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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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너 요즘 이상한 거 알아?”
“내가 뭘?”
종혁이는 내내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하더니, 대뜸 이상하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지. 아무래도, 녀석과 잘 어울려주지 않아서인가?
“너 애인 생겼지?”
“.....”
“역시 맞구만, 그래그래, 애인 생기니까 친구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네 녀석도 별수 없다. 쳇. 에이 애인 없는 사람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애인..... 이라고 할 수 있나? 그래 애인이지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만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나 왜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걸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런 것들보다, 항상 우선 순위는.....
“애인은 무슨 애인이야. 그저 좀 바쁠 뿐이라고.”
“엥?”
“나 간다. 내일 보자~”
그래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녀석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소중하기 때문에 더더욱, 진지하고, 조심스럽고 싶을 뿐이라고. 내게는 무엇보다 녀석을 먼저 지켜주어야 하니까. 나도 모르는 새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 흠흠..... 왜일까? 형준이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사실, 조금은 기대했을지도..... 하지만 상우 형은 기대와 전혀 다르다. 아아, 그런 걸까? 그래도, 특별한 날이었는데, 내가 용기를 내어 키스까지 했는데, 분명히 내가 기억하기론 상우 형 꽤 위험했었는데, 꼭 무슨 짐승처럼 사납게 굴었잖아..... 핫, 혼자만의 상상에서 또 다시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언제나 이 모양인 걸까? 나는? 남자잖아. 그렇지만.....
“바보! 멍충이!”
순간 형준이 앞에는 상우 형이 서 있었다. 매우 놀란 표정을 한 채. 언제 들어 온 거야?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전혀 들어오는지도 몰랐잖아. 아참. 여기는..... 상우 형 집이지.
“나 보고 그런 거야?”
“아..... 아니”
상우 형은 안심한 듯 금새 미소를 띄어주었다. 그래, 순진한 걸까 저 사람. 그 때는 무슨 흥분제라도 먹었을지도 모르지. 쳇, 알 수 없다니깐.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앗 또 이상한 생각을.....
“너 말야, 가끔 얼굴이 붉어지는데..... 어디 안 좋은 데가 있는 걸까?”
“아..... 아냐. 나 배고파. 어서 밥 먹을래.”
“아? 저기, 밥은 나가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후훗, 그럴 필요 없다고, 얼마나 애써서 준비했는데,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짜잔~~ 흐음 냄새 좋고, 좋다 좋아. 이걸로 오늘은 굿 포인트! 저 놀라는 표정 좀 봐. 이내 감격하는 군. 그럼 그렇지~~
“와 이게 뭐야?”
“스파게티~~”
“흠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어? 너 요리도 해?”
“몰라. 배고파 얼른 먹자.”
훗훗. 그런 건 인터넷에 다 나와 있다고. 룰루~ 맛이나 보라구 얼마나 맛있는데..... 짜잔. 윽. 모야 이 맛은..... 윽, 면도 안 익었어. 아 이럴 수가. 정확히 초까지 재가면서 했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크.... 큰일이닷.
“스탑!”
“왜?”
“저기 아무래도, 밖에서 더 맛잇는 걸 먹고 싶다고나 할까?.....”
“아? 그래. 근데 난 이거 맛있다. 나 좀 먹고 나가면 안될까?”
그럴 리가...... 같은 건데 이거랑 그거랑 맛이 다를 리가 없잖아. 아니, 저기 그렇게 잘 먹어서는 안 되는데..... 덜 익은거 먹으면, 체할지도 모르는 데, 정말 맛있는 걸까? 어디..... 우엑. 맛 없잖아. 진짜루.
상우 형은 무척이나 맛있는 걸 먹는 사람처럼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배가 고파서 그렇지는 않을 텐 데. 나도 배는 고프단 말야. 하지만..... 음? 왜 그리 빤히 보는 거야.
“너 그거 어디서 났어? 굉장히 잘 어울리네?”
응? 그거라니? .................................. 으악! 이런 망신이. 아 쪽팔려 세상에나 세상에. 요리하면서 폼 잡겠다고, 마침, 싱크대 서랍 속에 있길래, 입어본 건데, 아직까지 입고 있었다니!
“왜 벗어? 잘 어울린다니까. 후훗”
“나 배고파! 얼른 나가!”
결국 나는 상우 형에게 심통을 부리고 말았다.
=============================
“야. 신이 너 나 일부러 피하는 거 아냐?”
