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기차가 없다 - 에필로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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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Part 2


  학기는 용주가 말한 해미안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걷다가 한적한 벤치에 앉아 경수가 담배를 꺼내 피웠다. 경수의 입에서 나온 연기가 공중에서 자유롭게 퍼져 나갔다. 학기와 용주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경수가 용주에게 담뱃갑을 내밀며 말했다.


  “나 혼자 피우니까 맛없어....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우리가 천 년 만 년 살 것도 아니고.... 참으면 병 돼.”


  용주가 학기의 눈치를 보며 담뱃갑을 받았다. 학기의 시선은 계속 담뱃갑에 머무르고 있었다. 용주가 학기를 나지막하게 불렀다.


  “학기야....”


  학기는 용주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 눈치 보지 말고 형 하고 싶은 대로 해.”


  용주는 담배 한 개피를 꺼냈다. 코끝에 담배를 스치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학기의 입술에 갖다 댔다. 학기는 뽀뽀를 하듯 입술을 내밀어 필터를 입에 물었다. 용주가 담배를 하나 더 꺼냈다. 용주와 학기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동시에 경수에게 말했다.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경수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당겼다. 학기와 용주는 얼굴을 맞대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학기와 용주의 입에서 나온 연기가 공중에 퍼져갔다. 담배 한 개피를 채 피우기도 전에 학기와 용주는 경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어지럼증 때문이었다. 경수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참느라 고생했어. 그냥 피우면 되지 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냐? 담배 끊는다고 천년 만년 살 것도 아닌데....”


  학기와 용주는 경수에게 받은 담배에 취해갔다. 그 어떤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했지만 지극히 합법적이어서 아무런 부담 없이 나른하고 몽롱한 어지러움을 즐겼다. 그렇게 담배 한 개피를 더 피우고 나서야 목욕탕 안으로 들어섰다.


  “형들 먼저 들어가. 나는 화장실 좀....”


  용주와 경수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탕에 들어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말없이 바라봤다. 용주가 침묵을 깨고 경수에게 말했다.


  “경수야.... 고마워.”


  “뭐가?”


  “뭐든 다.... 나랑 학기랑 지금까지 온 게 다 너 덕분인 거 같아서....”


  경수는 용주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나한테 고마워할 거 전혀 없어. 지금까지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솔직히.... 나 때문에 그런 거였어.”


  용주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경수를 계속 바라봤다. 경수는 그동안 감추고 있던 것을 툭 터놓았다.


  “니가 나한테 애인 생겼다고 학기 처음 소개했을 때.... 너 엄청 부러웠어. 너도 눈치는 챘을 거 아냐. 내가 학기 스타일 좋아한 거.... 솔직히 학기한테 마음 있었어. 니 애인만 아니었으면 내가 빼앗았을 거야. 근데 학기가 너 좋아하는 게 너무 눈에 보였으니까 너랑 헤어졌을 때도 학기한테 연락을 못 하겠더라.... 너 결혼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에서야 말하는 건데.... 학기한테 연락해서 너 좀 어떻게 해 보라는 거.... 내가 학기를 더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너랑 학기가 계속 사귀고 있어야 내가 학기를 볼 수 있잖아....”


  용주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경수가 계속 말을 이었다.


  “너 사고 나서 누워 있을 때.... 학기한테 고백하고 싶었는데.... 학기가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먼저 얘기하더라. 자기가 없으면 너 누가 돌보냐고.... 학기 저 놈 정말 대단한 놈이야.”


  어느새 학기가 다가와 탕으로 들어오며 감탄을 했다.


  “우와~~ 형 여기 너무 좋아. 바다가 훤히 보이네.”


  경수도 맞장구를 쳤다.


  “그치?”


  용주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학기와 경수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나가면 더 좋아.”


  용주는 학기와 경수를 이끌고 노천탕으로 나갔다. 바다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점차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갔다. 학기가 탄성을 질렀다.


  “노을이 너무 이뻐.”


  학기는 불투명 유리 난간에 붙어 서서 노을을 바라봤다. 용주와 경수도 학기의 양 옆에 나란히 섰다.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노을진 하늘을 바라봤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었을 때 학기가 물었다.


  “좋지?”


  용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경수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학기에게 물었다.


  “뭐가?”


  “해 지는 풍경이.... 그걸 같이 바라보는 게.... 오늘은 형까지 있으니까 더 좋네.”


  학기는 경수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더 던졌다.


  “고마워.”


  “뭐가?”


