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그 날, 그 부대에서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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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작전병으로 일 한지 며칠.
그동안 나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처음 작전과 문을 열었을 때였다.
“충성! 이병 김보현 작전과에 용무-”
“오 신병이다!! 과장님 제 후임왔습니다!”
내가 경례를 하기 무섭게 김민현 병장님의 목소리부터 사무실에 날아들었다.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시던 작전과장님은 쓱 하고 날 보더니 조금 반가운 표정으로,
“저기 민현이 옆에 앉으면 돼. 쟤가 작전병이야.”
그렇게 말하시면서 작전과장님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껐다.
좁은 처부 사무실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작전과 사무실은 굉장히 좁았는데, 겨우 4~5평 정도되는 공간일 뿐이었다.
거기에 돌아가는 컴퓨터는 총 네대. 책상도 다닥다닥 붙어있고 캐비넷도 잔뜩 우겨 넣어져 있고,
거기다 어떻게 넣었는지 모를 원형 테이블도 조그만한게 하나.
이러다보니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마저 없는 느낌이었다.
작전과 사무실에는 지휘통제실(=상황실)이 한눈에 보이도록 한 벽면이 거의 통짜 유리로 되어있었다.
원래 작전과 사무실이 이렇게 좁았던 건 아니었는데,
지휘통제실이 너무 좁았던 나머지 당시 대대장님이 불만을 가지신 나머지 작전과 사무실 공간을 터서 지휘통제실로 통합해 버려서 이 사단이 났다고.
덕분에 작전과 사무실은 코딱지만해졌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냔 말이지. 너 근무하는 동안에 불편하면 다시 상황실 공간좀 터달라고 해봐.”
안될 가능성이 높지만 ㅋㅋㅋ 하고 웃으면서 김민현 병장님은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얘기했다.
옆에 앉아있는 나는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작전과장님이 나가기 직전에 그런 말을 했다.
“민현이 너 인수인계 잘 해라 ㅋㅋ”
“아니 얘 방금 왔는데 뭘 안다고 인수인계를 해줍니까……”
“아님 적어도 인수인계서 써놓던가.”
“그건 이미 다 해놨습니다.”
그러고는 과장님은 사무실에서 나가서는 한 동안 돌아오지 않으셨다.
정말 엄청나게도, 작전과장님도 소령 진급으로 곧 다른 부대로 가신다는 모양이었다.
김민현 병장님은 말년 휴가가 당장 내일이었고.
덕분에…… 책임감 같은 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마 동원과장님이 곧 작전과장 자리로 오실거야. 난 전역하고 없을테지만.”
웃으면서 김민현 병장님은 무언가 문서를 작성하고 계셨다.
특이한 것으로는 마우스를 거의 건들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심지어 표 같은걸 삽입할때도 죄다 단축키를 누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 다 이런가?
“아 그리고 너 4월 군번이지? 그러면 쟤랑 동기네?”
그러면서 김민현 병장님은 옆에서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는 다른 이등병을 소개해주셨다.
뭔가 커다란 파일철을 훑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이 불렸는 걸 들었는지 고개를 들었다.
“이병 정원준!”
“얘 너랑 동기래. 잘 가르쳐 줘.”
“예! 알겠습니다!”
김민현 병장님은 간략하게 정원준 이병을 그렇게 소개시켜 주고는,
“잠시 놀고있어.”
그러고는 처부밖으로 나가버렸다.
사무실 안에는 그렇게 이등병 두명이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었다.
“음……”
“어…....”
그렇게 적막속에 남겨진 우리 둘.
깐돌깐돌하게 생긴 원준이는 그렇게 나한테 첫 인사를 했다.
“나는 정보병이야 ㅋㅋ 잘부탁해.”
그렇게 쓱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렇게 악수한 손을 잡았다.
원준이는 나보다 두 살 정도 어렸다.
내가 살짝 늦게 입대했고, 원준이는 좀 빨리 입대해서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엄청나게 말이 빠르고 산만해서 정신이 없을 정도라서 첫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원준이가 나한테 처음 가르쳐 준건 전화받는 일이었다.
“어…… 나도 일한 지 얼마 안돼서 잘은 모르는데…….”
그러면서 대충대충 설명해 주는걸로는,
책상에 전화번호가 있고 그걸 보고 우리는 전화를 돌려주는 교환병 역할까지 한다는 거였다.
원래는 교환 담당 병사가 있지만, 부대가 너무 작아서 그걸 작전과에서 한다는 거였다.
“일단 내가 전화 받을때 어떻게 하는지 대강 보는게 좋겠다.”
실제로 전화는 거의 1~2분에 한 통씩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 자주 오고 있었고,
그래서 원준이가 시범을 보이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따르르르르르르릉-
전화 벨소리가 한 번 울리자마자 원준이는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통신보안! X대대 상황실 이병 정원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무실이 워낙 조용해서, 수화기 너머로 상대가 뭘 말하는지까지 나한테 들렸다.