“바보야, 그럴 리 없잖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웅이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왠지 어색해. 그래 아무래도 그 날 일..... 너는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거야. 역시 다 기억 못하는 건가? 하긴 그렇게 취해있었으니까.....
난 그날 아침 먼저 녀석을 남겨두고 나왔다.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그날 밤 무척이나 열정적이었다. 웅이 녀석도 믿을 수 없게 거칠었지만, 나 또한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았지만, 녀석의 얼굴을 보기는 왠지 껄끄러울 것 같았기에...... 며칠동안 녀석에게 아무연락도 하지 못했고, 녀석 역시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에, 어쩌면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웅이 녀석. 오늘 갑자기 집 앞까지 찾아와서는.
“좋아. 우리 드라이브 가는 거야. 알았지?”
“나 그냥 나온 건데, 이러고 어딜 가.”
“뭘 괜찮은데. 귀엽기만 하구만”
녀석의 말에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렸다. 이전 같으면, 별 뜻 아니라 생각했겠지만, 왠지 녀석의 얼굴에, 그날 밤 흥분으로 일그러졌었던 웅이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버렸기에..... 그래, 어차피 그건 하룻밤의 꿈이잖아. 바보, 이제 그만 좀 해라. 정신 좀 차려.
차창으로 스치는 바람이 왠지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주려 하는 듯 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차창 밖 풍경은 그저 가늘게 흐려져 갈 뿐이었다. 조금 멀리 한강이 보였다. 저녁 해가 조금씩 붉어져 가고 있었다. 왠지 그립고도,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
“자 마셔라.”
웅이가 캔 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오랜만에 오는구나, 한강. 그러고 보니 바로 눈앞에 있으면서도, 잘 와보지도 못했구나. 그래 이렇게 바로 곁에 있는 건 오히려, 옆에 있는 게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거구나. 그래..... 그래서 항상 주의 깊게 바라봐 주지 않았었지.....
“너 오늘 꽤 우울해 보인다.”
“아..... 아냐.”
“너 그 사람 이제 안 만나는 거지?”
그 사람..... 인가? 아 그래.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 제이씨도 얼마 전에 앞으로는 만나기가 힘들 거라고 전화했었다. 어차피 조금은 만남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약간은 섭섭함이 드는가 보다.
“그래.”
녀석은 그날 일은 기억하고 있는 거다. 그럼, 그때 모든 일 다 기억하는 걸까? 아니면 조금만....? 아아 그런 건 별로 상관없지. 얘들도 아니고, 너에게는 그런 거 어차피 흔한 일일 테니까.....
“그날 말야.....”
“.....”
그래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는 알 것 같아. 괜찮아, 어떤 말을 해도. 슬픈 말이라면, 지금 저 강물에 모두 흘려보내면 되는 거야. 그렇지? 그냥 편한 친구로 언제든지 있어주기로 생각했었잖아. 곁에 있기만 해도 좋은 거라고.....
“미안했다. 그렇게 술에 취해 가서는 말야. 아아 하지만 몇 번 얻어 맞으니까 아마 제정신이 좀 들었던 것 같아.”
“.....”
어느새 웅이의 손이 내 손을 슬그머니 잡고 있었다. 흠칫 놀라 녀석을 쳐다본 순간 녀석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눈이 마주쳐버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이내 얼굴을 피해버렸다. 녀석이 저렇게 나를 바라봐 준 적 없었잖아..... 왜?
“바보야. 왜 나를 피하는 거야?”
“피...하다니.....”
“네가 그러니까 내가 더 불편하잖아 임마.”
녀석이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내 녀석은 위에 포개어있던 손을 살짝 빼내어 내 손아래로 밀어 넣었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녀석의 손을 잡았고, 서로 맞잡은 형태가 되었다. 그래 나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거야. 이 손을 계속.....
“우리 사귀는 거야. 그렇지?”
나도 모르게 무심코 튀어나와버린 그 말. 나는 어느새 녀석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아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말이 나와서는 안 되는 거잖아. 이런 걸로 녀석을 묶어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 이런 것 따위로, 저 녀석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무 어리석잖아.
마음속에 복잡함이 가득 쌓여갔다. 어쩌면 그것은 녀석을 만나고 나서 계속일지도 모른다. 친구일 뿐이야. 라고 항상 말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것을 부정했다. 그래 혼자만의 감정이야. 어차피 내 맘이잖아. 라고 생각하며,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그렇게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선 계속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그냥 스쳐가듯 한 말이었을지 몰라도, 내게는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그래.”
