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16) - 은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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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보니까 책을 많이는 못 가져온 거 같은데, 조금씩 가져와서 저기 책장에다 꽂아요.
보다시피 고향집에서 내 책 갖다 꽂아 놨는데도 책장에 자리 많이 비니까.

“넵 감사합니다! :) 


‘어물쩍거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바로 시작하는 게 맞아. 초반에 분위기가 딱 잡혀야지.

 

 

*

 

 

그렇게 얼마간 공부했을까. 화장실 오가거나 물 마실 때 빼곤 죽은 듯 소리 없이 각자 할 것을 하는 재영과 은석.
 

‘진짜 조용히 자기 할 거 하시네. 주말에도 자기계발이라니 역시 공부는 끝이 없구만

아니 근데 주말에 밖에 약속은 없나? 친구가 없나? ! 마사지도 그래서 불렀던 건가.

아냐, 그런 타입은 아닌 거 같아. 아까 중간중간 전화 받으러 밖에 나갈 때 한 두 마디씩 들어보면

회사에서도 일 잘하는 편이고, 엄청 인싸 느낌은 아니지만 소소한 지인들이랑도 연락 종종하는 타입인데.
 

“… 은석 씨, 공부 많이 했어요?

“아, . , 에어컨 빵빵하고 조용한데 스터디카페처럼 밀집돼 있지도 않아서 엄청 쾌적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잘 됐네요. 저녁은 어떻게 할래요?
“어… 선배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네 그냥 있는 밥에 반찬에 먹을까 해요. 같이 먹을래요?

“네 저야 좋죠. ㅎㅎ”

“네 그럼 식탁에 지금 편 책들 한 쪽에 치워요, 상 차리게.

 

그렇게 재영은 밥솥에서 밥을 푸고, 은석은 재영의 지시에 따라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차린다.
식탁에 마주앉은 둘.

 

와 묵이랑 브로콜리. 둘 다 진짜 좋아하는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수저를 들고, 밥을 먹으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는데,

슬쩍 보니 재영의 시선이뭔가 내 가슴팍을 향하는 거 같은데. 이 아저씨.

아니야,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이미 맛(?)을 봤는데, 눈 앞에 뻔히 보이는 떡밥(?)을 무시하긴 힘드시겠죠..? ㅎㅎ

 

이렇게 생각할 찰나, 재영이 가볍게 헛기침을 한다.

운동은 어떻게 해요?”

, 집 근처 헬스장에서 합니다. XX 헬스장이라고…”

“XX 헬스장? 나도 거기 가는데. 거기가 집 근처라고요?”

. 집이 00동이라서요.”

그러면 한 10분 거리구나. 여기서도 10분 거린데.”

진짜 뭔 인연인가. 하필 이것도 일치할 일이야?

사람들 북적거릴까봐 일부러 그렇게 크진 않은 데로 고른 건데. … 비슷한 이유로 그 쪽을 고르셨으려나.
 

“전에 운동 몇 시쯤 한다고 했죠? 얘기한 거 같은데.

“다섯 시 여섯 시 사이에 가서 샤워까지 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있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왜 한 번도 못 봤지? 나도 대충 일곱 시쯤 가는데.

, 주중에는 한 두번 밖에 못 가긴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하하, 그런가 봅니다. 어쩌면 한참 운동하실 때 저는 샤워 중이었을 수도요. 시간이 대충 그럴 거 같은데요.

 … 선배님 혹시 괜찮으면 내일 아침에 같이 운동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안 그래도 벤치 잡아줄 사람 필요했는데. 어차피 원래 운동할 예정이셨다면요.

 

그래, 마침 기회다. 헬스장이야말로 서로 은근하게 몸 보고, 스킨십하고 하면서 은근히 터치하기 딱 좋은 공간.

내가 먼저 이렇게 떡밥(?) 던져주면, 1번 속셈이면 그에 맞춰 반응하시겠지.

 

아 네, 좋아요.”

굿굿.

 

아아.”

한참 대화를 하다, 은석이 실수로 바지에 김치를 흘렸다. 이건 진짜 실수.

 

아니, 은석 씨 의외의 구석에서 칠칠맞네. 갈아입을 옷 줄게요 잠깐만요.”

아뇨 괜찮습니다. 퐁퐁으로 문지르면 완전히는 아니어도 얼추 지워집니다

그렇지만 실수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은석의 센스.

이미 플러팅하기로 결심한 이상,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나 훌렁훌렁 바지를 벗는다.

 

은석이 싱크대로 가며 말한다.

괜히 죄송합니다, 계속 식사하십시오.”

아아 그래요.”

 

더 야한 걸로 입고 올 걸 그랬나? 에이 아냐, 그건 너무 노골적이지. 그건 나답지 않아.

마사지에서도 그렇고 은근한것이야말로 승부수지. 암암.’

 

이런 생각과 함께 퐁퐁질(?)을 마친 은석은 다시 바지를 입고 자리로 와 앉는다.

재영의 뒤숭숭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이런저런 실없는 애기를 나누며 식사는 종료된다.
저녁식사 후에도 정해진 여덟 시까지 은석은 공부를 했고,
재영도 면학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마저 자기계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첫 날은 가고,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여섯 시 반에 XX 체육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내일질질 끌지 말고 바로 공략 들어간다.’
 

 

*

 

여섯시 반. 새벽인데도, 물론 낮보다는 훨씬 서늘하지만, 덥고 끕끕했다. 여름은 여름.
 

선배님!”

, 은석 씨.”

몸매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헐렁한 (그러나 재질을 보아하니 시원한) 티에 반바지. 전형적인 운동하는 아저씨 룩.

