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5) 하사 듀칸 – 10번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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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5) 하사 듀칸 – 10번 구역
10번 부대 그곳의 끝, 괴수들이 출몰하는 갯벌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 열우와 대원들이 모여있다.
그곳은 새하얀 등대가 언제나 사방을 비추며 괴수들을 감시하는 장소였다.
열우는 등대 앞에 섰다.
“흠,”
오늘따라 유난히도 안개가 짙군, 그리고 저건,
열우는 안개 너머의 그곳을 보자마자 활을 당겨 올렸다.
“온다!! 다들 준비!!!”
백여 명의 초인들은 두 눈을 부라린 채 소리치는 열우의 모습에 각자 힘을 끌어 올린 채 자신들의 대장과 같은 방향을 노려봤다.
“하나, 둘, -,셋!! 쏴라!!!”
‘피슝! 슈아악! 팡! 푸항!!’
다양한 소리들이 울리며, 여러 가지의 힘과 색상을 가진 투사체들이 안개 너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쾅! 쾅!쾅! 콰앙!’
“음, 이거 참, 귀찮은 게 왔군, 어이!! 경고 울려라!! 뱀 새끼가 직접 행차하셨다!!!”
안개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에 등대의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신력 571년 4월 말, 듀칸과 열우의 계약이 하루도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 ⦁ ⦁
‘쾅! 콰앙!’
바다뱀 왕을 향해 사방에서 포탄과 능력들이 쏟아부어 졌다.
{크크크! 인간 놈들! 그따위 공격이 나에게 통할 거 같으냐!!}
거대한 바다뱀 왕은 인간들을 비웃으며 독을 내뿜었다.
[죽어라!!]
‘샤-아아아!!’
“끄악!”
“허억! 도, 도망쳐!!”
한껏 모여서 바다뱀 왕을 향해 공격을 일삼던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크악!”
“끄으!!”
하지만 몇몇은 공기 중에 퍼져가는 독을 피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어갔다.
“불!! 불을 써라!!”
열우가 소리치며 붉은 화살촉을 지닌 화살을 쏘아냈다.
‘쾅!’
{끄으! 네놈!!! 거슬리는 놈!! 이번에야말로 네놈을 죽이겠다!!}
열우가 쏘아낸 화살은 폭발하며 커다란 불길을 만들어냈다.
‘치이-이!’
거대한 불꽃이 일렁거리며 독기를 제거해나갔다.
“음,”
듀간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불은 말고, 다른 걸 써야겠는데? 아! 돈만 더 있었더라면!”
돈만 더 있었더라면 자신의 병대(兵隊)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굴려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부서져도 고치지만 하면 다시 움직이는 불사(不死)의 강철(鋼鐵) 부대를!
“아아, 재료 하나만 더 있었으면 완성이었는데,”
그는 아쉬운 대로 제 주술을 사용했다.
“일단, 골렘들이나 만들어 둘까,”
질척한 땅바닥에 어울리는 골렘을,
듀칸은 주문을 중얼거렸다.
“기(己), 전원토(田園土), 일어나라 땅의 시종이여,”
‘우웅!’
18번 지대에서 불러냈던 자그마한 숫자가 아니었다.
거대한 마력이 듀칸의 몸에서 꿈틀거렸다.
{응? 이건?}
그것은 바다뱀 왕조차 관심을 가질 정도의 거대하고 세밀한 움직임이었다.
‘피슝! 콰앙!’
{크윽!}
화살 하나가 그의 몸통에 박혀 들어갔다.
{네놈!!}
이곳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보호막을 꿰뚫을 정도의 힘을 가진 유일한 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방진 놈! 감히! 왕인 나를 그따위로 올려다보느냐!!}
“지랄한다, 미물(微物) 주제에,”
‘쿠구구구!!’
거대한 기파(氣波)가 두 괴물들 사이에서 내뿜어졌다.
‘파직! 파지직!’
“크윽!”
“이런, 모두 저 주변에는 가지 마! 죽는다!”
