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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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1)
안녕하세요.
맨날 시티에서 다른 분들의 글만 읽어보다가,
부끄럽지만 제 글을 처음으로 올려보려 합니다.
아직 탈고를 거치지 못하고,
그냥 초고인 상태로 올려서
많은 분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통해 탈고를 하려 합니다.
자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혹시라도 읽어보셨다면,
한줄 댓글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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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나는 정말로 춥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손바닥이 간질거리고, 발가락이 잘 있는 지 확인해보려고
움직여봐도 느낌이 없는 느낌 끝에서, 작은 광점을 발견하고 다가갔을 때
내 마음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윽고 도착한 강물 속은 누군가 나를 당기는 것 같다.
강자갈을 보금고 흩어지는 허연 거품이 여인네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생명과 멀어지고 있는데,
왜 숨소리는 한걸음마다 더욱 가까워지는 것일까?
- 철화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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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차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한참 동안 노려보듯 물결을 세며
어두운 강물만 바라보고 있던 터라, 등 뒤의 차의 헤드라이트 불 빛에 눈이 부시다.
불현 듯 현실로 돌아와 주변을 살펴보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 강물로 뛰어들까만 고민하고 있던 내 뱃속에도, 허기가 느껴졌다.
멀리 여관으로 짐작되는 네온사인 불빛이 벌겋게 빛나고는 있지만,
그 불빛은 따뜻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느낌만을 주어서
선뜻 다가가려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않았다.
“뭔가 따뜻한 곳은 없을까?”
혼잣말을 되뇌이다 보니, 문득 목욕탕이 떠올랐다.
목욕탕의 부연 김과 뜨끈한 나머지 물에 닿은 부분까지 벌겋게 물들일
온탕의 느낌보다는
지금 이 몸으로 목욕탕에 들어가면 온몸이 개미가 문 것처럼 간질거리며,
찌릿 찌릿 한 느낌이 들 생각이 난다는 것이 우스워 피식 웃고는 무작정 걷는다.
그렇게 물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다시 강물로 한걸음씩 걸어들어간다.
차갑다. 아니 저린건가. 물이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무릎께를 넘어 허리춤이 좀 안되게 들어왔을까,
강자갈의 이끼를 밟은 건가. 휘청하고 미끄러진다.
한참을 볼썽사납게 휘청이다. 겨우 중심을 잡는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우습게 느껴진다.
죽으려고 강에 들어가는 놈이, 안빠졌다고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비웃고 보니, 왠지 어두운 강물속에 잔잔한 물거품이
여인네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물귀신인걸까? 무섭다.
다시 왔던길을 조심스레 되걸어 강가로 나왔다.
춥다. 젖어버린 온몸이 너무도 춥다. 몸을 아무리 웅크리고
스스로를 감싸안아도 추워서 죽을 것만 같다.
“이보세요. 선생님. 여기서 뭐하세요?”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낯선이의 목소리가 고개를 돌리게 한다.
자동차 라이트를 등지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설령 보인다고 하더라도, 지금 내 심정 같아서는
누군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닐거란 생각과 함께 그냥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만다.
“선생님, 어디 가시는 길이신데. 이 앞쪽으로는 아무것도 없어요. 어디를 찾아가시는 지 알려주시면 제가 길을 찾아드릴게요.”
“...추워서...따뜻한 곳을 찾고 있습니다.”
“따뜻한 곳이요? 이상한 분이시네. 아무튼 이 날씨에 이러고 돌아다니시면 얼어죽기 딱 좋아요.
요 바로 앞이 저희 작업장이니 우선 그리로 가서 사정을 들어봅시다.
마침 제가 가는 곳이 정말 따뜻한 곳이니 잘되었네요. 타세요.”
낯선이의 때아닌 친절이 정말 고맙게 느껴져야 할 텐데.
왠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낯선이가 권하는 대로 그의 차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1톤 트럭의 높은 의자에 올라가기에는
내 몸이 지쳐 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낯선이가 타는 것을 돕는다.
“차가 높아서 좀 올라가기 힘드실거에요.
보자, 어이쿠 얼마나 한데 계셨으면 몸이 굳으셨네.
이러다 큰일나겠어요. 네 거기 잡으시고, 네 영차!”
어느덧 내가 걷던 허옇게 빛나는 시멘트 길은 사라지고,
흙으로 된 산길로 접어든다. 아닌게 아니라
앞 차창에 갓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가 하나씩 부딪혀 오는 것이 보인다.
낯선이는 나에 대해 뭐가 그리 궁금한지
밤에 산길을 운전하느라 정신을 집중해도 부족할 상황에 연신 이것 저것 물어온다.
“자, 제가 히터 이빠이 틀어드릴게요. 우선 몸 좀 녹이세요.
아니 그런데 선생님은 뭐 하시는 분이신데.
이런 시간에 이런 곳까지 들어오셨대요? 차
림새를 보아하니, 멀쩡한 분 같은데. 이 추운날 왜...”
적당히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추위가 내 입술까지 얼어 붙게 만든것인지,
머릿속에서 뱅뱅 도는
단어들을 문장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허연 입김만 만들어 내고 있다.
내가 대꾸가 없어도 낯선이의 질문 공세는 끊어질 줄 모른다.
이 사람은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일까,
정말 이빠이 틀은 것인지 아니면 그 끊길줄 모르는 질문에 호기심이 동한 것인지
고개를 돌려 이제야 낯선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서른이나 되었을까 싶은 젊은 남자였다.
무슨일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피부와 커다랗고 하얀 눈자위가 보이는 눈이
서글서글한 인상을 주는 사내이다.
사내는 내가 보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나를 보고 시익 한번 웃어준다.
하지만 그 시원한 웃음에도 내 감정은 동하지 못한건지
아직 이렇다할 답변은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아...네...그... 그냥...바람 쐬러요,”
“바람이요? 어이구 이 추운 한겨울밤에 무슨 바람을 쐬신다고, 무슨 사연이 있으신가보네, 자 이제 다왔습니다. 내리시면 됩니다.”
그제야 다시 창밖을 둘러보니,
무슨 너른 마당이 있고 한켠에는 산더미 같은 장작이 쌓여 있다.
어두워서 멀리 보이지는 않지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자, 제가 도와드릴게요. 조심히 내리세요. 옳지, 네 발 밑에 흙이 울퉁불퉁하니까 조심하세요. 읏차!”
아까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진 몸을 차에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본다.
앞에는 나보다도 오래 되었음 직한
야트막한 집인지 창고인지 싶은 건물이 하나 있고,
그 입구에 30촉 백열전구 하나가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사내는 마치 환자를 돌보는 양 내 옆에 서서 팔을 붙잡고 연신 들어가자 재촉을 한다.
“자, 이러고 있으면 큰일 날테니, 일단 들어가죠.
제가 따뜻한 거라도 내올테니 우선 몸부터 좀 녹이는게 좋겠어요. 자 바닥 조심하시고, 네 들어오세요.”
불현 듯 이렇게 대가없는 도움을 주는 사내에게
아직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인사부터 하고 본다.
사회생활 수십년 동안 몸에 밴 버릇은
이런 상황에서도 배어나오는 것 같다라는 우스운 생각을 하며 인사를 건넨다.
“...아...그...고맙습니다...”
겨우 만들어낸 단어인지 문장인제 헷갈리는 말에도
사내는 시익 웃어보이고는 나를 어두운 방 한켠에 놓여진 테이블에 앉힌다.
그리고는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방 한쪽의 놓여진
문이 떨어져 나간 싱크대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멍하니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방안을 휘이 둘러본다.
아무래도 무슨 약식 숙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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