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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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갑자기 도배하는거 같아 죄송하지만..

제가 이곳에 최초로 썼던 글을 올려볼께요.

진짜 큰 용기를 내서 이곳에 올렸던 글이구요..

제가 스무살 즈음에 처음 느꼈던 감정입니다.



..................................................................................................





해병대 화기중대 90미리 무반동총 내무실...


난 포항에서 훈련소를 마치고 백령도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인천에서 뱃길로 200킬로미터나 떨어진곳...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해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의 거리이며

바로 코 앞이 황해도의 끝자락이자 인천보다 평양이 더 가까운곳... 정말이지 난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먼곳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다.


그렇게 머나먼 섬에 첫 자대배치를 받은후 ...

모든 인원들이 훈련을 나가 아무도 없는 내무실에 앉아 너무도 낯선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나를 고민하고있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만큼 시설도 많이 낙후되있었고 무슨 북한같은 살벌한 풍경이었다.

벽에 붙여진 작지만 강한 군대. 최강해병. 이란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게 무슨 구십년대 포스터 같다..

도저히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어디 후진곳의 페허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 그곳에서 그렇게 몇시간을 앉아서 대기하는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여러명의 선임들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 같이 생활하게될 해병대 선임들인것이다.

화기중대라 그런지 다들 떡대가 대단했다.

난 졸지에 박제된 짐승처럼.. 돌처럼 굳어있었고 그중 험상궂게 생긴 상병 계급의 선임 하나가 떠들썩 하게 소릴지르며 나를 바라본다.


"와!! 신병 들어왔다 신병 ㅋㅋㅋ 와.. 쌔끔하네 ㅋㅋㅋ "

"아따.~ 야좀 봐라. 무슨 여자한테 가발 씌운것 같이 생겼먹었다. 안그냐?? "

"이거 고문관 되는거 아잉교 ㅋ 이래갖고 90미리 들고 댕기겠나 ㅋㅋ"


여러 선임들이 원숭이 바라보듯 나를 에워싼채 질문을 퍼붓는다.


"야 너 어디서 왔냐?"


이름표에 '장진호'라고 쓰인 상병 선임의 질문에 난 목이 터져라 관등성명을 대며 말했다.


"넵! 이병!! 홍진우!!! 서울에서 왔습니다!!!!! "

"ㅋㅋㅋ 역시 서울 아가씨였네 ㅋㅋㅋㅋ 몇살이냐?? 뭐하다 왔어?"


"넵!! 23살이고 그.. 그냥.. 놀다왔습니다!!!"

"23살?? 나보다 한살 형이네 ㅋㅋㅋㅋ 이제껏 뭐하다 다 늙어서 왔냐?


짖굿게 생긴 장진호 선임은 끈질기게 물어온다.

"그.. 그냥.. 백수였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 .. 해병대가 예전처럼 꼴통들만 오는덴줄 아냐?? ㅋㅋ 이새끼 이거 여자처럼 생겨가지고 백수였다네 ㅋ 얘한테 옆소대 우현이새끼 소개시켜줄까?.. 우현이가 존나 좋아하게 생겼는데 ㅋ ㅋㅋㅋ "


장진호 선임이 날 놀리듯 말하자 옆에서 같이 웃고있던 같은 상병 선임이 내 볼을 꼬집어보며 같이 웃는다.


"아. 그러지마십쇼!! 들어오자마자 탈영하면 어쩌실려구요 ㅎㅎㅎ "

"ㅋㅋㅋ 지원해서 왔는데 탈영도 하냐? 친구들이고 집에고 죄다 해병대간다고 그러고 왔을건데 탈영하면 개 뵤엉신 되는건데? 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나만 홀로 다른세상에 버려진듯한 느낌이었다.

괜히 해병대 왔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내무실 생활이 힘들다고 얘길 듣긴했는데..

저 짖궂게 생긴 상병 얼굴만 봐도 벌써부터 정나미가 떨어지고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다.


날 얼마나 못살게 굴지..