그때, 진흙 속에서 2M 크기의 진흙 골렘들이 몸을 일으켰다.
“오오?”
“우와! 이거, 그 녀석이겠지?”
병사들과 초인(超人)들은 화색을 띠며 듀칸을 찾아 헤맸다.
“후-, 빡쌘 거,”
듀칸을 허리를 펴며 피곤함에 얼굴을 찡그렸다.
“뭐야, 요 쪼매난 놈들은,”
“어, 밴 형님, 오셨습니까?”
듀칸의 주위로 두 마리의 골렘이 서 있었다.
“얌마, 내가 너랑 같은 팀인 이유는 니가 집중할 때 조금이라도 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라고,”
‘툭!!’
“아, 하하!”
그는 살살 쳤다 생각하겠지만 듀칸에게는 아니었다.
“으윽, 형님, 아프다고요,”
2M에 달하는 그의 육체는 가히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에잉, 덩치도 커다란 게, 이 근육은 물이냐? 응? 물이냐?”
그는 움푹 들어간 황금색 눈, 날카로운 콧대, 짧지만 황금빛의 머리카락이 늦은 밤 번뜩였다.
“하하, 너무 거친 거 아닙니까? 형님, 그러니까 여자가 없죠,”
“하-아, 야, 그거 말인데, 차라리 남자를 안을까? 씨1발, 좋다고 덤빌때는 언제고, 내가 벗으면 다들 안색을 바꾸면서 도망친단 말이지, 오크라서 좋다더니만 거지 같은 년들, 아니! 왜 오크 자지가 큰 줄도 모르고 덤비는 거냐고!! 다 알면서 씨1발년들이!! 그러니까, 이제 여자 말고 남자가 땡기네, 들어보니까, 그놈들은 걸1레가 많다며?”
“예?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요, 뭐, 음, 아닌가? 잘 받는 애들 많긴 하죠,”
“그래? 씨1발, 여자 중에 내껄 받고 멀쩡한 년이 없어요. 없어, 엘프는 내 취향이 아니고, 그냥, 나랑 비슷한 덩치를 지닌 일반 남자나 바우(半)는 좀 버티겠지? 한번 만나볼까?”
“음, 네 버티는 사람 많을 겁니다, 좋아서 뒤질려고 들겠지만, 형님한테 맞는 구멍은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뭐, 형님이랑 비슷하진 않고, 저보다 작기는 하지만 180대의 남자들이 확실히 있죠,”
“오? 그래? 그럼 나중에 소개 좀!”
“아니, 있다는 거지, 안다는 건 아닌데요, 아! 저기 몰려온다,”
“하-, 씨1발, 그래? 너는 인기 많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물론 인기는 많지만, 딸기, 아니, 규선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서 말이죠,”
“씨1발,”
벤은 밀려오는 짜증 역정(逆情)을 자신들을 향해 밀려오는 괴수들에게 내뿜었다.
“꺼! 져!!! 으아아아아!!!!”
듀칸은 마력으로 제 귀를 보호했다.
‘우우웅!!’
‘쿠하아아앙!!!!’
공기가 부서질 듯 진동하며 커다란 공기압이 괴수들을 짓누르며 진흙탕이 요동쳤다.
“크에에에!!”
“크허억!”
“아! 야! 할 때는 말하고 하라고!!”
“아오! 귀야! 야!! 니가 그러니까 애인이 없지!!”
주위에서 원성(怨聲)이 쏟아졌다.
“칫, 알아서 잘 막으라고 병1신들이, 응?”
그때, 벤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한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오? 야, 야, 듀칸, 저 놈 이름이 뭐냐?”
“예? 아니, 형님, 좀 바쁘니까, 나중에,”
“아! 좀! 어서!!”
“아-씨, 진짜,”
밀려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듀칸은 벤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
“응?”
그는 듀칸과 벤의 시선을 맞으며 몸을 움찔거렸다.