 

어차피 운동은 원래 자기 혼자 하는 거니까, 각자 루틴대로 하고 이따 벤치할 때만 서로 도와주죠.”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열운하십쇼 ㅎㅎ
 

그렇게 둘은 각자의 루틴에 매진한다.
가끔 운동하신다더니, 그런 것치곤 꽤 열심이시네. 아니, 오히려 가끔밖에 못해서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는 건가.’

주말에 집에서 자기계발하는 것도 그렇고, 이 새벽에 일찍 나와 운동하는 것도 그렇고,

이상적인 워커홀릭 30대 솔로 게이의 표본이네. , 멋있긴 하다. 나도 나중에 이렇게 되었으면.
 

그러다, 은석이 먼저 재영의 벤치프레스를 도와준다.

근력이 은석 씨처럼 썩 좋진 않아서ㅎㅎ 잘 부탁해요.”

양 옆에 35kg씩 꽂은 봉.
 

벤치에 눕고 정자세로 봉을 잡은 재영. 그런데

기억하는지? 일에 대해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성적인 자극에 대한 재영의 반응은 숨기려 해도 티가 많이 나는 편이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써서 보면 보일 정도로, 앞부분이 살짝 튀어나온 재영의 반바지.

그리고, 애써 밑에서 은석의 반바지를 보지 않으려 하는 듯한 시선처리.

 

선배님너무 그렇게 애쓰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은석이 서로 벤치프레스를 도와주자고 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아니 어느 정도는 유도했던 상황이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작스트랩 등등은 대놓고노골적일 것 같아서, 적당히 달라붙는 흰색 삼각팬티를 입고 온 것도 계획.

이따가 샤워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전에, 미리 살짝 밑간을 해 놔야지.

워낙 운동에 열중이셔서 안 먹히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반응이 오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

 

*

 

수고하셨습니다.”

은석 씨 확실히몸이 왜 좋은지 알겠네 중량을 그렇게 치고. 부럽다 부러워~”

하하 아닙니다. 지금 이래도 오히려 나이 들면 선배님만큼 유지 못할 거 같은데요.”

 

함께 탈의실에 들어서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영과 은석.
 

지금부터 그럼 작전 시작.’

은석은 호쾌하게 훌렁훌렁 옷을 벗는다. 그 흰 팬티도.
재영이 자신의 웃옷을 탈의하느라 못 본 사이, 힐끗 보니 재영의 물건은 반 발된 상태. 페이스 좋고.
 

들어가시죠.”

샤워실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은석, 뒤따르는 재영.
일요일 이른 시각 몇 차례 와 본 경험으로 예상했듯, 다행히 샤워장에는 재영과 은석 둘 뿐이다.

예상외로 사람들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맘껏 흘릴 수 있겠네.’

 

샤워장 넓은데 각자 널찍널찍 쓰지.”

, 그러시죠.”

재영은 왼쪽라인 맨 안쪽 부스, 은석은 오른쪽라인 가운데 부스에 각각 자리잡는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아까 운동하면서 봤던 재영의 몸을 조금씩 떠올려 본다.

은석의 식의 스펙트럼이 넓다지만, 중앙값도 당연히 존재한다.
전에 언급했던, 마지막 애인(연상의 베어)의 스타일이 어느 정도 거기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걸 생각하면, 은석 입장에서 재영에게 끼를 흘리는 것은 절대로 억지로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좋아. 물살이 아니라 말 그대로 통근인 이런 몸.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연상.

연애에 딱히 별 생각 없어서 연애 안 한지는 좀 됐지만, 연애 대상으로도 사실 나쁘지 않은 타입이다.

아까 운동하면서 은근히 보았던 핏, 마사지할 때 보았던 몸 등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물건을 세우는 은석.

재영이 우연히볼 수 있도록, 거울을 등지고 전면을 재영 쪽으로 향하게 서고서.

 

보고 있으려나?’
 

확인차 은석이 슬쩍 눈을 뜨고, 마침 재영과 눈이 딱 마주친다.

 

은석 씨 혹시 등에 비누칠 좀 해줄래요?”

엥 갑자기요? … 사실 내가 먼저 제안하려던 참인데, 그렇게 나와주시면 땡큐입니다.

 

, 네 좋습니다 ㅎㅎ.”

은석이 성큼성큼 다가와 재영의 뒤에 선다. 그리고 이내 재영의 등에 바디워시를 펴바른다.

 

이러면 몸의 기억을 되살려 드리기가 편하지요.’
마사지할 때 등에 오일을 발랐던 그 손짓 그대로, 제 물건이 닿을락 말락 선 채로 재영에게 해 보인다.
 

그리고재영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은석은 자신의 묵직한 물건으로
마치 핫도그 빵 사이 소시지처럼 재영의 엉덩이골 사이를 부비기 시작한다.
잠시 반응이 없다가, 이내 말없이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 재영.
 

예상대로 전 애인이 생각나서 거리를 두려는 것일까?

사실 이건 마사지하면서 본 것처럼 단순히 탑이어서, 엉덩이를 누가 물건으로 건드리는 게 싫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확인방법이 추가로 필요하다
 

다 됐습니다, 선배님.”
말없이 비누칠을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친 은석이 말한다.

 

아아 응, 고마워요.”

ㅎㅎ 괜찮으시면 저도 좀 해주시겠습니까? 품앗이. ㅎㅎ

거절은 거절한다는 듯이 은석은 재영 앞에서 등이 보이게 돌아선다.
 

*



주말이라 삘 받아서 집콕하고 경주마처럼 쭉 썼는데 의도치 않게 도배 빌런이 됐네요.. 주말들 잘 마무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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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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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대단하십니다 작가님 덕분에 읽는 저는 주말이 행복했습니다.
G.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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