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27) - 재영과 은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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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ㅁ… 뭐예요?”
“우리… 고객님? 제가 누구 ‘덕분에’ 이제 고객이 한 명밖에 안 남아서요.
근데 그 고객님이랑 저번에 시간을 다 못 채운 거 같아서. 생일 기념으로다가?
오늘자 공부 검사도 합격했겠다, 이 정도는 허락하시죠 사감 선생님?”
“네? 아… 하하.”
재치에 반쯤 기대감, 반쯤 어이없음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재영.
“뭐… 듣고 싶으신 음악 있으세요, 고객님?”
*
그 날처럼 배 아래 수건을 깔고 엎드린 재영. 재영의 등에 오일을 바르고 있는 은석.
대신 이번에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재영의 엉덩이 양 바깥쪽 측면에 무릎을 단단히 두고 있는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마치 수영 보조 킥판을 밀듯이 네 손가락 끝으로 등판을 자극.
그러다 보니 은석이 상체를 숙일 때마다 곧장 재영의 귀 옆에 바짝 다가오는 은석의 입술.
“그런데… 언제 사귀자고 하실 거에요?”
“… 그렇게 그 말이 애가 타면 본인이 먼저 사귀자고 하면 되죠 뭐가 문제예요 은석 씨?”
“아니 그냥… 이제 리드는 선배님이 하시기로 선언하셨으니까.”
“에이 그거랑 이건 다르지. 사귀고 말고의 결정권은 은석 씨가 먼저지. 난 오히려 은석 씨 기다리고 있었는데.”
“엥 왜 그렇게 되죠…?”
“은석 씨 감 다 떨어진 거예요? 아… 이러면 매력 없는데.
은석 씨가 먼저 사귀자고 해야 수험생활 망해도 나는 ‘니가 먼저 시작한 거다?’라고 하죠. ㅋㅋ”
“네? 와… 쓰레기네. ㅋㅋㅋ”
수험생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쓰레기급(?) 농담을 재영이 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은석의 자존감이 단단하다는 것을 이미 서로 그간의 교감을 통해 확인해서다.
그 날, 은석이 말한 것처럼, 사람의 자존감은 ‘아, 오늘 하루 잘 살았다’ 하는 하루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
요 근래 은석은 ‘잘 살았다 싶은’ 하루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공부를 독려해 주고
그 날 공부한 내용을 정성껏 들어주는 재영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정말 누군가의 자존감을 훌륭하게 서포트해주는 멋지고 성숙한 어른이 된 재영.
그리고 또 그걸 잘 받아먹고 단단한 자존감을 매일 더욱 키워 나가는 은석.
한참 또 마사지에 집중하는 두 사람.
은석은 어느덧 재영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마사지하고 있다.
왼손으로 재영의 왼쪽 다리를 들고, 오른손으로 사타구니를 꾹꾹 누르니,
마치 우유를 착즙하듯 쭉 흘러나오는 프리컴.
그 투명한 표면에 향초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것이 꼭 성탄절 설탕시럽 같다.
“지금 2, 3회차용 마사지 기술들을 하나씩 풀고 있는데 아시겠어요?
하긴… 1회차가 제대로 기억 안 나실 테니 비교를 못하시려나… 아, 아쉽네 이건 단계적인 해금이 맛인데…”
“ㅋㅋㅋㅋ 아니… 은석 씨 평소처럼 말하니까 집중이 안 돼요.
아… 그 날은 엄청 과묵하고 무드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이제 진짜 다른 손님은 못 받겠네 은석 씨~”
“잘 된 거 아니에요? 전에 말했잖아요. 원래 기술, 애인이랑 마사지하면서 개발한 거라고.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거예요. 원래 이렇게 서로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그 사이에 이렇게,”
앞면을 할 차례라 타이밍 좋게 재영을 뒤로 돌아 눕히면서, 그대로 재영의 입에 입을 맞추는 은석.
“하나씩 과감한 게 들어가는 거고.”
피식, 웃는 재영.
저번처럼 가슴애무 없이, 바로 재영 위에 엎드리는 은석.
대신 이번엔, 머리가 바로 재영의 물건에, 자신의 엉덩이골이 재영의 코 밑에 오게끔.
그리고 오일로 재영의 사타구니 안쪽부터 발목까지, 양 다리 안쪽 근육을 밀듯이 마사지한다.
밀고 내려갈 때 재영의 물건을 대놓고 물지는 않고 혀 끝으로 조금씩 간질이면서.
재영도 말없이 은석의 엉덩이골 사이에 혀를 집어넣어 핥고 있는 채다.
몇 번 그러다가, 재영의 아랫도리 검은 수풀에 파묻고 그 물건을 입 안 가득 물고 빤다.
그러다 문득, 얼굴을 들며 은석이 말한다.
“그래서, 사귀는 사이 할 거라고요?”
“으느 은슥 쓰… 그그 즈금 으 승흥 으 즈스으스 흘 므르으유?”
(아니 은석 씨… ㅋㅋㅋ 그게 지금 이 상황 이 자세에서 할 말이에요?)
어느덧 은석에 대응하여 69자세로 은석의 물건을 빨고 있던 재영이, 입에서 굳이 빼지 않은 채 대답한다.
“아 뭐라는 거야 ㅋㅋㅋ 문 거는 빼고 말해야죠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지 ㅋㅋ..
아 딱 말해요. 안 그러면 이거 확 이빨로 물어버릴라니까.
사귀는 거 아니면 우리 지금 하는 이거 걍 X파밖에 안 되는 건데,
선배님이 말 한 마디 잘하면 X파에서 애인으로 관계가 한 번에 떡상하는 거예요 잘 생각해요.”
“아니 대답 강요하지 마요 ㅋㅋㅋㅋㅋ 아, 사귀어요 사귀어 그래. 나도 이제 몰라 은석 씨.
나중에 떨어지고 내 탓하면서 울고불고 하기만 해봐.”
“오 앗싸~ 그러면… 바로 4단계 마사지…”
“엥? 이 다음 단계가 있다고요?”
“ㅋㅋㅋㅋㅋ 자 고객님 다리에 힘 빼시고요.”
*
다 마치고 씻고 새 팬티로 갈아입은 채 천장을 보며 함께 멍 때리며 누워있는 두 사람.
“형 근데 요즘은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서 에어컨 안 틀어도 되겠던데.”
(중략됐지만, 사귀기로 한 순간부터 한참 몸의 대화를 하는 사이에 호칭 정리 완료.)
“아, 하긴 나도 출퇴근할 때 보니까 선선하더라. 끄고 창문 열까 그럼?”
끄덕이는 은석.
으어- 소리를 내며 (으 완전 아저씨야) 몸을 일으킨 재영이 리모컨을 주워 에어컨을 끄고,
일어나 창가로 가 암막커튼을 걷고 창문을 연다.
“… 이제 여름 진짜 다 갔네.”
“그러네, 여름 끝이네. 선선하다.”
그렇게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가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두 사람의 그 여름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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