“어 그래 원준아. 과장님 좀 바꿔줘라.”
“실례지만 누구신지 여쭤봐도……”
“몇 번째야 ㅋㅋㅋ 본부중대장이야. 목소리 아직도 못 외웠냐?”
뭔가 원준이가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한 것 같은데, 멋지게 실패해버린 듯 하다.
“아 죄송합니다! 근데 과장님 어디 나가셨습니다.”
“아……. 휴대폰도 안 받으시던데 두고 가셨어?”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까부터 과장님 자리에서 계속 진동이 울리고 있었지만, 과장님은 어딜 가셨는지 들어오지도 않으셨다.
“어휴…… 일단 알았다. 과장님 오시면 너가 나한테 전화 한 번만 해줘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뚝 끊겼다.
“대충 이렇게 전화 받으면 돼. 간부님들 목소리 외워야 할거야.”
“전부?”
“응. 전부.”
그러면서 쓱 하고 부대 간부님들 직급과 계급이 적힌 리스트를 나한테 건네는 원준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나한테 상황도 모르고 원준이는 헤헤 하고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3중대장님이나 상급부대 간부님들은 못알아듣거나 모른다고 하면 화내시니까 참고하구.
한 번은 전화 연결하다가 끊어먹었는데 전화 다시왔을때 고막 나갈뻔 했어 ㅋㅋㅋ”
으음……. 생각지도 못한 전화받기……
벌써부터 처부 업무가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하는 부분이었다……
그 뒤로는 원준이는 연습해보라며 전화기를 나한테 양보? 했는데……
전화 연결하는 방법에서 애를 먹어서 전화를 5번정도 끊어먹고,
통신보안으로 시작하는 멘트를 헷갈려서 5번정도 욕을 먹고……
전화번호 찾다가 시간 걸려서 욕먹고……
그렇게 하루종일 욕을 먹다가 보니 일과시간이 다 지나 있었다.
내 멘탈은 먼지가루가 돼서 폭삭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아니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발음을 부정확하게 하는지……
수화기를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가까이 댔지만 여전히 못 알아먹겠는 것은 똑같았다.
“으우…….”
뭔가 잔뜩 풀이 죽은듯이 느껴졌는지
원준이는 옆에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나도…… 첫 날에는 엄청 힘들었어……. 힘내…….”
“ㅠㅠ…….”
그렇게 나는 밥을 먹고 나서는 김민현 병장님한테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야근까지 해야만 했다.
사실 인수인계라고 해봤자……
“뭐 모르겠거든 여기 이 파일 눌러서 검색해봐. 아니면 너가 알아봐야 하는거고.”
그냥 한글문서파일 딱 하나가 업무용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을 뿐이었다.
인수인계.hwp…….. 너무 간결해서 할 말이 없었다.
“아 그거 비문성 내용도 있으니까 보안감사 오면 웬만하면 지워 ㅋㅋ 안그럼 ㅈ된다 ㅋㅋㅋㅋ”
김민현 병장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퇴근해버렸다.
이것저것 꺼내면서 이건 이거야~ 저건 저거야~ 하고 말해주시긴 하셨지만,
나는 그게 대체 뭔지 단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걸 그냥 듣기만 했는데도 점호시간도 지나서 밤 11시가 되었다…….
“끝났냐?”
“예 그렇습니다……”
오늘 당직사령은 본부중대장님이었다.
다이아 두개가 박힌 전투복을 입은 본부중대장님은 쓱 하고 작전과 안에 들어오셨다.
“오늘 처음 업무 해봤을텐데…… 할 만 해?”
“그냥……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다고 했으니 할 겁니다.”
“오 좋네 그런 정신 좋아.”
끄덕끄덕. 대견하다. 하는 표정으로 본부중대장님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너 아직 안씻었지?”
“예…….”
사실 밥먹는 것 말고는 따로 시간도 없었어서, 나는 아직 씻지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 샤워하고 자. 얼른 들어가고.”
“알겠습니다.”
너덜너덜해진 멘탈로 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생활관에서 세면도구를 꺼냈다.
이게 군대인지 회사인지…… 그냥 자고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 차가운 샤워장에서 대충 옷을 벗고 사물함에 넣었을 때였다.
샤워장에서 물 소리가 나고 있었다.
대충 나 말고도 이 시간에 누가 씻고 있는 모양인데……?
그러고 보니 바깥 사물함에 옷이랑 군번줄이 있었다.
군번줄이 너무 바깥에 있어서 나는 자연스럽게 군번줄을 봤는데……
이름이…… 정……
정해성 일병님이었다.
- 06.
군번줄을 보자마자 나는 살짝 긴장된 상태가 되었다.
