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아저씨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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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 비틀-
오늘도 어김없이 늦은 퇴근 시간. 술에 잔뜩 취해서는 비틀대며 집 앞 골목길에 나타나는 아버지 철수. 현장의 먼지가 가득 묻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는 고개를 끄덕 끄덕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후우.’
그리고 하필이면 그 때 또 집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성구. 마주치기 싫은데 꼭 밤에 티비 보다가 담배 한대 피러 나오면 마주치더라. 성구는 오늘도 잠옷 바지에 메리야스만을 입은 채로 두툼한 가슴과 불룩한 배를 내밀고 물끄러미 서있다. 한심하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고 철수를 힐끔 바라보는 성구. 철수는 집 대문 앞 계단을 오르려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돌려 성구를 발견한다.
‘으어? 뭘 쳐다브아 새끼야’
‘후우우.’
한숨을 쉬는 건지 담배 연기를 내뿜는 건지, 크게 숨을 내쉬는 성구. 내뿜은 담배 연기가 올라와 성구의 두 눈이 더욱 찡그려진다. 몹시나 사이가 안좋아보이는 두 사람. 이웃이면 이 정도로 서로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지난 날 큰 다툼이 있기라도 했었나 보다.
‘아으 맞다. 음. 너. 너 임마. 박성구.’
그 때, 만취해서 찡그린 표정으로 성구를 쳐다보다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성구에게로 비틀 비틀 다가가기 시작하는 철수. 성구는 역시 철수가 위협적이지는 않은지 선 자리 그대로 서있다. 그저 다가오는 철수를 바라보며 담배를 들고 있는 팔만 위 아래로 움직일 뿐.
‘느어 이 미친 새끼야.’
‘어이쿠? 술 좀 잡쉈나보네'
‘뭐 이 미친 새끼야. 느이. 니가 뭔데 내 아들한테 색연필. 거딴 걸 사주냐 앙? 이 미친 놈아’
툭- 툭
‘어이.’
잔뜩 풀린 눈으로 악에 받친 욕을 뱉으며 성구의 어깨를 툭 툭 건드리는 철수. 성구는 냉소적인 눈빛으로 살짝 입을 벌리곤 철수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잇는다.
‘선 넘지 마셔.’
‘쯧쯧쯧쯧. 한심한 스애끼.’
찌릿-
결국 술에 만취한 철수와 더 이야기를 이어갈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성구. 말도 안통하는데 말을 섞어봤자 괜한 화만 쌓이지. 결국 성구는 경멸의 표정으로 철수를 쳐다보다가는 뒤를 돌아 대문을 쾅 닫고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끼이익- 쿵!!!
성구에게 철저히 개무시를 당하자 술에 취한 와중에 몹시 기분이 나쁜 듯한 철수. 철수는 굳게 닫힌 성구의 대문 앞에 서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한심허ㄱ 마흔 다섯 쳐먹도로옥 장가도 못간 새.끼그아아!! 한심한 스애끼. 너 시발 내 아들한테 신경 꺼이 새꺄!!’
집으로 들어온 성구.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시비를 못걸어 안달일까. 성구는 한 손에 들고나간 라이터와 담배곽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활짝 열린 창 문 밖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듣기 싫은 철수의 목소리. 성구는 곧바로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닫는다.
철수의 집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작은 집 안. 그래도 싱글인 성구에게는 그리 부족함 없는 크기다. 오래된 집이라 다소 허름한 구석은 있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게 관리를 해온 덕에 철수의 집 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고 포근한 분위기가 감싸는 성구의 집.
털썩-
‘으하..’
그렇게 전등 하나가 켜진 방 안에서 침대에 드러눕는 성구. 드러누우며 말려올라간 메리야스 안으로 속살이 매끈한 성구의 배가 드러난다. 빵빵한 뱃살을 덮듯이 올라온 털. 성구가 숨을 쉴 때마다 배가 들썩이고, 누으니까 잠옷바지 위로 더욱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성구의 앞섶. 성구는 한쪽 팔을 이마에 걸친 채 그렇게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다.
철수의 말대로 45살인 성구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사실 십여년 전, 이십대 후반이었던 성구에겐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만난 여자친구도 있었고, 그 여자친구와 결혼을 꿈꾸기도 했었다. 허나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인해 그녀와는 사이가 틀어져버렸다.
그리고 십여년이 지난 지금. 그 동안 여자를 한 번도 안만난 건 아니지만 짧으면 한 달, 길어봐야 일 년 정도 스쳐갔던 전 여자친구들.
그 중 결혼을 할 만한 상대라고 생각했을 땐, 첫 여자친구만 떠오를 뿐이다. 그마저도 가장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순수하고 속 편한 관계를 그 이후로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사랑은 꽤나 계산적이니까. 그리고 왠지 모르게 첫 연애 이후 연애 자체에 굉장히 방어적이었던 성구니까.
‘이철수 개.새끼.. 어후.’