  “나 힘들 때마다 형이 잘 붙잡아 줬잖아. 오늘 여기까지 온 것도 형 덕분이고....”


  경수는 학기의 맨살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알면 됐어.... 근데 나 너한테 고맙다는 말 듣자고 그런 거 아냐. 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지....”


  잠자코 있던 용주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같이 여행 온 게 오늘로 두 번째인가.”


  “나는 오늘 여행 온 거지만 너네들은 아니잖아.”


  경수의 말에 용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네.... 예전에 일본 여행 갔던 거 생각난다. 그때 참 좋았는데.... 경수 너도 좋았지?”


  “응. 근데 너한테 좀 미안하기는 했어.”


  “뭐가?”


  “너 버젓이 있는데 학기랑 그런 거.”


  이번에는 학기가 경수에게 물었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 있었다.


  “그런 게 뭔데?”


  경수는 학기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알면서.... 다 늙어가지고 어디 내숭이야? 근데 그때 나 참 좋았어. 솔직히 택진이보다 학기 니가 더 식이 되니까.... 그때 여행하는 내내 너랑 또 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솔직히 좀 그랬어.”


  학기와 용주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학기가 농담처럼 한 마디를 던졌다.


  “말을 하지 그랬어. 나도 좋았는데....”


  용주가 학기의 말을 끊었다.


  “이 뚱땡이들아, 배 안 고파?”


  학기와 경수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많이 고파.”


  “뭐 먹을까? 경수야, 그냥 우리집에 가서 집밥 먹을래?”


  경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여행 온 사람이야. 비행기까지 타고 왔는데 무슨 집밥이냐? 기사 딸린 bmw 렌트 비용 굳었으니까 내가 쏠게. 나만 따라와.”

  

  세 사람은 샤워를 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학기는 경수가 안내하는 대로 차를 몰았다. 도착한 곳은 서귀포에 있는 신축 호텔이었다. 경수는 체크인을 하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학기와 용주를 이끌었다.


  “혼자 여행 오면서 뭐 이런 좋은 호텔을 잡았냐?”


  용주의 물음에 학기가 타박을 했다.


  “경수형 맘대로 하는 건데 형이 왜 난리야. 난 좋기만 한데....”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소화도 시킬 겸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세 사람 모두 별 말이 없었다. 다시 호텔에 도착했을 때 경수가 물었다.


  “니네들.... 집에 갈 거 아니지?”


  용주에 앞서 학기가 먼저 대답을 했다.


  “응. 형 심심할 거 아냐. 내일까지는 내가 기사하고, 월요일에 나 출근하면 차 빌려 줄 테니까 둘이 같이 돌아다녀. 근데 형, 4박을 여기로 다 잡은 거야?”


  “아니, 오늘 하루만. 내일부터는 니네 집에서 잘 거야. 재워 줄 거지?”


  “당연하지. 빨리 올라가자.”


  객실로 들어온 세 사람은 테라스에서 밤바다를 보며 담배를 피웠다. 비싼 호텔을 잡았다며 타박을 하던 용주도 좋은 듯 한 마디를 던졌다.


  “호텔 오니까 여행 온 느낌이 나네. 친구 잘 둔 덕에 이렇게 호캉스도 하고 좋네 좋아.”


  “그치?”


  학기가 좋아하는 통에 경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네랑 같이 있으려고 일부러 침대 두 개 있는 방으로 잡은 거야.... 아참, 오는 길에 맥주랑 안주 사온다는 거 깜빡 했네. 나 좀 나갔다 올 테니까 너네 둘이 있어.”


  경수가 일어서려는 것을 용주가 말렸다.


  “학기랑 나 술 안 마시는 거 알잖아. 그냥 있어.”


  “내가 마시고 싶어서 그래. 치킨 튀겨 올 테니까 시간 좀 걸릴 거야. 맘 편하게 있어.”


  “경수야.”


  용주는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부르고 나서도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 마디를 던졌다.


  “우리 위해서 자리 피해 줄 필요 없어.... 학기야, 너 먼저 씻어. 안쪽까지 깨끗하게....”


  학기는 안까지 깨끗이 씻으라는 말에 눈치를 채고 밝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테라스에 둘만 남았을 때 경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용주야....”


  “아무 말 하지 마. 그냥 같이 있으면 돼.”


  “그래도....”


  “니 마음을 몰랐다면 모를까 이제 알았는데.... 학기도 아까 그랬잖아. 너랑 같이 일본 여행 갔을 때 좋았다고....”


  “그건 택진이가 보채서 그랬던 거고....”


