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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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차가워. 이가 시릴 정도네.'
정우는 결혼식장 육회 특유의 서걱거리는 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채 해동이 되지 않은 육회가 입 안에서 바스라졌다. 스무 번 고민하고 하얀 봉투에 신사임당을 두 장을 넣은 것이 못내 후회되는 정우였다. 그때 익숙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계셨네요. 한참 찾았어요."
정우가 혼자 앉아 있던 테이블에 뷔페음식이 한 가득 쌓인 접시가 놓이더니, 멀끔하게 차려 입은 큰 체격의 남자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준호였다. 정우는 마치 우연히 마주친 듯 준호에게 태연하게 굴었다.
"아아, 준호씨가 어떻게 여길."
"윤 대리님은 연기를 잘 못하시네요. 아까 봤어요. 같은 식장 안에서."
"아..."
그 말은 결혼식이 한창일 때 준호도 정우를 발견했다는 뜻이었다. 정우는 굳은 채로 젓가락질을 멈췄다. 아마 준호는 신부 하객석 쪽에서, 신랑 하객석에 앉은 정우를 바라봤을 터였다.
"...수진이랑 아는 사이는 아니시죠? 그럼 제가 모를 리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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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었던 사람이 있는데 결혼한대요. 그래서 좀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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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식 자리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정우는 이마를 짚었다. 그 결혼식에 준호가 참석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자신이 민석을 어떤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을지 정우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직장 동료에게 게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는데. 정우는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가 뼈아픈지 입술을 깨물었다.
"....."
"괜찮아요. 저 입 무겁습니다. 신랑 바라보면서 거의 울려고 하시던데, 제가 비밀로 해드릴게요."
정우의 눈치를 보면서 준호는 슬며시 분위기를 눙쳤다. 정우가 아무 반응이 없자 준호는 머쓱한지 앞에 놓인 음식을 와구와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정우가 입을 열었다.
"저도 준호씨 우는 거 봤어요, 신부 보면서. 많이 좋아하셨나봐요."
준호는 일 순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픽 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부정하기에는 아직도 준호의 눈이 붉어보였다. 골탕 먹이려고 뱉은 말은 아니었지만 준호의 그런 반응은 정우가 미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저희 둘 다 서로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였네요. 대리님도 모른 척해주시죠."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 글라스를 준호에게 들이밀었다. 그러자 준호가 갑자기 깍듯한 척을 하며 두 손으로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
"평소에는 두 손으로 받지도 않으면서."
"ㅎㅎ. 그냥요."
"그래서 준호씨 축의금 진짜 만 원 냈어요?"
"당연하죠. 저 열 그릇 먹을 때까지 여기서 안 나갑니다."
정우가 밝은 웃음을 터뜨리자 준호 역시 씨익 웃었다. 정우의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고, 이내 둘은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얘기해보니 올해 스물 여덟 살인 준호는 수진과 이웃사촌 관계였다. 어렸을 때부터 옆집 사는 오빠로서 가족도 친하게 지내는 막역한 사이였지만, 늘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겨오기만 했다는 것이었다.
"십몇 년 동안 그럼 진짜 아무 것도 없었어요?"
준호는 고개를 저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정우는 술도 잘 못하면서 수진 이야기만 나오면 술을 들이키는 준호가 좀 짠해졌다. 벌써 얼굴이 벌개져있었다.
"뭐,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준호씨가 뭐가 꿀려요. 얼굴도 반반하고, 몸도 겁나 좋고."
그리고 자지도 존,나 크잖아요 라고 말하려다 정우는 입을 다물었다. 벌건 얼굴로 멀뚱 멀뚱 정우를 바라보는 준호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일은 새카맣게 잊은 듯해 보이는 그였다. 눈을 껌뻑이는 준호의 셔츠 위로 드러나는 단단하고 커다란 가슴 윤곽, 두꺼운 허벅지를 겨우 끼워넣은 듯해보이는 꽉 끼는 슬랙스 핏과 아주 실하고 묵직해보이는 바지 앞섶은 누구라도 성적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저 바지 안에 구렁이 만한 자지를 숨기고 있음을 잘 알게 된 정우는 더욱 납득할 수 없었다.
정우는 괜히 맥주 글라스를 쥐어보며 중얼거렸다. 성인 남성 한 손으로도 다 쥐기 힘든 준호의 발기 자지 굵기와 대조해보면서.
"거의 이 정도 굵기였는데."
"네?"
"아, 아뇨."
그때, 커다란 두 손이 덥석 하고 정우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이야, 이게 누구야. 윤정우!"
정우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놈의 목소리였다. 필요할 때만 정우를 찾는,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 최민석.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던지 민석은 한복 차림으로 신부인 수진과 함께였다. 정우는 그 사이 미묘하게 굳어진 준호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 어. 결혼 축하한다, 민석아."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중학교 동창이신 윤정우씨... 어? 준호 오빠? 어떻게 둘이 같이 있지?"
"아 수진아. 축하해. 윤 대리님은 내 회사 선배야"
"어머, 진짜?"
수진은 놀라워하며 세상이 좁다느니, 인연이라느니 해맑게 말했다. 그녀는 정우와 준호가 어떤 마음인지 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신기하다. 이쪽 분은...?"
