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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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2)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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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으로 떨어진 방문은 열려 있고,

 

안에는 30년 전에 보던 뻘건 담요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 잠을 자는 곳 같다.

 

 

 

그 방문 앞쪽으로는 마치 평상처럼 나지막한 마루가 놓여있다.

 

 

세월을 짐작하기 힘든 누런 장판이 깔려 있는 그곳에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똥개 한 마리가 연신 꼬리를 치며

 

주인이 돌아봐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마루 앞에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봉당이다.

 

 

어디서 주워온건지 만들은 건지 투박한 형태의 탁자에 내가 앉아 있고,

 

그 뒤로 한쪽 벽에는 역시 어디서 주워다 놓았음이 짐작되는 싱크대에서 사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

 

 

옆에 전기 포트에서 김이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차를 준비하는 걸로 보인다.

 

 

나는 다시 똥개라도 바라 볼 양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침 똥개도 낯선 내가 무섭지도 않은지 꼬리를 치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간다.

 

 

 

 

, 드시죠. 아마 몸이 뜨끈해 질겁니다.”

 

 

...........”

 

 

 

 

사내가 차를 준비하는 잠시 동안 못보았다고 그러는 것인지 입은 다시 얼어붙어간다.

 

 

 

나오지 않는 입김이라도 불어서 식혀볼 요량으로 입술을 벌려보려 애를 쓰자

 

갈라진 입술이 겨우 쩍소리를 내며 벌어진다.

 

 

 

그제야 내 손의 감각도 돌아온 것인지,

 

사기로 만든 컵의 뜨거운 온기가 느껴진다.

 

돌아오는 손끝의 감각에 혹여 컵을 놓칠세라 입술을 대고 한모금 마시는 시늉을 한다.

 

 

 

 

! 아 뜨거.”

 

 

하하하. 조심히 드세요. 생각보다 뜨거울 겁니다.”

 

 

......”

 

 

 

 

탁한 진갈색의 액체가 몇모금 넘어가고 나서야,

 

이 것이 늘 맛보던 커피나 홍차가 아닌 또 다른것이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이게....”

 

 

, 생강차에요. 제가 요 옆에 밭에서 생강을 몇 개 심어놨는데, 그게 잘되서 이렇게 차로 만들었죠. 어떻게.. 드실만하세요?”

 

 

.......있네요..”

 

 

 

 

진하게 꿀과 함께 타서 내온 생강차의 도움을 받아

 

머릿속에서 맴돌던 단어들을 드디어 문장으로 만들 여력을 갖게 되었다.

 

 

 

 

.....고맙습니다...아까..차도 태워주시고...이걸...어떻게...”

 

 

, 이젠 좀 몸이 녹으셨나 보네, 아이고 별거 아니에요.

 

이 추운날 그러고 돌아다니시면 큰일 당해요. 다행히 별일 없으신 것 같아 마음이 놓이네요,”

 

 

“..., 감사해요... 그런데 여....여기서..돌아가려면...”

 

 

아이고, 이 밤중에 뭔 어디를 갈 생각을 하신다고, 제가 방에 불 넣어드릴테니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어딜 가도 가요.”

 

 

 

 

낯선 사내의 고마운 말에 힘입었음일까,

 

이제야 낯선 사내를 천천히 돌아다 볼 여유가 생긴다.

 

 

 

사내는 털이 자잘하게 있는 활동적인 츄리닝을 입고 있고,

 

그 안으로는 누렇게 때가 탄 것 같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평범한 남자였다.

 

 

 

장난기 가득한 사내의 눈동자는 흰자위가 많아서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두 귀가 앞으로 향해 있는 소위 말해 원숭이 같은 상이었다.

 

잔잔한 구렛나룻과 턱수염으로 보아 그리 깔끔치 않은 성격인 듯 싶은 사내는

 

수더분해보이는 인상이 어딘지 모르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이다.

 

 

그래, 수영이도 저렇게 생긴 남자를 보면 매력적이라고 했었지,

 

항상 입버릇처럼, 남자는 허여멀건하게 생긴 남자보다는

 

저렇게 남자답게 생긴 사람이 좋다고 여러번 말했던 기억이 난다.

 

 

 

 

...신세를... 비용은 어..떻게...”

 

 

아이고, 뭔 비용이에요. 비용은! 그런거 신경쓰지 마시고,

 

제가 조금 전에 보일러 켜 놨으니까 조금 이따가 들어가서 주무시면 되요.

 

저 혼자 가끔 와서 자는 곳이라 지저분하긴 하겠지만

 

뭐 그래도 바깥에서 자는것보단 훨씬 나을거에요.”

 

 

그래도....”

 

 

, 그건 됐고, 식사는 하셨어요?

 

보아하니 몇 끼 굶으신 것 같은데,

 

별건 없지만 그 차 드시고 계시면 제가 뭐라도 가져다 드릴게요. 잠시만요.”

 

 

 

 

사내는 뭐라 답변도 듣지 않고 일어나,

 

똥개의 머리를 한번 문질러 주고는 다시 싱크대로 가서 뭔가를 또 뚝딱거린다.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요새도 이렇게 남 생각해주는 사람이 남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불현 듯 경계심이 들게 된다.

