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2) - 민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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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이만큼 덥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매년 이렇게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기분 탓이 맞는 것 같아.
독서실에서 잠시 나와 바람을 쐬는 민석….은 물론 본명이 아니지만,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자.
 

사실 바람만 쐬러 나온 건 아니다. 한참 공부하다가 카톡 진동이 울려서, 보던 부분만 마저 보고 밖에 나온 것.
 

보낸 사람 이름은 ㅇㅇ’. 당연히 가명이지만, 우리는 재영을 알고 있으니 이하 편의상
카톡 이름은 재영’, 민석의 시선에서 서술할 땐 손님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재영) ‘안녕하세요 ㅁㅅㅈ 받고 싶은데요.’

(민석) ‘네 어느 코스로 받으시겠어요?’

무표정으로 엄지손가락만 움직여 답장을 해 놓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민석.
 

다 좋은데 이러면 공부하던 맥이 끊겨 버려서괜히 이 일 시작했나.’
그래도 일부러 소개글을 별 말 없이 간결하게 써 놔서 그런지 파리 떼(?)가 꼬이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띠링- 손님의 칼답. 뭐지 이 사람. 카톡 계속 잡고 있었나.
하긴 그 쪽이 속 편하긴 하다.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말고, 빨리빨리 대화 핑퐁 오가는 편이 낫지.
 

(재영) ‘60분 생각 중인데 코스가 어떻게 되나요?’
 

보통 이런 질문의 저의는 애프터가 있는지 떠보는 거다.
사진이랑 가격 보면 사실 대충 짐작은 하겠지만 괜히 한 번 물어보는 거지.
 

(민석) ‘건식 아니고 오일 마사지로 어깨 등 팔 다리 쭉 해 드리는 전신 마사지입니다.’
 

반대로 이 대답의 저의는 애프터가 있다는 뜻.
상대방이 굳이 한 번 물어봤는데도 건전입니다같은 말을 강조해서 하지 않았다는 건 뭐
저 쪽에서 만약 문자 그대로 마사지만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그냥 손님이 안 될 운명인 걸로.
 

이번엔 답장이 다소 텀이 있다. 너무 칼답이라 의식한 건가생각할 때쯤 이내 3분 만에 답톡이 온다.
 

그래…. 너무 의미부여하지 말자. 아직 초짜는 초짜네 나. 이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재영) ‘네 결제는 어떻게 하나요?’
 

당연한 수순의 질문. 보통 이 패턴이다.
마사지의 정체를 파악하고, 결제방법을 묻고, 가끔 특이한 요구사항이 있는 사람은 그것도 가능한지 물어보고,
하기로 마음 먹으면 장소와 이동시간 파악.
 

(민석) ‘일단 알려드리는 계좌번호로 보증금 XX,XXX원을 보내 주세요.
가끔 노쇼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나머지 차액은 관리 후에 받는데 가능하실까요?’
 

사실 계좌번호 까는 게 좀 찝찝하긴 하다.
그래도 이렇게 안 하면 기껏 갔는데 노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 할 수가 없더라.
친구 아닌 사람에게 카톡 계좌송금으로 보낼 때 이름 가운데 글자는 *표로 가려져서 그나마 다행.
, 작정하고 나쁜 맘 먹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피차 서로 그렇고 그런(?) 걸 주고받은 관계인데
그렇게까지 이상한 사람은 안 걸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싶다.
 

아무튼, 계좌번호 알려주고, 보증금 입금 확인하고, (예상대로) 주소 알려주고어쩌구저쩌구 (중략)
본격적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싶자 민석은 다시 들어와 독서실 공용 라운지에서 에어컨 바람 쐬며 답장하는 중.
이따 가서 씻을 거긴 하지만 땀을 너무 흘린 채 첫인상을 보여줄 순 없잖아.
 

(재영) ‘오시는 데 대략 얼마나 걸리실까요?’
 

사실 독서실에서 상주하다시피 해서, 마사지 키트를 독서실 사물함에 두었던 터라 집에 들를 필요는 없는 게 다행이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 운동복 차림으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바로 독서실로 온 터라,
독서실에선 민망했는데 오히려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네. 첫인상에서 언더X머 아래 핏을 어필할 수 있겠다.
암튼 독서실에서 말해준 주소까지는 대략 30.
 

(민석) ‘30분 정도 예상됩니다. 출발할 때 톡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 
중략됐지만 보증금 입금 확인한 후부터 호칭은 쭉 고객님이다. 자본주의 만세.
 

