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만난 남자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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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난 샤워가운을 입고 머리를 말리고 있는 형의 앞에 속옷 두 장을 내려놓으며
“무난한 드로즈로 사왔어요. 남색이랑 검은색”
“감사합니다”
“?? 뭐가 감사해요? 제가 사는거 아니라 형 몫은 나중에 다 청구 한다니까요!!!”
“아! 네네(미소를 보이며)”
내가 한결 편해졌는지 형이 웃음을 짓고는 남색 드로즈 팬티를 집어 포장지를 뜯어내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자연스레 샤워가운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는데
그 순간 형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뒷모습의 적나라한 알몸과 함께 다부진 체격 아래 탱탱한 엉덩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난 괜히 민망해서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는 척 했다.
하지만 다시 고갤 살짝 돌려 곁눈질로 형의 알몸을 몰래 훔쳐보았고
나에게 뒤돌아 선 채로 드로즈 팬티를 입기 시작하는데 속옷을 입으려 한쪽 다리를 드는 순간 두 허벅지 사이로 달랑거리는 두 개의 불알과 귀두가 살짝 보였다.
근데 저 형.. 물건 까지 크.....크다.
어차피 남자 밖에 없으니까 하는 이유로 무신경하게 예고도 없이 그렇게 속옷 갈아입는거. 나같은 게이들은 그런 사소한거 하나에도 설렌단 말이야.
그렇게 형이 속옷을 챙겨입고 바지와 함께 나이키 후드티 까지 모두 갖춰입더니 드라이기를 집고는 아직까지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형이 막 샤워를 마친 후라 그런가.
형의 옆을 지나갈 때 마다 비누향 같으면서도 호텔 욕실안에 있는 유자 바디워시 향이 은은하게 내 코 끝을 자극하는데 그 때마다 왜 또 내 심장이 나대려 하는건지.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난 지금 은호라는 애인도 있는 사람인데..
그렇게 정신을 다잡고는 머리를 말리고 있는 형에게 입술을 열었다.
“형, 거의 다 마른 것 같은데 그만 나갈까요...?”
형과 함께 호텔 밖을 나오는데
모퉁이 하나를 돌아 신주쿠 역 근처에 가까워져 오자 아시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한 곳이라 그런지 북적북적 거리는 사람들과 함께 네온사인 불빛들이 여기저기 곳곳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형 우리 저녁 뭐 먹을까요?”
“전 여기를 잘 몰라서요. 준우씨 먹고 싶은거 먹어요”
“....같이 내는건데 후회 안하시겠어요?”
“그러고보니 어제 야키니쿠나 스시 먹으려고 했다 하지 않았어요?”
“고기랑 스시 좋아하는구나. 오케이. 접수완료. 근데 스시는 오늘 제가 점심에 먹었으니 패스하구요! (웃으며) 그럼 야키니쿠 콜!! 고기 구워 먹으러 갑시다”
적당히 너무 멀지 않은 집으로 검색해서
찾아 들어온 신주쿠 야키니쿠 집.
우리 둘은 마주 앉아 화롯불에 고기를 한 점 씩 구워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맥주가 조금 들어가서 그런걸까.
아니면 하루가 지나 이틀째 봐서 그런걸까. 형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형 일본 야키니쿠 집 처음 오시는거 아니에요? 우리 기념으로 사진이나 같이 찍어요 형. 나중에 여행 마치고 찍은 것들 한꺼번에 보내드릴께요.”
난 카메라를 셀카모드로 바꿔 나와 형, 그리고 화롯불이 모두 잘 보이도록 촬영을 했다.
“하나 둘 셋 ! (찍힌 사진을 보고는) 아...형 제 표정이 좀 이상한데, 한 장 더요. 하나 둘 셋! (찰칵)”
그리곤, 그 때부터 형에게 가지고 있었던 궁금한 것들을 형에게 묻기 시작했다.
“형은 혹시 결혼 하셨어요?”
“아뇨~ 아직.”
나와 잘 될 것도 아닌데 형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왜 바보같이 순간 맘이 놓이는 건지.
“그럼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없어요~~연애 안 한지도 2년이 넘었는걸요.”
“아.. 연애 안하신지도 오래 되셨네요..”
“그렇죠..(멋쩍어하며) 준우씬.. 여자친구 있어요? 아! (뭔가 기억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고보니! 저번에 전화왔었던 그 사람.. 준우씨 여자친구 맞죠?”
“아....”
