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Side #독백 (by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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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 녀석을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의 용납될 리 없다. 녀석만은 나를 이해해 주겠지만, 그것은 곧 녀석을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지금은, 녀석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저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의 상대일 뿐. 그렇게 녀석은 나를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아마도, 깊은 오해를 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 예전에 너. 내가 다시 발을 돌리게 되면, 분명 나를 죽일 거라고 말했었지. 그래 지금 네가 쫓아오고 있는 모습은 정말로 화가 나 있는, 당장이라도 나를 칠 듯한 기세이구나. 서글픔이 가슴한 곳을 저미게 하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너와 함께 했었던 그때라면, 누구보다도 나를 이해해 줄 텐데.....

“오랫 만이네. 하지만 그 표정을 보니 별로 반가워하는 것 같지는 않군.”

나 지금 질투하고 있는 건가. 녀석의 이유는 알고 있으면서, 그렇지만 태연해야한다. 지금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보게 되면, 그래도 반갑게 인사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나를 노려보는 모습은 왠지 슬프다. 애써 지우려 했던 너의 그 화난 얼굴을 또 다시 보게 되는구나. 결혼할 거라고 말했을 때 노여워했던 그 모습 그대로.....

네 말대로 나는 거짓말쟁이였고, 겁쟁이였다. 비겁했고, 모든 것에서 단지 도망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 너는 또 슬픈 표정 짓겠지.

“타라. 할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얼굴”
“너!”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닐 것 같은데, 너 지금 소리라도 지를듯한 얼굴이라고.”

그래 녀석은 지금 내 멱살을 잡고, 나를 흠씬 두들겨 주고 싶을 거다. 그래 얼마든지 퍼부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네가 지금 그런 표정 짓는 거 싫으니까. 너의 그런 표정, 단지 나에 대한 미움뿐인가? 아니면, 그 아이에 대한 걱정인건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보고 싶었다라고 라도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 속에서의 일일 뿐.

“아까부터 쫓아오는 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어차피 너와 나는 이제 관계없는 사이 아닌가? 그것도 이제 꽤 오래 된 걸로 기억하는데.”

쫓아온 이유는 알고 있다. 물론 그 아이가 아니면 나를 보고 그저 모른 척 스쳐 지나갔겠지. 내 존재가 너에게 그뿐이라는 거. 조금은 슬프다.

“네 녀석과 있던 그 아이. 그 아이랑 어떤 사이야.”
“역시. 그런 건가? 하지만 내가 누굴 만나던 너랑 무슨 상관있는 거야?”
“너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변한거야? 내가 분명히 말했지. 다시는 이런 모습 비출 생각 말라고.....”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다. 네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녀석은 흥분해있었다. 그것이 나를 더욱 자극 시켰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나는 화가 나 있었고, 그대로 녀석에게 내뱉어버렸다. 그랬다면..... 왜 나를 조금 더 말리지 않았어? 네가..... 조금이라도 나를 말려주었다면.....

“네 녀석, 유부남 주제에..... 뭐가 잘난 것처럼 말해대는 거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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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이었다. 모두가 하늘이 축복해 준거라고 말했다. 결혼식장에서 끝내 나는 녀석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당연히 안 오겠지. 오지 않을 거야.....

“무슨 생각 하는 거야? 걱정하는 것 같잖아.”
“아 미희야. 정웅이 안 왔지?”
“그러게 안 보이네. 내가 나중에 전화 해 볼께.”

분명 녀석은 어딘가에서, 저 하늘이나 바라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익숙하지 않은 슬픔은 견디지 못하는 녀석이니까.....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정말 미안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 결국에 네가 선택하는 거니까. 결혼식 잘 하고.....”
“......”
“어차피 결혼 하게 된다면, 이제 이전의 일은 모두 다 지우고 깨끗이 새 삶을 살아가. 그리고 다시는 뒤돌아봐서는 안돼.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웅아.....”
“그때는 네 녀석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사랑한다.”

마지막 통화였기에, 말하고 싶었다. 다시는 말할 수 없게 되겠지. 그래, 넌 날 원망하고, 미워하게 될 거야. 그것이 너를 위해서 더 좋은 게 아닐까. 나 잔인하게 널 보내지 못해서, 깨끗이 지워버리게 해주어야 하는데, 잘 못해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하지만..... 아직도 널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 그리워 할 수 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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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한마디엔 거센 가시가 돋혀 있었다. 그 가시는 내 심장 깊숙이 찔러 들어와 숨을 멎게 만든다. 하지만, 네 녀석 적당히 해. 그렇게까지 화가 나는 것은, 너 그 아이가 역시 소중한거지? 내 마음보다는 그 아이의 마음이 다치는 게 더 두려운 거지?