선임들이 웃으며 헬쓰를 한다고 내무실을 나가자마자 일병 하나가 들어온다.

여기저기 눈치를 보던 그 일병 선임의 빨강색 명찰엔 노란 글자로 '하태연' 이란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하태연 선임은 여기저기 눈치를 보더니 내게 반의 반으로 접힌 종이를 하나 건네주며 조용히 얘길한다.


"선임들 기수니까 낼까지 싹 외워.. 빨리 외우는게 좋을거야.."

"넵!! 이병!!! 홍진우!!! 내일까지 다 외우겠습니다!!"



내 커단란 외침에 하태연 선임이 당황하며 일어서며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조용히해.. "

......"


"이거 선임들이 보는데서 외우다 들키면 나 좉되니까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외워.. 글구 거기보면 군가도 있어.. 하여간에 무조건 빨리 외워야돼, 알았지??"

"..네.. 넵!!"



... 이상한 일이다.. 왜.. 이런걸 몰래 외워야 하는거지..


난 어쨋든 태연 선임이 시키는대로 몰래 종잇장을 펴보았다.

화기중대 내 선임병들의 기수와 이름이 작은글씨로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난 그날 하루종일 빈 내무실에서 홀로 대기하며 선임들의 기수를 외우고 군가를 외웠다.

늦은 오후가 되자 다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며 땀에 쩌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복도를 지나간다.

내가 칼같은 각을 유지하며 앉아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중 한명이 나를 보더니 걸음을 멈춘다.



"뭐야. 너 누구냐??

"넵!!! 이병 홍진우!!!! 새로 들어온 신병입니다!!!!"


"오~~ 이것봐라 ㅋ 졸라 예쁘장하게 생겼네.. 너 뭐하다 왔냐??"

"넵!!! 밖에서 백수였습니다!!!!!"


"ㅋㅋㅋㅋ 씨 . 발 새끼 ㅋㅋ 백수는 무슨 ㅋ 백조 같은데 ㅋ "


처음 날 발견한 사람의 뒤를 이어 사투리를 쓰는 사내가 뒤따라 들어오며 묻는다.

"우현 행님.. 야 누굽니꺼.."


"몰라 ㅋ 신병이래. 90미리.. 아 . 씹.같은거... 우리 81박격포 후임으로 들어왔어야 하는데.. 졸라 이쁘게 생겼지? ㅋㅋ"

"그라네요 ㅎㅎ 니 몇살이고.?"


"넵!!! 이병!!! 홍진우!!!!! 23살입니다!!!!"

"와.. 이쁘긴 한데.. 와이리 늙었능교 ㅎㅎ 우현 행님보다 2살 더 많네예 ㅎㅎㅎㅎㅎㅎ "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분명 상대에게 우현이라고 말했다.

내가 눈을 살짝 돌려 명찰을 보니 최우현 이란 이름이 각인되어온다.


우..우현?? .. 아까 그 짖궂게 생긴 상병선임이 말하던 최우현인가보다... .

난 흔들리는 눈빛으로 날 빤히 쳐다보는 우현의 눈을 실수로 쳐다보고 말았다.


"ㅋㅋ 요새끼봐라.. 꼴아보는데 ㅋㅋ.. 뒤질라고,,"


갑자기 우현이 발을 치켜들더니 내 가슴팍을 내지르려는 시늉에 난 몸을 웅크렸다.


"와 .. 이새끼봐라. 피하네 ㅋㅋ 해병대가 피하나??"

"행님~ 고마 두이소. 이제 신병인데 뭘 안다고예. 저랑 담배나 하나 댕기러 나갑시데이..ㅎㅎㅎ"


우현이 날 쳐다보더니 우리 내무실로 들어오는 사람들때문에 더는 말을 못하더니 내게 조용히 얘길하고 밖으로 나간다.

"뭐 암튼 반갑다 ㅋ.. 앞으로 잘 지내보잨ㅋㅋ"


나에게 웃음짓는 그 모습이 웬지 잔혹해 보인다.