그도 그럴게…… 정해성 일병님 한테서는 항상 지적과 잔소리만 들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여기까지 와서 씻지도 않고 돌아가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였기 때문에,
나는 그냥 하는 수 없이 세면도구를 들고 샤워장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에 리모델링 해서 거의 대중목욕탕과 다름이 없는 시설의 샤워장.
샤워 칸막이까진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거울과 샤워기들이 비치된 샤워장은 진짜 목욕탕이었다.
그 사이에서 정해성 일병님이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어?"
".......?"
그렇게 들어오다가, 나는 정해성 일병님이랑 눈이 딱 마주쳤다.
나보다 키도 크고, 몸도 탄탄한 정해성 일병님은 순식간에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2주나 됐지만 왠지 모르게 정해성 일병님이랑 같이 씻었던 적이 없었던것도 있고……
점호도 끝난 시간이어서 당연히 다른 사람은 샤워장에 있을 리가 없고,
정해성 일병님이랑 단 둘이 있게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뭐하다가 이제 씻으러오냐?"
정해성 일병님은 평상시 그대로 나한테 담담하게 질문해왔다.
"ㅇ…...야근했습니다!"
"그러냐."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 정해성 일병님은 마저 비누칠을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정해성 일병님을 제대로 한 번도 보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스포츠머리, 바깥작업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봄철인데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런닝자국.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정해성 일병님의 피부는 원래 조금 까무잡잡한 편인 것 같았다.
'와…….’
어떻게 저렇게 잘생길수가 있지?
키도 나보다 딱 적절하게 크고, 가끔이지만 운동으로 만들어진 균형감 있는 몸.
거기다가……. 물건도 진짜 딱 적절하게 컸다.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나는 그만 내가 가지고 왔던 바디워시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아……"
목욕탕 타일을 따라서 텅텅거리는 소리가 샤워장을 가득 메웠다.
하필이면 정해성 일병님 쪽으로 바디워시가 굴러갔다…… 으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바디워시를 주으려고 정해성 일병님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생각외로……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조심 좀 해라. 뭐 이리 덤벙대."
쓱 하고, 정해성 일병님은 떨어진 바디워시통을 나한테 집어주었다.
"죄송합니다……"
"뭘 죄송해 이런거가지고 ㅋㅋ"
피식 하고 웃는 정해성 일병님.
정말 잠깐 웃었을 뿐인데, 정해성 일병님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멍해질 뿐이었다.
안돼……. 정신차려야한다…….
황급히 내가 다시 돌아와서 씻고 있으니, 정해성 일병님이 말을 꺼냈다.
"일은 좀 어때. 할만하냐?"
이상하게 오늘따라 뭘 잘못 드신걸까……?
평상시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약간의 다정함이 묻은 그런 질문이 나한테 들어왔다.
"그렇습니다."
"본부 사람들은? 잘 해줘?"
"동기도 있고 해서 잘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흐음…… 하고 정해성 일병님은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로 거품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쳐다보고 있다간 들킬 것 같아서 그냥 씻는데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샤워장 안은 왜 이렇게 더운거야. 숨도 못 쉴 것 같이.
"야."
그 터질 것 같은 심장비트에 갑자기 비수같은 소리가 날아들었다.
"ㅇ…...이병 김보현!"
"거울 좀 봐라. 나 간다."
시큰둥하게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정해성 일병님은 샤워장 밖으로 나갔다.
거울……?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나는 의아한 기분으로 거울을 쳐다봤다.
피가 나고 있었다.
코에서.
……
……
코피?
순간 부끄러움이 귓볼까지 새빨갛게 태워버렸다.
뭐야 갑자기 왜 코피가 나는거야?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코피가 나는 걸 정해성 일병님한테 또 보여줄 건 뭐야.
그냥 좀 피곤했던 거라고 둘러대면 될까? 아니 그렇게 둘러대지 않으면 안되잖아.
다른 방법이 있나? 없잖아!!
"으악……."
너무 당황해서 그만 나지막하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으……. 너무 부끄러워…….
부끄러워서 그냥 쥐가 돼서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니 그냥 쥐구멍이 돼서 아무생각도 안하고싶어……
아무런 설명 없이 이대로 정해성 일병님을 보내면 정말 다음에 정해성 일병님 보기가 부끄러울 것 같아서,
나는 엄청나게 빨리 씻고 그가 옷을 다 입기전에 샤워장을 나가려고 했지만……
"아 ㅠㅠ"
나가봤지만 헛수고였다.
정해성 일병님은 샤워장을 나간지 오래였다……
속으로 망했다만 1억번 정도 외치면서 나는 생활관에 들어와 매트리스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눕자마자 스르륵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뭔가 흐뭇했다.
정해성 일병님…… 생각보다는 그렇게 무섭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아까 바디워시를 집어다 줄때의 표정은,
잠깐 스치긴 했어도 분명히 배려가 있는 표정이었던 것을 난 봤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눈이 떠졌다.