  용주가 경수의 말을 또 끊었다.


  “나도 너 위해서 그러는 거 아냐. 날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너도 알잖아. 학기 만나기 전에 내가 너 좋아했던 거.... 나도 지금에야 말하는 건데.... 너한테 학기 소개한 거.... 니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랑 사귀는 거 자랑하려고 그랬던 거야. 너 염장 지르려고.... 나 결혼했을 때.... 둘이 사귈까봐 노심초사했었어. 나는 너도 학기도 다 좋아하는데 둘이 사귀면 다시는 못 만날까봐.... 근데 너네 둘 다 안 그랬잖아. 내가 정신줄 놓고 있을 때도....”


  용주는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말을 이었다.


  “내가 정신 차렸을 때 학기가 그러더라. 니가 가족보다 더 힘이 됐대. 너 아니었으면 내 옆에 못 붙어 있었을 거라고.... 그러고 보니까 우리 벌써 30년 가까이 같이 살았네.... 학기도 이제는 내 애인이라기보다 그냥 가족 같아. 너도 그렇고....”


  경수도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후~~~ 진짜 나도 여기 내려와서 살까? 너네들 여기 오고 나서 심심해 죽을 거 같았거든.... 나 여기 내려와서 살면 나도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는 거야?”


  “받아주고 말고가 어딨어. 벌써 가족 같은데.... 학기 나오면.... 아니다. 너도 지금 씻어. 나는 니네들 다 씻고 나오면 씻을게. 얼른 들어가.”


  경수는 용주의 재촉에 마지못해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를 감고 이제 막 몸에 비누칠을 하려던 학기는 경수가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조금 놀라긴 했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샤워기를 양보했다. 그리고 경수가 머리를 다 감을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함께 비누칠을 했다.


  “형, 뒤로 돌아. 등에 비누칠 해 줄게.”


  학기는 경수의 팔뚝를 비롯해 여기저기를 만지며 말했다.


  “아직도 탄탄하네....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는 거 같아. 일본 여행 갔을 때는 더 탄탄했는데.... 형, 나도....”


  학기는 경수에게 샤워 타올을 건네고 뒤로 돌아섰다. 경수는 학기의 어깨에 한 손을 올려  놓고 비누칠을 했다. 그러다 비누칠을 하는 손과 함께 점점 내려가 학기의 허리까지 내려갔다. 학기는 경수의 손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학기의 자지가 경수의 손에 담겼다. 그리고 조금씩 커져갔다.


  “학기야....”


  “우리 옛날처럼 여행 왔고, 형도 용주형 몰래 들어온 거 아니잖아. 이제 내가 나이 들어서 싫어?”


  “아니.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좋아했어.”


  “지금에야 말하는 건데.... 형 처음 봤을 때 나 엄청 질투했었어.”


  “왜? 나한테 질투할 게 뭐가 있다고....”


  “형 바라보는 용주형 눈빛이 심상치 않았거든. 나보다 형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어. 내가 봐도 형이 나보다 더 멋지고.... 형이 나 같은 덩치를 좋아하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데.... 그러고 보니까 우리 미묘한 삼각 관계였네. 그치?”


  “그럴 수도.... 나도 용주가 너랑 사귀는 거 엄청 부럽고 그랬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용주 결혼했을 때 너 내 걸로 만들고 싶었는데, 나는 봤거든. 니가 얼마나 용주를 좋아하는지 말야.”


  “나는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거 엄청 부러웠어. 애인 사이는 싸우고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형들은 형제 같은 친구니까 싸움 한 번 안 하고 지금까지 왔잖아. 내가 용주형을 떠나지 못한 것도 다 형 덕분이고....”


  학기는 뒤로 돌아 경수를 끌어안았다.


  “형.... 고마워.”


  학기의 입술이 경수의 입술에 닿았다. 학기와 경수는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키스를 했다. 발기가 된 자지 두 개가 서로 맞부딪쳤다. 학기의 손가락 하나가 경수의 엉덩이 사이로 들어갔다.


  “형도 깨끗이 씻어야지?”


  학기와 경수가 발가벗은 채로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용주가 욕실로 들어갔다. 용주도 깨끗하게 씻고 나왔을 때 이미 학기와 경수는 침대 위에서 서로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 용주는 옆 침대 상판에 기대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학기와 경수도 하던 것을 멈추고 역시나 상판에 기대어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학기가 용주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형도 이리 와.”


