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 사건 -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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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주도에서 태어난 장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어선의 선원이었고, 어머니는 해녀였다. 장태의 부모는 늦게 얻은 아들 하나를 애지중지 아끼며 키웠다. 태어날 때부터 기골이 장대하여 장태의 어머니는 이틀에 걸친 진통 끝에 겨우 장태를 낳았다. 차귀도가 보이는 작은 해안 부락에서 이웃 사람들로 하여금 장군감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중학교만 겨우 나온 장태 부모는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보이는 장태를 바다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육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살림살이가 여의치 못해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제주시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시켜 뒷바라지를 했다. 없는 살림에 장태를 키우느라 어머니는 하루 종일 물질을 했고, 아버지는 쉬는 날 없이 배를 탔다.
장태가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봄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장태는 집에 어머니가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웃집을 돌며 찾았으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어머니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장태는 아침에 야간 뱃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아버지는 짚이는 데가 있었다. 장태도 아버지와 생각이 같았다.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센 곳이라 웬만한 해녀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었다. 잠수에 자신이 있는 해녀들만이 가는 곳이라 그만큼 많은 수확량을 올릴 수 있는 곳이었다.
예상대로 바다 저 멀리 어머니가 사용하는 테왁이 떠 있었다. 장태 아버지는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옷을 벗었다. 장태도 따라 벗었으나 아버지가 말리는 바람에 그냥 기다리기로 하고 아버지가 차가운 바닷물에 발가벗은 몸으로 뛰어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버지는 테왁이 있는 곳까지 헤엄을 치고 가서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고무옷을 입은 어머니를 데리고 바다로 나왔다.
장태는 어머니의 시신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 울었다. 끝이 없는 울음이었다. 아버지도 장태와 마찬가지로 아내의 시신에 엎드려 통곡을 했다. 마을 사람들도 우려하는 바가 있었기에 바다로 나와 넋을 잃고 우는 장태 부자를 시신에서 겨우 떼어놓았다.
장태는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같아 죄책감에 학업을 떼려 치우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더욱 집착이 생겨 장태를 설득했다. 바다가 싫으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꼭 육지에 나가 성공을 하라는 논리로 장태를 다그쳤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장태는 다시 학업에 열중했다. 사춘기에 닥친 어머니의 죽음은 장태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지만 오히려 그것이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장태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아버지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너울성 파도로 인한 어선 전복 사고 때문이었다. 구조 작업을 펼쳤으나 살아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시신이 해안으로 이송되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간 장태는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려 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며칠에 걸쳐 시신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끝내 장태 아버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시신은 구조 작업이 끝나고 일주일 뒤 낚시꾼들이 탄 배에서 발견이 되어 장태는 뒤늦게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천애 고아가 된 장태의 처지가 불쌍하여 이웃집 사람들은 서로 도와가며 장태를 돌봤다. 그러나 그것도 한 달 두 달이지 언제까지고 얻어먹고 살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사람은 먹는 것만 해결된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가는 버스가 끊어질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교를 때려치우고 튼튼한 몸뚱아리를 이용해 아버지처럼 뱃일을 하며 살까도 생각했으나 장태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학 진학은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마자 곧바로 단념을 했다. 장태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를 할 때 장태는 다른 목적을 위해 공부를 했다. 힘이 들 때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육지에 나가서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외롭고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 뒤, 다른 학생들이 대학 합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 장태는 다른 종류의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고졸 경찰직 공무원 합격증이었다.
장태는 발령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이 유일하게 남겨 준 집을 처분했다. 알량한 돈이었다. 다행히 발령이 난 대도시 변두리 지역에 작은 원룸을 얻을 수 있는 보증금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장태는 아픈 기억이 있는 고향을 떠나 지구대 순경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살던 장태는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도시에서 삶이 갑갑하고 힘이 들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곳에서의 삶은 더욱 외로웠다. 같은 지구대의 순경들은 장태를 동생처럼 아끼고 잘해줬지만 그저 동료들끼리의 친근함일 뿐 장태의 외로움까지 달래줄 수는 없었다.
