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 이상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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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 5월 25일. 이상무
출장 후 첫 출근이다.
“상무님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답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달라진걸 느낀다.
예전같으면 그냥 네..하고 말았을걸,
한마디 더 하고 한번 더 웃었던 것 같다.
왜 인지는 다 알잖은가.
그만큼 이대리와의 연애.. 연애란 말 어색하다.. 암튼 이대리와의 관계 이 후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든 것 같이 보인다면
내가 너무 나이 먹고 정신 못 차리는 건가?
오랜만에 사장실로 향한다.
“어 이상무..!”
“사장님.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
“이상무 얼굴 좋아졌네요? 왜 잘생긴 얼굴이 더 잘생겨졌어요?”
“아이고..아닙니다. ㅎ”
사실 오늘 출근한 이후 얼굴 좋아졌단 소리 세번째 듣는다.
우리 사장은 소위 말하는 재벌2세다. 그래서 이미 30대부터 부사장이었고 올해 마흔여섯. 그냥 나에게는 가까운 형 뻘이다.
이 회사 입사를 주저하는 나한테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서너 번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고
전에도 얘기했지만 원하는 직급, 연봉 다 맞춰줄 정도로.
그리고 공통점이 있다면 나와 같은 돌싱이다.
40대 후반을 달려가지만 돈의 힘인지 어릴때부터 부티나게 살아서인지..
매끈한 피부 톤 하며.. 잘 관리한 몸매하며.. 아우라가 다르긴 하다.
잠깐..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남자의 외모를 보고있었지?
“이상무는 일만 해요? 입사 이후로 한번도 술마신적 없네?”
그러게...일만 했다. 그 동안.
“조만간 와인 한잔 해요. 내가 좋은걸로 살게. 집에서 뭐 기다리는 사람도 없잖아?”
“네.. 사장님. ㅎㅎ”
그렇게 사장실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
직원들 속에 이대리가 있다.
“안녕하세요..! 상무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네..”
뭔지 모를 수줍음에 짧게 인사하는 순간 이대리와 눈이 마주친다.
그 찰나의 0.1초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아마도..
“상무님.. ㅋㅋ 우리 상무님이시네요”
“ㅎㅎ 어제 나한테 엉덩이 내 준 잘생긴 이대리네..”
뭐 이런 오글거리는 텔레파시로. 나만의 뇌피셜 이지만.
점심시간에 다가와서인지 중간에 선 엘리베이터로 직원들이 들어찬다.
자연스레 난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
만원 엘레베이터의 틈바구니에서 누군가 내 새끼 손가락을 살짝 잡는다. 뒤에 서있던 이대리다.
손가락만 잡혔는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나도 이대리의 손가락을 살짝 힘주어 잡아 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스릴이었다.
그리고 순간 내 물건이 주책없이 부풀어 오르는 걸 느낀다.
아 안돼.. 여긴 엘리베이터 잖아. 그리고 얇은 면바지 입었잖아.. 바로 앞엔 여직원이 서 있잖아... 큰일나..
순간 이대리의 손가락을 뿌리치고 나도 모르게 주문을 외운다.
다행히 주책없이 발기한 내 물건이 조금씩 사그라 든다.
“10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나서야 완전히 물건이 가라앉았다.
휴.. 큰일 날뻔 했다.
카톡을 보낸다.
“야 이대리!”
“와 우리 상무님 이다!
“큰일날뻔 했잖아...”
“왜요...ㅎㅎ”
“흥분했단 말이야..엘리베이터에서.”
“뭘 살짝 손가락 잡은걸로 흥분하시고 그러세요...ㅎ”
“흠.. 그런가?”
“상무님 엘리베이터 내리시고 나서 여직원들이 이영준 상무 멋있다고 난리였어요”
‘?”
“좀 뿌듯하기도 하고..니네들이 멋있다는 저 사람 내껀데 하고 생각했죠. ㅎㅎ”
“ㅎㅎ..암튼 점심 맛있게 먹고!”
혼자 샌드위치를 사들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출장을 함께 가서 가능했지만, 역시 막상 회사에서 내가 이대리를 마주 할 기회는 많지않다.
따로 밥을 먹는 것도 어색할테고, 밑에 실장, 팀장이 있는데 이대리만 사무실로 불러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리에 앉아있는 내내 이대리가 궁금하다.
지금 뭐하지?
점심은 누구랑 먹었지?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카톡창을 열었다.
이대리에게서는 아무 메시지가 없다.
흠...
뭐해?라고 썼다 지웠다... 점심 먹었어? 라고 썼다 지웠다.. 손가락이 분주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회사에서는 예의 그 냉철한 이영준 상무이야 하는데..
계속 살짝 흥분되어 있는 이 가슴이 조금은 걸리적 거린다.
집중하자!
그렇게 차분히 머리를 정리하고 나니 다시 문서가..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회사에선 이런 모드로 가야 해’
한참을 밀린 업무와 씨름했다.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상무님. 먼저 퇴근해도 될까요?”
비서다.
“어 벌써 7시 넘었네? 그래 어서 퇴근해요.”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일을 마쳐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바로 이대리가 떠오른다.
퇴근했나?
살짝 문을 열어 본다.
저쪽 이대리 자리가 비어있다.
카톡이라도 보내보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내가 너무 이대리에게 집착하는 것 같단 생각에 다시 한 번 참기로 한다.
그래..퇴근했겠지.
일주일동안 출장다녀 왔는데 이대리도 약속이 있겠지...
스스로에게 다시한번 이야기하며 핸들을 부여 잡는다.
‘이영준.. 너 조금 더 냉정해져야해.
그래야 이 대리도 맘 편히 일할 수 있어. 어린애 처럼 계속 들썩거리지 말고. 너 원래 그런 놈 아니잖아?’
이게 이렇게까지 비장해져야 하는 일인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한순간도 이대리 생각을 놓을 수 없을것 같았다.
순간 카톡이 울린다.
‘!!!’
한동안 마음 다잡는다 인상쓰고 있었던 내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상무님. 퇴근하셨어요? 보고싶어요 T T”
ㅎㅎㅎ..혼자 막 웃음이 났다.
나도 보고싶어 임마..
엑셀을 밟는다.
다행이 오늘따라 강변북로가 한가하다.
부웅 하고 소리 내는 엔진음 처럼 내 마음도 다시 솟구치기 시작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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