“아, 철수 원사님요? 저분은 지원 부대 쪽 분이십니다, 음, 오크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치유 능력자라고,”
짙은 눈썹, 네모진 얼굴(각진), 짧은 머리를 살짝 만져 올려놓은 스타일을 가진 그는 벤의 뜨거운 시선에 귀를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아하, 그래?”
그는 입술을 핥으며 아랫도리를 문질렀다.
마치 온몸이 그를 원하는 듯했다. 어서 저놈의 옷을 찢어발기고 그 구멍에 자신의 거근(巨根) 쑤1셔 박으라고 자지가 꿈틀거렸다.
듀칸은 그의 발기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렸다.
“씨이발, 이래서 요즘 오크들이 게이가 되는 경우가 많은 거야, 저기 봐, 딱 봐도 나한테 딱 맞을 구멍이 있잖아?”
“아, 네네, 이제 움직이죠, 안면은 있으니까, 나중에 소개시켜 드릴게요, 제발, 밖에서 세우지 마시고,”
“흐흐, 약속이다?”
“네, 그럼,”
그를 진정시킨 듀칸은 다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영력(靈力)을 끌어올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우웅!’
“임(壬), 대해수(大海水)여 내 영혼에 이끌려라,”
‘우웅! 우웅!’
그에게서 뻗어나는 기운에 다시 대기(大氣)가 진동했다.
{흠? 저놈, 단순히 착각이 아니었나?}
‘쿵! 쿠웅! 콰앙!’
특유의 유연한 몸짓으로 이리저리 몸을 틀어가며 열우의 화살들을 피해 나가던 바다뱀 왕은, 다시 한번 느껴지는 거대한 영력(靈力)에 몸을 움찔댔다.
‘콰앙!’
{크윽!}
하나라도 맞으면 치명상, 아무리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할 힘을 지녔다 하더라도, 열우와의 싸움에서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다뱀 왕은 듀칸의 기운에 정신이 팔려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하! 병1신새끼!! 두 발 째다 병1신아!!”
열우의 화살에 깃든 검은 기운은 바다뱀 왕의 몸에 침투하여 안에서부터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크으으!!! 뭐 하는 거냐!! 범고래 장군! 조가비 장군! 이 쓸모없는 놈들이!! 샤아아아!!}
그는 분노에 가득 찬 노란색의 두 눈을 번뜩이며 열우를 향해 독을 내뿜었다.
{녹아 죽어라!!}
“뭐래, 병1신이,”
열우가 담담한 표정으로 활을 겨누었을 때 그의 앞으로 푸른 빛을 발하는 듀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엇?! 이봐! 사위 위험!”
‘콰가가가가!!’
푸른빛을 발하는 듀칸은 투명한 물을 한껏 뿜어내며 모든 독을 집어삼켰다.
“어? 뭐야, 사위가 아니네? 뭐야, 너는,”
[흐, 흐하하하하하!! 아아, 바깥은 너무나도 좋구나, 좋아,]
대해수(大海水)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10번 지역에 널리 퍼져나갔다.
⦁ ⦁ ⦁
“너는 뭐지?”
[음? 호오, 너는 나와 비슷한 존재구나, 그런데 육체가 있다? 신기하군,]
“씨1발,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그 얼굴을 꿰뚫어주마, 어디서 사위랑 똑같은 얼굴로 지랄이야? 지랄은,”
“엇! 대, 아니, 아버님!”
그런 열우의 뒤로 듀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엉? 뭐야, 우리 사위는 쌍둥이가 아니었는데?”
“하, 하하, 저건 제가 불러낸 근원(根源) 중 하나, 모든 세상의 물의 근원(根源)입니다, 적이 아니에요,”
“흠, 그래?”
열우는 눈을 찌푸려 듀칸과 저 푸른빛을 발하는 놈 사이에 연결된 은색 실을 발견했다.