  나이가 들어 체중이 불어난 용주마저 학기 옆에 앉으니 조금 비좁기는 했으나 킹사이즈의 침대라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오히려 달라붙어 앉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학기의 허벅지 위에 놓인 재떨이에 재를 떨어가며 세 사람은 맛있게 담배를 피웠다. 가장 먼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용주가 경수에게 말했다.


  “내가 나가서 닭 한 마리 튀겨 올까?”


  경수가 웃음 띤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학기의 허벅지 위에 있던 재떨이를 치우고 자지를 빨았다. 용주도 학기의 젖꼭지를 핥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경수가 학기의 자지를 용주에게 양보했다. 용주는 혀를 내밀어 학기의 귀두만 핥을 뿐 입에 넣지는 않았다. 경수도 혀를 날름거리며 학기의 귀두를 핥았다. 그렇게 학기의 귀두를 사이에 두고 혀끼리 맞부딪치다가 결국 입술까지 부딪치고 키스를 하게 되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세 사람은 서로 엉켜 애무를 하고 몸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가족 한 사람을 더 받아들인 것이었다.


  섹스가 끝이 나고 세 사람은 테라스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경수가 말을 꺼냈다.


  “환갑도 몇 년 안 남았는데 그냥 명예퇴직 할까?”


  용주가 그 말을 받았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나랑 같이 여기서 놀고먹자. 돈은 학기가 벌어 올 거야. 정 심심하면 피아노 레슨을 해도 되잖아.”


  학기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그래 몇 년만 그렇게 살아. 나도 퇴직하면 형들 연금 뜯어 먹으면서 살 거니까.... 용주형, 아직 기억하지? 제주도에는 기차가 없으니까 나 퇴직하면 기차 타고 다니면서 유럽 여행하는 거.”


  “당연히 기억하지.... 한 사람이 더 늘어서 더 재미있을 거 같아.”


  몇 달 뒤 경수도 명퇴를 하고 제주도에 내려왔다. 그것에 맞춰 학기와 용주는 중산간 마을에 전원주택 하나를 장만하여 이사까지 끝내 놓은 상태였다. 학기는 월차를 내고 용주와 함께 공항으로 가서 경수를 맞이했다.

  학기가 차를 몰고 처음으로 간 곳은 주민센터였다. 주민등록등본에 경수의 이름도 올라갔다. 동거인의 자격이었지만 아무 상관이 없었다.


  “형, 밥은 집에서 먹자.”


  새로 이사 온 전원주택의 거실 한 쪽에 포장지가 벗겨지지 않은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용주가 그것을 가리키며 경수에게 말했다.


  “니가 뜯어서 저기에 걸어.”


  경수는 포장지를 뜯어서 액자를 거실 벽에 걸었다. 학기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용주와 경수가 서 있는 사진이었다. 세 사람 모두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경수의 눈에 약간 눈물이 글썽거렸다. 학기와 용주는 경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용주가 경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제 다 됐으니까 빨리 밥 해. 학기랑 나랑 아침도 못 먹어서 배고파 죽겠어.”


  학기도 다른 쪽 귀에 속삭였다.


  “형, 요리 잘하잖아. 공항 가기 전에 장 봐놨어. 빨리 냉장고를 털어서 솜씨를 발휘해봐. 이제 형이 밥 담당이야.”



- 진짜 끝



※ 글쓴이의 말


  지난 여름에 끝내 놓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억지 설정으로나마 주인공을 살려냈습니다. 등장인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쓰는 사람이 가진 특권이니까요.


  멀리서 부산까지 찾아와 선물을 주고 가신 ㅇㅈ형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그때 받은 선물을 계속 입에 물고 썼습니다.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십시오.

  아마 한 동안 글을 못 쓸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일을 완전히 정리해야 하는지라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잘 정리가 되지 않네요. 몇 년 동안 글을 쓰던 공간을 이번에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나이가 드니까 불쑥 찾아온 성인병이 저를 좀 괴롭히고 있네요. ㅠㅠ 열심히 병원 다니면서 약 꼬박꼬박 먹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 생활을 하면 괜찮아지겠지요.

  글을 못 쓰는 상황이니까 더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괜히 시작했다가 또 오랜 기간 중단이 될까봐 걱정이 되어 참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몸 건강히 지내시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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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맨님 글을 읽을때마다 공감하는 것들 꼭해보고 싶은것들이
글에 녹아있어 늘 감탄합니다.
건강챙기시고
장편말고 단편 그것도 안되시면
예전글에 100번째 메일  쓰시듯
소소한 일상적어주셔도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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