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근육남 1화 - 이사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내 이름은 이동환. 나이는 26살, 알바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평범한 남자다. 


어릴 때는 무언가 흥미가 생기면 처음에는 열심히 하지만, 금방 실증내고 포기하는 아이였다. 그런 마인드는 중학생, 고등학생에 이어 대학생까지도 모자라 군대생활에서도 머물렀다. 


내가 먼저 배웠는데도, 늦게 배운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잘 하는 것 때문에 자격지심이 생긴 것도 있다. 그리고 노력해도 금방 실력이 늘지 않아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얼굴도 평범하게 생겼는데,  잘 하는게 없다. 그러나 학생 때는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예체능도 잘 했다. 

시험에서 90점 이상 받기도 힘든데, 수학, 국어, 영어는 90점 이상 받고,  학원에서 배웠는지 데생, 노래, 체육 등 수행평가를 수준급 이상으로 수행한다. 


나는 언제나 아래에서 바라보며, 나도 하나만 잘 했으면 좋겠댜라고 생각한다. 신은 누구에게나 잘 하는 능력 하나는 가지고 태어난다는데, 나의 능력은 그저 원망 밖에 못 하는 찌질함뿐일까.


시간이 흐르고 20대가 되면서 부러움과 원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대학생 때는 리포트를 기간 내에 제출하여 높은 성적을 받기도 어려운데,  시험준비도 하는 것도 빠듯한데. 머리가 비상한건지 모든 과목성적은  A+ 거기다가 장학금까지 받는다.


군대에 가면 무거운 무기 또는 연장을 들고 훈련을 참가하는데,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인데. 조교들은 힘든 내색은 없고 잘 걷는다. 거기다가 내 주변에 동기들은 높은 비율로 몸과 체력이 좋다. 그래서 비교당하기 쉽상이고, 낙오자 취급 받는게 힘들어서 중간까지만이라도 하겠다 결심하지만 주변의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항상 이 생각이 든다


'옛날부터 무언가를 잘 하게 노력 좀 할껄.'


시간은 빛의 속도처럼 흘러가고, 26살이라는 나이에 다다랐을 때, 나에게 남은건 씁쓸하고 평범한 기억뿐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이 없다.


김연아, 박효신, 봉준호처럼 대단한 인물처럼 자랑할만한 능력과 성과물 그리고 그걸 이루기위한 노력의 과정을 자서전처럼 쓰면 자기소개서를  꽉 채울 수 있는데. 정말 정말 쓸 내용이 없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무언가를 갖고싶다. 까맣게 물들어도 막막하지 않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답답한 마음에 창 밖을 본다. 지나가는 연인이 보인다.  분위기전환하려고 풍경을 본건데 심기가 불편해졌다. 취업도 안 되어서 답답한데, 애인까지없다. 



게이세계에서 애인을 사귄다는건 어렵다. 비주얼을 위주로 보는 게이세계에서 나 같은 어중간한 남자는 유령과 같은 존재다.  얼굴이 엄청 잘 생기거나, 근육이 있거나, 매력적으로 느낌 있는 등 잘난 사람에게만 관심이 쏠린다.


나 같은 사람은 대화걸어도 답장이 없고, 존재감이 드러나려고 하여도 금방 사라지게 된다. 사진교환만 해도 차단되고, 운이 좋아 만나도 얻어먹기만 하려는 날강도인간이거나 번개를 목적인 중년 또는 외국인 뿐이다.


따르르르릉


알람이 울린다. 편의점알바근무시간에 늦지 않도록 설정해둔 알람이다. 

벌써 알바하는 시간인가. 나는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걸려서 편의점에 도착했다.  인수인계는커녕 일을 제대로 안 하는 21살 여자알바생이 바코드를 찍고 있었다.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것 말고는 제대로 안 한다. 일하는 시간 대부분 스마트폰을 만지며 지낸다. 선반에 먼지 가득하고, 물건 채우는 것부터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다. 거기다가 말 수가 적은건지 까칠한건지 대화 나누기가 어렵다.


"정산만하고 퇴근해."


내 말을 들은 여자알바생은 포스기단축키를 눌러 금고를 열었다. 그리고 곧장 돈을 꺼내 헤아리기 시작했다. 3분 정도 지났을까. 돈을 다 세고 입력하더니 영수증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장 반대편 포스기도 방금과 같은 과정을 거쳐 영수증이 순식간에 나왔다. 그리고 영수증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오차가 없다. 영수증을 확인한 내 모습을 보더니 소지품을 챙기고 곧장 퇴근했다. 인사도 없이.


안 그래도 취직  안 되어서 스트레스 받는데, 재수 없는 여자알바생한테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건가. 어차피 손놈한테도 스트레스 받는데 말이다.