혼자 외롭게 순경 생활을 하는 동안 장태는 늘 자상한 남자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었다. 우람한 덩치에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표정이 없어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남자가 장태의 이상형이었다. 비록 치밀어 오르는 욕구를 참지 못해 게이들이 모이는 어두운 곳에서 덩치가 크다 싶으면 아무나 붙잡고 욕망의 배출구로 삼긴 했지만 장태는 이상형의 남자가 자신 앞에 나타날 것을 간절히 바라며 긴긴 외로움을 견뎠다.
장태는 외로움만으로도 벅찬데, 온갖 귀찮음을 물리쳐야 하는 과정도 뒤따랐다. 월급 도둑 같은 여경들의 데시는 무시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장태를 귀찮게 하는 것은 선배랍시고, 직급이 높답시고, 나이가 많답시고 장태의 삶에 참견을 하는 것들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장태가 연애 한 번 못해본 숙맥으로 비쳤으므로 오작교를 놓아준다며 수시로 소개팅 제안을 하고, 연애 코치를 자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장태에게는 귀찮기 이를 데 없었다. 장태는 고아 출신에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가난뱅이라는 스펙으로 모든 귀찮음을 물리쳤다. 안정적인 공무원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그래봤자 지구대 순경밖에 더 되느냐는 자조 섞인 말로 귀찮게 구는 사람들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10년 동안 외로움을 견디고, 귀찮음을 물리쳐 가면서 살아온 장태는 드디어 이상형을 발견했다. 주로 덩치 있는 게이들이 사용하는 어플에서였다. 쳐진 눈매에, 얼굴에는 착하다는 단어가 적힌 모습이었다. 평소에 이상형으로 그리던 모습과 너무나 닮은 사람이었다.
장태는 틈만 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어플에 접속해서 그 사람을 확인했다. 사진이 매번 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이 떠 있는 시간은 하루에 불과 서너 시간뿐이었다.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서 운에 맡겨야 했고, 사진이 떠 있는 시간에는 쾌재를 올리며 한참을 바라봤다. 화면 캡처를 뜨면 보고 싶을 때 늘 볼 수 있겠지만 장태는 그러지 않았다. 반칙 같아서였다. 분명히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만 사진을 올리는 사람 같았기에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이었다.
또 한 편으로 장태의 마음속에는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을 하면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록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결국 장태는 용기를 내어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1시간 만에 답장을 받았다. 형수였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로 보니 장태는 형수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형수가 탑이라면 처음으로 항문을 내 줄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형수는 바텀이라 그럴 일은 없었기에 장태는 그동안 쌓아온 애무 실력으로 형수를 까무러치게 만들었다.
늘 바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형수를 위해 장태는 거의 매일 병원 앞에서 기다렸다. 오랜 자취 경력으로 인한 기본 바탕에 온갖 레시피 자료들을 섭렵해서 만든 도시락을 바치기도 하고, 형수가 잠시 짬이 나서 병원을 나오면 장태는 형수가 원하는 대로 자지를 빨고 항문에 자지를 박았다. 형수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섹스까지 했으니 장태는 이런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딱 여섯 달이었다. 병원 근처에서 모텔방을 잡아 놓고 대기를 하고 있다가 형수가 와서 섹스를 하고 난 직후에 형수의 착한 얼굴과 조그마한 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 터져 나왔다.
“너는 조ㅈ은 잘 빨고 힘도 좋으면서 조ㅈ질은 왜 이 모양이냐? 들어와도 아무 느낌이 없어. 난 섹스 잘하는 사람이 좋은데.... 넌 좀 아닌 거 같애.”
장태는 형수를 놓치기가 싫어 몇 번이고 사과를 하며 형수를 붙잡았다. 하지만 형수는 다시 연락을 하면 아무도 모르게 죽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장태는 형수를 떠날 수 없었다. 형수가 싫어하는 것이니 연락은 하지 않고 늘 그랬듯이 퇴근을 하면 형수의 병원 근처에서 서성이며 먼 발치에서나마 형수를 바라보며 살았다.
형수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면서 잊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오히려 잊으려고 하면 더 생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발길이 병원으로 향했다. 형수가 쓰다 버린 물건들을 몰래 주워다 모으는 버릇도 생겼다.