“날 걱정하는 거냐? 아니면 그 아이를 걱정하는 거냐?”
“뭐?”
“어차피 나는 이제 너에게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일 테고, 웅이 네가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관심 보일 리는 없잖아? 그렇다면.....”
“.....”
“좋아하는 거냐. 그 아이?”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녀석은 한참 동안을 머뭇거렸다. 그래 잘 생각해 봐. 너 그 아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그 아이. 네 마음을 모르지만, 널 무척이나 소중히 하고 있어. 네가 그렇게 상처로 얼룩져서 방황하는 것도, 그 아이는 다 알고 있다고.

“무슨 소리야!”
“그래, 우연히 그 아이 네 친구라는 거 알았다. 그리고 네 녀석 못난 짓 하고 다니는 것도 다 들었어.”
“뭐?”
“네가 그렇게 이사람 저사람 만나면서 마음 주지 못하고 방황하는 게 내 탓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뭐야 너! 너랑 상관 없어!”
“그래 네 인생 니가 맘대로 살고 있는 거겠지. 그러니 너도 내 인생에 간섭할 필요 없는 거 아냐?”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다 너 때문이다. 네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어도, 난 네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려고 했다. 우연히 보게 된 너의 이메일. 비번이 예전 그대로여서, 그저 무심코 보게 되었다. 그리고 네가 메일을 주고받는 그 아이의 메일 주소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의도적으로 그 아이에게 펜팔요청을 보냈다. 그저 네 녀석이 잘 지내는 건가만 알고 싶었으니까..... 그것이 전부였다. 그 아이는 내가 유부남인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항상 네 이야기를 무심코 꺼냈기에, 쉽게 네 녀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이는 항상 너를 걱정했고, 어떻게 도울 수 없는지 애타했었다. 어쩌면 그 아이가 너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네가 가진 마음이라면.....

“내가 그 아이를 버리면, 그 아이 상처 입을 텐데”
“뭐”
“네 말대로 난 유부남이고, 그 아이 그저 스치는 아이중 하나일 뿐이지.”
“이... 이자식!”
“너랑 얽혀있다니 왠지 싫은데. 당연히 더 이상 껄끄럽게 만날 이유 없다고”
“.....”
“그 아이 많이 상처 받겠네. 여하튼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친구로서 잘 다독여주던가.”
“너....너 죽여 버릴 거야.”

울지마라. 그렇게 흥분하는 거 별로 보기 좋지 않아. 그래..... 그 아이 역시 소중한거지? 그렇다면, 이제 아껴줘. 그 아이 충분히 많이 아파했으니까. 너도 이제 나 같은 건 완전히 지워버려. 깨끗이.....

“그 아이 왠지 진심인 것 같더라.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잘 되었네. 난 더 이상 할말 없으니 간다. 이제 너랑 얽힐 일 더 없겠지. 그 아이한테는 네가 적당히 말해줘”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녀석의 모습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아이 걱정으로 그런 표정 짓는 너. 왠지 안심이 된다. 괜찮을 거야. 널 진심으로 소중히 하는 그 아이가 있으니까....
그래, 나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것 같구나. 미안해 진심으로. 그러니 이제, 정말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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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아, 이제 가정에 좀더 충실해야지, 못난 남편이었으니까.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할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아.... 네. 하지만...”
“부탁이 하나 있다.”
“네 말씀 하세요.”
“누구에게도 나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아줄래? 행여 네 친구에게라도 말야. 절대로 아무한테도 나에 대한 얘기는 너만 아는 걸로.....”
“아. 네... 알겠어요”
“그리고 네 친구 녀석 말야. 이제 너무 걱정하지 마. 너처럼 좋은 친구가 곁에 있으니까.”
“네.....”

그래, 좋은 친구..... 인가, 네 녀석들 조금은 귀엽네. 질투가 조금 나긴 하지만, 괜찮아. 이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신이. 네 녀석이라면, 충분히 잘 할 거니까. 그 녀석 말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생각하고 있더구나. 

이제 다른 걱정은 하지 않을게. 그래 네 녀석도 네 인생을 열심히 살아. 나도 이제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도록 할께. 그것이 그래도 한땐 서로 너무나 사랑했었던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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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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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와서 조금은, 아니 조금보다는 많이 어떤 말그대로 은밀하고 자극적인 기대를 가지고 글들을 접해 온 게 사실이네요. 또 그럴 수밖에 없도록 하는 글들이 대부분을 (물론 전부는 아니구요...) 차지하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님의 글을, 어릴적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던 것처럼, 하던 업무를 제쳐두고 한 숨에 읽어버렸습니다.
탄탄한 구성, 조금은 특이한, 그러나 또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결론적으로 훌륭한, 구성면에 있어서나 내용면에 있어서나 그리고 이미지에 있어서도...훌륭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아주 기뻤습니다.
물론 글을 읽는 내내 제 속에 고여들던 뜻모를 슬픔의 심상을 어쩔 수 없었지만...아름다우면서도 아주 슬픈...아니, 슬픔이기보다는 아픔같은게 느껴지는 그런 글이네요...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x8)(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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