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23) - 은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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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은 그런데… 안 궁금하세요?
? 뭐가요?
“그 때… 헬스장 샤워장에서 제가 왜 노골적으로 그랬는지.

 

 

*

 

 

사실 생각했어요. 고작 한 번의 사건으로 엮인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도저히 없다.

그 경한 씨, 당시엔 이름은 몰랐지만, 그 사람이랑 무슨 식으로든 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

그래서죄송하지만 시험해 봤어요. 제가 대놓고 육체적으로 유혹할 때반응이 어떠신지.”

…? 그걸로 어떻게 테스트가 되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선배님 육체적으로 쾌감 느끼실 때숨기시려고 해도 다 티납니다.
마사지할 때 보니 바로 알겠던데요. 기본적으로 많이 느끼시는 몸인 거.

굳이 7항을 넣자고 먼저 제안하신 것도물론 표면상으론 제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라는 명목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선배님이 저랑 하고 싶어질 것 같아서라는 욕구의 증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배님이 제 몸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리고 제가 스킨십해드리는 것에 넘어갈 것 같지 않다면,

굳이 먼저 제안하실 이유는 없었거든요.”

얼굴 마주하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나오는 단어가 이런 거라니 너무 민망하네.

 

그럼에도 어떻게든 저를 뿌리치려고 하신다면그건 제게 투영된 전 애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제가 공부 외에 헛바람 들지 않게 하기 위해, 라는 명분으로.

지금이야 며칠 같이 살면서 정들었다 쳐도,
그 시점의 선배님은 순수하게 제 공부를 위해서 그 쾌락을 거부하실 이유는 없으셨어요.”

 

잠시 듣고 있던 재영, 입을 연다.

“… ,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면… (웃으며) 이거 투 스트라이크로 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노골적인 플러팅으로 감히’ (“미국식 손가락 따옴표 제스쳐”) 선배님을 시험하려 들다니…”

푸하하그렇게 치면, 제가 추궁하기 전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으신 것도 투 스트라이크로 치시죠?”

재영과 은석, 둘 다 너털웃음.

 

고마워요. 아까도 말했지만, 화만 내고 나가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얘기해 줘서.”

아닙니다 선배님. 사실아무리 당초 목적이 본인 자책감을 씻으려는 것이었다고 해도,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 자기 시간 써 가면서 공부 감독해 주고, 뭐 공부했는지 들어주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른 거 다 차치하고 그 선의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게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줄은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이왕 서로 지금 다 털어놓은 김에저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 , 말씀하세요.”

마사지업을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 결국 얘기할 때가 왔구나. … 그래, 어차피 언젠가는 얘기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딱 좋은 타이밍이야. 서로 숨기고 있는 것, 오해한 것들 다 털고 갈 수 있는…’

 

 

*

 

 

은석은 원래 허우대만 큰 어좁이었다. 그래서 군대에 갔을 때 훈련소에서도 꽤나 고생했다.

그러나 삶에서 귀인이 있다고 했던가. 다행히 배려심 많고 친절한 선임을 만났다.

그 선임은 밖에서 헬스 트레이너를 하던 사람으로,

은석을 비롯한 소대 후임들에게 일과 이후 시간에 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스스로도 비루한 체격에 콤플렉스가 있던 은석은 착실히 선임의 코치를 따랐고,

제대할 때쯤에는 말년휴가 때 바디 프로필을 찍을 정도가 되었다.

 

제대 직후의 20대 초반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은석도 자신감과 독립심이 한껏 고양된 상태였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알바X국에서 이런저런 알바를 찾던 중, 시급이 괜찮은 마사지 알바를 찾게 되었다.

공고 문구에 건전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 알바X국 같은 큰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이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 은석은 해당 알바의 면접을 보았고, 무난하게 합격했다.

은석이 기본적으로 눈치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세상 물정을 아는 것과는 또 별개의 얘기였던 탓일까

 

그러나 우려한 것과 달리, 사장은 마사지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의 은석의 마사지 기술은 이 때 태동한 것이다.

그리고 처음 한 달여 간, 은석은 정말 건전손님을 받았고, 처음의 노파심은 내려놓고 높은 시급의 알바에 만족했다.

 

그러나첫 한 달이 지난 후, 어느 날인가.

엎드린 손님의 등 뒤에서 예의 그 수직 압박마사지를 해줄 때였다.

