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 붙었는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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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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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이반 들의 마음속에 단 1도라도 따스함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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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세요. 아침드셔야죠.”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보니,
구멍이 난 양말 사이로 비집고 나온 발가락이 보인다.
저 발가락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곳은 어디일까 라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내 몸을 흔드는 손길이 귀찮기만 하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잠을 청하려 하다보니,
불현 듯 이 곳은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때서야 고개를 들고 나를 깨운 이를 바라보니,
길상의 시원한 미소가 보인다.
이제야 느끼는거지만 길상은
피부가 검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원래 그런 것 인지
이가 참 하얗게 빛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아...저런...제가 늦잠을...”
“아니에요. 자 어서 일어나셔서 아침 드셔야죠.”
어제 밤만 하더라도, 어두운 강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상상을 하고 있던 몸이,
뜨끈한 방에서 푹 잤다고 번개같이 일어나 빠르게 이불 정돈 정도는 할 만치 회복되었다.
나는 빠른 손길로 일어나서 방을 대강 정돈하고,
길상과 함께 상을 마주한다.
길상은 어디서 마련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번듯한 아침상을 차려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제 밤에 인사도 못했던 똥개 녀석은
어디로 아침 산책이라도 나간건지 보이지 않았다.
길상과 함께 상을 마주하고 식사를 하다보니,
어제 못다한 질문을 이제야 한다는 듯이 여러 가지를 물어온다.
“아이고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어제 밤에 그 늦은 시간에 거기서 뭘 하고 계셨던 거래요? 그리고
뭐하시는 분이시길래, 이런 곳에 다 오셨대요. 여기는 동네 사람도 잘 안들어오는 산골인데요.“
“아, 어제는 정말 신세가 많았습니다.
저는 수원에서 광고일을 하고 있는 박철화라고 합니다.
실은... 그냥 바람을 쐬고 싶어서 어제 이곳에 왔다가 그만 시간이 늦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차에, 길상씨 덕분에....”
“네 선생님 수원에서 광고를 하신다고요.
어쩐지 차림새가 이 동네 분은 아니다 싶었더니만,
그런데 어제 표정이 영 안좋으시길래, 전 물에 뛰어들러 오신 줄 알았지 뭐에요.
실은 가끔 그런 분들이 이 동네에 오시긴 해서, 제가 잘못알았네요.”
“아..강물에...네..고맙습니다,”
“그러면 오늘 바로 올라가시겠네요.
여기서는 택시도 잘 안오고, 차 타는 곳도 머니까, 제가 이따가 요 앞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네, 그런데 길상씨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 그리고 여기는....”
“아이고 그러고보니, 제가 그것도 설명을 안드렸네요.
여기는 가마에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도자기 굽는 곳이거든요.
작업실은 저 밑에 읍내에 있는데,
읍내에는 가마를 만들 수 없어서,
물레 돌린 자기들을 여기로 가져와서 굽는 곳이죠.”
“아...도자기...아...광주가 도자기로 유명했죠, 그러고보니...”
“그렇죠. 이따가 식사하시고 같이 가마에 한번 올라가 보실래요?
마침 지금 불을 꺼내고 식히는 중이라
이따가 보시면 좋을거에요. 불 꺼내고 남은 가마에는
동네사람들이 들어와서 찜질도 하니까, 들어가보셔도 좋겠구요.”
“네...그럼.... 그럼 부탁드립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정해지지 않았던 터라,
길상의 권유에 흔쾌히 동의를 하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와보니,
생각보다 큰 마당 한 켠에 황토로 언덕처럼 만들어둔 가마가 보인다.
저런 것을 요 라고 부르던가,
조선후기 광주관요에 대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
흥미롭게 길상을 따라 가마로 다가선다.
“너무 다가가지는 마셔요. 생각보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나는 가마 입구 사이로 아직 솟아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불을 뺐다고 하던데,
아직은 불기운이 남아있는가 보다.
거리가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구덩이를 바라보고 있기가 힘들다.
열기와 마알간 불길 안쪽으로 아른거리며 형체가 보인다.
얼마나 뜨거울까, 저 안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저 안에 들어간다면 화장터의 시신처럼 뼛조각 몇 개만 남기고 사라질 수 있을까?
어느 책에서였던가?
자기굽는 도공이 불길을 잡기 위해
저 가마 안에 들어가 도자기를 끌어안은채 자신의 몸을 태웠다고 하던가?
모든 통증 중에 작열통이 가장 아프다던데 하는 등 상념이 꼬리를 이은 채 떠오르고 있었다.
