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황석호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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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여름이 가고 2학기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석호에게 부탁을 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매일 샤워를 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였다.
“석호야, 너 목요일 오후에 수업 없지?”
“응. 왜?”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자고.”
“어디?”
“병원에.... 혼자는 무서워서 못 가겠어.”
나는 석호와 함께 비뇨기과에 가서 포경수술을 했다. 아~ 씨.발.... 지금도 그 처참했던 피바다의 현장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일생에서 후회되는 것 중에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다. 아무튼 자지에 칭칭 붕대를 감고 석호와 병원을 빠져나오는데 석호가 바로 나에게 겁을 줬다.
“너 지금은 괜찮을 건데, 나중에 마취 풀리면 존.나 아파.”
나는 진통제가 들어있는 약봉지를 흔들며 석호에게 부탁했다.
“민구랑 철우한테는 비밀.”
“맨입에?”
“씨.발.... 뭐 먹고 싶어? 다 사줄게.”
내가 붕대를 갈고, 실밥을 푸는 날에도 석호는 나를 따라왔다. 녹는 실이라고 해도 조금 남은 게 있어서 의사가 실밥을 몇 개 뽑았다. 오랜만에 남자의 손길이 닿으니 내 자지는 팽팽하게 발기가 되었다. 의사가 풋 하고 웃으며 나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오늘부터 목욕은 해도 되는데, 일주일 정도 섹스는 하지 마.”
대뜸 반말이라 기분이 나빴지만 참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의사에게 물었다.
“자위는....”
의사는 나를 비웃듯이 한 마디를 던졌다.
“딸딸이도 당분간 안 치는 게 좋지.... 너 나한테 잘 온 거야. 내가 이쁘게 잘 하거던.... 혹시 나중에 자지 키울 일 생기면 나한테 와. 그때도 잘 해줄게.”
마음속으로 씨.발새끼 라고 욕을 했다. 내 자지가 작은 것을 놀리는 것 같아서였다. 내가 평생을 마짜로 살지언정 너한테 다시 올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역시 마음속으로 말했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석호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
“영기야, 나랑 목욕 가자. 이제 쪽팔리는 거 없으니까 기념으로 가야지. 자지에 때 낀 것도 씻고....”
나는 그날 석호에게 처음으로 내 자지를 보여줬다. 석호는 무심한 얼굴로 한 번 슥 보고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2주인가 3주인가 뒤에 한 번 더 내 자지를 봤다. 석호가 곡 작업을 하느라 차를 놓쳐 내 자취방에서 자던 날이었다.
“너 수술한 데 안 아파?”
“응. 아플 게 뭐가 있어?”
“너는 잘 됐나 보네.... 나는 발기하면 좀 땡기는데....”
석호는 불쑥 팬티를 내리고 자지를 쓰다듬었다. 얼마 있지 않아 팽팽하게 발기가 되었다. 석호의 발기된 자지를 온전하게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장씨 아저씨만큼은 아니었으나 버금 갈 만큼 컸다. 빨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끝까지 참았다. 내 자지는 만지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발기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석호의 발기된 자지를 보는데 내 자지가 서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남자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의사 새끼가 너무 많이 잘랐는지 발기하면 이렇게 팽팽해. 딸딸이 칠 때도 불편하고.... 넌 어떤지 한 번 보자.”
내가 팬티를 내리자 석호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피식 웃었다.
“씨.발.... 너 지금 내 자지 작다고 비웃은 거지?”
“아냐 아냐.... 이쁘게 잘 됐네.”
석호는 내 자지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평가를 했다. 그리고 자위를 하듯 내 자지를 어루만졌다. 석호의 손길에 자지가 더 불끈거렸다.
“너는 발기를 해도 껍질이 여유가 있어서 좀 움직이잖아. 나는 팽팽해서 안 돼.”
진짜 그랬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석호가 내 자지를 잡고 그랬던 것처럼 나도 석호의 커다란 자지를 잡고 자위를 하듯 어루만졌다. 껍질이 거의 딸려오지 않았다. 석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하면 아파.... 의사 씨.발새끼 존.나 짜증나.... 근데 넌 진짜 이쁘게 잘 됐네. 씨.발.... 얼굴도 잘생긴 게 자지까지 이뻐....”
석호가 내리는 좋은 평가를 듣고, 내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 마음속으로 욕한 것을 다시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석호에게 내 마음을 감춰야 했으므로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석호에게 씨부려댔다.