손님의 손이 점점 은석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은석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그 손길은 점점 과감해져 어느덧 바지 밑통에 들어왔다.

거절해야겠다, 사장님을 불러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허리춤에 느껴지는 종이 몇 장.

꺼내 보니, 만 원 지폐 석 장이다. 은석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이젠 양손이 바지춤으로 들어와 드로즈 근처를 오가고

 

 

*

 

 

결국 손님을 대ㄸ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손님은 은석의 물건을 만지긴 했지만 대ㄸ이나 오럴을 하진 않았다.

은석은, 처음 느껴본 충격과 팁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러나손님과 오럴이나 애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약간의 스킨십과, 손님을 대ㄸ해주는 것 정도…?

처음에 충격적이긴 했지만, 은석의 입장에서는 허용할 수 있는 수위였다그 선을 넘었으면 아마 어려웠겠지.

 

그렇게 그 날 이후로 그렇게 은석의 몸을 적당히 만지고,

제 것을 은석이 대ㄸ해 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은석에게 팁을 주고 가는 손님이 점차 많아졌다.

그러나은석이 누구인가. 눈치 하나는 빠른 아이다.

하필 그 한 손님 이후로 그런손님을 많이 받게 되고, 하나 같이 스킨십+대ㄸ의 선에서 마무리한다?

게다가 팁 금액도 짠 것처럼 동일하니, 손님들 간의 모종의 커뮤니티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단서를 찾은 결과, 시간은 좀 걸렸지만,
사장과 그런손님들의 커뮤니티 간 커넥션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은석은 알게 되었다.

 

전말은 이러했다. 먼저 돈이 필요한 몸 좋은 남자 대학생을 알바생으로 뽑는다.

은석은 몰랐지만, 알바 면접 날 별 생각없이 핏이 돋보이는 옷을 입고 갔던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마사지를 가르치고 처음 몇 주 혹은 몇 달 간은 건전 손님을 알선해 알바생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알바생이 일에 익숙해질 때쯤, 예정됐던 그런손님을 조심스럽게 들여보낸다.

 

물론, 손님의 스킨십에 알바생이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 때 손님은, 사장과 사전 약속된 바에 따라 바로 스킨십을 거두어야 했다.

(최대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알바생의 반응을 확인하며 서서히 스킨십의 레벨을 높이도록 사장이 당부한 상태.)

그리고 사장은, 마찬가지로 손님과 약속된 쇼맨십으로써, 그 알바가 보는 앞에서 대노하며 손님을 쫓아낸다.

그리고 열심히 알바생을 달랜다. 우리는 건전 샵인데, 저 손님이 이상하다. 저 손님은 블랙리스트에 올릴게, 등등.

그렇게 추스린 알바생은 이후 건전 손님만을 받다가, 대개는 그 날의 트라우마 때문에 얼마 안 가 그만둔다.

그 알바생이 그만두기 전까지 문제의 손님은 샵에 오지 않다가, 알바생이 관두면 다시 드나든다. 사장의 연락을 받고.

알바생 입장에서는, 업소를 신고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알바생이 보기에’, 샵은 한 명의 이상한 손님으로부터 알바생을 잘 지켜주었고,

자신이 그만둘 때까지 다시 그 손님을 본 적이 없는 데다가, 그 한 사람 빼고는 건전한 손님만 받았으니까.

샵은 잘못이 없고 다만 그 한 손님이 이상했던 걸로 종결.

 

사장과 손님의 커넥션을 우연히 알게 된 은석은, 마지막으로 두어 번 정도만 팁을 땡기고,

적당한 이유를 붙여 일을 그만두었다. 샵은 따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 눈치 빠른 은석이, 이미 본인도 알았든 몰랐든 일정 기간 이 일에 가담한 이상

모르긴 몰라도 사장도 은석의 약점을 분명 하나쯤 갖고 있을 것임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그만두고, 한동안 은석은 그 쪽 분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마사지 기술만큼은 이어서, 나중에 애인들과 사귀면서 관계 시 전희 기술로써 적극 활용했다.

상대의 성감대 파악이나 단계적인 무드 형성 등, ‘이반마사지로서의 변형은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재영을 비롯한 손님들이 그토록 은석의 스킬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은,

당초 손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애인과의 교합을 위해 발전한 기술이었기 때문인 것.

 

 

*

 

그리고 나서는저번에 말씀드린 대로예요. 합격은 빠르면 내년, 최대 내후년으로 보고 있는데.