분명 자려고 했을때는 그렇게나 피곤했는데,
지금은 전혀 피곤한 기운이 없이 눈이 떠졌다.
입대 이후로 이렇게 일어나는 것이 개운했던 적이 있을까?
그런데 아직 밖은 어두웠다.
아직 취침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는 굳게닫힌 커튼.
모두가 잠들어있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평온한 밤이다.
이렇게 잠이 한 순간에 깰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의식이 말끔했다.
다만 머릿속이 뿌옇게 안개가 낀 것 처럼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깊게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
몸을 일으켜 봤다.
생활관에는 평상시와 다름 없이 우리 3소대와 맞은편의 화기소대가 잠들어 있을 뿐이다.
왼쪽에는 박상욱 병장님이 자고 있다.
다행이다…… 아직 잘 시간이 더 남아있어…...
나는 모처럼 이 자유시간을 즐기려고 도로 따뜻한 모포안에 몸을 눕혔다.
그때, 박상욱 병장님 자리에서 스윽- 하고 모포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내 바로 왼쪽. 어두운 형체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 자리에는 왜인지 정해성 일병님이 있었다.
취침 시간인데도 왜 전투복일까?......라는 생각보다도 왜 그가 있는지 살짝 궁금했다.
왠지 그게 이상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이 잘 안 된다.
모든 것이 몽롱해서 정신이 없다.
「김보현.」
그가 날 부르는 소리는 평상시와 같았다.
근데 목에서 습관화된 관등성명이 튀어나오질 않는다.
이게 무슨 분위기지? 꿈인가?
그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상시보다 훨씬 편안해진 그의 얼굴은 마치 푸근함 마저 주는 것 같았다.
그는 그대로 내 얼굴에 가까이 와서,
키스를, 했다.
입과 입이 닿는 기분.
처음은 아닌데, 처음 했던 것 보다 더 짜릿한 것 같다.
혀가 얽혀 들어가면서, 혀의 돌기가 서로의 깊은곳에 맞닿으면서 얼굴을 상기시킨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방해가 될 정도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타구니에 반응이 왔다.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정해성 일병님이 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키스를 할 때부터 잔뜩 성내고 있던 내 물건이, 정해성 일병님의 손길에 끈적해지고 있다.
자꾸만 요도 끝으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 입대하고 나서 한 번도 안 풀었었지…….
그런데 이렇게 만져지면…… 참기 어려울 것 같은데…….
뭔가 상황이 이상한데 거부를 할 수가 없다.
이상한 정도를 뛰어넘은 기분좋은 감각이 온 머리를 엎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복 겉을 집요하게 만지작 거리던 손길이 한꺼풀 안을 헤집고 들어온다.
정해성 일병님은 여전히 집요하게 내 혀를 빨아들이면서 군용 삼각팬티 위에서 내 그곳을 마찰시킨다.
기분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팬티는 벌써부터 프리컴으로 잔뜩 젖어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질때도, 이런 프리컴을 흘려본 적이 있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이 모든게 끝나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거야.
잠시 숨을 쉴 틈을 위해서 입이 살짝 멀어진다.
머리는 더욱 더 안개가 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됐다.
"정해성…….일병님……"
"쉿."
믿겨지지 않는 표정으로, 그는 스스로의 입에 손을 가져다 댔다.
기분이 좋다.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리고 한번 기합을 주듯이,
그는 내 왼쪽다리와 가랑이 사이로 팬티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으악……."
숨이 저절로 삼켜졌다.
쉬어도 쉬어도 뜨거운 공기만 들어오는 것 같다.
끝까지 부풀어서 떨고있는 내 그곳을, 부드럽게 왕복운동 시켜주시는 정해성 일병님.
소리를 내면 들킨다는 무의식적인 압박감이 나를 억누른다.
동시에 뭐든 뚫어버리고 싶은 사정감이 슬슬 고개를 쳐든다.
한없이 압축되어가는 의식에서, 점점 빨라지는 피스톤 운동이 머리를 흠뻑 적신다.
언제부터였는지, 모포는 물론이고 내 하의는 전부 벗겨진 상태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몸은 하나의 불덩이가 되어서 정해성 일병님의 손에 맡겨질 뿐이었다.
"싸……쌉니다……"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가늘게 그렇게 말했다.
정해성 일병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달 간 묵혀왔던 그것이 엄청난 높이로 쏴 올려졌다.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단지 우리 둘 뿐이었다.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기분.
강렬한 기분이 썰물처럼 쏴아- 하고 치고 지나갔다.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는 다시 그대로 눈을 감았다.
---
일에 치여서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간혹 하루이틀 정도는 안 올라올 때가 있을겁니다 ㅠㅠ......
