안에 이런저런 이유를 찾아서 거절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게....”
망설이는 나를 보고는 승우가 피식 웃었다.
“너, 무슨 죄졌냐? 종로에 빚쟁이라도 깔렸어?”
“.......”
그는 우스갯소리로 의미없이 한번 말을 툭 뱉어낸 것이겠지만, 그의 말에 가슴이 턱 막혀왔다. 언제까지 나는 내가 한 잘못도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을 피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럼, 예전에 몇번 갔던적 있는 것 같은데. 2층에 있는 조용한 바 어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는 작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그런 곳이라면 그 자식을 마주치지 않을 듯 했다. 대충 종로에 갔다는 시늉만 대고 시간만 보내다가 돌아오면 될 듯한 생각이 들었다.
“ ‘몰리에르’ 말하는 거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거기서 오랜만에 간단하게 한잔 하자.”
나를 보고는 그가 다시한번 피식하고 웃어보였다.
종로 3가에서 지하철 1호선을 내려 지상으로 걸어 올라왔다.
이제 조금씩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건물에는 화려한 불빛이 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씨지뷔 앞의 골목을 접어들었을 때였다.
갈색과 노란색이 섞여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어딘가에서 내 앞에 툭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어두워지는 옆의 골목으로 부지런히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발을 잠시 멈추고 녀석이 사라진 어둑어둑한 골목을 잠시 바라보았다.
예전에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떻게 잘 살아 남은 것인지, 아니면 죽어서 길에 버려진 것인지.
요행이 녀석의 시야에 벗어나서 하교 후,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다.
녀석이 사는 부자동네와 내가 살던 달동네와는 당연히 완전히 다른 곳이었지만 학교에서 중간거리까지는 녀석과 같은 길을 가야했다.
그리고 그 날처럼 운 좋게 녀석에게 걸리지 않고 집에 갈 때에는 혹시라도 그 놈의 눈에 띄일까봐 두려워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가곤했다.
오랜만에 편안한 숨을 고르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진 거리에 가로등은 마치 힘든 나를 위로하듯이 내가 가는 길을 비춰주었고 등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나의 고뇌를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나의 온몸을 시원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나의 존재를 보담아주는 분위기에 나도 몰래 슬며시 젖어 살아있다는 느낌에 낮은 목소리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과 집 방향이 갈라지는 바로 그 삼거리에 다다랐을 때, 나의 앞쪽에 누군가가 걸어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쪽의 짙은 나무의 우거진 그늘 아래에 가로등의 빛도 거의 닿지 않는 앞 쪽에서 시시덕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주절거리는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 한 놈의 목소리에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면서 본능적으로 나는 나무 기둥의 뒤로 몸을 숨겼다.
녀석들이 나의 인기척을 들었는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뭐라고 하는 짧은 말 뒤에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녀석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어느 한순간 길 오른쪽에 있는 낮은 담장 위에서 고양이의 ‘야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지나가버릴줄 알았던 세 놈이 나무 그늘의 밖으로 나왔다. 교실에서 재호와 옆에 나란히 앉는 두 놈이었다. 재호는 다른 두 녀석을 뒤로 하고 슬금슬금 고양이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길바닥위에 떨어진 돌을 하나 줍고는 고양이를 겨냥했다.
‘제발..’
빨리 가버리라는 나의 기도와는 상관없이 녀석은 담장위에 마치 굳어버린 듯 앉아 있었고, 어느 한 순간 손에 쥐어있던 돌을 재호는 고양이를 향해서 힘껏 던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고양이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환호성과 함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 세 놈은 그렇게 사라졌다.
잠시 더 그렇게 멍하니 있던 나는 부지런히 고양이가 있던 담장 아래로 뛰어갔다.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녀석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어딘가 뼈라도 부러진 듯,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의 끙끙거리는 신음소리가 조용한 밤 공기에 퍼졌다.,
그런 녀석이 마치 내 자신을 보는 듯 느껴졌다.
움직이지 못하고 그렇게 쓰러져 있는 녀석을 그대로 두면 죽게 될 것이 뻔해 보였다.
가난하고 모자란 내가 할수있는 일이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놓을 수는 있을 듯 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대로나 동물병원 앞에 갖다 놓을 수도 있을 듯 했다. 여튼 그 고양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쪽을 택해야 했다.
녀석을 옮길 수 있는 작은 상자나 라면 박스 같은 것을 찾아보기 위해 길 가의 쓰레기통 주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쉽사리 눈에 띌 리가 없었다.