“이봐, 사위 저건 영 질이 안 좋은데? 영혼을 깎아 먹다니,”
“엇, 하하,”
‘보는 것만으로 알아차리시는 건가? 터무니없군, 정말,’
제 영혼(靈魂)을 꿰뚫어 보는 열우의 시선에 듀칸은 식은땀을 흘렸다.
“대해수(大海水), 계약대로 해야지? 저걸 먹어 치워라,”
듀칸은 바다뱀 왕을 가리켰다.
[흐음? 저걸? 흐-음, 저건 잡아먹기엔 조금 큰데? 이봐, 나와 같은 존재여 네가 조금 도와줬으면 하다만,]
“뭐? 근원(根源)이라더니만 별로 쪽을 못 쓰네?”
“아, 그게,”
[흐흐, 네가 내 계약자를 아끼는 것 같으니 특별히 말해주지, 나를 소환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근원의, 우주의 중심, 그분의 힘을 가져오는 것이나 마찬가지, 저따위의 약한 존재로는 내 힘의 일부조차 발현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겠나,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근원(根源) 중 하나여,]
듀칸은 대해수(大海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지? 아버님이 근원(根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니, 저 녀석이 거짓을 말할 리는 없고, 착각을 했을 리는 더더욱 없을 텐데,’
당황하는 듀칸과 대해수(大海水)와의 사이에서 열우는 얼굴을 구겼다.
‘에이, 씨1발, 저건 확실히 근원(根源)이 맞기는 한데, 저런 걸 또 어떻게 불렀대? 것 참, 재능은 넘치는데, 그릇이 받쳐주질 않으니, 아깝구만, 아까워,’
열우는 생각했다. 확실히, 근원(根源)과 함께라면 왕 하나쯤이야 죽여버리는 것은 가능했다. 아버지의, 창조자의 힘을 가진 존재라면,
“어이, 사위, 네가 어떻게 저걸 불러냈는지, 나중에 나한테 말해주기다? 아, 그리고, 좋은 걸 보여줬으니, 서비스로 특별히 내 힘을 나눠주마, 영혼을 깎아 먹은 건 저걸 유지할 힘이 없어서지? 그치?”
“네? 아, 네,”
와-, 씨, 진짜, 점쟁이신가? 보기만 하면 족족 맞추시네, 무섭다, 무서워, 바람은 꿈에도 못 꾸겠네, 딸기의 촉과 눈이 좋은 건 아버님을 닮아서인가?
듀칸의 생각을 읽지 못한 열우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채 힘을 불어넣었다.
“으엇! 이, 이건,”
그리고 열우는 아예, 계약(契約) 자체를 뺏어버렸다.
“하하, 우리 사위한테는 조금 버거우니 내가 대신 사용해주마, 공(公)은 너한테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응? 호오, 계약을 뺏어버렸군, 좋아, 아주 좋아, 온몸에 힘이 넘쳐나는군, 솔직히 계약자는 다 좋은데 그릇이 너무 작아, 잘됐군, 이제 아무 걱정 없이 힘을 사용할 수 있겠군,]
“어, 어어,”
그때, 바다뱀 왕의 꼬리가 그들을 향해 내려쳐졌다.
‘콰앙!’
{네놈들!! 감히 나를 무시하는 거냐!!!}
“하하하하! 당연하지! 네깟 게 감히,”
[흠, 생각보다 약하군,]
{아, 아니?!}
바다뱀 왕의 일격을 가뿐히 막은 열우는, 마치, 여태까지는 전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열우는 대해수(大海水)를 옆에 끼고는 기고만장한 얼굴로 광오(狂傲)하게 눈앞의 괴수를 비웃었다.
빼앗긴 계약의 흔적을 더듬던 듀칸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 멍하니 세 괴물의 대치를 바라보았다, 강열우란 남자의 드넓은 등을 바라보며 여태껏 얼마 느껴보지 못한 허탈함과 박탈감을 느끼며 멍하니 생각했다.
‘강하다, 정말, 정말 강해, 그에 비하면 나는, 정말 나는, 하하,’
그는 자신의 강함에 의문을 느끼며 그의 등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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