댓글은 늘 감사합니다 =)
작전병으로 일 한지 며칠.
그동안 나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처음 작전과 문을 열었을 때였다.
“충성! 이병 김보현 작전과에 용무-”
“오 신병이다!! 과장님 제 후임왔습니다!”
내가 경례를 하기 무섭게 김민현 병장님의 목소리부터 사무실에 날아들었다.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시던 작전과장님은 쓱 하고 날 보더니 조금 반가운 표정으로,
“저기 민현이 옆에 앉으면 돼. 쟤가 작전병이야.”
그렇게 말하시면서 작전과장님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껐다.
좁은 처부 사무실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작전과 사무실은 굉장히 좁았는데, 겨우 4~5평 정도되는 공간일 뿐이었다.
거기에 돌아가는 컴퓨터는 총 네대. 책상도 다닥다닥 붙어있고 캐비넷도 잔뜩 우겨 넣어져 있고,
거기다 어떻게 넣었는지 모를 원형 테이블도 조그만한게 하나.
이러다보니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마저 없는 느낌이었다.
작전과 사무실에는 지휘통제실(=상황실)이 한눈에 보이도록 한 벽면이 거의 통짜 유리로 되어있었다.
원래 작전과 사무실이 이렇게 좁았던 건 아니었는데,
지휘통제실이 너무 좁았던 나머지 당시 대대장님이 불만을 가지신 나머지 작전과 사무실 공간을 터서 지휘통제실로 통합해 버려서 이 사단이 났다고.
덕분에 작전과 사무실은 코딱지만해졌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냔 말이지. 너 근무하는 동안에 불편하면 다시 상황실 공간좀 터달라고 해봐.”
안될 가능성이 높지만 ㅋㅋㅋ 하고 웃으면서 김민현 병장님은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얘기했다.
옆에 앉아있는 나는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작전과장님이 나가기 직전에 그런 말을 했다.
“민현이 너 인수인계 잘 해라 ㅋㅋ”
“아니 얘 방금 왔는데 뭘 안다고 인수인계를 해줍니까……”
“아님 적어도 인수인계서 써놓던가.”
“그건 이미 다 해놨습니다.”
그러고는 과장님은 사무실에서 나가서는 한 동안 돌아오지 않으셨다.
정말 엄청나게도, 작전과장님도 소령 진급으로 곧 다른 부대로 가신다는 모양이었다.
김민현 병장님은 말년 휴가가 당장 내일이었고.
덕분에…… 책임감 같은 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마 동원과장님이 곧 작전과장 자리로 오실거야. 난 전역하고 없을테지만.”
웃으면서 김민현 병장님은 무언가 문서를 작성하고 계셨다.
특이한 것으로는 마우스를 거의 건들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심지어 표 같은걸 삽입할때도 죄다 단축키를 누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 다 이런가?
“아 그리고 너 4월 군번이지? 그러면 쟤랑 동기네?”
그러면서 김민현 병장님은 옆에서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는 다른 이등병을 소개해주셨다.
뭔가 커다란 파일철을 훑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이 불렸는 걸 들었는지 고개를 들었다.
“이병 정원준!”
“얘 너랑 동기래. 잘 가르쳐 줘.”
“예! 알겠습니다!”
김민현 병장님은 간략하게 정원준 이병을 그렇게 소개시켜 주고는,
“잠시 놀고있어.”
그러고는 처부밖으로 나가버렸다.
사무실 안에는 그렇게 이등병 두명이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었다.
“음……”
“어…....”
그렇게 적막속에 남겨진 우리 둘.
깐돌깐돌하게 생긴 원준이는 그렇게 나한테 첫 인사를 했다.
“나는 정보병이야 ㅋㅋ 잘부탁해.”
그렇게 쓱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렇게 악수한 손을 잡았다.
원준이는 나보다 두 살 정도 어렸다.
내가 살짝 늦게 입대했고, 원준이는 좀 빨리 입대해서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엄청나게 말이 빠르고 산만해서 정신이 없을 정도라서 첫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원준이가 나한테 처음 가르쳐 준건 전화받는 일이었다.
“어…… 나도 일한 지 얼마 안돼서 잘은 모르는데…….”
그러면서 대충대충 설명해 주는걸로는,
책상에 전화번호가 있고 그걸 보고 우리는 전화를 돌려주는 교환병 역할까지 한다는 거였다.
원래는 교환 담당 병사가 있지만, 부대가 너무 작아서 그걸 작전과에서 한다는 거였다.
“일단 내가 전화 받을때 어떻게 하는지 대강 보는게 좋겠다.”
실제로 전화는 거의 1~2분에 한 통씩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 자주 오고 있었고,
그래서 원준이가 시범을 보이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따르르르르르르릉-
전화 벨소리가 한 번 울리자마자 원준이는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통신보안! X대대 상황실 이병 정원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무실이 워낙 조용해서, 수화기 너머로 상대가 뭘 말하는지까지 나한테 들렸다.