......

그런 첫 만남들을 가지고도 난 그렇게 3일정도를 내무실에서 대기하며 지냈다.

각 개인 관물함을 유심히 살펴보며 저 자리의 주인들은 어떤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사람사는곳인데 뭔일이야 있겠냐 싶기도 했고 낯선 사람들에대한 두려움도 일어난다.



가장 안쪽의 관물함은 항상 자리가 비워져있었는데 그곳은 휴가를 떠난 말년병장의 자리였다.

너무나 부럽고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이나 말년휴가를 나갈것인가란 생각이들었고 길다란 한숨이 내쉬어진다.... 어휴..



빈 매무실에서 며칠동안을 대기하며 파악한 바로는..

아침 6시면 모두 기상하여 밖으로 나가 구보와 체조를 했고 7시면 아침을 먹으러 간다.

그리고 8시가되면 각자 개인화기와 공용화기를 들고 연병장으로 나가서 12쯤 복귀한다.

그리고 점심 식사후 다시 오후 과업을 끝내면 저녁 5시. 저녁을 먹고 자유시간후 근무를 나갈조는 근무를 나가고 밤 9시면 순검이란걸 했다.



해병대 순검.(점호)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살벌한 시간..



훈련소 순검때도 난 하얀 면장갑을 착용한 교관들의 손이 시뻘겋게 물드는걸 몇번 보아왔다.

해병대 교관은 시범케이스로 걸린 훈련병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100명이 넘게 도열한 복도를 왕복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얻어맞은 훈련병의 코피로 빨갛게 젖어드는 것이었다.

이후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해보는 순검은 그냥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사람 말려죽이는 순간이었다.

순검에서 지적받은 사항은 위에서부터 병장> 상병> 일병> 이병 순으로 돌림빵으로 내려와 내 바로 윗 선임인 태연이는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

난 태연 선임이 차렷자세로 곡괭이 자루로 두들겨 맞는것을 보고난후 두려움에 온몸을 떨어야했고

앞으로 저것이 내 미래란것에 뒤늦은 후회가 계속되었다


흠씬 두들겨맞은 태연 선임은 잔뜩 쫄아있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더니 내무반 뒷산으로 올라간다.

담배를 하나 꺼내든 태연선임은 나에게도 하나를 건네더니 불을 붙여 길게 내뿜는다.



"걱정하지마.. 어차피 맞다보면 이것도 괜찮아지니까.. 후우...... "

.....

내가 아무말 없이 쭈뼛하게 서있으려니 다시 얘길 이어나간다.



"우리 소대 그 장진호 상병이랑 옆소대 최우현 상병만 조심하면 괜찮아. 혹시라도 먼저 얘기 하는건데...

그 둘중의 하나랑 근무나가면 조심해.. 특히 최우현.. 그새끼 완전 변태똘아이니까... 정말 혹시라도 이상한거 시키면 절대 하지마. 알았지?..."

"이상한거라니 무슨말씀이신지.."


"..... 그냥 ... 이상한거 시킬수도 있어.. 그러니까 그 새끼가 무슨 협박을 해도 절대로 하면 안돼.. 알았지?? 그냥 때리면 맞아.. 시킨다고 했다간 너 진짜 아작난다.."

"..... 넵!!"


"쉿!! 조용히 얘기해.. 너랑 나랑은 어차피 1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사는게 맘편하다..."

"네... 네."


"힘든일 있어도 참아..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는거니까..."

"네네..... "


직속 선임인 태연은 정말 생각이 깊고 착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공대 1년을 마치고 이곳에 온 그는 자신의 후임으로 온 나와 동갑이었고 그래서인지 내게 더 신경을 써주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자대배치가 끝나고 내가 어느정도 실무에 익숙해 지려는순간 근무판에서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잡혀있는 내 이름을 보았다.


상병 최우현. 이병 홍진우.


오늘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부대 뒷편 산 정상에서 근무를 해야하는것이다.