“나 이제 우리과 애들 다 따먹을 거야. 내 조ㅈ 빨게 하고, 보지에도 존.나 쑤실 거야. 보짓물도 쪽쪽 다 빨아 먹어야 되겠어.... 잘 대주는 년 있으면 너한테도 줄게.... 너도 왕자지를 오줌만 누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잖아. 다른 용도로도 기능을 발휘해야지....”
“필요 없어. 나 이제 오줌 누는 용도로만 안 써.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진짜? 와~ 황석호 드디어 아다가 깨졌구나? 존.나 좋지? 딸딸이 치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진짜 그렇더라. 씨.발 나 좋아서 죽는 줄 알았어. 별것도 아니던데 지금까지 왜 안 하고 있었는지 후회돼 죽겠어.... 이제 존.나 따먹고 다닐 거야.”
그렇게 한여름엔 팬티만 입고 열심히 연습을 했건만 우리는 모든 가요제 예심에서 다 떨어졌다. 그해 대학가요제에 나온 김동률을 보며 우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석호도 씨.발 한 마디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좀 달랐다. 가을 축제 때 우리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고, 봄 축제에서처럼 신나게 공연을 했다. 석호는 전제 조건이 없었음에도 민중가요 두 곡을 섞어 공연을 했다. 한 곡은 내가 부르고, 석호도 한 곡을 불렀다.
그해 총학생회와 단과대 선거의 유세에도 참여를 했다. 조심스레 참여 의사를 물어온 총학생회 간부에게 석호는 쿨하게 오케이를 했다. 독단과 독선의 아이콘, 석호의 결정이라 나머지 우리도 무조건 따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이유를 물었다. 석호의 대답은 간단했다. 우리도 바로 인정을 했다.
“무대 만들어 준 사람인데 의리는 지켜야지. 그리고.... 우리를 원하는 무대가 있으면 가야 되는 거 아냐?”
우리는 네 곳의 유세 현장에 참여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세 곳이었다. 내가 속한 인문대, 석호의 공대, 민구와 철우의 자연대였다.
무대에 서기 전 석호랑 둘만 있을 때 내가 넌지시 물었다. 민구랑 철우가 그러던데로 시작한 질문이었다.
“그때 출범식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안 갔으면서 왜 지금은 가는 거야?”
“그때도 나는 갈라고 그랬어. 선배들이 못 가게 한 거야. 동아리 전통이라고.... 니가 생각해도 웃기지? 지들이 싫은 걸 후배들한테 전통이라고 강요하고.... 쟤네들이 운동이랍시고 난리를 쳐주니까 이 나라가 이 만큼이나마 돌아가고, 우리 등록금도 깎이는 거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서 힘 실어 주면 서로 좋은 거 아냐?”
우리에게 처음 섭외가 왔을 때는 우리도 민중가요 몇 곡 불러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운동권 선거 유세에 어울리는 노래는 민중가요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대에서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불렀다.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우리에게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석호 플라이의 공연은 우리도 정말 신나게 봤습니다. 정태춘 노래들이랑 난 알아요는 정말 압권이었어요. 원래 하던 대로 공연해 주세요. 저희랑 같이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고마운 걸요. 학우들이 석호 플라이 공연 보러 유세장에 와주시면 저희도 좋은 거구요.”
이를테면 소위 일반학우들을 겨냥한 선거 유세 전략이었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외연 확장인 셈이었다. 경직되지 않은 사고의 유연성에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정태춘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해서 선곡을 하기에도 좋았다. 노래는 석호와 내가 반씩 나눠 불렀는데, 인문대 선거유세에서는 조금 달랐다.
“인문대 공연은 여학생들이 훨씬 많은데 영기가 전면에 딱 나서줘야 하는 거 아냐?
민구의 문제 제기에 철우가 바로 동조를 했다.
“맞아 맞아, 영기가 센터에 딱 서면 진짜 반응 장난 아닐 거야.”
석호가 바로 반발을 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밴드에서 기타가 메인이야....”
민구와 철우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석호를 압박했다. 나도 민구와 철우의 주장에 동조를 해서 한 마디를 던졌다.
“내가 중앙에서 노래 부르면 여학생들이 방방 뛸 거 아냐. 그게 바로 공연의 질을 높이는 거야.”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나의 수준 높은 말을 공대생 석호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반복해서 이야기를 했다.
“질을 높이는 거라고....”
별 반응이 없는 친구들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와~ 진짜 이과 애들이랑 못 놀겠네.... 질 말이야 질. 여학생들이 방방 뛰면 질도 올라간다고....”