계산해 보면 퇴직금이랑 적금만으로는 모자라고. 차라리 짧은 기간에 빠르게 벌고 손 씻자, 뭐 그런.

손님은 그동안 일고여덟 명 정도 받았는데, 변명으로 들리긴 하겠지만 나름 선별해서 받았습니다.

일단 애널은 절대 안 했고, 딱 봐서 억지로 하려 들 것 같은 타입이면 무조건 그 전에 싸게 유도했습니다.

애널이 없어도 무조건 그 전 단계에서 만족시킬 자신이 있었거든요, 저는.

, 제 성에 안 차서 다음에 콜 안 하면 저야 땡큐죠.

 

혹시, 손님들이 마사지를 받는 이유가 뭔지 혹시 아십니까?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저번에 선배님처럼 충동적으로, 호기심에 한 번 받고 마는 사람이 있고,

 번개와 연애 그 중간 어디쯤이라는 그 특수한 위치가 주는 매력이 좋아서 다회차로 하시는 분이 있죠.

그런데 의외로 큰 손들 중에서는 그냥 위로가 필요한경우도 많습니다.

꼭 마사지나 2차를 하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고만 있어도 만족하시는 분들.

받아 본 손님들 중에 두 분이 그런 분들이었는데, 3회차부터는 정말로 마사지가 아예 필요 없었어요.

대신, 돈 받은 만큼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상처를 어루만져 드렸죠.

 

원래 계획은, 1회차에 딱 봐서 노 매너인 손님은 그 다음부터 받지 말고,

그 외에는 2회차 내에 그냥 위로가 필요한케이스인지 파악해서, 해당되면 그 손님들만 다회차로 받자. 였어요.

저도 에프터하는 게 뭐 그리 좋겠습니까.

몇 번 해서 애인 대행사업처럼, 마사지나 애프터 없이 곁에서 연애 로망을 실현해 드리면 되는 손님들 몇 명만 남기자.

물론그렇다고 제가 뭐 깨끗하고 떳떳하다는 건 아닙니다. 손가락질 하셔도, 이해해요.”

 

어째 마지막에 굉장히 변명을 늘어놓은 기분이지만은석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안 좋은 시선을 물론 어느 정도 각오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나쁘게 보지 말았으면. 내치지 말았으면.

 

“…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요 은석 씨. 그래요. 솔직히 마사지사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있는 건 맞아요.

그러니까 은석 씨한테도 그 일 하지 말라고 한 거고. 그렇지만아직 대단히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본, 마사지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은석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성실하고, 자립심 있고, 책임감 있고, 능글 맞으면서도 또 싹싹하고.

내가 어느 정도는 편견이 있었다는 걸 은석 씨 보고 나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걸요.

 

그리고, 마냥 내가 속된 말로 더럽게만 봤으면 은석 씨를 내 집까지 들였겠어요?

게다가 내가 뭐라고 은석 씨를 도덕적으로 평가해요. 그렇게 치면 몸을 판 놈이나 산 놈이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은석 씨 비난할 자격 없죠.”

“……!”

조금은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았는데. 기다렸다는 듯한 재영의 대답에 은석은 놀란다.

 

‘… 그렇겠구나. 하긴, 나한테 자기 집에 들어오라고 제안했을 때부터,

아주 얼토당토 않은 사연만 아니면,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이 사람은 이미 하고 있었겠구나.

생각한 것보다도 배려가, 맘 그릇이 큰 사람이다.’

내색은 안 했지만, 언제든 사연을 들으면 재영이 자신을 내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은석으로서는 마음 한 켠의 짐이 사르르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그 때, 은석의 전화벨이 울린다. 발신자를 보니 어머니.

집에서 전화가.”

 

아아, 네 얼른 가봐요 은석 씨. 일단, 더 할 얘기 있으면 이따 톡이나 전화로 하고 아니면….”

가족들이랑 시간 좀 보내다 이따가 한 세 시 쯤? 출근할게요. 휴일 없다면서요.”

왠지, 오늘 지나고 내일 보면 다시 어색해질 것 같아.

서로 간의 마음의 벽이 사라진 오늘, 이따 꼭 다시 봐야 해. 그래야 이 편안함이 유지될걸.

 

.. 그래요. 이따 봐요.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지금도반쯤 젖은 옷 입고 들어가게 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이따 봬요!”

 

은석은 후다닥 채비해서 나가고, 재영은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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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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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석이 볼수록 매력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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