장태가 형수에게 집착을 해서 스토킹을 한다고 해도 본연의 일에는 더없이 충실했다. 지구대 순경의 일이라는 게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등의 굵직한 일은 아닐지라도, 어디선가 시민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출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구대 순경들이었으므로 장태는 그 어느 경찰들보다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셈이었다.
장태가 형수와 헤어진 지 1년 쯤 되던 어느 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은 살인 사건의 현장이었다. 장태는 서둘러 폴리스 라인을 치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그것이 장태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관할 경찰서에게 나와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에도 장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폴리스 라인을 지키는 일이었다.
감식반까지 모두 현장을 떠났을 때 장태는 현장 정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둘러보다가 욕실 하수구에 뭔가 이상한 게 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눈을 대고 들여다보니 단추 같은 것이었다. 장태는 곧장 경찰서에 연락을 했다. 얼마 후 달려온 김형사는 하수구를 뒤져 증거품을 수습하고 현장을 떠나려다 장태를 유심히 바라봤다.
“어이~ 너 이름 뭐야?”
“XX 지구대 소속 박장태입니다.”
“눈썰미가 좋네.”
그 후 몇 달 뒤, 백주 대로에서 어떤 남자가 흉기를 마구 휘두른다는 신고를 받고 장태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장태는 바로 달려 들어 흉기를 빼앗고 남자를 제압했다. 그 과정에서 팔뚝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형사를 다시 만난 것도 그때였다. 김형사는 장태를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후 장태는 새로 발령을 받았다. 지구대가 아닌 경찰서였다.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검거율이 최상급인 김형사의 입김은 장태를 강력반에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했다. 그렇게 장태는 김형사의 파트너가 되었다.
김형사는 장태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 현장에 출동해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꼼꼼히 수집하는 장태를 김형사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능력도 발전을 하여 김형사의 신임을 받았다. 경찰서 내에서 장태가 순경 출신이라고 깔보던 사람들도 장태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장태가 강력반에서 제법 짬밥을 먹은 어느 날, 장태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늦은 퇴근을 했다. 늦게 퇴근을 하는 날에는 늘 그러하듯이 병원으로 향했다. 형수가 일하는 병원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가 없었다.
형수가 만나는 사람이 또 바뀌어 있었다. 장태가 버림을 받자마자 형수의 애인이 된 사람이었다. 이 사람 역시 형수에게 버림을 받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되었었는데, 어느 새 또 형수의 옆에 있었다. 장태가 본 것만 해도 몇 번째였다. 장태는 이 남자가 부러웠다. 이 남자처럼 형수가 다시 자기를 찾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장태는 이 남자가 사라지면 형수가 다시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남자, 그러니까 병무의 존재가 자신이 형수에게 버림을 받은 이유 같았다. 장태는 살의를 느꼈다. 살인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을 때, 피칠갑을 하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가 병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의 죽음에 슬퍼하는 형수를 위로하고, 형수의 몸과 마음에 비어 있는 자리를 장태 자신이 채우고 싶었다. 병무만 사라진다면 자신의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장태의 집착은 결국 소망을 현실로 이루는 작업에 착수하도록 만들었다. 병무를 제거해도 형수가 다시 찾을 후보자들이 몇 명 더 있었기에 먼저 그들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했다. 장태는 살인 사건 현장을 다니며 체득한 지식을 활용해 철저히 계획을 세웠다. 사건 수사를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잡히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게다가 사건 수사를 장태 본인이 할 수만 있다면 더욱 안전했다.
장태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형수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접근했다. 쉬운 일이었다. 형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장태를 좋아했다. 장태가 추파를 던지면 바로 넘어왔다.
첫 번째 살인은 장태가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 지역을 선택했다. 성공적이었다. cctv만 피하면 끝이었다. 장태는 종이로 접은 사마귀를 시그니처로 활용해 앞으로 계속 살인이 벌어질 것이라 예고했다. 살인 사건이 형수 본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려움을 느끼기를 바랐다.
세 번째로 살인을 하고 난 후 형수에게서 메시지를 받은 장태는 너무나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장태는 자신이 벌이는 일에 완전히 의심이 사라져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감도 붙었다. 네 번째 살인은 굳이 야외로 나가지 않고 피해자의 집에서 간단히 처리했다.
