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지존의 도,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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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와 산으로 달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현랑'. 부유한 상인 가문의 둘째 아들이다. 평소 남자들과의 문란한 행위로 이름이 높았던 그는 생애 처음으로 삶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산림의 도적떼가 그의 가문을 급습한 것이다. 모든 식솔이 죽고 오직 자신만이 살아남아, 불타는 집의 숨겨진 창고에서 숨죽이다가 모든 도적들이 떠난 뒤에야 그곳에서 나와 정처 없이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헉.. 허억.."
흡사 야수와도 같이 거칠어진 숨. 달빛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극히 야성적이다. 수련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몸, 달빛과 어울리는 수려한 외모, 그리고 갈기갈기 찢긴 옷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몸에 어울리지 않는 굵고 무성한 털들. 남성미와 여성미가 고루 갖춰진 모양새다. 한참을 헉헉대며 내달리던 그는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땅바닥에 엎어져 숨을 할딱이기 시작한다.
"학.. 하악.."
그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표국, 방파와 협력하며 물류를 움직이는 거대한 가문이 하루 아침에 몰락할 수 있었다는 것을.
'무림이.. 우릴 보호해 주는 것 아니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는 지금의 비가 자신의 상황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허탈하게 실실 웃는다.
철벅.. 철벅..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를 향해 걸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 도적이 추격해 온 건가? 내 운명도 여기까지인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다가오는 걸음 속에 죽음을 직감하며.
짹.. 짹..
감은 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눈을 뜬다. 햇살이다. 왜 햇살이 떠 있는 거지?
"깨어났어요?"
햇살 사이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싱그러운 얼굴의 남자가 푸근한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옷차림새가 무척 좋다.
'누구지? 산적은 아닌데..'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저는 무영당 소속 강하 라고 합니다."
"앗..!!"
무영당이란다. 대륙의 정보란 정보를 모두 모으는 것이 목적인 자들. 무영당의 당주는 정파 사파를 가리지 않고 존경과 경외를 받는다. 심지어 황제조차 존중한다고..
"반갑습니다! 저는.. 이한이라고 해요!!"
"저는.. 저희 집에서 혼자 살아 남은 현랑이라고 합니다."
"큰일 나실 뻔 했어요. 저희 당의 약을 곳곳에 바르느라 힘들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와 온정의 마음이 잠시 들지만, 그 마음은 급격히 식어간다.
'난 이제 갈 곳이 없어..'
침울해지는 마음. 그때 그가 내게 말한다.
"괜찮으시면 이곳에 머무르셔도 돼요. 방은 많으니까요."
여전히 싱그럽게 웃으며 하는 말.
"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속으로 의심하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거짓이 없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다가 용기를 내어 그의 얼굴을 본다. 약간 설레는 마음. 난생 처음으로 다른 남자를 경외해 본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할게요!"
그러면서 급히 일어나려는 나. 그러자 전신에서 욱신거리는 감각이 느껴진다.
"아얏..!"
"하하, 인사는 괜찮습니다! 일이 꽤 많을 거예요."
"네..! 그 정도야 당연하죠."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난 속으로 감사와 환희를 느낀다.
"밥 가져 올게요. 좀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나가는 그.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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