녀석이 분명히 ‘그래‘라고 대답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져 버렸다. 무슨 이유이든 그런 건 별로 알고 싶지 않아. 지금 분명히, 나를 인정해 주었잖아. 녀석의 입으로 분명히 말한 거야. 그렇지?
마음속에서 계속 지금의 순간을 정당화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생각들보다는 그저, 그 대답을 막연히 기대했었고, 결국에 그것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기에,....
기뻤다. 머릿속에선 녀석에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이 들면서도, 분명 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연히 기쁨이 번지고 있었다. 나 나쁜 녀석인것일까?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명확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녀석은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비쳐진 저녁 노을 빛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왠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너도 참 나쁜 녀석이구나. 나도 참 나쁜 녀석이고, 우리 왠지 조금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네. 그래 어쩌면, 네가 헤어진 슬픔으로 잠시 내 곁에 온 거여도, 어쩌면 다시 누군가에게로 향해 버릴지 몰라도. 좋아하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외면하려고 해도, 도망치려고 해도. 너를 향해 있는 내 마음만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가봐. 너 이런 내 마음은 알고 있는 거야?
어쩌면 평생 네 마음에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이제 우리 사귀는 거잖아? 그렇지? 이제 너를 맘껏 좋아한다 말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정말 그렇게 된 걸까? 하지만 왜 이렇게 답답한 거야? 가슴이 자꾸 저미는 걸.....
“야..... 바보야. 왜 우는거야. 너 울보야?”
“내가 뭘?”
종혁이는 내내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하더니, 대뜸 이상하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지. 아무래도, 녀석과 잘 어울려주지 않아서인가?
“너 애인 생겼지?”
“.....”
“역시 맞구만, 그래그래, 애인 생기니까 친구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네 녀석도 별수 없다. 쳇. 에이 애인 없는 사람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애인..... 이라고 할 수 있나? 그래 애인이지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만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나 왜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걸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런 것들보다, 항상 우선 순위는.....
“애인은 무슨 애인이야. 그저 좀 바쁠 뿐이라고.”
“엥?”
“나 간다. 내일 보자~”
그래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녀석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소중하기 때문에 더더욱, 진지하고, 조심스럽고 싶을 뿐이라고. 내게는 무엇보다 녀석을 먼저 지켜주어야 하니까. 나도 모르는 새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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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 흠흠..... 왜일까? 형준이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사실, 조금은 기대했을지도..... 하지만 상우 형은 기대와 전혀 다르다. 아아, 그런 걸까? 그래도, 특별한 날이었는데, 내가 용기를 내어 키스까지 했는데, 분명히 내가 기억하기론 상우 형 꽤 위험했었는데, 꼭 무슨 짐승처럼 사납게 굴었잖아..... 핫, 혼자만의 상상에서 또 다시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언제나 이 모양인 걸까? 나는? 남자잖아. 그렇지만.....
“바보! 멍충이!”
순간 형준이 앞에는 상우 형이 서 있었다. 매우 놀란 표정을 한 채. 언제 들어 온 거야?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전혀 들어오는지도 몰랐잖아. 아참. 여기는..... 상우 형 집이지.
“나 보고 그런 거야?”
“아..... 아니”
상우 형은 안심한 듯 금새 미소를 띄어주었다. 그래, 순진한 걸까 저 사람. 그 때는 무슨 흥분제라도 먹었을지도 모르지. 쳇, 알 수 없다니깐.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앗 또 이상한 생각을.....
“너 말야, 가끔 얼굴이 붉어지는데..... 어디 안 좋은 데가 있는 걸까?”
“아..... 아냐. 나 배고파. 어서 밥 먹을래.”
“아? 저기, 밥은 나가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후훗, 그럴 필요 없다고, 얼마나 애써서 준비했는데,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짜잔~~ 흐음 냄새 좋고, 좋다 좋아. 이걸로 오늘은 굿 포인트! 저 놀라는 표정 좀 봐. 이내 감격하는 군. 그럼 그렇지~~
“와 이게 뭐야?”
“스파게티~~”
“흠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어? 너 요리도 해?”
“몰라. 배고파 얼른 먹자.”