다섯 번째 사건도 쉬웠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다. 자지를 자른 커터칼을 두고 온 것이었다. 칼에서 검출된 dna는 칼과 함께 들어 있던 형수의 물건에서 묻은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되었다. 장태가 쓰레기통을 뒤져 얻어낸 형수의 팬티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범인이 여자가 아니라 게이라는 제보였다. 장태는 살짝 걱정이 되긴 했으나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장태가 게이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지 않고 철저히 은둔 게이로 살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된 셈이었다.
장태는 마지막 살인을 준비했다. 그 대상자는 역시나 병무였다. 두세 달 간격의 시차를 두지 않고 빨리 제거를 하려고 했으나 사건이 종결되었음을 알리는 동시에 형수의 두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상징물을 생각하느라 자꾸 미뤄졌다. 마지막이기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끝내야 했고, 형수가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했다. 시간 격차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태가 수고스럽게 병무를 제거하지 않아도 형수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너무나 기뻤다. 경찰이니까 지켜달라는 말에 장태는 가슴이 마구 뛰었다. 게다가 사랑했지 않느냐는 말에는 눈물이 나올 것도 같았다.
장태의 살인은 거기에서 멈췄다. 형수가 돌아갈 곳을 남겨 두지 않는 것이 필요하긴 했으나 장태는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조짐이 보이면 그때 처리해도 늦을 것 같지 않았다.
장태는 형수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형수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고, 형수를 위해 자지를 빨고, 형수를 위해 자지를 박는 행위 하나하나가 장태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형수를 잘 아는 장태의 마음 한 구석에는 형수가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존재했다.
장태가 설거지를 하다 칼에 손이 베였을 때, 평소 같으면 밴드 하나 붙이고 끝냈을 것을 형수에게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형수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였다. 형수가 베인 상처를 꿰맬 때에도 전혀 아픈 줄을 몰랐다. 형수에게 버림을 받았던 상처도 깨끗이 낫는 듯 했다.
형수가 피 색깔을 너무나 이뻐하고 피를 보고 싶어했으므로 장태는 형수만 원한다면 언제든 자신의 살을 칼로 그어 피를 보도록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형수가 피를 보고 싶어 하는 자리가 자지라는 것이 문제였다. 다른 곳이라면 어디든 바로 내줄 수가 있었는데, 자지는 절대로 내줄 수가 없었다. 형수와의 섹스 때문이었다. 매일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었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꼭 했기에 포경 수술 때문에 못한다는 것은 장태가 아무리 형수를 사랑한다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형수의 제안을 단박에 뿌리칠 수는 없기 때문에 장태는 계속 시간을 끌었다. 더욱 열심히 자지를 놀려서 형수를 기쁘게 해주면 형수 역시도 섹스를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포경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 끌지도 못했는데, 형수는 포경 수술에 대한 소망을 피력했다. 그리고 바로 이별을 통보했다.
장태는 언젠가 한 번 위기가 닥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별 통보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별을 통보할 때 형수가 선택한 단어가 장태를 허물어뜨렸다.
“너 아직 방 안 뺐다고 그랬지? 오늘은 너 거기서 자. 오랜만에 편하게 좀 잘래.”
그냥 질렸다든지, 다른 남자 자지가 먹고 싶어졌다든지, 옛날처럼 섹스를 해도 느낌이 없다든지 했었다면 장태도 받아들이기 쉬웠을 터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편하게 자고 싶다는 말은 장태가 형수에게 불편한 존재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므로 장태는 그동안 느꼈던 행복감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장태는 형수의 표정에서도 자신이 귀찮고 불편한 존재였음을 확연히 느꼈다. 다시 병무에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형수를 보면서 장태는 참담함도 느꼈다. 진작 병무를 제거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병무를 제거한다고 해도 형수가 다시 찾지 않을 것만 같았다.
장태는 형수에게 살의를 느꼈다. 어차피 형수의 곁에 있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기에, 형수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미련이 남지 않도록 형수마저 제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태는 그러지 않았다. 우발적인 살인이란 장태에게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다. 장태는 이를 악물고 옷가지를 챙겨 형수의 집을 빠져 나왔다.