톡 발송과 함께 부지런히 출장준비. 사물함에서 칫솔치약을 꺼내 양치질하면서, ‘네 알겠습니다라는 톡 확인.
가서는 빨리 땀냄새만 씻어 없애야 하니까 출발하기 전에 양치질은 미리 해야지.
독서실 자리 정돈도 하고이것저것 준비 후 출발하면서 톡을 남긴다.
 

 

*

 

(민석) ‘고객님 근처 거의 도착했습니다 집 앞에서 한 번 더 톡 드리겠습니다 :) 
 

몇 분 더 부지런히 걷자 지도상으로 대충 목적지 근처에 도착.
근처에 다 비슷하게 생긴 빌라들이어서 어딘지 정확히 모르겠네.
 

이 때 목적지로 추정(?)되는 건물에서 흰 티에 반바지를 입은 남자가 슬리퍼를 끌면서 나온다.
눈이 마주치니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타이핑하는 시늉. 저 사람인가 보다.
 

쫙 달라붙는 흰 티는 아니지만, 또 너무 펑퍼짐하지는 않아서 대충 옷 밑의 실루엣이 보인다.
운동한 좋은 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술배 나온 건 아닌, 그냥 무난한 아저씨 체형- 아마도?
피부톤이이건 태닝이 아니라 원래는 흰 피부인데 햇빛에 불그스름함.
흰 피부가 햇빛에 더 잘 타는 법이지. 최근에 밖에서 몸 쓸 일이라도 있었나.
 

, 안녕하세요! 날 더운데 왜 나와 계세요 ㅎㅎ 얼른 들어가시죠.’
 

가까이서 보니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 건 보기 좋게 기른 콧수염.
보통 콧수염을 기르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본인의 남성성을 강조하고 싶거나, 아니면 수염이 없으면 너무 동안이라 일부러 기르거나.
이 고객의 경우는 아무래도 후자인 듯. 콧수염 없는 얼굴을 상상해 보니 피부도 희겠다,
어렸을 때는 동안 소리를 즐겼다가 30 초중반 돼서는(일단 외관상 추정 나이.) 그게 콤플렉스였을지도.
, 성급한 일반화나 넘겨짚기는 금물이지만 일단 내 경험상 그랬다고.
 

“아… 네 오느라 고생했어요네 그럼… (들어가자는 고갯짓).

한 층 걸어 올라가는데, 매번 느끼지만 이 정적과 어색함 참…. 익숙해지지가 않네.

띠리릭- 문이 열리고 함께 들어간다.
 

…. 방이 좀 지저분하죠? 치운다고 치우긴 했는데.”

아아 ㅎㅎ 아니에요 깨끗한데요 뭘.”


진심이다. 남자 혼자 사는 방이 이 정도면 됐지. 딱히 홀아비 냄새도 (이 정도면) 안 나는 것 같고.
 

“저… 씻고 나왔는데도 밖이 더워서 그새 땀이 좀 나서요후딱 씻고 나와도 될까요?
무심결에 멘트가 나와 버렸다. 씻고 나온 건 아닌데…; 밖에 있다 왔는데 그 말은 뺄걸.
운동한 체격과는 달리 은근 소심한 민석. 아 은근이 아닌가? 원래 헬창들이 더 순둥순둥하고 착하잖아.
 

, 네 그러세요. 수건은 저 안에서 하나 꺼내서 쓰시면 되시고 저게 바디워시예요.”
 

“감사합니다씻고 나올 동안 편하게… 그… (머뭇) 팬티까지 다 벗으시고 침대에 엎드려 계시면 됩니다.

“아아 네.

 

이거야말로 고정멘트인데 말할 때마다 민망하다.
어차피 벗은 몸 볼 건데 다 벗고’ ‘엎드리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가는 거 자체가 좀 야시꾸리해
 

재영이 돌아서는 사이, 민석은 키트 안에서 준비해 둔 검은 봉지를 꺼내 화장실로 들어간다.
봉지에서 나온 것은 가글, 샤워코롱, 그리고 뽀송뽀송하게 세탁되어 잘 개어진 작스트랩.
양치질을 하고 오긴 했지만 하기(?) 직전에 입냄새는 한 번 더 잡아줘야지.
샤워코롱과 작스트랩은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나도 참 본격적이네.’
 

땀냄새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귀 뒤, , 겨드랑이, 중요 부위, 항문, 발 등을 집중적으로 씻는다.
수건으로 몸을 잘 닦고 너무 향이 심하지 않을 정도로 샤워코롱을 살짝만 뿌리고 준비한 작스트랩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몰랐는데 암막커튼인가? 침대 옆에 무드등까지…. 센스가 좋으신 분이네.’
 

죄송해요, 기다리셨죠?”
키트 가방에서 (당연하게도 준비한) 블루투스 스피커와 마사지 오일을 꺼낸다.
 