뒤척-
괜히 조롱하듯 막말을 뱉는 철수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해진 걸까. 성구는 한번 크게 얼굴을 문지르더니 침대에서 큰 덩치의 몸을 돌아눕는다. 그리곤, 손을 뻗어 침대 옆 놓여진 액자 하나를 잡아드는 성구. 성구는 액자에 쌓여있던 먼지를 엄지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액자 속 사진을 누운 채 빤히 쳐다본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 그 옆으로 지금보다 훨씬 살이 없고 젊은 성구의 볼을 늘리고 있는 여성. 성구는 지금처럼 듬직한 인상으로 살짝 얼굴을 찡그린 채 여성을 귀엽게 째려보고 있다.
보기만 해도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사진. 성구는 다소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사진을 바라본다. 먼지를 닦던 엄지손가락으로 여성의 얼굴을 문지르기도 하는 성구. 그렇게 성구는 한참동안 사진을 보며 두 눈을 꿈뻑이고 있었다.
드르러러엉- 푸후우-
오늘따라 더 거센 아버지 철수의 코골이. 아버지에게 성구 아저씨가 준 그림 노트를 빼앗긴 후, 노트는 아버지가 갖다 버린 건지 보이질 않는다. 허나 오늘 또 다시 아버지가 잠든 이 밤, 몰래 방 안에서 홀로 신문지 빈 공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현동. 현동은 그림을 그릴 때 그 어느 때보다도 눈빛이 또렷해보인다.
물론 그림의 대상이 성구 아저씨라서 더 그렇겠지만 말이다. 사실 현동은 지난 번 아버지에게 손찌검까지 당하고 그림 노트를 압수당했던 그 날. 우연히 마주친 성구 아저씨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원래 아저씨를 볼 때마다 터질 듯한 심장 박동에 정신을 못차리는 현동이긴 하지만, 그 날 만큼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날 성구 아저씨가 메고 있던 넥타이. 매일 같이 성구 아저씨를 기다리기에 아저씨가 갖고 있는 넥타이는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현동인데, 그 초록색 빗금 무늬 넥타이는 처음보는 것이었다. 새로 산 거겠지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토록 놀라운 이유는 그 넥타이가 전 날 밤, 현동이 상상하며 그렸던 넥타이와 똑같은 디자인이었다는 것.
처음으로 아저씨와 운명적인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이 느껴졌던 그 순간. 그 감정이 놀라운 만큼 너무나도 짜릿하고 행복했다. 그래서 현동은 한 번 더 자신의 운명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졌다.
이번엔 빨간색 넥타이로. 신문지 빈 공간에다가 그려도 그저 멋있는 성구 아저씨를 먼저 그린 뒤 아저씨의 듬직한 가슴에 빨간 넥타이를 메어주는 현동. 사실 색연필을 아버지가 죄다 부셔버려서 그나마 갖고 있는 빨간 펜이 유일한 색깔 펜이다.
색칠이 완성되어 갈수록 현동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제발 내일 아저씨가 빨간 넥타이를 메고 나타나주기를.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오는 현동. 더 많은 것은 바랄 수도,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내일만. 빨간색 넥타이.
검다.
‘어. 꿀꿀이.’
다음 날, 퇴근 시간. 빨간색은 무슨, 어림도 없다. 검은색 넥타이를 메고 나타난 성구 아저씨. 처음으로 성구를 보고 실망감이 역력한 표정을 드러내는 현동.
‘?’
‘안녕하세요.’
혹시나 내가 그린 그림대로 아저씨가 넥타이를 메고 나타나는 그런 요술이 있는 건 아닐까. 다소 유치하고도 꿈만 같은 기대를 했던 현동. 허나 그럼 그렇지. 내가 요술쟁이도 아니고.
표정이 평소와는 다른 현동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영문을 몰라하는 성구. 현동은 그제서야 슈퍼 의자에서 일어나며 꾸벅 성구에게 인사를 하며 힐끔 아저씨를 다시 훑는다. 오늘따라 더 눈에 들어오는 아저씨의 정장 입은 굵은 허벅지. 어른의 모습인 아저씨의 불룩 튀어나온 앞섶은 차마 눈에 담을 수도 없다. 그렇게 이어지는 성구의 목소리.
‘아저씨 오늘은 장례식 갔다 오느라고 늦었는데. 지금까지 앉아있네. 아버지 또 안오셨구만’
‘네. 오늘 또 술드시고 늦게 오실 거에요’
‘꿀꿀이 저녁은’
‘고모 왔다가서 집에 반찬 있어요’
‘그래. 응.'
사실 현동도 아버지 철수와 성구 아저씨의 사이가 몹시 안좋다는 걸 알고 있다. 아버지가 술만 취하면 그렇게 동네방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주사가 있는데, 성구 아저씨와 몇번이고 다투는 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지.
성구 아저씨를 매일 기다리며 괜히 말 한마디라도 붙여본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되면 어떤 꼴을 당할 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더 자신을 챙겨주려하는 성구 아저씨의 호의에 다소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현동.