장태는 다시 살인 계획을 세웠다.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5차 살인 때 나온 불상의 dna와 형수의 dna를 대조했다. 99.9999....% 일치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장태는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형수에게 쫓겨난 지 한 달 만이었다. 병무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내일 포경 수술 하기로 했거든. 하도 졸라서 말야. 수술하면 당분간 섹스도 못하니까 형수 만나기 전에 너 만나서 존.나 박고 싶어서 그래. 너 야외에서 섹스하는 거 좋아한다며?”
장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병무의 말이 이어졌다.
“씨.발 딱 내스타일이야. 나도 차에서 하는 거 좋아하거든. 차에서 하다가 불편하면 차문 열고 나가서 존.나 박고....”
장태는 병무의 말을 끊었다.
“형수랑 할 거라면서 나는 왜?”
“어제 형수가 니 예기하면서 내 염장을 질렀거든. 내가 조ㅈ은 더 잘 박는데, 애무는 니가 수준급이라나 어쨌다나.... 그래서 니가 얼마나 애무를 잘하는지 느끼면서 배우려고 그래. 너도 나한테 조ㅈ 박히면서 배우면 서로 윈윈이잖아.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섹스. 딱 좋잖아. 우리 둘이 존.나 박 타고 있을 때 형수가 오면 너는 형수 애무하고 나는 조ㅈ 박고.... 형수한테도 나쁘지 않은 일이잖아. 혹시 알아? 그게 우리가 공존하는 길인지도 모르잖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너랑 나랑 둘이 힘을 합쳐서 형수를 즐겁게 해주자는 거지.”
“형수가 그런 가치가 있는 인간일까?”
“야, 너 오늘 낯설다. 너 형수한테 단단히 삐졌구나? 하긴 한 달로는 마음 추스르는 게 좀 부족하지. 죽음을 각오하고 형수랑 살았는데 버림을 받았으니.... 니 맘 충분히 이해해. 근데 그럴 때일수록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씨.발 너 만나서 존.나 위로해 주고 싶네.”
“어떻게 위로해 줄 건데?”
“내가 잘하는 게 섹스밖에 없으니까 존.나 잘해줄게. 형수가 매번 나를 다시 찾는 이유를 너 스스로 느껴 보라고. 니가 형수랑 비슷하게 생겨서 너 생각하면 존.나 꼴리거든. 씨.발 지금도 너 생각하니까 꼴려서 바지가 찢어질 거 같애. 어때 나랑 한 번 하자. 조ㅈ 잘 빠는 너한테 내 조ㅈ 물리고 싶기도 하고....”
“너.... 진짜 조ㅈ 커?”
“왜 궁금해? 궁금하면 만나서 직접 보시든가. 아마 니가 빤 조ㅈ 중에 가장 큰 조ㅈ이 될 거야.”
“조ㅈ부심이 대단하네.... 너도 형수 다시 만나는 거 목숨 걸었을 건데 그 조ㅈ 잘 지켜야 되지 않아?”
“너 말 잘했어. 너 그렇게 미적거리다가 내 조ㅈ이 사마귀한테 잘리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어. 어때 잘리기 전에 내 조ㅈ 한 번 맛봐야하지 않겠어? 너도 나랑 비슷한 처지니까 니가 사마귀한테 걸려서 조ㅈ 짤리기 전에 니 똥구멍 맛 좀 봐야 될 거 같은데.... 우리 죽기 전에 후회 없이 한 번 하자. 어때, 너도 꼴리지? 내가 데리러 갈까?”
“응.”
“우와~~~ 진짜? 언제 어디서 만날래?”
장태는 cctv 사각 지역이 많은 곳에서 병무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퇴근을 한 뒤 모자를 눌러 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병무의 차에 올라탄 장태는 병무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날렸다.
“어디로 갈까?”
병무의 물음에 장태는 5차 사건이 벌어졌던 곳을 말했다. 병무가 웃으며 말했다.
“거기 잘 알지. 너도 형수랑 거기 갔었나 보네....”
병무의 차는 5차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미리 장태가 가져다 놓은 자전거가 숨겨져 있었다. 병무가 차를 세우자마자 달려드는 것을 장태가 힘으로 막고는 병무를 달랬다.
“씨.발.... 너 조ㅈ 안 씻었지?”
“퇴근하고 급하게 나왔는데 씻을 틈이 어딨어.”