혹시 듣고 싶으신 음악 있으세요?”
아뇨 딱히 없어요.”
사실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갑자기 물어봤는데 냉큼 자기 음악 취향을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음악이 분위기랑도 맞아야 하는 거고. 지금까진 한 명도 예외 없이 준비해 온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물론 진짜 듣고 싶은 음악을 말하는 만약의 경우를 위해 X론에서 틀어줄 수 있게 준비는 했지만.
아무튼, 준비해 온 피아노 경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 침대 시트에 오일이 묻을 수도 있어서, 이것 좀 배 밑에 깔고 하실게요.”
그 소리에 고개를 든 재영. 뭐지 은근 귀엽네. 화장실에 마침 긴 샤워용 타월이 있어서 꺼낸 것을 건네 준다.
 

진짜 쌩초짜일 때 생각 못해서 시트에 오일 묻어서 중간에 맥 끊겼었지.
다시 침대 왔을 때 서로 얼마나 뻘쭘하던지…’
물론 여전히 초짜인 민석이지만-받아본 손님은 아마 양손가락에 꼽을 듯-,
그래도 이 손님이 손님은 아닌 게 다행이다.
 

아니 근데 아까는 흰 티 밑의 실루엣으로만 봐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이 정도면 그래도 30 초중반 (멋대로 추정 중)의 사회인 몸으로는 무난한데.’
 

엎드려 있어서 앞면(?)의 뱃살은 못 보지만,
옆구리살을 보니 배 둘레 햄수준은 절대 아니고 살짝 살집이 있는 정도다.
그리고 (애매하긴 하지만) 은근한 역삼각형.
분명 요즘은 일에 치여 못한다 치더라도 일정 기간 운동을 해 본 흔적이 보이는 몸이다.
 

이 정도면 어쩌다 한 두 명 만나는 좋은 체격의 손님이네. 개이득.’
TMI
지만, 민석은 이 일을 하기 전부터 원래 슬림부터 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식의 범위가 넓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을 때도 다양한 체형의 손님들을 딱히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 하는 거 좋은 체격이면 상대적으로 더 맘에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때 수건을 배 밑에 깔려고 손님이 몸을 살짝 들면서, 살짝 손님의 알 두 쪽의 실루엣이 보인다.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긴 하지만, 원래 다 드러내는 것보다 은근한 게 더 야한 법이라고.
작스트랩 안에서 민석의 물건이 꿈틀거린다.
재영이 엎드려 있어 못 보는 사이, 아래로 향해 있던 기둥의 방향을 위로 틀어 불편함을 바로잡는다.
 

그럼, 시작할게요.”

*

1, 2화 보면 느끼시겠지만 동일 시점의 상황이 재영과 민석의 시선으로 각각 번갈아가며 묘사되는 구성입니다.
바로 이전 화와 비교하면서 읽는 맛... 을 느꼈으면 하는 취지인데 처음 써보는 거라 생각만큼 잘 표현될지는 모르겠네요.

하루 만에 부랴부랴 2화를 탈고한 건 아무래도 내용상 처음에 '돈이 오가는 마사지'로 주인공 둘이 만나다 보니
운영자 분들 보시기에 심의에 걸릴 거 같아서 미리 변(辯)을 늘어놓으려는 의도입니다.
특히 전개상 다음 몇 화는 당연하게도 마사지에 대한 묘사가 어느 정도는 들어갈 거라서...
구성상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는 게 특징이라 전개가 느린 대신 상황이나 심리 묘사 위주일 텐데
너무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묘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아울러 첫 만남을 마사지로 하게 되긴 하지만 그 이후 전개는
기본적으로 로맨스 웹드라마 정도의 톤에 간간이 서비스씬이 있는 정도일 예정입니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일부러 첫 화엔 어그로성 사건을 배치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너른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제목을 어그로성으로 자극적으로 안 뽑고 '그 여름'으로 한 것도 그런 의도고,
그래서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날씨나 에어컨 등등에 대한 묘사도 들어갑니다.

작가가 자기 작품의 이런저런 장치를 대놓고 설명하는 건 사실 스스로 작품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별로지만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미리 언급 안 하면 단칼에 썰릴 수 있을 거 같아서 고육지책으로 말이 길어졌네요 ㅠ
운영자 분들 부디 노여워 마시고 마사지 묘사가 있는 향후 몇 화만 좀 참아(?) 주세요 ㅠㅜ 수위 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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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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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훌륭합니다.
잼있게 전개 되고 있습니다.
수위도 좀더 강하면 독자입장에선 더 좋겠습니다.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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