원하는 담배를 금방 찾지 않으면 짜증내는건 흔하고, 비닐봉지를 무료로 안 준다고 화를 내고,  밖에서 담배 피우고 음식 먹으면 엉망으로 만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점장이라도 성격이 좋으면 위안이 되는데, 손님보다 더 나쁘다. 

앉으면 눈치 볼 정도로 계속 일을 해야 한다. 물건관리 제대로 안 하거나, 청소 등 눈에 조금만 거슬리면 지적하고 짜증낸다. 다독이고 이렇게 하면 좋다라고 말해주면 안 되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적이다. 


이런 일상에 위안이 되는건 당연히 퇴근이다. 답답한 곳에서 탈출하는거니까. 나는 인수인계를 마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타이밍 좋게 도착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앉아 저녁하늘을 바라본다. 흐릿한 하늘에 별이 빛난다.  답답한 세상에 별처럼 빛나는 희망이 있어야한다. 별이 없으면 무슨 의미로 살겠는가.  달리는 버스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버스가 멈춰섰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나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이 열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 시선은 한 쪽으로 고정되었다.


검은 반바지에 금밤 찢어질 것 같은 푹 파인 나시를 입은 근육남이 탑승했다. 발효된 빵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처럼 근육이 어마어마했다. 거기다가 모히칸스타일에 얼굴까지 잘 생겨서 조각상 같았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이상형이다.


근육남은 앞좌석에 바로 앉았다. 보이는건 등근육과 어깨 머리지만 환상적이다. 벌어진 어깨와 덩치 구릿빛피부와 섹시한 옷. 금방이라도 흥분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야동을 보는 것마냥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어디가서 저런 근육남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행운은 잠시뿐이다. 남자는 금방 내렸다. 좋은 꿈이나 좋은 일은 가끔 있고 나쁜 일은 자주 있는 것 같다. 그게 인생이려나. 저 너머로 시커면 굴뚝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나 습관처럼 냉장고를 연다. 반 정도 남은 생수와 김치, 계란 2개, 케첩과 소수류 뿐이였다. 선반을 연다. 즉석밥이 없다. 참치통조림하나와 소금, 설탕, 후추 뿐이다.


나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라도 사먹어야겠다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바로 앞이라서 슬리퍼를 신고 걸어갔다. 편의점에 도착하여 도시락과 탄산음료를 구입했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다시 집으로 걸어가는데 이사차가 눈앞에 보인다.


누군가가 이사를 왔는지 크레인으로 짐을 옮기고 있다. 나는 무시하고 집으로 갔다. 우리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건물의 4층이다. 짐을 옮기는 이삿짐직원도 4층으로 작은 짐을 들고 올라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으로 이사를 왔다.  누가 이사를 왔지라는 생각은 금새 사라지고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곧장 전자레인지에 다가가 비닐과 뚜껑을 제거하고 도시락을 넣었다. 전원버튼을 눌러 조리를 했고,  식탁에 탄산음료를 놓았다. 



전자레인지알람소리가 울리고, 나는 전자레인지문을 열어 도시락을 꺼냈다. 탁자에 곧장 내려놓고 젓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골고루 집어 먹었다. 혼자 살고 있어서 이렇게 간편하게 먹는게 일상이다. 10분 정도 흘러서 밥을 다 먹고, 탄산음료를 들이킨다. 트림을 한다. 


탁자에 있는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켠다.  영화채널이 나온다. 나는 평소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채널을 옮겼다. 몇 번 움직이더니 운이 좋게 재방송이지만 재밌게 봤던 방송이 뜬다.  나는 그걸 보면서 웃었다. 한창 웃으면서 예능방송이 끝나면 다른 채널로 옮겼고 더 이상 마음에 드는 채널이 없어서 책상으로 갔다.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 지금은 8월. 조만간 있으면 올하가 금방 지나간다.

27살에 취직 못 하면 좋은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도 못 갈 것 같은 불안감에 자기소개서를 쓴다.


김연아 같은 위대함이 아니라 사연팔이 같은 느낌? 뭔가 밋밋하고 두드러지는게 없다. 5분이면 쓰면 될 것 같은 허접한 글을 3시간이나 걸리다니 나도 참 한심하다.


띵동


현관에서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나는 현관으로 걸어가 말을 한다


"누구세요?"

"옆집에서 이사왔는데, 떡 좀 드리려고요."


오늘 이사를 온 사람인가. 나는 현관을 열었다. 빛이 비집고 들어오더니 바로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보다 키와 덩치가 큰 사람이 서있었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근육남이다. 어제 버스에서 봤던 사람이었다.


"근처 떡집에 파는 시루떡인데 드세요."


근육남은 시루떡 한 팩을 주었다. 그리고 곧장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내가 할 말이다. 믿을 수 없다. 이상형인 근육남이 옆집에 이사를 왔다. 

나는 인사를 마치고 문을 닫자마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konan66" data-toggle="dropdown" title="GTman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GTman</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옆집 섹시남이 설레게 할것같네요.
즐기세요^^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