“그럴 줄 알았어. 의자 뒤로 젖히고 바지 벗어. 물티슈로 닦고 빨아줄게....”
장태는 물티슈를 꺼내는 척 가방을 뒤지며 병무의 행동을 지켜봤다. 병무가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내리자 커다랗게 발기된 자지가 드러났다. 장태는 병무에게 놀라는 척을 하며 칭찬을 날렸다.
“씨.발.... 이렇게 큰 줄 알았으면 진작 만날 걸.... 눈 감아. 그래야 더 잘 느끼지....”
병무는 빙그레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목에 따끔함을 느꼈다. 바로 병무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장태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병무의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모든 흔적을 깨끗이 닦아냈다. 그리고 커터칼을 꺼내 날을 올렸다. 병무의 자지를 자르기 전에 장태는 비닐에 싸인 휴지를 꺼내 커터칼을 닦았다. 형수의 정액이 묻은 것이었다. 장태의 입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자르기 아까운 조ㅈ이네....”
어느 새 병무의 자지는 몸에서 완전히 분리 되어 장태의 손에 들려 있었다. 장태는 미련 없이 카시트 위에 버리고 연두색 색종이로 곱게 접은 사마귀를 병무의 사타구니 사이에 올려놓았다.
장태는 폐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휴대폰을 바라봤다. 형수의 차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휴대폰 화면에 형수의 차를 알리는 점이 병무의 차와 거의 일치했을 때 휴대폰을 껐다. 형수의 차가 현장에 서서히 들어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형수가 병무의 차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가 곧바로 닫는 모습이 보였다. 형수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하려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현장에서 사라졌다.
장태는 형수가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었다. 장태는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올리고 힘껏 페달을 밟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신고를 받고 다시 이곳에 출동할 것을 대비해 잠을 자두는 것이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온 장태는 깔아놓은 요 위에 몸을 눕혔다. 꿀잠을 잘 것이라 생각했으나 머릿속에는 자꾸만 형수가 병무와 섹스를 하는 장면이 떠올라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다. 병무가 자지를 잘린 채 피를 흘리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장태는 쌍욕을 하며 휴대폰을 집어 던졌다. 벽에 부딪친 휴대폰이 박살이 났다. 형수에게 맨 처음 연락을 할 때 장만한 대포폰이었다. 어차피 없애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형수와의 추억이 산산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장태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김형사로부터 형수를 검거했다는 연락을 받은 장태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자마자 모든 것을 정리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더 이상 일을 못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폰을 껐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탄 장태는 페달을 밟아 어디론가 향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차가운 용천수가 흘러 나와 마을 사람들이 멱을 감던 장소였다. 이곳에서 장태는 함께 멱을 감는 사람들의 자지를 보며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발견했다. 그때는 인가가 없는 외진 곳이었으나 이제는 펜션이며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들어서 있었다.
장태는 너럭바위에 앉아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맑고 깨끗한 바람에 피 냄새가 씻겨 가기를 바랐다. 장태는 자신이 아직 젊고 이제 겨우 한 번의 사랑에 실패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형의 남자가 다시 나타나 자기 옆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라 믿었다. 장태는 넋을 잃고 바다만 바라봤다.
장태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 있을 때였다. 남자 하나가 장태 옆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 불을 켰다. 장태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장태는 숨이 멎은 듯 했다. 남자도 그렇게 보였다.
“혹시.... 박장태.... 맞지? 너 장태 맞지?”
장태도 단박에 남자를 알아봤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장태의 자지를 꼴리게 만들었던 동네 형이었다.
“혁태형~~~ 아직도 여기 살고 있었어?”
장태의 바지 속에서 자지가 꿈틀댔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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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는 눈치를 안 봐도 되니까 오리지날 버전을 올리려고 했는데, 결말 부분을 올리기도 전에 ‘사마귀 살인 사건 5편’이 청소년 유해 게시물로 걸려서 10월 20일까지 서비스 제한 조치를 받았습니다. 더 적나라한 것도 안 걸렸는데 기준을 알 수가 없네요. ㅠㅠ
범인을 숨겨 놓느라 억지 설정이 덕지덕지해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다음번에는 달콤쌉싸름한 사랑 이야기 하나 들고 오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