 

 

 

왜 모르는 사람이 태워주는 차를 타게 되었을까,

 

내가 왜 여기를 왔을까.

 

산골 깊은 곳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강제로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온지 몇분이 지나서 저 똥개 녀석의 경계심도 누그러진 것일까,

 

발밑에 다가와 앞발을 들어 내 허벅지에 올려놓고는 나를 바라보는 개를 인식하게 되자 상념은 멈춘다.

 

 

 

나는 이렇게 나를 반가이 맞아주는 개에게 인사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는지,

 

아니면 전에 키우던 우리 누렁댕이 생각이 나서인지 개의 머리에 손을 얹어본다.

 

 

내 손이 아직은 차가울텐데 개는 머리에 얹힌 손이 고마운지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댄다.

 

 

 

 

“...이름이.....? 만져주니까...좋아?”

 

 

어이구 그러고보니 인사도 제대로 안했네요. 전 김길상이라고 해요. 그 녀석은 그냥 흰둥이구요.”

 

 

 

 

내 혼잣말을 들은걸까, 김길상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내의 인사말이 등뒤에서 날아온다.

 

 

 

 

.........철화...입니다,”

 

 

, 네 박철화 선생님. 반갑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제가 금방 상을 차려드릴게요.”

 

 

 

 

그러고서는 사내는 다시 작업에 열중한다.

 

그래도 통성명을 하는데 얼굴이라도 봐야하겠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던 내 시선은

 

길상의 등으로 향한다.

 

 

 

175나 될까 평균정도의 키에,

 

근육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부진 등판이 보인다.

 

길상의 앞에 수증기가 많이 나는 것이 보이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급한대로 라면이라도 끓이는 것인가싶다.

 

 

 

 

, 드셔보세요. 마침 저도 시장끼가 느껴져서 넉넉히 끓였으니 같이 드시죠.

 

산골짜기에 임시 숙소라서 딱히 뭐 준비된게 없으니 아쉬운대로 참아주세요.”

 

 

, 고맙습니다.... 이거 처음 뵙는 분께 너무 신세를 지네요.”

 

 

 

하하하, 신세는 무슨요. 자자 선생님 어서 듭시다.”

 

 

 

 

사내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입에 붙이고 사는 듯 하다.

 

커다란 백사기 그릇에 가득 라면을 담아 내 앞으로 들이밀고는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배어있는 입술을 크게 벌려 라면을 한젓가락 들이킨다.

 

 

나는 구수한 냄새에 허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왠지 음식을 먹으면 안될 것만같은 생각에 수저를 들고 국물부터 한 수저 떠 올린다.

 

 

 

종일 추위에 떨어서일까,

 

벌건 국물을 가득 퍼 담은 수저 끝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일 정도다.

 

 

왠지 다시 흘리면, 음식을 준비해준 길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것 같아서

 

흘리기 전에 황급히 입술로 수저를 가져간다.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라면 국물이 몇 방울 들어왔을 뿐인데,

 

하루 종일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위장은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잊었던 소화작용을 시작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하얀 백사기 그릇에 얼굴을 묻듯이

 

음식을 먹고 있는 내 자신을 느낄 새도 없이,

 

연신 입으로 음식을 가져간다.

 

 

 

그릇을 거의 다 비워내고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기 시작하자

 

불현듯 내 자신의 모습이 그리 좋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 길상을 바라본다.

 

 

길상은 어느새 자신의 몫을 다 먹었는지,

 

마침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서글서글한 눈으로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많이 시장하셨나 보네요. 선생님, 라면은 넉넉히 있으니까 천천히 많이드세요.”

 

 

 

 

나는 그 말에 왠지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수저를 들었고,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자리를 정리하려는 듯 하다.

 

 

 

 

, 이제 이불도 깔아두었으니,

 

가서 주무시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가 방이 하나뿐이어서 누굴 데려올 줄은 모르고...

 

저랑 같이 주무셔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말은 질문이지만, 내용은 통보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길상의 눈빛은 거절의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든다.

 

식사를 마치고 신발을 벗고 누런 장판을 밟아 방에 들어가니,

 

개는 마루 한켠에 놓인 자기 집으로 생각되는 곳으로 들어가서 눕는다. 아마도 익숙한가보다.

 

 

방에 들어가니, 정말 새빨간 담요가 깔려져 있고, 한켠에 벽에는 옷걸이가 몇 개 박혀있다.

 

 

 

 

, 그럼 저 신경쓰지 마시고 편히 누으세요.

 

추울텐데, 이불 속에 들어가시면 아마 따뜻하실 겁니다.”

 

 

 

 

나는 가타부타 대답도 못하고 적당히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는 이불 밑에 들어갔다.

 

 

 

우리 어머니가 혼수로 해왔을 것 같은 솜이불이 두텁게 깔린 이불 속은

 

무슨 찜질방 바닥처럼 뜨거웠다.

 

 

 

추운 몸이 따뜻한 방바닥을 찾는 건지,

 

자석이 철판에 달라 붙듯이 더 많은 면적을 방바닥에 대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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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r5121" data-toggle="dropdown" title="시베리안타이거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시베리안타이거</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아주 예전 할아버지댁에 갔을때의 느낌의 분위기 인가부네요~~ 담편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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