여기서 있다고 대답 하면 분명 사진이라도 보여줘야 될 것 같고 또 없다고 하면 괜히 날 속이는 것 같아서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었다.
결국 난
“여자친구는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에요..(웃으며)”
라고 그에게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좋네요. 좋아하는 사람. (살며시 웃으며) 잘 되기를 제가 꼭 응원하겠습니다!!!! 와 근데 준우씨 여기 고기 완전 맛있네요. 밥이랑 같이 먹으니 진짜.. 대박!! 맥주 그만 드시고 고기도 어서 드세요~ (내 밥 위에 고기 한 점을 올려주는 그)”
그렇게 그가 내 밥 위에 고기 한 점을 올려주는데 이런 다정함까지 갖춘 모습에 순간 가슴이 일렁였다.
“그나저나 형 어제 출국 예정일 적을 때 다음주 수요일이던데 9박 10일로 왕복항공권 끊으신거에요?”
“네. 머리 좀 식히려고 길게 끊었습니다. (웃으며) 근데 아무래도 일이 터진이상 그 때 까진 못 있을 것 같고, 스케쥴 변경해서 일찍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이따 숙소 들어가서 제 노트북으로 변경부터 하세요~.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항공권 변경 가능할꺼에요. 그리고 내일 저랑 같이 넷 카페 가요. 항공권 인쇄해 놓을 겸.”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때 ‘카톡’ 하고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형 모해!]
은호였다.
“형 어서 드세요~ 저 잠깐 문자 좀..”
“네네~~ 편하게 문자 보내세요~~”
[야키니쿠 집에서 고기 먹고 있어]
[헐... 혼자? 형도 참 대단하다. 그런델 어떻게 혼자 가]
혼자 아니야 라고 까지 쓰고 난 뒤, 난 어제 그 남자와 우연히 만나서 같이 저녁 먹고 있다라고 보낼까하다 괜히 또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서 싹 지우고는
[난 원래 혼술, 혼밥 다 잘하잖아. 니가 그런걸 못해서 그렇지. 너도 김밥천국 이런데라도 혼자 가봐.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어렵지도 않어]
[포장을 하면 포장을 했지. 난 식당 안에서 절대 혼밥은 못 해. 네버.]
[으이구. 나이만 먹었지. 넌 진짜. 애다. 애]
[뭐래. 나 애 아니거든!! 그리고 애 고추가 이렇게 큰 거 봤어??]
[어휴....큰 거 몸에 달고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얼른 쉬어라...]
[흥! 낼 또 문자할게.]
그나저나 은호 녀석이 내가 출장 와있는 도중에 문자를 참 잘한다.
월세와 생활비를 늦게 내 나에게 미안해서 그러는걸까. 그래도 이렇게 매일 나보다 먼저 연락하는 걸 보니 조금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를 다 하고 핸드폰을 위에 올려두자 형이 내게 말을 꺼냈다.
“그 사람인가봐요.”
“네???”
“아까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
“아.....그걸 어떻게..”
“준우씨 계속 쳐다봤는데 편하게 미소 지으시길래요.”
그렇게 그가 말을 하는데 순간 ‘계속 쳐다봤는데’ 라는 말이 반복해서 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괜히 민망해서는
“우리 고기 더 주문할까요??”
“아~~ 아닙니다. 근데 이거..(손가락으로 규탄을 가리키며) 소 혀 구이 라고 했죠, 일본어로 규....”
“규탄이요”
“네네 규탄. (웃으며) 이거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별미네요.”
“저 호르몬(막창, 대창) 한 접시 더 주문 할 껀데, 그러지말고 규탄 하나 더 시키죠”
“아~넵~(환하게 웃는 그)”
“형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을 다녀온 후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는데
자리에 앉아있는 형이 취기가 오른건지 아니면 피곤함이 올라온건지 목을 좌우로 흔들었다가 아래위로 크게 돌려보기도 했다가 하는 모습에 조금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으며
“어!? 주문한 거 벌써 나왔네요~ 우리 이것만 먹고 일어나요~~”
“넵~~”
그렇게 마지막 접시까지 모두 구워서 맛있게 먹은 뒤 가게를 나왔다.
“아~~~ 역시 저녁은 고기를 먹어줘야.”
“규....규탄!! 진짜 맛있었어요. 규탄. 규탄.(반복하며) 휴대폰에 메모해둬야겠어요~~(웃으며)”
“뭘 메모까지(덩달아 웃다 시계를 보며) 헐.. 벌써 10시가 다됐네요.”