난 잠자리에 들때부터 웬지모를 심한 불안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태연선임이 조심하라던 그사람.. 변태 똘라이라던 최우현..


불안했지만 나에게 허락된 그 좁은 공간에서 조금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기합빠졌다고 맞는수가 있으니까... ㅜ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시 잠들었던 내 귀에 근무란 소리가 들려왔고 난 비몽사몽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날 겪어본 최우현은 그야말로 악마같은 자식이었다.

똘아이 불변의 법칙.. 그중에서도 상 도라이한테 걸려든것이다.

새벽에 그와 함께 올라가는 근무지는 정말 지금도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우현은 느긋하게 산길을 걸으며 뒤따르는 내게 묻는다.



"ㅋㅋㅋ 몇살이라구?"

"넵! 23살입니다. "


"인공위성 실시~"

"넵? 잘 못들었습니다!!"


"아참ㅋ 아직 모르겠구나? ㅋㅋㅋ 내 주위를 빙빙 도는거야. 근무지 올라갈때까지.."


산 꼭대기에 있는 근무지에 도착할때까지 난 최우현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계속해서 뛰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내가 최우현의 인공위성인 것이다.

근무지에 도착했을땐 내 온몸은 흠뻑 젖었고 가쁜숨이 헐떡여졌다.



"뭐 이정도가지구 벌써 그래.. 해병대가 씨.발 좉되는것뿐이 더있냐 ㅋㅋ"

".... ."


"사회있을때 여자랑 했던거 얘기해봐."

"네? 어. 어떤 얘기를."


"빠굴이 얘기 해보라고!!~"

"네?.. 저.. 저는 아직.."


"목 제껴."

"...??"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총자루를 움켜쥐며 다가왔다.


"목 옆으로 제끼라구.."


최우현이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시범을 보여준다.

내가 똑같이 따라하자 개머리판으로 내 목을 내려친다.


퍽!!

컥....


앞이 노래지며 난 비틀거리는 상체를 바로잡으려 애를 썼다.

후에 안 일이지만... 목을 개머리판으로 때리면 멍도 남지 않는다.


"이쁘게 생겼으니까 여자도 많았을거 아냐?.. 걔네들이랑 박았던거 얘기해주라구."

".. 저저.... 그게. 저는"


"제껴!~."


퍽!!!

컥컥....


"죽는다.. 지어내서 얘길하든 얼른 얘기해.. 없으면 근무 끝날때까지 처 맞는거야."

"....."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고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난 예전에 친구들에게 들었던 얘기를 열심히 기억하며 겨우겨우 이어붙이기를 시작했다.

조금은 과장되고.. 조금은 더 살을 붙이느라 내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갔다.


최우현이 느긋한 표정으로 내 말을 담아듣더니 내게 묻는다.


"ㅋㅋ 그래서.. 니꺼 몇 센티라고??"

"네네.. 한 17cm 정도 됩니다!!"



"ㅋ 꺼내봐."

"네?... ... .."


"니가 얘기한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될거 아냐.. 거짓말이면 뒤지는거구 ㅋ"

"저.. 저기... 그게. ㅠ."


머뭇거리던 날 보던 최우현이 개머리판을 들자마자 난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전투복을 벗어 내린 내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던 최우현이 실실 웃기 시작한다.


"오우... 여잔줄 알았는데.. 있기는 있네 ㅋㅋ 근데 아직은 커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어디 한번 늘려볼까?... ㅋ"


그는 내것을 잡아 앞으로 쭉 늘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 아픕니다!!!! "

"이게 죽을려구... 가만 있어."



"진짜네.. 진짜 17은 넘겠네 ㅋㅋ .. 길면 귀찮을테니 내가 좀 잘라줄까?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쫄기는.. 너 오늘 있었던일 내려가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라. 얘기하면 너 진짜 죽는다. 알았어?"

"넵넵!!!"


그날 새벽은 너무나 길었고 말도안되는 얘기를 지어내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난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새로 써지는 근무판에 노이로제가 걸릴지경이었다.