훗훗. 그런 건 인터넷에 다 나와 있다고. 룰루~ 맛이나 보라구 얼마나 맛있는데..... 짜잔. 윽. 모야 이 맛은..... 윽, 면도 안 익었어. 아 이럴 수가. 정확히 초까지 재가면서 했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크.... 큰일이닷.
“스탑!”
“왜?”
“저기 아무래도, 밖에서 더 맛잇는 걸 먹고 싶다고나 할까?.....”
“아? 그래. 근데 난 이거 맛있다. 나 좀 먹고 나가면 안될까?”
그럴 리가...... 같은 건데 이거랑 그거랑 맛이 다를 리가 없잖아. 아니, 저기 그렇게 잘 먹어서는 안 되는데..... 덜 익은거 먹으면, 체할지도 모르는 데, 정말 맛있는 걸까? 어디..... 우엑. 맛 없잖아. 진짜루.
상우 형은 무척이나 맛있는 걸 먹는 사람처럼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배가 고파서 그렇지는 않을 텐 데. 나도 배는 고프단 말야. 하지만..... 음? 왜 그리 빤히 보는 거야.
“너 그거 어디서 났어? 굉장히 잘 어울리네?”
응? 그거라니? .................................. 으악! 이런 망신이. 아 쪽팔려 세상에나 세상에. 요리하면서 폼 잡겠다고, 마침, 싱크대 서랍 속에 있길래, 입어본 건데, 아직까지 입고 있었다니!
“왜 벗어? 잘 어울린다니까. 후훗”
“나 배고파! 얼른 나가!”
결국 나는 상우 형에게 심통을 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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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신이 너 나 일부러 피하는 거 아냐?”
“바보야, 그럴 리 없잖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웅이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왠지 어색해. 그래 아무래도 그 날 일..... 너는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거야. 역시 다 기억 못하는 건가? 하긴 그렇게 취해있었으니까.....
난 그날 아침 먼저 녀석을 남겨두고 나왔다.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그날 밤 무척이나 열정적이었다. 웅이 녀석도 믿을 수 없게 거칠었지만, 나 또한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았지만, 녀석의 얼굴을 보기는 왠지 껄끄러울 것 같았기에...... 며칠동안 녀석에게 아무연락도 하지 못했고, 녀석 역시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에, 어쩌면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웅이 녀석. 오늘 갑자기 집 앞까지 찾아와서는.
“좋아. 우리 드라이브 가는 거야. 알았지?”
“나 그냥 나온 건데, 이러고 어딜 가.”
“뭘 괜찮은데. 귀엽기만 하구만”
녀석의 말에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렸다. 이전 같으면, 별 뜻 아니라 생각했겠지만, 왠지 녀석의 얼굴에, 그날 밤 흥분으로 일그러졌었던 웅이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버렸기에..... 그래, 어차피 그건 하룻밤의 꿈이잖아. 바보, 이제 그만 좀 해라. 정신 좀 차려.
차창으로 스치는 바람이 왠지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주려 하는 듯 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차창 밖 풍경은 그저 가늘게 흐려져 갈 뿐이었다. 조금 멀리 한강이 보였다. 저녁 해가 조금씩 붉어져 가고 있었다. 왠지 그립고도,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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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셔라.”
웅이가 캔 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오랜만에 오는구나, 한강. 그러고 보니 바로 눈앞에 있으면서도, 잘 와보지도 못했구나. 그래 이렇게 바로 곁에 있는 건 오히려, 옆에 있는 게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거구나. 그래..... 그래서 항상 주의 깊게 바라봐 주지 않았었지.....
“너 오늘 꽤 우울해 보인다.”
“아..... 아냐.”
“너 그 사람 이제 안 만나는 거지?”
그 사람..... 인가? 아 그래.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 제이씨도 얼마 전에 앞으로는 만나기가 힘들 거라고 전화했었다. 어차피 조금은 만남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약간은 섭섭함이 드는가 보다.
“그래.”
녀석은 그날 일은 기억하고 있는 거다. 그럼, 그때 모든 일 다 기억하는 걸까? 아니면 조금만....? 아아 그런 건 별로 상관없지. 얘들도 아니고, 너에게는 그런 거 어차피 흔한 일일 테니까.....
“그날 말야.....”
“.....”
그래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는 알 것 같아. 괜찮아, 어떤 말을 해도. 슬픈 말이라면, 지금 저 강물에 모두 흘려보내면 되는 거야. 그렇지? 그냥 편한 친구로 언제든지 있어주기로 생각했었잖아. 곁에 있기만 해도 좋은 거라고.....