“그러게요...그래도 내일 준우씨 미팅 없는 날이라서 다행이에요.”
“그럼 한잔 더 콜?”
“아니, 준우씨 안 피곤하세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전 더 마실 수 있긴해요.”
“그럼 뭘 더 고민합니까. 마셔야죠!! 음.. 그럼 식당가지 말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캔맥이랑 술이랑 안주 사고, 저기 앞에 보이는 타코야끼 포장해서 숙소 안에서 드시는 거 어때요?”
“완전 좋습니다~~”
술과 안주거리를 모두 산 뒤 숙소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사온 종이 팩으로 된 우메슈(매실 사케), 츄하이, 호로요이(소주와 탄산, 과즙이 섞인 술), 맥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타코야끼 박스를 개봉했다.
“와.. 완전 따끈따끈한게 이거 지금 먹어야 해요 형!!!(타코야끼 하나를 이쑤시개로 집어 건네며) 뜨거우니까 조심요.”
“(타코야끼를 건네받고는) 감사해요. (받자마자 바로 입에 가져가고는) 앗 뜨!!!!!!!!!!!!!!!!!”
“아니; (놀라며) 제가 뜨겁다고 했잖아요~~형 (웃으며)”
“저 바본가봐요(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형이 뜨겁다는 제스처와 함께 타코야끼를 손에 든 채로 환하게 웃는데..
뭐지....
내가 왜 이러는 걸까.
나는 분명 아직 술에 취하지 않았는데
‘바본가봐요’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미소 때문이였을까.
심장이 이전보다 빠르게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 과자랑 다른 안주도 있으니 같이 드세요~술도 아무거나 드시고 싶으신걸로~~”
“술 여러가지 사왔네요. (매실 사케를 집어들고는) 이건 뭐지..? 이 그림 매실인가? 아 매실 술 인가보다. (다시 호로요이를 집어들곤) 어!? 이거.. 복숭아!! 한국 CU에서 본 적 있어요!!”
“네~ 근데 한국에서 3천 얼마에 팔더라구요. 여기선 110엔 (웃으며). 찾으면 더 싼데도 분명 있을꺼에요”
“(형이 호로요이 복숭아를 하나 집어들어 마시더니) 어!? 이거 그냥 복숭아 탄산음료 아니에요??”
“다들 그렇게 말하고는 많이 마시다가 훅 가더라구요. 이것도 술이에요~”
“그렇군요. 근데 이거 뭐라고 읽어요? (일본어로 써져있는 もも(모모)를 가리키며)”
“모모~ 라고 읽고요! 우리나라 말로 복숭아요~”
“아 그렇구나!!! (호로요이를 들이키며) 진짜 맛있어요 이거.”
그렇게 형과 함께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타코야끼 박스는 비워진지 오래였고 우리 옆으로 빈 캔들이 6캔이나 놓여있었다.
형도 어제 잠을 분명 못잤을테고 나도 오늘 아침부터 미팅으로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탓에 피곤함이 몰려와서 그런걸까. 다른날보다 조금 더 빨리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린 그렇게 조금씩 발음이 꼬이고 있었다.
“주...주누씨.. ”
“넵”
“제가 진짜 고마워 하는거 아시죠!!!!!!!!!”
“아....또 그러신다. 어차피 이거 다 한국가서 엔 분의 일 할꺼라니깐요. 설마 고맙다 감사하다 인사로 퉁치시려는거 아니시죠??(웃으며)"
“와............준우씨 절 뭘로 보시고. 진짜 너무합니다.....”
“(웃으며) 장난이에요~~~~장난~~~~~ 형 근데 그거 아세요?”
“뭐요...?”
“벌써 1시가 넘었다는거~~~~”
“그게 왜요? 어차피 내일 미팅 없으시잖아요!!”
“와..형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시네...안 잘꺼에요??(웃으며)”
“자야죠! 자야죠! 근데 더 마시고 싶은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습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일단 자죠~ 첫날부터 너무 달리면 안돼요!!!! 아 그리고~ 형이 침대에서 주무세요~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아니 침대도 크고, 베개도 2개씩 있는데 그러지 말고 침대에서 같이 자요~~~ 제가 이 방에 손님으로 들어온건데 준우가 바닥에서 자면 제가 엄청 불편할 것 같아요.”
그가 취했는지 준우씨라고 계속 부르다가 어느새 씨를 생략하고는 준우가 라는 표현을 섞어서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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