“어 그래 원준아. 과장님 좀 바꿔줘라.”
“실례지만 누구신지 여쭤봐도……”
“몇 번째야 ㅋㅋㅋ 본부중대장이야. 목소리 아직도 못 외웠냐?”
뭔가 원준이가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한 것 같은데, 멋지게 실패해버린 듯 하다.
“아 죄송합니다! 근데 과장님 어디 나가셨습니다.”
“아……. 휴대폰도 안 받으시던데 두고 가셨어?”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까부터 과장님 자리에서 계속 진동이 울리고 있었지만, 과장님은 어딜 가셨는지 들어오지도 않으셨다.
“어휴…… 일단 알았다. 과장님 오시면 너가 나한테 전화 한 번만 해줘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뚝 끊겼다.
“대충 이렇게 전화 받으면 돼. 간부님들 목소리 외워야 할거야.”
“전부?”
“응. 전부.”
그러면서 쓱 하고 부대 간부님들 직급과 계급이 적힌 리스트를 나한테 건네는 원준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나한테 상황도 모르고 원준이는 헤헤 하고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3중대장님이나 상급부대 간부님들은 못알아듣거나 모른다고 하면 화내시니까 참고하구.
한 번은 전화 연결하다가 끊어먹었는데 전화 다시왔을때 고막 나갈뻔 했어 ㅋㅋㅋ”
으음……. 생각지도 못한 전화받기……
벌써부터 처부 업무가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하는 부분이었다……
그 뒤로는 원준이는 연습해보라며 전화기를 나한테 양보? 했는데……
전화 연결하는 방법에서 애를 먹어서 전화를 5번정도 끊어먹고,
통신보안으로 시작하는 멘트를 헷갈려서 5번정도 욕을 먹고……
전화번호 찾다가 시간 걸려서 욕먹고……
그렇게 하루종일 욕을 먹다가 보니 일과시간이 다 지나 있었다.
내 멘탈은 먼지가루가 돼서 폭삭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아니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발음을 부정확하게 하는지……
수화기를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가까이 댔지만 여전히 못 알아먹겠는 것은 똑같았다.
“으우…….”
뭔가 잔뜩 풀이 죽은듯이 느껴졌는지
원준이는 옆에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나도…… 첫 날에는 엄청 힘들었어……. 힘내…….”
“ㅠㅠ…….”
그렇게 나는 밥을 먹고 나서는 김민현 병장님한테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야근까지 해야만 했다.
사실 인수인계라고 해봤자……
“뭐 모르겠거든 여기 이 파일 눌러서 검색해봐. 아니면 너가 알아봐야 하는거고.”
그냥 한글문서파일 딱 하나가 업무용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을 뿐이었다.
인수인계.hwp…….. 너무 간결해서 할 말이 없었다.
“아 그거 비문성 내용도 있으니까 보안감사 오면 웬만하면 지워 ㅋㅋ 안그럼 ㅈ된다 ㅋㅋㅋㅋ”
김민현 병장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퇴근해버렸다.
이것저것 꺼내면서 이건 이거야~ 저건 저거야~ 하고 말해주시긴 하셨지만,
나는 그게 대체 뭔지 단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걸 그냥 듣기만 했는데도 점호시간도 지나서 밤 11시가 되었다…….
“끝났냐?”
“예 그렇습니다……”
오늘 당직사령은 본부중대장님이었다.
다이아 두개가 박힌 전투복을 입은 본부중대장님은 쓱 하고 작전과 안에 들어오셨다.
“오늘 처음 업무 해봤을텐데…… 할 만 해?”
“그냥……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다고 했으니 할 겁니다.”
“오 좋네 그런 정신 좋아.”
끄덕끄덕. 대견하다. 하는 표정으로 본부중대장님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너 아직 안씻었지?”
“예…….”
사실 밥먹는 것 말고는 따로 시간도 없었어서, 나는 아직 씻지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 샤워하고 자. 얼른 들어가고.”
“알겠습니다.”
너덜너덜해진 멘탈로 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생활관에서 세면도구를 꺼냈다.
이게 군대인지 회사인지…… 그냥 자고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 차가운 샤워장에서 대충 옷을 벗고 사물함에 넣었을 때였다.
샤워장에서 물 소리가 나고 있었다.
대충 나 말고도 이 시간에 누가 씻고 있는 모양인데……?
그러고 보니 바깥 사물함에 옷이랑 군번줄이 있었다.
군번줄이 너무 바깥에 있어서 나는 자연스럽게 군번줄을 봤는데……
이름이…… 정……
정해성 일병님이었다.
- 06.
군번줄을 보자마자 나는 살짝 긴장된 상태가 되었다.