민석은 웃으며 정우의 한쪽 어깨를 주무르며 말을 이어갔다. 평소처럼 서슴없이 들어오는 민석의 터치에 정우는 순간 움찔거렸고, 준호는 그런 민석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말했잖아. 내 동네 친한 오빠, 준호 오빠야."
"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유들유들한 태도로 민석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준호는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만 했다.
"반갑습니다. 결혼 축하드려요."
묘하게 도는 불편한 분위기에 정우는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둘은 서로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어보이진 않는 듯 했다. 민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손을 거두며 말했다.
"정우가 회사 선배라니. 힘드시겠네요. 정우 워낙 까다로워서 저만큼 궁합 맞는 사람 찾기 힘든데."
그 말의 속뜻이 뭔지 아는 정우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준호는 코웃음치며 받아쳤다.
"제가 아마 가장 완벽한 파트너일걸요. 안 그래요, 대리님?"
둘이 뭔소리를 하는 건지. 정우의 머리가 핑핑 돌 때 쯤, 수진이 말을 꺼냈다.
"아, 나중에 둘이 같이 집들이 오면 되겠다!"
"그러게. 둘이 같이 오세요. 재밌겠네요. 어때 정우야?"
"같이 가겠습니다. 그렇죠, 대리님?"
"아, 응. 갈게."
정우가 어물쩡하는 사이 준호는 대답을 해버렸고, 두 사람은 이제 다른 테이블로 가야겠다며 끝인사를 건넸다.
"조만간 또 보자."
민석은 정우의 어깨를 한번 더 꾹 움켜쥐곤, 그렇게 수진과 유유히 멀어졌다. 두 사람이 테이블을 떠나고 꽤 한참을 멍하니 있던 정우는 이내 준호와 눈을 마주쳤다. 준호도 정우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넋이 나가보였다.
"저희 오늘 좀 찌질한 것 같네요, 대리님."
"그러게요. 집이나 가시죠."
갈 채비를 하는 정우를 빤히 보던 준호가 대뜸 그에게 물었다.
"윤 대리님."
"네?"
"기분도 별로인데. 저희 집 가서 한 잔 하실래요?"
정우는 지금 오후 3시인데 낮술은 좀 심하지 않냐고 반문하려 준호를 바라봤다. 벌건 얼굴의 준호가 반쯤 감긴 눈을 끔뻑이며 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시간엔 좀... 그렇죠? 조심히 들어가세..."
"맥주요, 소주요?"
뒷목을 긁으며 준호가 말을 번복하려는 참에 정우가 먼저 말을 끊었다. 바라던 대답인지 준호는 눈이 사라지게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요."
-
띡, 띡, 띡, 띡
띠리릭-
"최근에 청소를 못했는데. 이해 좀 해주세요."
"남자끼리 뭐 어때요, 괜찮..."
다고 하기에는 준호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강력한 수컷의 향기가 정우의 코를 찔렀다. 친구, 애인, fwb 등 수많은 남자들의 자취방을 들어가봤지만 이 정도로 강한 냄새는 처음이었다. 묘한 살 냄새와 약간의 땀냄새, 스킨 냄새, 남성호르몬과 준호 특유의 체취가 뒤섞여서 나는 냄새는 불쾌하기보다는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이거, 오늘 좀 위험한데.'
"먼저 식탁에 앉아 계세요. 잠깐만요."
편의점 봉투를 탁자 위에 대충 올려놓은 뒤 준호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준호는 술을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는 타입인 듯 했다. 화장실 문이 닫히고 콰아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자지가 굵고 크면 오줌 줄기도 굵고 힘이 좋은 건가. 변기에 금이 갈 정도로 쎈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정우는 준호의 투룸 자취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와."
정우의 눈에 들어온 건 거실 가운데에 놓인 빨래건조대였다. 정확히는 그곳에 널려진 준호의 속옷들.
'이게 맞아?'
브리프, 박서 등 여러 개가 걸려있지만 하나같이 자지가 맞닿는 앞섶이 후줄근하게 매우 늘어나있었다. 주인의 물건을 감당하기 벅찼던 건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미 늘어나 보였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속옷은 하얀색 면 브리프였다. 오래 입었는지, 오줌을 싸고 털지 않는 게 습관인지 앞이 심하게 누렇게 떠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지린내와 준호의 자지냄새가 진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직장 후임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우는 고개를 흔들며 자신도 모르게 빨래 건조대로 향하고 있던 손을 거뒀다. 그때 등 뒤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리님도 씻고 오실래요? 제가 편한 옷 드릴게요."
돌아본 정우의 앞에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있는 준호가 서 있었다. 강하게 머리를 털 때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준호의 두꺼운 팔과 가슴이 불룩거렸다. 준호의 얼굴, 쇄골, 탄탄한 가슴과 선명한 복근을 따라 시선을 내리니
꿀꺽
정우의 시선 끝에는 어제 봤던 준호의 흉폭한 크기의 자지가 허공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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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반응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글을 쓰네요. 재밌게 읽으실 수 있게 노력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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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향이 짙게 퍼지는
대물 준호의 집에서에 만남이...
기대가 큼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