“미안했다. 그렇게 술에 취해 가서는 말야. 아아 하지만 몇 번 얻어 맞으니까 아마 제정신이 좀 들었던 것 같아.”
“.....”
어느새 웅이의 손이 내 손을 슬그머니 잡고 있었다. 흠칫 놀라 녀석을 쳐다본 순간 녀석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눈이 마주쳐버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이내 얼굴을 피해버렸다. 녀석이 저렇게 나를 바라봐 준 적 없었잖아..... 왜?
“바보야. 왜 나를 피하는 거야?”
“피...하다니.....”
“네가 그러니까 내가 더 불편하잖아 임마.”
녀석이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내 녀석은 위에 포개어있던 손을 살짝 빼내어 내 손아래로 밀어 넣었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녀석의 손을 잡았고, 서로 맞잡은 형태가 되었다. 그래 나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거야. 이 손을 계속.....
“우리 사귀는 거야. 그렇지?”
나도 모르게 무심코 튀어나와버린 그 말. 나는 어느새 녀석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아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말이 나와서는 안 되는 거잖아. 이런 걸로 녀석을 묶어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 이런 것 따위로, 저 녀석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무 어리석잖아.
마음속에 복잡함이 가득 쌓여갔다. 어쩌면 그것은 녀석을 만나고 나서 계속일지도 모른다. 친구일 뿐이야. 라고 항상 말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것을 부정했다. 그래 혼자만의 감정이야. 어차피 내 맘이잖아. 라고 생각하며,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그렇게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선 계속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그냥 스쳐가듯 한 말이었을지 몰라도, 내게는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그래.”
녀석이 분명히 ‘그래‘라고 대답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져 버렸다. 무슨 이유이든 그런 건 별로 알고 싶지 않아. 지금 분명히, 나를 인정해 주었잖아. 녀석의 입으로 분명히 말한 거야. 그렇지?
마음속에서 계속 지금의 순간을 정당화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생각들보다는 그저, 그 대답을 막연히 기대했었고, 결국에 그것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기에,....
기뻤다. 머릿속에선 녀석에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이 들면서도, 분명 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연히 기쁨이 번지고 있었다. 나 나쁜 녀석인것일까?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명확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녀석은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비쳐진 저녁 노을 빛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왠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너도 참 나쁜 녀석이구나. 나도 참 나쁜 녀석이고, 우리 왠지 조금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네. 그래 어쩌면, 네가 헤어진 슬픔으로 잠시 내 곁에 온 거여도, 어쩌면 다시 누군가에게로 향해 버릴지 몰라도. 좋아하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외면하려고 해도, 도망치려고 해도. 너를 향해 있는 내 마음만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가봐. 너 이런 내 마음은 알고 있는 거야?
어쩌면 평생 네 마음에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이제 우리 사귀는 거잖아? 그렇지? 이제 너를 맘껏 좋아한다 말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정말 그렇게 된 걸까? 하지만 왜 이렇게 답답한 거야? 가슴이 자꾸 저미는 걸.....
“야..... 바보야. 왜 우는거야. 너 울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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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howcani" data-toggle="dropdown" title="하우캔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하우캔</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h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오늘은 한편뿐이네요. 죄송 T.T. 저 동호회 개설했거든요.
동영상공유인데, 거기에 제 글을 올리는 작은 공간을 마련했어요.
물론 글은 여기에 계속 올릴거지만, 사이드스토리는
그곳에 조금씩 남기려고 합니다.
'울어도 돼'를 아끼시는 분들은 저희 동호회에 들러주시면
정말로 정말로 감사할것 같습니다.
howcan.gg.ro 구요. '하우캔글방'이 제가 글을 쓰는 란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항상 응원부탁드립니다.
어설픈 글로 너무 많은것을 바라나요? T.T 그래도 열심히
더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영상공유인데, 거기에 제 글을 올리는 작은 공간을 마련했어요.
물론 글은 여기에 계속 올릴거지만, 사이드스토리는
그곳에 조금씩 남기려고 합니다.
'울어도 돼'를 아끼시는 분들은 저희 동호회에 들러주시면
정말로 정말로 감사할것 같습니다.
howcan.gg.ro 구요. '하우캔글방'이 제가 글을 쓰는 란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항상 응원부탁드립니다.
어설픈 글로 너무 많은것을 바라나요? T.T 그래도 열심히
더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