그도 그럴게…… 정해성 일병님 한테서는 항상 지적과 잔소리만 들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여기까지 와서 씻지도 않고 돌아가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였기 때문에,
나는 그냥 하는 수 없이 세면도구를 들고 샤워장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에 리모델링 해서 거의 대중목욕탕과 다름이 없는 시설의 샤워장.
샤워 칸막이까진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거울과 샤워기들이 비치된 샤워장은 진짜 목욕탕이었다.
그 사이에서 정해성 일병님이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어?"
".......?"
그렇게 들어오다가, 나는 정해성 일병님이랑 눈이 딱 마주쳤다.
나보다 키도 크고, 몸도 탄탄한 정해성 일병님은 순식간에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2주나 됐지만 왠지 모르게 정해성 일병님이랑 같이 씻었던 적이 없었던것도 있고……
점호도 끝난 시간이어서 당연히 다른 사람은 샤워장에 있을 리가 없고,
정해성 일병님이랑 단 둘이 있게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뭐하다가 이제 씻으러오냐?"
정해성 일병님은 평상시 그대로 나한테 담담하게 질문해왔다.
"ㅇ…...야근했습니다!"
"그러냐."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 정해성 일병님은 마저 비누칠을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정해성 일병님을 제대로 한 번도 보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스포츠머리, 바깥작업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봄철인데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런닝자국.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정해성 일병님의 피부는 원래 조금 까무잡잡한 편인 것 같았다.
'와…….’
어떻게 저렇게 잘생길수가 있지?
키도 나보다 딱 적절하게 크고, 가끔이지만 운동으로 만들어진 균형감 있는 몸.
거기다가……. 물건도 진짜 딱 적절하게 컸다.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나는 그만 내가 가지고 왔던 바디워시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아……"
목욕탕 타일을 따라서 텅텅거리는 소리가 샤워장을 가득 메웠다.
하필이면 정해성 일병님 쪽으로 바디워시가 굴러갔다…… 으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바디워시를 주으려고 정해성 일병님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생각외로……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조심 좀 해라. 뭐 이리 덤벙대."
쓱 하고, 정해성 일병님은 떨어진 바디워시통을 나한테 집어주었다.
"죄송합니다……"
"뭘 죄송해 이런거가지고 ㅋㅋ"
피식 하고 웃는 정해성 일병님.
정말 잠깐 웃었을 뿐인데, 정해성 일병님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멍해질 뿐이었다.
안돼……. 정신차려야한다…….
황급히 내가 다시 돌아와서 씻고 있으니, 정해성 일병님이 말을 꺼냈다.
"일은 좀 어때. 할만하냐?"
이상하게 오늘따라 뭘 잘못 드신걸까……?
평상시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약간의 다정함이 묻은 그런 질문이 나한테 들어왔다.
"그렇습니다."
"본부 사람들은? 잘 해줘?"
"동기도 있고 해서 잘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흐음…… 하고 정해성 일병님은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로 거품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쳐다보고 있다간 들킬 것 같아서 그냥 씻는데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샤워장 안은 왜 이렇게 더운거야. 숨도 못 쉴 것 같이.
"야."
그 터질 것 같은 심장비트에 갑자기 비수같은 소리가 날아들었다.
"ㅇ…...이병 김보현!"
"거울 좀 봐라. 나 간다."
시큰둥하게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정해성 일병님은 샤워장 밖으로 나갔다.
거울……?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나는 의아한 기분으로 거울을 쳐다봤다.
피가 나고 있었다.
코에서.
……
……
코피?
순간 부끄러움이 귓볼까지 새빨갛게 태워버렸다.
뭐야 갑자기 왜 코피가 나는거야?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코피가 나는 걸 정해성 일병님한테 또 보여줄 건 뭐야.
그냥 좀 피곤했던 거라고 둘러대면 될까? 아니 그렇게 둘러대지 않으면 안되잖아.
다른 방법이 있나? 없잖아!!
"으악……."
너무 당황해서 그만 나지막하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으……. 너무 부끄러워…….
부끄러워서 그냥 쥐가 돼서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니 그냥 쥐구멍이 돼서 아무생각도 안하고싶어……
아무런 설명 없이 이대로 정해성 일병님을 보내면 정말 다음에 정해성 일병님 보기가 부끄러울 것 같아서,
나는 엄청나게 빨리 씻고 그가 옷을 다 입기전에 샤워장을 나가려고 했지만……
"아 ㅠㅠ"
나가봤지만 헛수고였다.
정해성 일병님은 샤워장을 나간지 오래였다……
속으로 망했다만 1억번 정도 외치면서 나는 생활관에 들어와 매트리스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눕자마자 스르륵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뭔가 흐뭇했다.
정해성 일병님…… 생각보다는 그렇게 무섭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아까 바디워시를 집어다 줄때의 표정은,
잠깐 스치긴 했어도 분명히 배려가 있는 표정이었던 것을 난 봤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눈이 떠졌다.