사실 오늘은 자신의 바람대로 빨간 넥타이를 메고 나타나지 않은 성구 아저씨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만큼 현동은 성구 아저씨를 좋아한다. 하루종일 자신과 아저씨가 어떠한 허무맹랑한 바람으로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상상과 기대를 엄청 했나 보다.
결국 오늘따라 더 미적지근하고 소극적인 현동의 반응에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성구 아저씨. 현동은 또 다시 그런 아저씨의 펑퍼짐한 엉덩이에 듬직한 뒷모습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덜컥-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성구. 머리에 수건을 걸친 채 나오는 성구의 알몸에 미처 닦지 못한 물기들이 남아있다. 바닥에 허물 벗듯 벗어놓은 팬티를 발가락에 끼고는 빨래 바구니를 향해 던지듯 발을 들어올리는 성구. 성구의 굵직한 허벅지 사이로 음모 가득한 불알이 덜렁거린다.
집에 혼자 사니 이렇게 샤워를 마치고는 물기를 말릴 겸 한참동안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성구. 옷을 입었을 때도 그 풍채가 드러나긴 하지만, 발가벗고 있으니 더욱 육덕진 살집이 눈에 띈다. 짧고 굵은 팔 다리에 비해 두툼하고 넓은 상체. 어느정도 근육이 잡혀있긴 하지만 살이 많이 붙어 현실적으로 살짝은 쳐진 젖가슴조차도 섹시하다. 배까지 올라온 털이 눈에 띄지만, 팔 다리에는 그리 털이 많지는 않다. 얼굴에 비해선 전체적으로 뽀얀 속살. 벗은 몸매가 역시나 퉁퉁하다.
몹시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해서인가 살짝은 숨을 헐떡이고 있는 성구. 두 다리를 엉거주춤 구부려서는 가랑이를 수건으로 털어낸다. 조금 거뭇하게 쪼그라 들어있던 꼬추가 덜렁이고, 그 자세로 장롱까지 걸어가 팬티를 꺼내 입는 성구. 딱 달라붙는 삼각 팬티가 성구의 푸짐한 엉덩이를 가득 감싸며 들어올린다.
이어 냉장고에 넣어놨던 국을 꺼내 가스레인지에 올리고는 끓이기 시작하는 성구. 배를 잔뜩 내민 채 부지런히 움직이며 퇴근하며 의자에 널어놓았던 정장을 장롱에 걸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현관 옆에 놓아둔 출퇴근용 서류가방을 여는 성구. 그와 동시에 성구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서류가방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서류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성구. 성구의 손에 잡힌 빨간 넥타이가 긴 꼬리를 딸랑대며 딸려 올라온다.
‘어. 갔다가 지금 막 왔어. 그러게, 무슨 일이냐 갑자기.’
성구는 퇴근하고 벗으며 의자에 널어놓은 메고온 검은 넥타이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빨간 넥타이를 들고 장롱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잇는다.
‘그러게. 시간되면 술이나 한 잔 해야지. 응. 괜찮다고는 하는데. 새끼가 친구들 앞이라고 존심 세우는 거지. 아버님 돌아가신 건데. 후우. 씁'
그렇게 통화를 하는 성구는 빨간 넥타이를 장롱에 걸고서는 한번 손으로 다리기라도 하는 듯 습관처럼 넥타이를 쫙 펴내고 계속 말을 잇는다.
‘그래. 알겠다. 내가 내일 넥타이 갔다 줄게. 너네 사무실 앞에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 하필이면 내가 오늘 시뻘건 넥타이를 메고 출근해가지고. 급하게 빌렸지. 고맙다.’
쿵-
‘어 그래. 응.’
뚝-
장롱을 닫고 동시에 전화도 자연스레 끊는 성구. 원래 일정에 없던 장례식이었는데, 친구에게 급한 연락이 와서 성구는 근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다른 친구에게 검은 넥타이를 빌렸다.
보글보글-
어느새 들려오는 국 끓는 소리. 성구는 다시 부엌으로 다가가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 따위를 꺼내곤 냄비 뚜껑을 열어 국의 간을 본다. 달쿼졌지만 짜진 않네. 고개를 끄덕이며 냄비를 식탁으로 옮기는 성구.
‘...음?’
그렇게 밥을 푸다가는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는 성구. 성구가 밥그릇을 홀로 차린 식탁에 올려놓고는 또 다시 장롱이 있는 방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활짝-
그리곤 장롱의 문을 한번 더 열어보는 성구. 성구가 여전히도 고개를 갸웃하며 방금 걸어둔 빨간 넥타이를 문지르며 만져본다.
'?'
두 눈은 찡그린채 입술을 삐쭉 내밀고, 마치 이게 어디서 난 넥타이인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 듯하다는 뜬금없는 표정을 짓는 성구. 나에게 이런 넥타이가 있었나. 본인이 분명 오늘 메고 간 넥타이인데도 머릿 속이 새하얗다.
그렇게 얼굴을 긁적이며 괜히 몹시 낯선 빨간 넥타이를 빤히 바라보다가는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오는 성구. 얼른 밥 먹고 일찍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성구는 장롱의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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