민구와 철우도 그제야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렸고, 나의 질 높은 발언에 힘입어 석호를 더욱 압박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게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석호를 놀리는 재미였다.
“그렇게 하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인 석호를 보고 우리가 더 놀랐다.
“그게 서로에게 다 좋은 일인 거 같아. 그럼 인문대 유세는 영기 니가 가운데 서서 다 불러. 나는 뒤에 빠져 있을게.”
노래패 공연과 함께 어우러진 우리 밴드의 공연은 선거 유세라기보다 문화 축제의 현장 같았다. 내가 속한 인문대 유세을 앞두고서, 우리과 여학생들에게 내가 메인 보컬로 공연을 한다는 것을 알렸다. 여자인 척 하며 여자인 것을 무기로 삼는 년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내 처지이긴 했으나 그것은 잘난 척 하는 몇몇의 여자들에게 국한된 일이었으니, 후배들이 대부분인 우리과 여학생들이 유세장을 많이 찾아왔다. 응원하는 판때기를 흔들고, 내 이름이 적힌 현수막도 앞에 걸렸다. 내가 학생회장 후보로 나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가 무대에 올라가 케이블을 연결하고 세팅을 하고 있을 때부터 무대 아래에서 내 이름이 연호되었다. 다른 과는 모르겠지만 우리과 여학생들 대부분이 서태지와 아이들 빠순이였고, 개중에는 직접 공연을 보러 쫒아 다닌 열성 빠순이도 있었기에 처음부터 분위기를 잘 띄웠다. 내가 부탁을 한 것도 있고, 자발적인 것도 있었다.
“이영기, 이영기, 국어국문 이영기.”
내가 세팅을 하다가 손을 한 번 흔들어주자 무대 밑에서는 또 난리가 났다.
“이영기, 이영기, 미스국문 이영기.”
앰프를 조정하는 나에게 민구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와~ 씨.발 존.나 기분 좋아. 영기야, 우리 잘하자.”
나는 민구에게 엄지와 검지를 이어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세팅을 마치고 무대 중앙 마이크 앞에 서자 다시 한 번 환호성이 터졌다. 나는 검지를 세워 입술에 갖다 댔다가 손가락을 몇 번 까딱까딱 흔들었다. 다시 한 바탕 함성이 터진 뒤, 삽시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차인표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뜨기 전에 나는 벌써 손가락 하나로 여심을 흔든 셈이었다.
첫 곡은 조용하고 장중한 노래, ‘마른 잎 다시 살아나’였다. 제법 엄숙한 분위기에도 밴드의 이름과 내 이름이 적힌 판때기가 박자에 맞춰 은은하게 흔들리다 노래가 끝났을 때는 환호성과 함께 마구 흔들렸다.
노래를 마치고 간단히 멤버를 소개했다. 우리만의 공연이 아니고 선거 유세였으니 솔로 연주는 없었다.
“공연의 질은 여러분들이 높이는 겁니다. 모두 일어나 주세요.”
드문드문 일어나려는 모습이 보였으나 분위기가 뒤쪽에 앉은 사람들 몇 사람뿐이었다.
“그럼 제가 여러분 모두를 일으켜 드리겠습니다. 철우야~~ 가자~~~!!”
철우가 건반으로 전주를 시작하고 나는 바로 노래를 불렀다.
♬ 어두웠던 밤 지나 새벽이 얼어붙은 땅 녹아 새싹이 케케묵은 낡은 틀 싹둑 잘라버리고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 ♬
내 의도대로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하다가 2절에 다시 ‘딸들아 일어나라’라고 했을 때는 모두가 다 일어났다. 노래를 마치고 멘트를 날렸다.
“공연의 질이 한껏 올라가네요. 그럼 우리 석호 플라이와 함께 날면서 질을 더 높여 볼까요. 자~ 뛰어~~~~~”
내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몇 번을 뛰자 무대 아래에서도 나처럼 뛰기 시작했다. 민구의 드럼과 철우의 건반을 시작으로 다음 곡이 이어졌다. 신나는 전주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노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었다. 전주부터 방방 뛰기에 딱 알맞은 노래였다. 노래의 구성이 나름 극적이어서 앞부분과 후렴부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니 간주와 후렴 부분이 나올 때는 더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2절의 특정 부분은 내가 나름 준비를 한 것이 있어서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 ....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 다시 볼 수 없는 것 알아요 후회 없어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 ♬
나는 입을 딱 닫았다. 하지만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무대 아래에서였다. 모두가 방방 뛰며 질을 높이면서 외쳤다.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여자들만의 톤이 높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도한 것이긴 하지만 남자를 좋아하는 나는 생각보다 별로여서 내가 다시 이어 불렀다.