분명 자려고 했을때는 그렇게나 피곤했는데,
지금은 전혀 피곤한 기운이 없이 눈이 떠졌다.
입대 이후로 이렇게 일어나는 것이 개운했던 적이 있을까?
그런데 아직 밖은 어두웠다.
아직 취침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는 굳게닫힌 커튼.
모두가 잠들어있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평온한 밤이다.
이렇게 잠이 한 순간에 깰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의식이 말끔했다.
다만 머릿속이 뿌옇게 안개가 낀 것 처럼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깊게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
몸을 일으켜 봤다.
생활관에는 평상시와 다름 없이 우리 3소대와 맞은편의 화기소대가 잠들어 있을 뿐이다.
왼쪽에는 박상욱 병장님이 자고 있다.
다행이다…… 아직 잘 시간이 더 남아있어…...
나는 모처럼 이 자유시간을 즐기려고 도로 따뜻한 모포안에 몸을 눕혔다.
그때, 박상욱 병장님 자리에서 스윽- 하고 모포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내 바로 왼쪽. 어두운 형체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 자리에는 왜인지 정해성 일병님이 있었다.
취침 시간인데도 왜 전투복일까?......라는 생각보다도 왜 그가 있는지 살짝 궁금했다.
왠지 그게 이상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이 잘 안 된다.
모든 것이 몽롱해서 정신이 없다.
「김보현.」
그가 날 부르는 소리는 평상시와 같았다.
근데 목에서 습관화된 관등성명이 튀어나오질 않는다.
이게 무슨 분위기지? 꿈인가?
그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상시보다 훨씬 편안해진 그의 얼굴은 마치 푸근함 마저 주는 것 같았다.
그는 그대로 내 얼굴에 가까이 와서,
키스를, 했다.
입과 입이 닿는 기분.
처음은 아닌데, 처음 했던 것 보다 더 짜릿한 것 같다.
혀가 얽혀 들어가면서, 혀의 돌기가 서로의 깊은곳에 맞닿으면서 얼굴을 상기시킨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방해가 될 정도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타구니에 반응이 왔다.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정해성 일병님이 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키스를 할 때부터 잔뜩 성내고 있던 내 물건이, 정해성 일병님의 손길에 끈적해지고 있다.
자꾸만 요도 끝으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 입대하고 나서 한 번도 안 풀었었지…….
그런데 이렇게 만져지면…… 참기 어려울 것 같은데…….
뭔가 상황이 이상한데 거부를 할 수가 없다.
이상한 정도를 뛰어넘은 기분좋은 감각이 온 머리를 엎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복 겉을 집요하게 만지작 거리던 손길이 한꺼풀 안을 헤집고 들어온다.
정해성 일병님은 여전히 집요하게 내 혀를 빨아들이면서 군용 삼각팬티 위에서 내 그곳을 마찰시킨다.
기분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팬티는 벌써부터 프리컴으로 잔뜩 젖어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질때도, 이런 프리컴을 흘려본 적이 있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이 모든게 끝나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거야.
잠시 숨을 쉴 틈을 위해서 입이 살짝 멀어진다.
머리는 더욱 더 안개가 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됐다.
"정해성…….일병님……"
"쉿."
믿겨지지 않는 표정으로, 그는 스스로의 입에 손을 가져다 댔다.
기분이 좋다.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리고 한번 기합을 주듯이,
그는 내 왼쪽다리와 가랑이 사이로 팬티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으악……."
숨이 저절로 삼켜졌다.
쉬어도 쉬어도 뜨거운 공기만 들어오는 것 같다.
끝까지 부풀어서 떨고있는 내 그곳을, 부드럽게 왕복운동 시켜주시는 정해성 일병님.
소리를 내면 들킨다는 무의식적인 압박감이 나를 억누른다.
동시에 뭐든 뚫어버리고 싶은 사정감이 슬슬 고개를 쳐든다.
한없이 압축되어가는 의식에서, 점점 빨라지는 피스톤 운동이 머리를 흠뻑 적신다.
언제부터였는지, 모포는 물론이고 내 하의는 전부 벗겨진 상태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몸은 하나의 불덩이가 되어서 정해성 일병님의 손에 맡겨질 뿐이었다.
"싸……쌉니다……"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가늘게 그렇게 말했다.
정해성 일병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달 간 묵혀왔던 그것이 엄청난 높이로 쏴 올려졌다.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단지 우리 둘 뿐이었다.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기분.
강렬한 기분이 썰물처럼 쏴아- 하고 치고 지나갔다.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는 다시 그대로 눈을 감았다.
---
일에 치여서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간혹 하루이틀 정도는 안 올라올 때가 있을겁니다 ㅠㅠ......
댓글은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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