제발... 제발 최우현만은 걸리지 말아달라구 신이 있다면 정말 빌고싶고 또 빌고 싶었다.


차라리 우리소대 내가 처음 보았던 장진호 상병은 그 험상궂은 얼굴과는 다르게

오로지 훈련받을때만 강력하고 무서운 선임이었고 근무지에서는 날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토록 조마조마하게 지내던 일상이 다시 산산히 깨진건 비가 추슬추슬 내리는 어느날 오후였다... 새로 짜여진 근무판은 냉철하게 날 비웃고 있었다.


상병 최우현 이병 홍진우.. 새벽 5시~ 7시 말직 근무..


아... ㅠㅠ..


난.. 울렁이는 가슴을 안고 뒷산으로 내달았다. 몰래몰래 담배를 꺼내 있는힘껏 들이켰고 또 들이켜본다.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주르륵 흘러내렸고 담배를 든 내 손은 덜덜덜 떨려왔다.

5분이상 자리를 비워서도 안되는 이 현실앞에서 난 정말 죽고만 싶어졌다.


오늘은 도대체 어떤 일을 당하게 될까.. 인공위성으로 올라가서 개머리판에.. 설마... 이상한짓을 시키는건 아닐지.. 아... 미치겠다.

설마 그런걸 시키면 어떡하지... 설마.. 성추행으로 다 일러버릴까... 안돼... 기껏 해병대까지 지원해와서... ㅜㅜ 아... 어쩌지...


난 머릿속이 돌아버릴것만 같았다.



채 진정되지도 않은 가슴으로 내무실로 들어가는데 이제껏 비어있던 가장 안쪽의 관물함에 누군가가 짐을 풀고있었다.

휴가나갔던 병장이 복귀한듯 장진호 상병이 옆에서 바깥얘기를 해달라며 조르고 있는중이다..

짐을 풀던 그가 무심한듯 내무실로 들어서는 날 쳐다본다.



"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입니다. 야!! 홍진우!!! 뭐하냐. 빨리 인사안해?? 우리 화기중대 통틀어 최고참님이시다 ㅎㅎ"


장진호 선임이 버럭 소릴 질렀고 난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 경례을 올리며 관등성명을 힘껏 외쳤다.


"필씅!!!! 이병 홍진우!!!"



휴가를 다녀온 병장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보다 15센티는 커보이는 키에 넓다란 어깨.. 조각처럼 단단해 보이는 상체는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연예인의 모습이었다.


문득 태연선임이 주었던 종이에 적혀있던... 내무반 최고참 선임기수의 이름이 떠올랐다.

차유안.. 전역을 불과 1달 앞둔 최고참선임..

비어있던 관물함을 보며 내가 부러워하던 그 당사자가 휴가에서 돌아온 것이다.


날 쳐다보던 그의 얼굴에서 순간 당혹스런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난 영문도 모른채 얼음이 된 표정으로 그대로 서있었고 그럴수록 내 몸은 경직되 왔다.


"너 이름이.. 뭐라구??"


병장 차유안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고 난 있는 힘을 다해 관등성명을 다시 외쳤다.

"이병!!! 홍! 진! 우!!!! "


내무실이 떠나갈듯한 내 목소리에 상병 장진호가 귀를 막으며 소릴 지른다.

"야!! 홍진우!! 귀 째진다. 조용히 말해!! 알았어??"


상병 장진호가 얼굴을 찌푸릴때도 병장 차유안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있었다.

하지만 난 이병으로서 그의 얼굴을 쳐다볼수도 없다.

다만... 그의 잘생긴 얼굴의 실루엣에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 당혹스럽다는 느낌의 표정....



그리고 ..

내가 그 표정의 뜻을 알았을때는 그의 전역이 다가온 가을의 문턱이었고 난 비참하게도 ,,

1년반이란 시간이 넘게 남은 이병일 뿐이었다...



..........................................................................................................................



너무나도 짧은 시간만이 남았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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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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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제가 안 읽었던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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