♬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
멘트 없이 분위기를 살려 다음 곡으로 바로 달렸다. 앵콜이 없는 것으로 합의를 봤기 때문에 마지막 곡이었다. 처음 건반 전주만 듣고도 어떤 노래인지 알아차린 관객들은 바로 소리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전주에 베이스 라인을 깔 수 있어서 나에게 딱 좋은 노래였다. 굳이 롹으로 편곡하지 않아도 신이 나는 노래였기에 반응도 좋을 것 같아 내가 선곡을 한 것이었다. 철우를 띄워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나는 최대한 귀엽게 부르기 위해 노력을 했다.
♬ 한결 같은 너희들의 정성이 우리에겐 너무 커다란 힘이 되었지.... ♬
정말 큰 환호성이 터졌다. 역시 서태지였다. 나는 서태지의 인기를 뒤집어쓰고 무대 위에서 여학생 관객들에게 재롱을 피웠다. 랩 파트는 지난번처럼 철우가 맡았는데, 환호성은 줄지 않고 철우와 함께 때창 아니 때랩을 했다.
마지막 후렴 부분을 앞둔 간주 부분에서 민구의 드럼 반주에 맞춰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귀여운 몸짓을 하며, 슬랩 주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갖 테크닉을 다 구사해 줄을 뜯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내 바로 다음에 석호가 탁월한 솜씨로 화려하게 기타 리프를 이어갔다. 그런데 환호성이 많이 죽었다. 하지만 철우가 랩을 시작했을 때 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여세를 몰아 나는 또 귀여운 척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 .... 함께 기뻐하고 모두 다 같이 울고 서로를 걱정했던 우리들만의 추억들. 우린 약하지 않아 어린애가 아니야 마음을 서로 합하면 모두 해낼 수 있어. 난 더 잘하겠어 우리 모두를 위해.... ♬
내가 서태지의 노래들 중에 굳이 이 노래를 선택한 건, 밴드 멤버 모두가 함께 모여 합주를 하는 추억을 되살리고, 앞으로 진짜 내가 더 잘하겠다는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관객들의 예상되는 반응은 그 다음이었다. 석호를 비롯해 민구와 철우를 향한 내 마음을 담아 마지막으로 외쳤다.
♬ .... 영원토록 너희들을 사랑할 거야~~~~~~ ♬
박수와 환호성을 들으며 마지막 인사의 멘트를 날렸다.
“우리 후보에게 꼭 투표해 주시구요, 지금까지 석호 플라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내가 안녕~ 하면서 손을 흔들고 앰프로 가서 케이블을 뽑으려 하는데, 무대 아래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나를 정말 떠나가나요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나는 지금 울잖아요....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나를 정말 떠나가나요....”
앵콜 요청은 받지 않기로 했고, 또 총학생회랑 다른 단과대 유세에서도 앵콜곡을 부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앵콜 요청을 무시했다. 하지만 노래는 계속이어지다 석호와 내가 악기를 챙기기도 전에 바뀐 노래가 터져 나왔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주렴....”
참모를 맡은 학우도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 곡 더 부르라고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 석호와 나는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왔다. 개똥벌레에서 다시 난 알아요로 노래가 바뀌었다. 일종의 신청곡인 셈이었다. 석호와 나는 눈짓을 교환하고 자리를 바꿨다. 난 알아요는 석호가 불러야 제맛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대 아래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과 여학생들이었다.
“이영기, 이영기, 저팔계 말고 이영기”
한 번 터진 소리는 모두의 함성이 되어 무대 위로 되돌아왔다. 나는 석호에게 중앙 마이크에 서서 노래를 하라고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석호는 자리에서 물러나 나에게로 왔다.
“니가 해. 내가 했다가는 돌 날라 오겠다.”
석호의 배려로 내가 난 알아요를 불렀다. 봄 축제 공연을 끝으로 한 번도 맞춰보지 않은 것이었지만 워낙에 많이 맞춰 봤던 터라 그냥 연주가 바로 터져 나왔다. 전주가 나갈 때 무대 아래서는 또 알아서들 방방 뛰면서 질을 높였고,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회장 후보는 자켓까지 벗어 던지고 무대 위로 난입해 회오리춤을 췄다. 권위와 체면을 벗어던진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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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글로 잘 표현을 하실 수가 있을까요
짱^^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