한참을 돌아 큰 거리에 있는 쓰레기통 옆에 떨어져 있는 박스형티슈 포장 케이스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부리나케 주워들고는 다시 그 고양이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녀석은 그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주변 이곳 저곳을 뒤져보았지만 녀석의 흔적은 없었다.
아마도, 아마도 지나가던 어떤 마음씨 좋은 행인에 의해 발견되어 지금쯤 어딘가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건강을 회복한 후에, 담장위에서 녀석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늦은 밤에 어두운 나무 그늘 속을 지나는 녀석의 머리 위로 뛰어내려 녀석의 면상에 자신의 발톱으로 깊은 상처를 남겨 놓는 것이다. 그 어떤 성형수술로도 흔적을 지울 수 없는 복수의 표시를 남겨놓는 것이다. 녀석의 면상에 영원히...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도, 그리고 예전 밴드의 오프라인에 마주쳤을 때에도 그 녀석의 면상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어떻게 혼자 오셨어요?”
안면이 있는 그 작은 바의 바텐더가 나를 보고는 물었다.
“예,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조금 있으면 올거예요.”
스탠드바의 높은 의자에 앉아 바텐더를 마주하고 메뉴를 살폈다.
“그냥, 커피한잔 드릴까요? 주문은 일행분 오시면 같이 시키시고요.”
그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보고 씽긋 웃어보였다.
“예. 그렇게 해주시면 제가 너무 감사하지요.”
그가 다시한번 나를 보고 한번 씨익 웃어보이고는 몸을 돌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그런데 칵테일 만드는 방법은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공짜 커피도 얻어먹는 겸, 그의 솜씨를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슬며시 그에게 물었다.
“아...” 그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흘끗 한번 보고는 웃었다.
“그냥 유튜브 보고 혼자서 배웠어요.”
“네? 정말요?” 그의 예상밖의 대답에 정말로 놀라 다시 물었다.
“제가 머리는 나쁘지만 손재주는 좀 있거든요.”
내게 등을 돌리고 그는 열심히 커피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원래 주중에는 강남에 있는 카센타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한번 웃어보였다.
“기계는 무엇이든지 잘 만져요.”
그가 몸을 돌려 내 앞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힘드시겠네요. 주말에도 또 이렇게 일하시느라....”
“먹고 살아야죠. 뭐.” 그가 다시한번 씨익 웃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커피 마저도 평범한 맛이 아닌 무엇인가 더 특별한 향이 나는 듯 느껴졌다.
“정말 유튜브로 다 배우신 거에요?”
그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려고만 하면, 무엇이든지 배울수 있어요. 간단한 폭발물 같은 것도 만들 수도 있어요. 대단치는 않지만 장난감 식으로 시한폭탄도 만들 수 있을걸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 뒤의 문이 열렸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에 다른 손님이라기 보다는 분명 승우일 듯 해서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가 아니었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자식, 재호였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놀라 멍하게 그를 바라보는 나에게 그 녀석이 시선을 한번 주었다.
“여기 혹시 진희 오지 않았나요?”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바텐더를 향해서 그가 물었다.
“아뇨 안오셨는데요.”
“아...네..”
몸을 돌려 문을 향하던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혹시...” 녀석이 입을 열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얼마전에 밴드모임에서 뵙지 않았나요?”
희미한 미소를 띠고는 녀석이 나에게 물었다.
“아..네.. 그런 것 같은.....”
역시 이 놈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딩때 자신이 그렇게 괴롭히던 나를 기억하지 못하다니.. 역시 가해자 놈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고 뇌가 없는 짐승들이다.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 혹시...”
그가 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운서고 나오지 않았나요?”
“........”
온몸을 얼음으로 된 창들로 폭격을 맞은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내쉬던 나의 숨마저 얼어붙어버렸다.
“맞지?”
그가 나에게 한걸음 더 다가와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근데 너 많이 컸다.”
“......”
“예전에는 나한테 눈도 못 맞추더니 눈 똑바로 쳐들고.”
녀석은 예전 고등학교때의 바로 그 표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비열하고 잔인하고 음흉한 표정이었다.
“종로 자주 나와라.”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꼼짝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는 나를 노려보았다.
“예전에 했던 빵셔틀 하던거 마저 해야지.”
히죽이면서 나를 보던 녀석이 고개를 돌려 한번 바텐더를 흘끗 보더니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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