“선생님, 뭘 그렇게 생각하셔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봐요?”
고개를 돌려보니,
내 눈을 마주치며 나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커다란 눈동자가 보인다.
저 커다란 눈동자에는 어떤 모습이 비춰지고 있을까?
내 모습은 얼마나 보기 흉하게 비춰지고 있을까?
언제나 버릇처럼 혼자하는 상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길상은 아무말 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가마로 다가간다.
“무슨 생각하시는 지는 모르지만, 여기 잠깐 계셔요. 전 가마에 불구멍좀 더 내고 올게요.”
말과 함께 황토 굼벵이처럼 생긴 가마로 다가가는 길상.
가마 옆에서 위쪽에 난 구멍을 들여다보기도하고,
가마 위의 굴뚝 연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무슨 기다란 장대 같은 것으로
불구멍 안쪽을 후비기도 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무척이나 뜨거울텐데...
하는 생각을 듣기라도 한 걸까?
갑자기 웃옷을 벗고는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가슴을 닦아낸다.
뜨거운 만치 땀이 많이 난 것인가보다.
옷을 벗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상체도 검은 편이다.
확실히 헬스장에서 늘상 볼 수 있는 그런 근육질의 몸매는 아니지만,
두툼해 보이는 가슴팍이 단단해보이는 것이
이런 저런 노동에 단련된 흔적이 보인다.
튼실한 팔뚝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보니,
젊어보이는 친구가 도자기 빚는 도공이라기보다는
장작패는 마당쇠 같다는 생각에 혼자 웃음짓게 된다.
길상은 그렇게 여기 저기를 한참 만지고 정리하고 들여다보더니
이내 나에게 다가와 다시 말을 건다.
“아직 한나절 이상은 더 식혀야겠는데요.
아마 오늘 저녁에는 저 아래 동네 사람들이 고깃근 좀 들고 와서
고기도 먹고 찜질도 하고 할 것 같네요.”
나는 상념을 멈추고 길상을 내려다본다.
그러고보니 나보다는 한참 작은 키의 길상이다.
이 추운 겨울에 웃옷을 벗고도 추운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저 뜨거운 가마와 차가운 겨울 바람이 길상을 강하게 담금질했기 때문이려나.
“선생님도 모처럼 바람쐬러 오신거면,
급한일이 있으신게 아니시면 오늘 하루 더 계시죠.
이따가 제가 고기 맛있게 구워드릴게요.
여기가 잡생각 없이 휴식하기엔 그만이라니까요.”
나는 가타부타 대답도 못하고, 길상의 제안에 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겨우 고개를 움직여 응낙의 뜻을 비추니,
길상은 용케 알아듣고는 한손에 웃옷을 들고,
목에 수건을 감은채로 집으로 들어간다.
볼거리가 사라진 김에 주변을 둘러보니,
한 300평은 되어 보이는 곳이다.
가마터 뒤로는 소나무 숲이 있고,
그 멀리 산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묻어있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추운 기분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멈추고
길상이 들어간 집으로 따라 들어간다.
아침 산책을 마쳤는지, 간밤에 보았던 똥개 녀석도
어디선가 달려와 집안으로 들어간다.
“아!! 아!!, 아, 미안합니다. 씻으시는줄 모르고..”
그렇게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턱을 넘으니,
부연 수증기 사이로 길상의 알몸이 보인다.
땀을 흘리고 난 뒤이니 씻고 있는 것 같다.
길상은 어디서 뜨거운 물을 끓여두고 있던 것인지,
빨간 고무다라이 안에 선채로 몸에 더운 물을 붓고 있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황급히 나가려 문 손잡이를 잡았다.
“아유, 뭐 어때요.
선생님도 어제 곤하셔서 바로 주무시느라 못씻으셨죠.
물은 많이 뎁혀두었으니까, 선생님도 씻으세요.
전 금방 끝나니까, 저기 방에서 옷 벗고 계시면 빨리 끝낼게요,”
사내끼리라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일부러 길상을 보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외로 꼬은채로, 황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 씻기는 해야지.
갈 때 가더라도 사람 꼴은 하고 가야하지 않겠나.
하고 외투를 벗고 입고 있던 스웨터를 반쯤 벗어 머리를 통과할 즈음이었다.
“아이고 선생님 아직 안벗으셨네요.
빨간 고무다라이라 미안하긴 하지만,
제가 물 받아 놓았으니 따뜻하게 씻으세요.
더운 물에 씻고 나시면 한결 상쾌하실 거에요.”
길상의 말에 스웨터를 마저 벗고 바라보니,
알몸으로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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